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논란 속의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박인수, 임동우
자료제공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제도와 양비론에 숨은 건축 - 세종시 청사 설계공모 심사 이후

박인수(㈜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최근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이하 세종시신청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장이 심사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사태가 벌어졌고, 발주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축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중앙정부의 행정청사가 건립될 때마다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의 경우는 나상진 선생의 안으로 설계를 계약했지만, 결국에는 미국 설계회사가 설계를 진행하였고, 정부과천청사는 5공화국 시절 설계공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또한 정부대전청사는 건축계에서 당선작의 건축적 가치가 문제시 된 바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정부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의 문제까지 일어난 것이다. 

필자는 중앙부처 행정 청사를 건립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살펴볼 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지을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적법한 절차’라든지, ‘법률상 하자가 없다’는 논리로 풀어갈 수 있단 말인가? 

 

먼저 발주처가 주장하는 적법한 절차는, ‘설계공모 운영지침’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논점이 되고 있는 ‘설계공모 운영지침’의 심사위원의 구성 부분을 보면, 심사위원의 30%까지를 발주처에서 발주기관 임직원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원래 이 지침의 심사위원 구성에 관한 내용은 ‘건설기술관리법’하에 있던 것이었다. 그러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이전되었다. 당시 심사위원의 50%까지를 발주처 소속 임직원으로 구성할 수 있었던 조항을 바꿔서 심사위원을 100% 민간에서 구성하는 안으로 관련부처와 협의를 하였었다. 그러나 이 안은 특정 부처들의 극렬한 반대로, ‘30%까지 발주처 소속 임직원을 심사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1’ 수정 합의가 된 것이다. 

따라서 발주처 임직원의 심사위원 위촉이 강제 조항이 아닌 현 상황에서 발주처는 소속 임직원을 심사위원으로 30%까지 위촉할 경우, 심사위원회, 위원장 등과 소속 임직원의 심사위원 위촉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고 협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때 심사위원회나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종시신청사 공모전에선 발주처가 ‘심사위원 중 30%까지 발주처 임직원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한다’를 강제 조항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떠한 협의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심사위원 구성의 최종 결정권은 민간에 두고, 전문가 등에게 의뢰 혹은 협의하고 설득하는 것이 발주처에서 취했어야 할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법한 절차’와 ‘법률상 하자’에 대한 현재 논의에 필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른 측면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본 세종시신청사 공모전에 대한 논의와 관련된 내용은 주로 건축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들의 관점은 ‘너도 틀리고, 너도 틀리고 나만 맞다’ 식의 ‘양비론’적 논리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세종시신청사 건립의 문제를 너무 확대 해석하여 문제를 일반화하는 경향도 보이며, 절차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절차에 대한 성숙한 제도가 필요하다 등등 모두 실제 벌어진 상황에서 한 발 물러서 있으며, 쟁점을 흐리고 있는 상황이라 여겨진다. 

이는 건축계에서 그간 발생한 건축 관련 문제를 대해 온 해묵은 방식이라 여겨진다. 문제의 핵심에 관한 이야기는 배제한 채, 제도에 책임을 씌우고, ‘왜 그렇게 했냐?’의 논리로 불필요한 새로운 해결 방식을 제안하고,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결과만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런 양비론적 논평은 지금까지 있었던 건축 문제(안전, 사고 등)의 본질을 살펴보지 못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제3의 방식을 만들어낸 작금의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 세종시신청사 공모전 문제는 본질을 정확히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발주처도 제도가 그러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다양한 공공건축물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점점 시민의 권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발주기관의 장이 시민들의 미래가치를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맞추어 처리하는 오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발주처의 실무자들도 더 이상 건축의 주도권을 쥐려 하거나 기관장의 취향에 건축을 맞추는 ‘전리품’으로 건축을 대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민간전문가들의 능력을 고취하여 우리의 미래자산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는 또한 5년제 교육으로 국제적 기준의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합격률이 매우 낮은 건축사 시험을 통과한 국내의 건축 전문가들과 이를 준비하는 미래의 건축사들에게는 업역의 입지와 전문성에 대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건축 공모전의 프로세스는 언제 시작되는가

임동우(홍익대학교 교수)

 

2018년 11월 한 달 동안 건축계가 시끄러웠다. 이를 계기로 건축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울림이 있었으면 했지만, 이번에도 건축계 내의 소란에 비하면 이 사회는 고요하기만 하다. 하지만 심사 결과에 불복하고 심사장을 박차고 나온 한 건축계 어른의 용기는 새로운 울림의 시작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위하여 1등이나 2등의 디자인이 아닌 시스템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부 세종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전(이하 세종시신청사 공모전) 심사 과정에서의 해프닝은 한국 건축계의 민 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현장에 있는 건축가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현재 한국 건축 공모전의 심사를 ‘공명정대’하다고 보는 한국의 건축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돈을 받고 심사에 들어가는 따위의 행동을 하겠냐마는, 그게 아닐지라도, 공정한심사의 핵심인 ‘익명성’이 보장되는 심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면, 한 다리도 채 안 건너도 다 아는 사이가 한국 건축계다. 한국 건축 생태계에서는 당선 건축가 A와 심사위원 B 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찾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고이 관계만 두고 그 심사가 불공정했다 판단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공정성은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결국 심사위원의 주관적이고 때로는 모호한 판단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공개하는 것이 공정한 심사의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공모전 프로세스에 대한 많은 제안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과연 공모전의 프로세스가 언제부터 시작되는가를 질문해볼 수 있겠다. 실제 공모에 참여하는 선수 입장에서야 공고가 뜨면 공모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보통 기획설계라고 하는 단계를 공모전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공고의 내용을 만드는 과정이다. 헌데, 이 기획설계 단계에 얼마나 클라이언트 혹은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가는 사실 미지수다. 많은 경우 법규와 면적과 같은 정량적인 부분이 아닌 정성적인 부분, 즉 ‘사용자의 요구 항목을 반영하는 건축의 성능’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의 의견이 기획설계에 반영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세종시신청사 공모전은 그동안 작다고 본, 혹은 의도적으로 외면되어온 이 문제가 크게 터진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신청사 공모전 해프닝이 있기 얼마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을 만나 정부세종청사에 대한 불평을 한참 들었다. 대부분 건축적인 부분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효율적인 동선이나 도시 스케일을 건축 스케일로 풀기 때문에 나타나는 비인간적 도시 공간들은 차치하고라도, 실제 그 안에서 사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실의 구성이 공무원 조직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성된 경우가 너무 많고, 게다가 평면이 유동적이지 못해 레이아웃을 바꿀 수도 없다고 한다. 아마도 수평적으로 풀어낸 이 정부세종청사는 덕트공사의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그 안의 공무원들은 ‘여름에는 쪄죽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한다’고 한다. 뭐 사실 필자 역시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건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국토부 직원의 하소연은 지난 수년간 쌓이고 쌓인 불만처럼 들렸다. 물론 이 의견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를 비롯한 공무원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좋은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들은 이야기는 그 건물에서 주당 40시간 이상씩 생활하는 실사용자가 전해준 팩트다. 

