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Roundtable] 누나와 이야기 꽃을 피우다

사진
신경섭(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삶것

양수인(삶것 대표) x 고기웅(건축사사무소 53427 대표) x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x 김호민(폴리머건축사사무소 대표) x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 

-​

누나(NUNA)는 건축가 김호민, 고기웅, 오영욱, 양수인, 이치훈을 주축으로 가까운 지인들이 모여, ‘삐치지 않기’로 약속하고 ‘솔직’하고 ‘세게’ 서로의 작업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대략 두어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데, 한 사람이 발표하고 나머지가 비판한다. 

 

 

모놀로그와 다이얼로그

양수인(양): 코스모40, 용산공원관리사무소, 위례주택을 함께 답사했다. 자유롭게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좋겠다. 칭찬은 빼고 아쉬운 점만 말해 달라. 칭찬은 다른 데서 들을 수 있다. (웃음)  

고기웅(고): 양수인은 생각을 정립하고 작업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건물의 사용자나 사업의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관계 속에서 디자인 해법을 잘 찾는 사람이다. 설명할 때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건축적이라기보다는 건축주나 상황 속에서 도출된다. 코스모40의 해법 역시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인허가 과정 속에서 기지를 발휘해 풀어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용산공원관리사무소는 이해관계자들과 접촉이 너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 원래 양수인이 해야 하는 임기응변을 사용자들이 해놓았다. 만약 설계나 시공과정에서 그들과 접촉이 있었다면 더 잘 풀었을 것 같다. 

양: 틀린 말은 아니다. 건물이 그렇게 쓰이는 것이 외부에서 볼 때 아쉬운가 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모습이 만족스럽다. 사전에 도시계획 단계에서 승인 받아 놓은 건물 규모가 있었기 때문에, 부족한 저장 공간은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확장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건폐율 때문에 중정형으로 만들어놓았으니, 나중에 유리로 막아 사용하시라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접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알아서 사용하리라는 생각이다. 건물을 다 짓고 나면 내 건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봤으니, 끝났으면 미련 없이 다음 일을 하자는 주의다.

이치훈(이): 그런 면에서는 양수인이 너무 잘하던, 사용자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이 많이 부족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양: 인정할 수 없다. 디자인의 모든 모티브가 발주처의 공간 사용 방식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 엔지니어링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고, 마치 사회주의 브루탈리즘처럼 60cm 두께의 콘크리트가 캔틸레버로 나와서 공간을 붙잡고 있다. 사용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여기서 그림처럼 살아’라고 하는 건물인데, 실제로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지 않았나.

양: 그림처럼 살라고 할 마음이 전혀 없다. 무주 공간이 필요했고, 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벽이 두꺼워지고 그와 어울리는 외관이 브루탈한 것이었다. 

김호민(호): 고기웅의 말은 양수인이 잘하는 것은 로컬한 문제들을 잘 조합해서 디자인을 풀어내는 것인데, 그 문제들이 없을 경우 어떤 디자인 나오는가에 대한 것인 것 같다.

 

코스모 40. 새로운 기둥묶음을 지지하기 위해 기존의 기초를 확장하였다.©Lifethings  

 

고: 양수인이 개인 클라이언트가 아닌 공공 클라이언트와 작업 한다면, 평소의 그 기지가 어떻게 발현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코스모40처럼 밀접한 대화를 할 수 없는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사회적인 의미가 어떻게 담길 수 있을까, 질문 하고 싶다. 

양: 솔직히 지금 우리나라의 구도에서는 공공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 없다. 공모전을 가끔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다. 예전에 조각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공 프로젝트가 모두의 세금으로 모두를 위한 것을 만드는 것 같지만 누구의 것도 아닌 돈으로 누구를 위하지도 않은 것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산이 있지만, 실제 사용자가 관여할 수 없다. 많은 관계 공무원 역시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 문제는 크게 관심도 없으면서 내가 열심히 고민하여 디자인을 해가면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소위 말하는 공공과 상관 없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래서 공공 프로젝트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 당분간.

이: 공공 프로젝트를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웃음)

김광수(김): 나는 양수인이 기술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지만, 사회적 맥락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고, 그 두 가지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것인가?

양: 사회에는 관심이 있지만 현재 공공에는 관심이 없다. 

