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4월호 (통권 689호)
급격한 인구 감소로 중소도시의 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건축계는 충분히 알고 있나? 중소도시의 재건을 위해서는 이제껏 답습해온 재생과 활성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소도시포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적 연구 대상에서 쉬이 배제되어온 수도권 밖의 현상을 주시하고, 위기를 대신할 도시·건축적 대안을 찾는다.
[Series] 소멸의 가능성, 중소도시포럼
01 수도권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02 도시 농도
03 도시 천공
04 소거 계획
05 덧대기 건축 1
06 덧대기 건축 2
07 세계적 중소도시
08 일시적 중소도시
09 탄력적 중소도시
10 환상적 중소도시
11 중소도시의 밖

2025 화천 산천어축제 전경, Image courtesy of Hwacheon-gun
근래 중소도시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시성’이다. 조금 더 좁혀 말하자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격차다. 전국적으로 확대된 이동성과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홍보하는 수많은 지역축제가 이를 부추긴다. 주민 수를 몇 배 뛰어넘는 인구가 하루 새 몰려들었다가 다음 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현상은 중소도시가 반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 듯 어떤 낙차는 힘을 만들어낸다. 중소도시포럼이 중소도시의 급격한 변화 주기 사이에서 무언가 다른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까닭이다.

중소도시의 프로그램 분화와 이동 반경 증가 도면(1970년대/현재, 자료 출처: 통계청). 1990년대 이후 중소도시 외곽에 신규 택지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구도심의 많은 시설이 이전·분화했다. 이로 인해 도시 면적이 급격히 확장되고 밀도는 낮아졌다.
1990년대 이후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도시 면적이 확장되는 급격한 공간적 팽창을 경험했다. 그러나 외형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인구수는 그에 비례해 증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구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 인구 밀도는 낮아졌고, 중소도시는 기능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새로운 공간 구조로의 변화는 도시민의 자동차 의존도를 증가시키면서 도시의 일상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가로에서는 보행자의 존재감이 점차 사라지고 도로 위 자동차 수는 점차 증가했다. 이 같은 도시 내부의 변화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에는 국토 차원에서도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고속도로가 전국적 망으로 확대되고 자가용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지방 중소도시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2000년대 이후 도입된 주5일 근무제는 여가 시간을 대폭 확대시키며 관광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많은 중소도시들이 관광산업을 도시 생존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련의 변화에서 중소도시에 발견되는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일까?

