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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티드 안토나스, 버려진 도시를 재충전하다

아리스티드 안토나스 × 김승덕
자료제공
발 드 루아르 프락 센터, 안토나스건축설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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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티드 안토나스는 그리스의 한 모더니스트 건축가 부부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파리 10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건축과를 졸업했다. 안토나스는 예술가이자 건축가이며, 소설가이자 철학자다. 그의 다채로운 직업은 건축적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그 결과물이 반드시 건축물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가 건축의 부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토나스는 아테네 구도심과 같은 도심지역의 쇠퇴현상을 크게 우려하며, 재생은 불가능하더라도 잠재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지역을 위해 다양한 장소나 상황에 적용 가능한 일련의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외피 없는 건축은 표피에 머문 형태적 건축에 기대지 않고 내부를 다루는 개념으로, 안토나스가 사용하는 방법론 중 하나다. 안토나스는 영국과 독일, 그리스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강연을 하고 있다. 탈공업화된 중부유럽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갈등에 대응하는 잠재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집단적이고 협업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최근에는 몇몇 특정 지역 민간단체의 의뢰를 받아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예술계는 외부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주제나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지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타협을 모르는 건축가는 주최측이나 계획자, 기획자에게 자주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안토나스는 세계적인 미술축제인 도큐멘타 14(Documenta 14)에 참여하기도 했다. 

 

©Martin Argyroglo / Courtesy of FRAC Centre-Val de Loire

외피 없는 건축은 표피에 머문 형태적 건축에 기대지 않고 내부를 다루는 개념으로, 아리스티드 안토나스가 사용하는 방법론 중 하나다.


김승덕(): 전시 이야기부터 해보자. 발 드 루아르 프락 센터에서 올해 열린 <무위(無爲)의 집(The House for Doing Nothing)>은 가장 최근 프로젝트다. 전시와 그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그리고 전시명 무위의 집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글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가? 

아리스티드 안토나스(안토나스): 나는 세상의 주목을 받으려고 지젝이 쓰는 접근법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어떤 때는 그가 존경스럽다. 그는 사회에서 한 발 떨어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사회를 관찰하고 사유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지식인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과거 지식인들의 특성이던 이 거리 두기(정보화시대인 오늘날에는) 실패한 요소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 영역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형성된다거나 그 사회의 진부함을 단순히 책임감과 연결 짓는 지젝의 주장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침대는 이러한 사회 시스템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과거의 침대와 오늘날의 침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오를레앙 프락 센터에서 열렸던 전시는 이 무위의 집연작의 마지막 작품을 선보이고, 무위의 현대적 의미를 밝히는 자리였다. ‘무위의 집(침대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오늘날 침대를 공공 공간으로 표현한다.

 

: 당신이 자란 아테네의 도시 상황 특히 그곳의 고고학 유적지와 버려진 도심 공간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것이 당신의 건축적 개념의 자료가 되었는가?

안토나스: 고고학은 서양의 현대 발명품이다. 나는 고고학적 관점에서 모더니즘에 흥미를 느낀다. 우리는 기존 도시 요소를 활용해 건물을 세울 수 있다현대적 공간을 부분적으로 제거하고 묻혀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고고학적 행위로써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 비워냄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야외 오피스는 테이블 48개, 의자 100개, 독서용 램프 48개, 9m 길이 책장, 프린터, 냉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에 공적 용도에 맞는 보편적 특징을 부여한다는 목적 아래 도시 매개물의 전략적 활용 방식을 보여준다. / Courtesy of Antonas Office

 

: 건축에 접근할 때 사회적, 도시적 맥락 안에서 연구하고 질문을 도출해낸다. 우리 시대 건축가의 역할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자연히 당신 작업의 핵심 주제인 프로토콜로서의 건축이라는 담론을 제기하게 한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안토나스: 현대 문화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는 행위를 만드는 (frame)’을 고안해 내는 건축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빈 공간이 가능성을 지니듯, 나는 건축을 이미 쓰여진 대본이 아니라 쓰여지는 과정 중에 있는 대본으로 본다. (대본에 적힌) 대사들을 통해 연기(행위)를 준비하는 것처럼 프로토콜을 통해 건축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대본을 쓰는 극작가로 기능한다.
프로토콜은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인 연극으로써 수행되는데, 연극으로서의 삶에 대한 인식은 진리와 진실성을 희구해 온 서양의 오랜 전통과 이를 뒷받침하던 이론을 대체할 것이며 이미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유구한 문명의 역사 속에서 이러한 서사적 전환을 따를 것이다.