김: 양수인은 대화를 좋아한다. 양수인의 건축 또한 대화라는 과정 자체로 보인다. 건축주와의 대화, 시공사와의 대화 등 계속 대화 과정을 통해 구축해 내가는 태도가 강력하다. 그것은 매우 좋은 태도고, 특히 현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만약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아무도 양수인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양수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냐? 

양: 재미있는 질문이다. 나는 전반적인 디자인 행위가 모놀로그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모놀로그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이얼로그에 관심이 있다. 역시 김광수가 딱 집어준다.

김: 용산공원관리사무소와 원불교 화랑대 교당의 경우 많은 대화 없이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상황일 때 양수인의 작업들이 경직됐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양수인은 스스로는 경직된(엄격한) 사람이지만, 어떤 대화가 있을 때 계속 반응을 하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을 만나면서 경직된 어떤 것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굉장히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형성을 따라 작업하는 경우, 그에 따른 결과에 만족하는가?

양: 그런 측면에서도 만족이 있다. 공개 공모전은 거의 안 하지만, 지명 공모는 한다. 그 이유는 공모가 끝난 다음에 발주처와의 적당한 대화 속에서 설계안이 조금씩 조정은 되지만, 강력한 상호작용을 거쳐 안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삶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원불교 화랑대 교당도 지명 공모였다. 필요한 사항을 충족시킨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김: 어떻게 보면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단순하게 접근하고,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설정해서 실현하는 듯 하다. 

호: 양수인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복합성이 결국 상황을 컨트롤 하는 방법이자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 개입이 없을 때 순수한 형태가 나오는 것 같다.  

 

코스모 40. 증축 부분의 3층은 기존 바닥판을 뚫고 올라온 기둥묶음에 의해 지지된다.©Lifethings 

 

그때그때 다르게, 언제나 말이 되게

고: 그렇게 양수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보면 그게 양수인의 건축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문화적으로, 기술적으로, 감성적으로 양수인이 즐기는 집합일 수도 있겠다. 더 나아가서 사회적인 의미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호: 김광수 세대와 우리 세대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건축의 사회적인 의미에서 위의 세대보다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양수인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공통된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때그때 다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솔직한 것이다. 

이: 양수인이 어떤 한 프로젝트에 관해 말할 때, ‘이것이 내 생각의 전부다’ 혹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모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프로젝트마다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라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젝트의 시리즈를 묶으면 그것이 양수인이다’라고 본인이 항상 얘기해왔다.

호: 나는 양수인을 참여자 혹은 자생적인 접촉을 잘 기록하고 그것을 잘 구체화시켜서 건축으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이해했다. 삶것이라는 사무소명이나 원심림에서 보여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풀어내는 테크놀로지까지 더해지는 것이 양수인의 색깔 같다. 본인도 그 부분은 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수인의 작업을 연속적으로 바라보고 묶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을 때 본인의 답을 듣고 싶다. 오늘은 한 번 증명해봐도 좋지 않겠는가.

양: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아직 모르겠다. 나는 김호민처럼 ‘세포’나 ‘레시피’로 자신을 건축을 묶는 것을 잘 못하겠다. (웃음) 

호: 피해가지 마라. (웃음)

양: 나는 최대한 다양한 건축을 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나는 루이스 칸을 정말 좋아한다. 엄격하고 명쾌하게 맞아떨어지는 공간, 잘 짜인 단면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런 걸 해보고 싶어서 원불교 화랑대 교당에서는 설비와 전기를 공부하면서 단면을 그렸다(「SPACE(공간)」 587호 참고). 용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구조적인 경외감이 느껴지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테크놀로지도 좋아하지만, 고전적이고 엄격한 건축에 대한 동경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김호민 말처럼 연속적으로 바라보고 묶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고: 용산공원관리사무소나 원불교 화랑대 교당보다 오히려 위례 주택에서 그 엄격한 태도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주택의 형태가 날개처럼 올라가고 그 형태를 따라 벽돌을 쌓기로 결정한 후에는 줄눈을 벌려가면서 메지를 만들고, 창틀도 그 선을 따라 맞추는 것에서 엄격함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벽돌을 펼치고 싶었을까?’가 궁금하다.  

김: 시발점이 뭔가?