전라북도 남원시의 프로그램 분화와 이동 반경 증가 도면(1980년대/현재). 거주자들은 보다 다양한 도시시설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한 일상적 이동 거리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늘었다.
이동성의 증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다수 중소도시의 시가화지역은 지금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도시의 인구수는 현재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였고 좁은 면적 안에 많은 사람이 밀도 높게 거주하는 압축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중소도시 외곽에 신규 택지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도시 면적이 급격히 확장되면서 인구 밀도는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2010년 이후부터는 절대적 인구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중소도시의 저밀도 현상이 일반화되었다.▼1 이러한 변화는 도시민의 생활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과거에는 생활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구도심 시장만 방문하면 일상의 모든 필요가 충족됐지만, 이제는 신규 택지개발 지역에 들어선 대형 마트와 각종 할인 매장에서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공산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소비 시설들이 신규 택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유흥 관련 시설들도 구도심에서 분리되어 신규 택지개발 지역으로 이전했다. 일부 관공서들조차 신규 택지개발 지역으로 옮겨감에 따라 관련 일자리도 함께 분산됐다. 그 결과 중소도시 거주자들은 보다 다양한 도시시설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한 일상적 이동 거리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늘었다.
도시 내 이동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중소도시의 대중교통 체계는 계속해서 약화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다양한 집객시설이 신규 택지개발 지역으로 분산되는 가운데 인구마저 감소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은 줄어든 반면, 운행 노선의 길이는 늘어나 운송 회사들은 경영난에 직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길어진 배차 간격은 다시 이용자의 추가적 감소를 촉진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중소도시의 감소하는 인구와 증가하는 자동차 등록 대수(자료 출처: 통계청)
한편 신규 택지개발 지역에는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도시 내 자가용 보급을 확대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곳에 입지한 대형 마트와 상업시설은 구도심과 달리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춰 자동차 친화적 소비환경을 제공했고, 이 시기부터 중소도시 내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증가하는 추세가 관찰된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차량 중심의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드라이브스루(DT) 유형이 중소도시의 신규 택지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의존적 도시 구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도심의 모든 시설이 신규 택지개발 지역으로 이전·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소도시 거주자들은 두 지역을 하나의 통합된 생활반경으로 간주하며 끊임없이 이동하게 된다. 제한된 영역 안에 다양한 시설이 밀집하고 프로그램들 간 이용 시간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도시 전체가 활성화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넓은 지역으로 분산된 시설은 도시 작동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한곳에 집약되어 있던 시설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면서 시설들의 이용 시간대가 파편화되고, 이들을 이용하기 위한 이동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한 것이다. 서로 떨어진 시설들은 특정 시간대에만 일시적으로 활성화되었다가 그 시간이 경과하면 곧바로 비활성 상태로 전환되면서 시차를 두고 활력의 공백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도시 공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지속적 활성 상태를 의미하는 ‘도시성’은 약해지는 반면, 분산된 시설에 접근하기 위한 ‘이동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라북도 남원시 두꺼운 블록의 부족 주차 대수 현황 분석
도시 구조와 주차난
최근 30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중소도시의 인구수는 꾸준히 감소함에도 도시 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제천, 남원, 상주, 밀양의 주민등록 인구수 대비 자동차 등록 대수 비율은 각각 0.18, 0.14, 0.15, 0.17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그 수치가 0.58, 0.6, 0.64, 0.63으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도시 내 주차장의 주차 대수 비중은 이에 비례해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남원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 대비 주차 대수 비율은 6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타나는데 영천, 상주, 문경, 정읍은 각각 58.1%, 58.8%, 53.5%, 65.5%라는 낮은 주차 수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도시의 낮은 주차 대수 비중은 다음 두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중소도시 내 상당수 건물이 1979년 「주차장법」 제정 이전에 건립되었거나,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라도 현재와 같은 강화된 주차 대수 산정 기준이 적용되기 이전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둘째, 구도심의 상당 부분이 ‘두꺼운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SPACE(공간)」 680호 참고). 두꺼운 블록 안쪽에 위치한 필지들은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도로와 면하지 않아 개별 건물들의 주차장 확보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블록 경계 밖 도로변은 항상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블록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블록 내부에서 발생하는 주차 수요는 증가해 블록 경계 밖의 주차난은 가중된다. 예컨대 남원의 한 블록 안에는 22동의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22동의 근린생활시설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다. 현행 「주차장법」 기준으로 주차 대수를 산정해보면 이 블록 내에는 129대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82대의 주차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인구 감소로 인해 블록 안쪽에 천공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면서 늘어난 수치이며, 이 경우를 제외하면 한 블록 안에 65대의 주차만이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처럼 주차 수용 능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도시에서 등록 자동차 대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도로 영역에 주차 차량이 침투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도로를 침범하는 차량들은 블록 안쪽 거주자의 장기 주차 차량부터 점심시간에 일시적으로 주차하는 차량, 도로변 상가에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주차하는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용 시간대로 구성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이용 시간대의 차량들이 한데 섞이면서 도로는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다. 주차난을 해소하고자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주차 공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탄력적 운용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주차 순환 주기를 촉진하기 위해 노상 주차장을 유료화하거나, 가변 차로 노상 주차장을 조성해 주차 공간을 확보한 뒤 주기적으로 차로를 바꾸도록 해 장기 주차를 방지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도시에는 기존 주차 수요의 임계점을 뛰어넘는 이벤트가 계절적 주기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관광산업 발전으로 중소도시는 탄력적 운용의 임계점을 넘어섰다.