 

: 건축적 장치로서 가구는 우리 일상 속에서 중요한 요소이자 도구다. 당신은 탁자와 침대 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탁자가 패배했다고 했다. 여기서 침대가 뒤로 물러나거나 사색하기 위한, 그러나 연결이 필요한 공간이라면, 탁자는 함께 모이거나 교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관찰에서 어떤 담론을 제기하고자 하는가?

안토나스: 나는 실제적 만남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사람들의 실제적 만남의 규칙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탁자의 역사는 이와 같은 사회적인 것의 쇠퇴현상을 드러내는 좋은 예다. 사회적인 것이 이렇게 쇠퇴하게 된 것은 네트워크 사회의 과잉 때문이다.

 

: 당신 작업에서는 극장이라는 개념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여기서 극장이란 시간에 기반을 둔 공연 행위와 연관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건축 작업에서 중요하게 드러나는 시간 개념인가? 당신 작품 속 극장과 시간 개념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가?

안토나스: 젊은 작가 시절 나는 다른 것보다 연극 대본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극장은 어떤 형태로든 건축적 담론에 늘 등장한다. 극장에 대한 중요한 이론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 프로토콜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구조의 진실성(truth in construction)’이란 명제는 본래 연극적 개념이다. 소위 말하는 시노그래피(scenography)의 포스트모더니즘적 재해석도 마찬가지다. 나는 도시를 일종의 연극 공연으로 해석한 알도 로시의 견해를 높이 산다.
로시의 해석이 지닌 독특함은 그가 제시한 고정된 경관(scena fissa)’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에 의하면 도시는 견고한 불변의 공간이며, 역사는 그보다 앞서 존재한다. 여기서 시노그래피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도시는 불변하는 시노그래픽적 경험이 되고, 플롯은 그 앞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처럼 견고한 도시 공간 앞에서는 무엇이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나는 건축가가 고정적인 배경을 만드는 장인에 머물지 않고 그 앞에서 벌어질 공연을 기획하거나 직접 출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 작품은 로시의 고정된 경관에 대한 응답이자 일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정교한 기교다. 나는 많은 인물이 출연하는 극본 작업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규범화된 일상에 질문을 던지고 평범한 것을 시험대에 올린다.

 

모임의 법칙은 본래의 오브제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되, 오브제의 다양한 배치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 Courtesy of Antonas Office

 

: 아테네 도심에 1,500곳이 넘는 빈 공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건축학교들이 아테네를 찾고 있다. 이런 상황이 흥미로운 잠재적 프로젝트를 낳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을까? 만약 그 빈 공간에 건축학교가 들어서서 잠재적 기관으로 활동한다면 어떨까? 아테네 도심에는 왜 그렇게 많은 빈 공간이 존재하는 것인가? 새로운 개발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

안토나스: 공익적 관점에서 그 많은 빈 공간들을 수용하는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새로운 개발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상태라 수도 중심부에서 그런 일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소유주들은 아예 매도하거나 에어비엔비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 이처럼 값싼 빈 대지들이 도심에 넘쳐나는 것을 보고 나는 유명 외국 대학들에게 그것들을 매입해 아테네 인문학 기관이나 도시 연구 부서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스로 들어오는 이민자 중 약 10%가 학생이다. 대학은 자신의 기준에 맞게 그들을 받아들이면 된다. 아테네 도심은 훌륭하고 생기 넘치는 도시형 대학 캠퍼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형태에 머물러 있는 대학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그들도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내가 제안한 텅 빈 대학(Empty University)과 수면 구역(Sleeping Area)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그것을 다양한 형태로 묘사한다. 사물들의 섬(Islands of Objects)은 소규모 모임의 특징을 포착해낸다. 소규모 모임은 미래 대학에서 극장형 강의실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아테네는 미래 대학의 시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새로운 도시 주거 개념까지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요나 프리드만과 같이 건물을 짓지 않으면서 건축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축가들이 있다. 당신은 이런 건축가의 계보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건축에 뛰어들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는 중인가?