양: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내 입장에서는 위례주택에는 그 엄격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관성과 엄격함은 다른 것 같다. 내가 말하는 엄격함은 전통적인 건축의 측면에서다. 발랄하거나 재미있는 것을 할 때도 근본적으로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위례주택 역시 일관성 문제다. 위례주택은 여러 이유로 형태가 도출됐고, 벽돌의 사용은 건축주가 원해서였다. 그렇다면 아무도 안 쌓아본 방식으로 건물의 형태에 딱 맞게 벽돌을 쌓아보리라 생각했다. 벽돌을 쌓다 보니 기존 창문 형태로는 의미가 없어지니 그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다. 

김: 각 프로젝트는 그 안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프로젝트들 사이에는 일관성이 없어도 되는 것인가?

양: 그렇다. 프로젝트들간의 일관성은 일부러 없애는 편이다. 지금은 제일 다양한 것을 희한하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 양수인을 보면 항상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할 때 스스로에게 설득이 되어야 하고, 그게 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양: 맞다. 명분이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건축은 건물보다 더 의미 있는 분야이자 학문이자 어떤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와 논리, 조형, 디테일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패키지이어야 한다. 

김: 대외적으로는 그 패키지가 외부에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본인에게 의미화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양: 그 명분을 찾는 스포츠를 즐긴다. 때로는 미리 생각하고 건물을 지을 때도 있지만, 대단한 생각 없이 느낌대로 설계하고 난 다음 명분을 찾아내기도 한다. 건축은 지적인 스포츠다. 

이: 비야케 잉겔스가 ‘건축은 젠틀맨 스포츠다’라고 말한 적 있다. 확실히 양수인은 기획자의 면모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용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 구조를 해결하거나 평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봤을 때 알바로 시자가 했던 비아나 도 카스텔로 도서관하고 비슷하다. 역보가 들어가고, 중정 있고, 한쪽 모서리가 띄어져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 물론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이 달라지겠지만, 저런 구조 형식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비아나 도 카스텔로 도서관처럼 분명하게 효과가 드러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고: 양수인에게 그런 깊이가 없다. (웃음)

호: 20년 친구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웃음)

이: 구조의 형상이 공간으로 드러나고, 그게 어떤 형식으로든 내부에서 경험되거나 이용되어야 하지 않나.

양: 1, 2층 합쳐서 60평짜리 건물에 그런 깊이를 만들 공간이 어디 있나! (웃음)

김: 역보를 어떻게 좀 썼어야지. (웃음)

양: 문 틀에 쓴 거 못 봤나. (웃음) 

이: 높이 제한이 있었나? 

양: 6.5m였다. 

이: 그럼 할 만큼 한 거다. (웃음) 

 

위례 작업실 주택. 로봇 암에 보통 그라인더를 달아 각기 다른 모양의 모서리 벽돌 1,200개를 자르기 위해 BAT와 함께 작업했다.©BAT 

 

문제아인가, 해결사인가?

호: 양수인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가 무엇인가?

양: 원심림이다. 위트 있고, 스마트하다. (웃음) (「SPACE(공간)」 597호 참고)

고: 원심림과 스케일이 좀 다르긴 하지만 요즘 작업에서도 그 위트와 스마트함이 있는가?

양: 용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 못 봤는가? (웃음)

김: 용산공원관리사무소보다 위례주택에서 훨씬 많이 보였다. 왜 그런 발상을 한 것인가?

양: 지구단위 계획 때문에 경사지붕이어야 했는데, 평평한 부분도 있었으면 했다. 가운데를 평평하게 만들고 양쪽 끝을 높여 경사지붕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면서 촌스럽지 않게 하려고 했다.

고: ‘지구단위 계획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수십 년 동안 모든 건축가들이 고민했던 일이다. 그런데 하늘로 치켜 올라간 커브를 따라 벽돌을 쌓고 창문의 형태도 그에 맞춘 것은 양수인이 한 부분이다.  

이: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놓고 푼다. 

고: 많은 건축가들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냐, 아니면 개인적인 문제냐 하는 쟁점이 있다. 벅스민스터 풀러는 여러 새로운 해법을 제공하는데 사회적인 이슈에 답하는 방식이다. 양수인은 2006년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으로부터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빈치도 시대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나. (웃음) 사실 여럿이 모였을 때, 시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각자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 그런 측면에서 양수인의 위트와 스마트함, 그리고 그만의 기지가 어떻게 사회적인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것에 대한 답이 결국 양수인의 건축, 양수인의 사고를 말해줄 것 같다.