평일 비어 있는 공영주차장 모습(왼쪽, 남원 춘향골 공설시장)과 주말 피크타임 도로 위 차량들(오른쪽, 밀양 영남루 주변)
중소도시와 관광산업
국토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이로부터 지리적으로 떨어진 중소도시들은 점차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으며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수도권에 자리 잡으면서 연관 산업과 젊은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은 전통 제조업의 쇠퇴와 더불어 심각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어 지역에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계층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 여력의 약화는 지역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소도시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그 타격이 더욱 크다. 중소도시의 경제구조를 분석해보면 경제활동이 활발한 시가화지역에서 운영되는 사업체의 상당수가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보건·사회복지 등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원시 전체 산업의 81.7%가 서비스 산업에 해당하며, 정읍(79.4%), 공주(81.3%), 제천(84.7%), 영천(73.7%), 영주(83.6%) 등 다른 중소도시들 역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구성된 중소도시의 지역경제는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지역 주민만으로는 활성화에 뚜렷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며, 많은 중소도시가 관광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편 2003년도부터 시행된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도시민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가산업이 크게 확장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는 주말이면 여가 활동을 즐기기 위해 대도시권역을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확충된 고속도로망이 많은 중소도시들을 경유함에 따라 수도권에서 중소도시까지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과거에는 8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가 고속도로 개통 이후 3시간 내로 단축된 것이다. 1967년 국토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강릉·목포까지는 9시간, 논산·영주·단양까지는 6시간, 제천·공주까지는 5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이 모든 지역이 서울에서 3~4시간 이내에 도달 가능하다. 이와 같은 시공간의 압축으로 중소도시와 대도시권역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중소도시의 수도권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여가 시간과 접근성 확대로 관광객 유입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객의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15년간의 추이를 보면, 7대 광역시와 수도권을 제외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 예산이 2008년 1.3조 원에서 2023년 2.7조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더욱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남원시의 경우 2008년 35억 원에 불과하던 관광 예산이 2023년에는 465억 원으로 13배 이상 급증했으며, 상주시는 62억 원에서 169억 원으로, 영주시는 75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김제시는 65억 원에서 129억 원으로, 밀양시는 10억 원에서 194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증가한 예산은 많은 부분이 지역축제 운영과 홍보 비용으로 지출된다. 일례로 강원도 홍천은 1년에 6개의 축제를 개최한다. 5월에는 산나물축제, 7월에는 찰옥수수축제, 8월에는 맥주축제, 10월에는 인삼한우축제, 11월에는 사과축제, 1월에는 송어축제가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러한 일시적 이벤트는 전국 중소도시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대도시권역을 제외한 지역축제 수는 연중 총 783개다. 축제 기간을 고려할 때 하루 평균 약 15개의 축제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많게는 축제 40개가 하루에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역 축제 홍보를 위한 광고·홍보 및 마케팅 예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해보면, 상주시는 1.4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영주시는 1.6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영천시는 0.1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제천시는 4.8억 원에서 8.9억 원으로, 밀양시는 3.5억 원에서 10.3억 원으로 증액되었다.

