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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픽셀과 위상학으로 만든 신자유주의 시대 긍정성의 유토피아 | BIG

글
장용순
자료제공
BIG
진행
김보경 기자

「SPACE(공간)」 2026년 10월호 (통권 707호) 

 

Sluishuis Residences (2022) ©Ossip van Duivenbode 

 

 

신자유주의의 긍정성 

BIG는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건축 사무실 중 하나이다. BIG는 법규, 규제, 예산의 제약, 개발업자나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제한과 요구의 힘을 오히려 유도 선수처럼 이용해 창의적인 안으로 만든다. 아방가르드가 단순히 기존 세계에 부정적이고 저항적일 필요가 없고, 긍정적이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는 ‘예스 이즈 모어(Yes is More)’로 압축되는 생각은 BIG 작품 전반에 나타난다. 이런 생각은 신자유주의의 논리와도 일치한다.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에는 금지되는 것이 있었고, 상대방에 대한 부정이 자신의 긍정으로 작동했었지만, 신자유주의의 자본으로 매끈해진 세계에서는 부정이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할 필요가 없고, 무한한 긍정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Copenhagen Harbor Bath (2002) ©Rasmus Hjortshøj – COAST 

 

Copenhagen Harbor Bath ©Claus Logstrup 

 

 

모순 형용의 논리 

비야케 잉겔스는 자신의 건축을 모순 형용(Oxymoron)으로 설명한다. 겉보기에 대립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스키장+발전소=코펜힐, 로버트 모제스+제인 제이콥스=빅 U, 뉴욕 마천루+유럽 코트야드 빌딩=비아 57 웨스트, 즐거운(hedonistic) 지속가능성, 실용적 유토피아는 모두 모순 형용의 논리이다. 덴마크 해양박물관을 설명하면서 비야케가 말한 “살면서 죽는 것(To be and not to be)”은 그가 생각하는 모순 형용을 잘 설명한다. 이 말은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라는 햄릿의 말을 비튼 것이다. 배타적 양자택일이 아닌 포용적 긍정성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BIG의 작품에서 대립되는 두 가지 요소는 하나로 합쳐지면서 대립이 화해되고 와해되어 버린다. 철학에서 대립된 요소를 깊이 있게 사유한 개념으로 헤겔의 변증법, 쿠자누스의 ‘대립의 일치’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개념들은 대립된 요소가 사라지는지, 여전히 대립은 남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대립된 요소의 대조는 데 스틸, 르 코르뷔지에, 렘 콜하스처럼 건축가들이 즐겨 사용한 방식이지만 그 사용법에 따라서 다르다. 콜하스가 이끄는 OMA도 보이드/솔리드, 자연/인공, 이질성/동질성 같은 대조되는 요소로 작품을구성하지만, 대립되는 요소는 완전히 화해되지 않고 대립된 상태로 남아 있다. OMA는 대립이 유지되는 냉전적인 체계와, BIG는 대립이 사라져버린 신자유주의적 사유 체계와 궤를 함께한다. 

 

 

 

8 House (2010)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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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House ©Iwan Baan 

 

 

즐거운 지속가능성

BIG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주제는 즐거운 지속가능성이다. 이것은 북유럽적인 논리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비야케가 건축주와 이론가 모두를 설득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다. 코펜하겐 하버 배스는 즐거운 지속가능성의 시작점이고, 코펜힐은 모순 형용이 적용된 즐거운 지속가능성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행성을 위한 계획(Plan for the Planet)에서는 MVRDV 같은 데이터 계산의 방식으로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탐구한다. 

주로 ‘쾌락적’으로 번역되는 ‘헤도니스틱(hedonistic)’이란 단어는 철학적으로는 에피쿠로스 학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건축적으로는 콜하스로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다. 『Delirious New York(정신착란증의 뉴욕)』(1978)에 등장하는 유명한 굴 먹는 권투 선수의 장면이나, ‘엑소더스, 자발적 감금자들(Exodus, or the Voluntary Prisoners of Architecture)’(1972)에서 콜하스는 헤도니스틱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건축은 금욕적이어야 한다는 건축적 덕목에 반기를 드는 개념으로, 그 기원은 콜하스가 이반 레오니도프로부터 발견한 남녀, 연령, 계급을 조정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에서 비롯된다. 비야케는 이 개념을 북유럽적인 즐거움으로 해석해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콜하스의 쾌락이 사회적인 어두움과 고통의 그림자가 깔려 있는, 고통과 대가가 따르는 주이상스(jouissance)라면, 비야케의 쾌락은 한없이 밝은, 고통과 대조되는 기쁨(pleasure)이다. 

 

 

 

Danish Maritime Museum (2013) ©Iwan Baan
 

 

​진화론, 자연선택, 생명의 논리

비야케가 자신의 건축을 설명할 때 끊임없이 언급하는 다윈의 진화론은 OMA를 거친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와 파시드 무사비가 설립한 건축가 그룹인 포린 오피스 아키텍츠(FOA)도 사용했다. FOA는 작품집 『Phylogenesis(계통 발생)』(2003)에서 전체 프로젝트를 진화 계통도(evolutionary tree)에 맞춰서 설명한다. 비야케는 자신의 디자인 과정이 여러 다양한 변이들(설계안들) 중에 자연선택에 의해서 규제, 제약, 예산 등의 환경에 적응한 개체(대안)가 최종안까지 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진화론적 설명은 20세기 후반부터 생겨난 생물학적 패러다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주체의 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는 후기구조주의적 사고와 동시대적으로 볼 수도 있다.  

 

 

LEGO Brand House (2017) ©Rasmus Hjortshøj – COAST 

 

 

메타볼리즘, 메가스트럭처, 픽셀, 레고

BIG의 또 다른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메타볼리즘과 메가스트럭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BIG의 많은 프로젝트는 픽셀로부터 구성된다. BIG의 많은 건물들이 모쉐 사프디의 해비타트 67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BIG의 픽셀 개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기원은 레고에서 찾을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와 라이트가 프뢰벨(Fröbel)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기하학적 구성의 원리를 배웠다면, 덴마크인 비야케는 레고를 가지고 놀며 자랐다. 픽셀의 조합으로부터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은 레고의 방식과 유사하다. OMA는 픽셀이나 메타볼리즘의 전통보다는 인공대지를 만드는 네덜란드의 전통과 연결되는 반면, 레고의 픽셀적 특징을 이어받는 BIG의 건축은 자연스럽게 메타볼리즘, 메가스트럭처, 구조주의 건축과 연결된다. ​(후략) 

 

 

 

 

월간 「SPACE(공간)」 707호(2026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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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순
장용순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베르사유 건축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크 리포 설계 사무실에서 건축 실무를 익히고 프랑스 국가 공인건축사(DPLG) 자격을 취득했다. 파리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기오헌에서 실무를 쌓았고 현재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현대건축의 철학적 모험』 시리즈 1~4권과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 『도시의 정신분석』 시리즈 1~3권이 있다. 주요 작업으로 세운상가 공공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와 KB청춘마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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