양: 내가 관심이 없다는데 왜 자꾸 사회, 공공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당면한 프로젝트에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벽돌을 어떻게 쌓을 것인가’가 얼마나 재미있는 문제인가? 물론 코너 벽돌을 쌓는 것에서 사회와 역사, 건축적 의미를 얘기할 수 있다. 건축은 어쩔 수 없이 작은 재료들의 조합과 확장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재료가 X, Y, Z 축으로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한다는 것은 무한히 확장 가능한 새로운 한 세계를 제안하는 것이다. 조적조 건축에서 모서리를 정확하게 확립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코너스톤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겼겠는가? 그러므로 2018년의 기술인 로봇암을 써서 가장 오래된 건축재료 중 하나인 벽돌이 코너를 돌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한다는 것은 많은 건축사적, 철학적, 사회적, 기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논의를 구구절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 안 하더라도 코너에 새롭게 벽돌을 쌓는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학생들에게도 “우리 어머님들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호: 그렇다면 코스모40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김광수가 했을 법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김: 내가 한다면 저렇게 얄밉게 안 푼다. (웃음) 

고: 양수인과 김광수가 비슷한 것은 둘 다 언어학적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벤자민과 양수인이 쓴 『라이프 사이즈』라는 책에 보면 ’이야기 꽃을 피우다’라는 한국말 표현에 대한 내용이 있다. 김광수가 문법적이고 철학적으로 짜여 있는 말과 공간이라면, 양수인은 수다스럽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다. 

양: 수다스럽다는 표현, 너무 좋다. 과연 그런 것 같다. 얼마 전에 건축을 하는 태도를 정리해보려 생각했던 문구가 있다. 한국말로는 적절한 라임을 찾지 못했는데, 영어로는 ‘problem child and problem solver’였다. 

김: 건축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제기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려고 애쓴다는 생각을 한다. 양수인에게 약간 불만이 있다면,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때 문제 설정을 잘하고, 잘 풀지만 나는 오히려 너무 잘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된 요리를 갖다 주는 느낌이 든다. 아까 이야기한 일관성에 관계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잘 풀어내다 보니 다른 의미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적은 것 아닌가 싶다. 

양: 하나의 세계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를 원한다. 

고: 그러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도록 하려면 문제가 지협적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 문제가 조금 더 광범위하면 정답이 없고,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 

양: 맞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만 제기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멋이 없다.

 

위례 작업실 주택. 모서리 벽돌은 조적공이 실수하지 않도록 포장배달되었다. 그저 순서대로 집어서 쌓기만 하면 된다.©Lifethings 

 

촌스러울 정도로 명료하게 빛나는 개념

김: 코스모40에 아쉬운 점은 없는가?

양: 있다. 기존 건물과 새 건물의 완벽 분리되는 것이 콘셉트다. 옛날 기둥 사이로 마이크로 파일을 내려서 새 기둥이 옛날 기초를 뚫고 들어가면서 원래는 따로 기초가 독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너무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든다. 다행히 구조심의에서 옛날 기초를 보강해서 옛날 기둥과 새 기둥이 기초를 공유하도록 허락을 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순수하지 못하고, 논리에 반하는 부분이다. 세계관의 불일치다. 

고: 김광수가 물은 지점하고 다른 대답이다.

양: 나는 그게 아쉬운 점이다. 김광수는 무엇이 아쉬웠나?

김: 스마트하게 잘한 프로젝트다. 문제설정을 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해답을 잘 내놓았다. 하지만 여지가 없는 인상이 있었다. 너무 쉽게 읽힌다.

양: 신경섭 사진작가의 글을 종종 영어로 번역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글의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신경섭 작가는 나한테 너무 인과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문장에 집착한다며 촌스럽다고 한다. 버나드 츄미를 좋아한다. 다이어그램이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건물과 건축과 경험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건물이나 경험을 디자인 하기보다 건축을 하고 싶다. 건물은 시공사가 잘 지어줄 것이다. 경험은 우리 직원이 잘 디자인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서는 도저히 다 할 수 없는 업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무실에서의 역할 분담을 생각해본다면, 건축은 내가 해야 한다. 건축이 없으면 건물도 경험도 없다. 몇 개의 선으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명료한 아이디어가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버나드 츄미의 컬럼비아 학생회관 러너 홀이나 르 프레누아 스케치, 루이스 칸의 필라델피아 다이어그램에 담긴 생각이 바로 건축이다. 