 

이번 ‘해프닝’은 행안부 직원들이 어떤 특정한 안을 지지하면서 발생했다. 아마도 그 현상은 위와 같은 불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충분히 이러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신청사는 공공건축물이고 동시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하는 일터이다.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건축 디자인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공공건물이라고 사용자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나 이렇게 사무 공간의 비율이 높은 공공건물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기획의 단계에서 이미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고 있는 행안부 직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이 필요한 것과 불만은 무엇인지,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신청사는 무엇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충분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사용자 혹은 발주처는 공모발주에 앞서 그들 스스로의 입장과 요구를 최대한 면밀하게 요청할 권리가 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가볍게 보고 넘기는 기획설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며, 발주처 역시 심사 과정이 아니라 기획과정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 특히나 공모전일 수록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공모 공고를 내야 한다. 

이처럼 기획설계 단계에서 사용자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된다면 그 이후 공모심사 단계는 오히려 깔끔해질 수 있다. 공모해서 올라온 프로젝트가 사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부터 보면된다. 10-20개 정도의 체크리스트만 만들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오피스 레이아웃에 적합한가, 통풍에 대한 제안이 있는가, 휴게실이 적절히 분배되었는가 등 사용자가 기획설계 단계에서 의견을 낸 부분만 짚어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심사보다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항목을 반영하는 건축의 성능심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심사는 허가에 관한 부분이기때문에 허가 때까지만 어떻게든 수정해서 맞추면 되지만 이러한 건축의 성능에 대한심사는 공모심사 때 말고는 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 이후 전문가들이 2차 심사를 하면 된다. 굳이 이 과정을 통해 탈락여부를 결정할 이유도 없다. 다만 전문가들에게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해주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심사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 사용자들은 볼 수 없지만 전문가들이 볼 수 있는 부분은 분명 많다. 공공성, 도시와의 맥락, 환경적인 문제, 공간의 구성 등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대신 이 단계에서는 공무원들이 발주처라는 이름으로 월권을 행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프로세스가 갖추어져야 건축가 혹은 건축가 심사위원은 사용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공무원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공모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한국의 건축가들은 어떤 공모전이든 지침서 내용이 과업에 따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시설면적과, 위치, 그리고 그에 따른 법규사항 정도만 다르다. 심지어 법규도 공모 참여자가 검토 기술해야 한다. 그 외 내용은 거의 모든 공모전에서 비슷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 지역 문화시설 혹은 체육시설을 공모한다고 해도 막상 그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 주관적인 추측만 난무할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은 요가교실이, 다른 지역은 실내 농구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다양성이고 지역성이다. 그것을 반영하는 단계는 일체 배제하고 ‘건축’만 심사한다면 건축계 스스로 건축은 단지 껍데기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 인정하는 꼴이 될 뿐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람을 담는 과정은 생략하는 것이다. 

한국 건축 공모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오는 술안주 거리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국 축구가 다른 나라에 패하면 늘 편파판정 이야기부터 나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축구는 비디오 판독이라는 기술 등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보완해 나간다. 왜냐하면 주관적 판정은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 심사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심사위원의 전문적 판단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어 객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때문에 기획설계 단계에서 작성될 수 있는 퍼포먼스 체크리스트는 보다 객관적으로 당선작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이 과정은 가감없이 공개되어야 한다. 속기 등을 통한 기록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개되어야 한다. 총평을 넘어 어떤 심사위원이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지 등 논의 과정이 공개되어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심사과정에 추가한다고 전문가들이 주관적인 의견을 개진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심사위원의 전문성은 우리가 제대로 된 공공건축을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존중해야할 여러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

1.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11조 심사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 1항에는 “심사위원회는 발주기관 등이 임명 또는 위촉한 5∼9인의 심사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발주기관 소속 임·직원은 전체 위원수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심사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박인수
숭실대학교와 동 대학원, AA스쿨에서 공부했다. 범아건축에서 근무했고, 아이아크 건축가들의 파트너로 일했으며, 지난 2010년
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사)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이며 (사)한국유니버셜디자인협회 이사이다.
임동우
임동우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설계 건축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이자 프라우드 대표다. 2013년 뉴욕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 참여 아티스트이다. 2017년 서울건축도시비엔날레에서 <평양살림>을 기획했으며 2019년 열릴 서울건축도시비엔날레에서는 도시전 큐레이터로 준비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