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1월호 (통권 708호)

AI로 더 커진 물음표 앞에서 60년을 반추하며
60년 전, 「SPACE(공간)」가 첫발을 내딛었던 1966년 서울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이켜봅니다. 당시 서울은 박정희 대통령의 명을 받은 김현옥 서울시장의 진두지휘 아래, 도시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 덕분에 그는 ‘미스터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거대한 개발의 흐름 속에서 서울의 명물인 세운상가도 1966년에 그 첫 삽을 떴습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 기간 중 연 7.8%라는 고도성장을 이루어낸 시기였으니, 뜨거운 건설 열풍이 서울에 가득했습니다.
이 열풍 속에서 「SPACE」가 태어났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고 전쟁의 상흔이 여전했지만, 우리 문화·건축·예술계 주역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 앞에서, 「SPACE」와 한국의 문화·건축·예술인들은 지난 60년간 창의적인 해답을 세상에 내놓으며 응답해왔습니다.
서구의 역사관이 우상향 직선의 진보관이라면, 동양의 역사관은 순환하며 깊어지는 지혜의 여정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1966년 병오년은 60년 시간을 돌아 2026년 병오년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지난 60년은 유럽과 미국, 일본이 앞서 걸어간 든든한 선례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선례를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했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국화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정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인공지능(AI) 시대의 최선두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당혹스런 물음표를 창의적 설렘으로 바꿀 등대처럼
최근 AI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공간, 창작, 그리고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전문가 대신 AI가 순식간에 수많은 공간을 디자인해낼 수 있는 시대에, 내일의 방향과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SPACE」 앞에는 더욱 거대한 물음표가 던져집니다. AI가 인간의 지적·창의적 영역까지 잠식해가는 지금, 우리 문화·건축·예술가들은 과연 어떻게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까요?
AI가 이른바 ‘모범답안’을 더욱 잘 내어줄수록, ‘인간에게 공간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거주하고 누려야 할 공간의 진정한 온기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깊어집니다.
이제 시대는 정답을 맞히려는 노력은 그만 접고, 예측 불가능의 바다를 개척하는 모험가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낯선 탐험 길을 나서야 할 때, 우리는 더욱 과거의 경험, 즉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에 기대게 됩니다. 미래의 힌트는 과거 속에 이미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60년간 ‘저 멀리 구미에 어떤 해답이 있지?’라며 ‘멀리보기(遠視)’를 했다면, 다가올 AI와 초연결의 60년에는 ‘우리가 몰랐던 고유한 가치와 디자인’을 살피는 ‘깊게 보기(近視)’의 시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이유입니다.
가까운 한·중·일, 역동적인 동남아시아,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이라는 역사의 커다란 보물창고에 생각의 두레박을 깊이깊이 내려보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의 질주 속에서 신기술의 선취와 동시에 인간의 온기를 지켜낼 따뜻한 시선이 더욱 필요할 때입니다.
60년 만에 되돌아온 붉은 말의 해도 이제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60년간 「SPACE」가 이 시대의 등불이었다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새 60년에도 낯선 물음표를 창의적인 설렘으로 바꾸어낼 주역이 되리라 희망해봅니다.

황용철 발행인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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