김: 그런데 여러 주체들의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그 명료함이 훼손되는 과정이지 않나. 

양: 그건 현실이기 때문에 즐긴다. 

김: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

양: 그런 과정에서도 내가 유지하고 싶은 명료함이 있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 그 선택과 설득의 과정 자체가 결국 건축이지 않은가?

고: 양수인의 스케치는 다른 건축가들에 비해서 명료하다. 결국 개념이 중요한 것이다. 

양: 내가 생각하는 건축가는 개념을 만드는 사람이다. 건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김: 세지마 가즈요처럼 개념을 극한까지 몰고 가서 모든 드로잉과 시공의 과정까지도 개념에 종속시킨다. 그랬을 때 느껴지는 차원이 있다.

양: 개념미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재료와 시공법을 뚫고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빛나는 정신과 생각이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고: 그럼 양수인의 개념은 무엇인가?

양: 그때그때 다르다.

고: 그렇게 빛나는 중요한 개념이 왜 그때그때마다 달라야 하나. 그럼 그때그때 다른 개념을 묶는 양수인의 생각은 무엇인가.

양: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개념이 다 같을 수 있나.

고: 그러면 건축가 양수인은 어떤 상황에 종속되어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인 것이냐. 

양: 주어진 상황에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명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김: 양수인이 문제제기를 하고 문제를 푼다고 할 때, 그 문제제기가 진짜 문제제기냐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문제제기냐 아니면 그냥 주어진 문제냐 하는 것이다. 

양: 주어진 문제를 명료하게 푸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다. 언제나 스스로 캐내야 한다. 의미 있는 문제를 설정하는 것은 고도로 지적인 활동이다.

 

공원관리사무소. 떠 있는 코너는 작업 차량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에필로그 l 만든이는 역시 아직 

양수인(삶것 대표)

2년 반 전에 「SPACE(공간)」에 글을 쓰기 위해 한 달간 고생을 했다. 그 글의 제목은 ‘만든이도 아직’ 이었는데, 번듯하게 정리된 건축관이 아직 없더라도, 각 프로젝트를 성실히 수행하며 천천히 찾아나가면 된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이번에는 애써 정리하려는 고생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정리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더 펼치고 벌릴 때이다. 이런 시점에 가감 없이 막말을 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우리는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각자 작은 설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길게는 25년, 짧게는 10년 가까이 생각을 나누어온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 건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나는 이제 45살. 많은 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소위 ‘젊은 건축가’의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만든이는 역시 아직이다. <진행_박세미> 

 


양수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공공예술 작가다. 건물과 공공예술에서부터 브랜딩과 광고까지 폭넓게 작업하는 그는 「 뉴욕타임즈」,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마크」 등의 매체에 소개되었고, Prix Ars Electronica, 레드닷, iF 상을 수상하였다. 2006년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은 그를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그는 건축학 석사 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한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겸임 부교수로 재직했다.
김광수
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이며 집담공간 커튼홀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여러 장르의 전문가 및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뉴미디어로 인한 사회성, 도시건축 환경의 변화를 주목하며 다양한 건축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 전시한 바 있으며(2004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핀란드 국립미술관(2007), 아트선재센터(2012),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2013), 독일 에데스 건축갤러리(2014), 문화역서울284(2012, 2016) 등에도 초대되어 전시를 한 바 있다.
고기웅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베를라헤 인스티튜트를 졸업했다.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했으며, 매스스터디스를 거쳐 2006년 고기웅사무소를, 2009년에 건축사사무소 53427을 설립했다. 현재 고기웅사무소를 통해 도시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연구활동을, 53427을 통해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호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런던 AA스쿨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대학교 졸업 후 3년간 대우건설에서 시공 경험을 쌓고, FOA(런던)에서 설계 실무를 했으며 2008년 귀국해 폴리머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건축사협회에 등록된 영국 왕립 건축사로서 AA스쿨, 코넬대학교, 서울대학교, 경기대학교, 건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조성사업 평가위원과 공공디자인 엑스포의 자문위원으로서, 2012년부터 현재까지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치훈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에스오에이를 공동 설립한 이후 부산 중앙광장 현상 공모와 오송 바이오밸리 마스터플랜에서 수상했다. 2015년 현대카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젊은 건축가상, 2016년 Architectural review 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 Award 파이널리트, 김수근 프리뷰 등을 수상하였다.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한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