안토나스: 나는 건축의 역사를 실현되지 않은 약속의 체계로 이해한다. 나에겐 건축사에서 실현되지 않은 부분이 여러 가지로 훨씬 더 흥미롭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듯, 나는 실용적인 공간 취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흔히 건축을 성공적으로 잘 설계된 제안이라고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구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건축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위대한 건축을 좇는 고고학자다. 그리고 (발견한 건축에 새로운 문맥과 기능을 부여하는 것으로써) 표시를 남긴다.

 

: 당신이 디자인한 건축을 보면 버려져 있는 건물들에 건축 요소를 삽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은 외형이 없는 건축물로 보인다. 이런 작품들은 당신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가?

안토나스: 나는 외형 디자인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 나에게 외형이란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을 이끄는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외부에 머무르는 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내부를 디자인하고 싶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이르면 나는 일련의 독립적이며 개방적인 조형물처럼 보이는 내부 구조에 매료되고 만다. 이 지점에서 확실히 구분해둘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벽이 없는 집(No Wall House) 작업과 수면 구역의 작업은 동일하지 않다. 기존 프로그램의 해체, 파편화된 전체에 속한 연결되지 않은 구성 요소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하다. 어쩌면 서로 다른 틀 사이, 사막과 도시 사이의 차이점 안에 우리가 살펴야 할 중요한 요소가 존재할 수도 있다.

 

연약한 기념비적 광장, 2014 Courtesy of Antonas Office

연약한 광장은 부분적 해체와 재배치, 집중을 통해 도시 내 빈 공간들을 하나의 공공 공간으로 통합해 쿠문두루 광장을 확장한 결과물이다.

 

: 그리스와 독일 그리고 지금 런던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당신의 건축적 활동 범주 안에서 교육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갈등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생계 수단을 이어가는 방식인가? 아니면 젊은 세대와 소통하거나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한 수단인가?

안토나스:나의 질문을 나눈다.” 이것이 교육에 대한 나의 정의다. 나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듣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교육자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안토나스: 프랑스 중부지역의 그랑시 르 샤토 (Grancey-le-Château) 근처 숲에 작은 집을 짓는 일을 맡았다. 숲으로 둘러싸인 넓은 부지에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들을 활용해 건축의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한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숲은 교회이자 모스크이자 환기장치다. 거기엔 이미 건축적 법칙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공간에 개입한다는 것은 기존 질서에 대한 예외를 만든다는 의미다. 겸손에 관한 아주 어려운 수업이었다. 


아리스티드 안토나스
그리스 출신 건축가이자 작가이자 시각 예술가다. 그의 핵심 화두는 ‘프로토콜로서의 건축’, ‘가정 영역 내의 기반시설’, ‘과장된 데이터 흐름에 기반을 둔 안정성’이며, 전통 설계 기법을 적용한 그의 문장은 법률과 고고학을 자주 인용한다. 파리 10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런던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 디자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큐멘타 14에 참여했으며, 스위스 건축박물관, 오스트리아의 포르알베르크 건축연구소, 프랑스 오를레앙의 프락 센터 세 곳에서 최근 작품들을 주제로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김승덕
유럽에서 거주하며 삼성문화재단(현 삼성미술관 리움) 자문 큐레이터(1993~2000)와 파리 퐁피두 센터 소장품 부서 객원 큐레이터(1996~1998)를 지냈다. 2000년 프랑스 아트센터 콩소르시움 뮤지엄(구 르 콩소르시움)에서 국제 전시기획 감독을 시작으로, 현재 공동 디렉터이다. 플라워 파워 문화수도 릴 전시(2004), 발렌시아 비엔날레(2005),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2007), 야요이 쿠사마 순회전(2008~2009), 린다 벵글리스 순회전(2009~2011)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프로젝트의 공동 커미셔너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카타르 도하 도시개발 공공미술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파리 팔레 드 도쿄의 프로그램 자문위원을 맡았으며, 2014~2016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용 공간의 예술감독으로(후랑크 고트로 감독과 함께 르 콩소르시움 팀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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