중소도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관광부문 예산 변화 추이(2008~2023, 자료 출처: 지방재정365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열린재정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중소도시의 연도별 지역축제 개최 횟수(2017~2025, 자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성수기와 비수기
관광산업이 중소도시의 주요 경제 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성수기와 비수기에 중소도시 풍경의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 자료를 분석해보면 전국 중소도시 대부분에서 명백한 시기적 변동성이 감지된다. 남원시는 5월과 8월의 주말 관광객 수가 12월과 1월 주중 관광객 수보다 약 6.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동일 기간 속초(5.7배), 상주(6.5배), 영주(6.6배), 영천(6.9배), 공주(5.2배) 등 다른 중소도시들도 모두 5배 이상의 계절적 편차를 보인다. 이러한 계절적 편차는 도시의 일상생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다. 특정 시기가 되면 외지인들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피크 타임이 발생한다. 이때가 되면 서비스 수요가 정점에 달하고, 주차난은 임계점을 넘어 혼잡도가 극에 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도시는 다시 한적한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활성화되고 그 외 시간에는 사람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는 방식으로 도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동성은 지역 오일장에서도 발견된다. 오일장은 중소도시에 남아 있는 오랜 전통으로 장이 서는 날이면 도시 밖 농촌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가 장이 끝나면 흩어지는 일시성을 갖는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지역 소비층이 감소하는 반면 관광산업 의존도는 높아지면서 단순히 지역민을 위한 상거래 공간이라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 외지 관광객을 겨냥한 문화 소비 공간으로 오일장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일부 오일장은 관광객 수요에 맞춰 정해진 날짜를 주말로 옮겨 ‘주말장’으로 전환하고,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 위한 다양한 오락 기능을 접목하고 있다. 그 결과 중소도시에서 주중과 주말 간 인구 편차는 크게 벌어진다.
중소도시의 급격한 변동성은 도시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부로부터 순간적으로 유입된 많은 인구를 응대할 수 있는 일시적 노동력이 필요해지고, 이들을 오게 할 유인책이 필요하며, 이들이 임시로 거처할 시설이 필요해진다. 또한 관광산업 비중이 커지고 이동성이 중요해지면서 특정 기간 급증하는 주차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임시 주차 공간이 필요해진다. 이렇듯 중소도시에 여러 차원으로 침입한 ‘일시’의 개념은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며 형성된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지역공동체 개념에 균열을 일으킨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전통적 지역 공동체의 비중이 점차 축소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변동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일시성은 쇠퇴하는 중소도시의 새로운 특성이 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형태의 도시 모델을 기획한다면 밀집한 도시환경이 만드는 도시성이나 항시적 활력에 기초한 ‘압축도시’ 모델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는 급격한 변동성과 일시성에 탄력적으로 응대하는 느슨하고 분산된 형태의 새로운 도시 모델을 상상해야 하는 것이다.

2024년 주요 중소도시의 월별, 일별 방문자 수(자료 출처: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성수기와 비수기, 주말과 주중 간 편차가 두드러진다.
성수기의 이면
앞서 설명했듯 성수기와 비수기 사이의 격차는 중소도시의 주차 체계, 그리고 몰려드는 관광객을 응대하기 위한 단기 인력 수급 체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이미 만성적 몸살을 앓고 있는 중소도시에 특정 이벤트로 급증하는 차량 유입은 주차난을 더욱 가중시킨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지를 매입해 주차 타워를 건설하거나 토지 소유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주차 공간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는 또 다른 도시적 반작용을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진다. 성수기 수요에 맞춰 확보한 주차 공간은 비수기에 접어들면 대부분 텅 빈 채로 방치되기 때문이다. 결국 방치된 상태가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차지하게 된다.▼2 또한 단기 인력의 투입은 이들이 임시로 거처할 수 있는 시설을 수반하므로 중소도시 안에 새로운 거주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확보가 어려워진 단기 노동력을 외국인 근로자가 대체하고 있는 현상(「SPACE」 687호 참고), 국가 차원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증가 현상이 교차하면서 지방 중소도시만의 흥미로운 경제 체계가 수립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는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 사례다. 다음 호에서는 속초시를 중심으로 일시적 노동력과 임시적 거주 공간 그리고 주차 공간이 탄력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현상이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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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도심에 위치한 3층 이상 건물의 과거와 현재 풍경을 비교해보면 도시가 저밀도로 변모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남원 구도심 건물의 모든 층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현재는 1, 2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층이 비어 있고 최근에는 1, 2층 프로그램마저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건물은 물리적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빠져나가면서 구도심은 과거와 같은 도시적 활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옅어진 도시 농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SPACE(공간)」 677호 참고.
2 중소도시에서 발생하는 공지의 사용 패턴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SPACE」 680호 ‘도시 천공’과 681호 ‘소거 계획’에서 자세히 다뤘다.

(위) 과거의 다극 체계 교통 시스템(자료 출처: 건설부, 「전국 교통량도: 전국교통량조사보고서부록」, 1986)과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된 일극 체계 교통 시스템(도시간 버스 유동량 기반 분석, 자료 출처: 국가교통DB) 비교. 수도권과 중소도시 간의 연결성이 강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 과거의 전국 이동 시간 등시선도(자료 출처: 건설부, 「국토종합개발계획」, 1967)와 현재 전국 이동 시간 등시선도 비교. 서울에서 국내 전역까지의 이동 시간을 등시선으로 나타낸 지도다. 전국적으로 고속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전반적 이동 시간이 크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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