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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근생의 방도 ─ 지역: 접근성

사진
김용관
자료제공
로디자인
진행
윤예림 기자

「SPACE(공간)」 2025년 3월호 (통권 688호) 

 

DIALOGUE​

김동진 홍익대학교 교수 × 이성용 실 건축사사무소 대표 × 조항만 서울대학교 교수

 

지역: 접근성

 

서교 게슈탈트(2023)

 

 

땅의 유전자

조: 김동진 근생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럿이다. 대지가 대로변에 있는지, 작은 길가에 있는지. 평지인지, 경사지인지. 건축주의 성향이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김동진이 중시하는 외부 조건들을 나열할 수 있겠다.

 

김: 한 가지 기준을 들기 어렵다. 돌아보면 프로젝트를 견인한 요소가 때마다 다르더라. 그럼에도 강력한 요소 하나를 꼽자면 땅이 가진 고유한 속성이다.

 

이: 서교 게슈탈트(2023)와 후암 카르스트(2023)는 지역의 명확한 인자에 대한 분명한 반응이 보인다. 서교동의 홍익대학교(이하 홍대)라는 문화적 인자, 후암동의 남산이라는 역사 및 자연적 인자가 설계에 하나의 뚜렷한 목표점을 주지 않았나.

 

서교 게슈탈트 코어 

 

서교 게슈탈트​ 5층 외부 

 

김: 땅에 얽힌 배경을 파악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곤 하는데, 확실히 서교동과 후암동에서의 작업은 시작부터 강남의 근생과 전혀 달랐다. 예를 들어 서교 게슈탈트는 1980년대 건축가 김기석이 설계한 ‘우리마당’을 비롯해 홍대 앞을 이뤘던 붉은 벽돌 거리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아기자기한 형태의 벽돌 건물들은 특유의 예술적 감성과 문화적 정서가 충만한 장소로 홍대를 변모시켰다. 이제는 북적이는 상업 지구 속에서 그 시절의 정서를 찾기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문화적 유전자로 남아 새로운 전경(figure)을 뒷받침하는 배경(ground)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장소는 기억 속에서 공유되며 도시는 끊임없이 장소를 생성하는 순환의 장이 된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전경-배경(figure-ground) 원리를 적용해 지역의 맥락을 풀어보았다. 지역의 잊혀진 기억을 이 시대의 새로운 문화로 포용할 수 있다면 지역의 진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후암 카르스트는 어떤가? 이번 여섯 작품 중 유일하게 전면이 유리다. 남산 성곽길을 향한 뷰를 의식한 듯하다.

 

김: 후암 카르스트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근대 주거사의 중요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후암동의 역사적 의미, 남산의 자연경관과 녹지, 대지 서쪽으로 서울역과 빌딩 숲의 혼잡함, 남쪽으로는 상업시설과 오래된 주거지역이 교차하는 땅 위에서 어떻게 건축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유연한 장소가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카르스트가 오랜 세월 지형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되는 것과 같이, 형태가 단계적으로 반응하며 변형되는 과정을 건축적으로 구체화했다. 처음 계획할 때는 남산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담으면서 용적률을 채우려다 보니 남산과 대립하듯 서 있는 건물 형태가 남산의 기운을 거스르는 듯 보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을 통유리로 열어 자연을 향해 개방하고, 건물 중앙부를 침식시키듯 비워내 자연의 흐름이 내부까지 스며들도록 했다.

 

후암 카르스트(2023) 

 

 

가로의 입장

조: 두 프로젝트에서 주차를 보면 서교동은 기계식 주차장, 후암동은 자주식 주차장으로 풀었다. 평지와 경사지의 차이일까? 김동진은 후암 카르스트처럼 경사지에 위치한 근생에서 저층부에 다양한 방향의 접근성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 같다. 레벨 차를 이용해 사람을 불러모아 거리에 활력을 주고자 함일 것이다. 그 바람이 주차로 인해 틀어지는 경우를 불식하려는 태도가 종종 발견된다.

 

김: 후암 카르스트는 저층부에 주차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건물이 가로변을 답답하게 가로막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숨통을 틔우는 방식을 고민해 보행자를 배려했다. 그 결과 주차와 진입 공간을 작은 조경 공간과 함께 열린 필로티로 구성했고 이를 관통해 건물 너머 아래로 펼쳐지는 도시경관이 바라보이도록 했다. 공간이 가로와 시각적으로 연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와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조: 거리 만들기 개념과 보행자의 관점에서 근생의 주차는 중요한 문제다. 이중 주차 주차장이 형성하는 거리와 가게 입구들이 형성하는 거리는 확연히 다르다. 주차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근생에서 공공성을 논할 수 있는 부분 아닐까.

 

후암 카르스트​ 코어

 

후암 카르스트 5층 내부 

 

김: 작은 땅에 근생을 짓는 경우 주차 계획이 설계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주차 방식에 따라 건물 배치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첫 열쇠가 건축가에게 없는 경우가 많다. 나는 땅이 주어지면 우선 가능한 주차 방식의 경우의 수를 모두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면 100평 이하 땅의 건물에서 다섯 개 정도 방법이 나오고, 안정적 배치를 추리면 결국 두세 개의 선택지만이 남는다. 그 가운데 공공의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한 안이 분명히 있다. 흥미롭게도 그러한 안이 건축 형식과 접근성 면에서도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건축적으로 더욱 가치 있는 안을 제안하지만, 언제나 건축가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 젊은 건축가에게 근생 의뢰가 들어오면 50~60평 정도 되는 땅이 대부분이다. 좁은 땅에 설계비와 시공비도 한정적인 상황에서 건축주에게 경쟁력 있는 평면을 짜려면 공공의 이익에 대한 생각은 할 새도 없을 때가 많다.

 

김: 근생의 주차 방식으로 얼마나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파생되는 외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근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접근성과 직결된다. 접근성은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경사진 대지에서는 설계 방식에 따라 1층뿐 아니라 2층과 지하층까지도 가로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 가로에서 건물 내부로의 진입이 원활해지면 건축물 자체와 함께 주변 거리의 순환과 흐름까지 개선된다. 이는 인근 거주민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다. 공공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공공시설이나 공공공원 같은 공적 프로그램이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공성은 시설물이 아닌 가로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 조그만 건물들도 저마다의 방식과 배려로 공공성을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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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88호(2025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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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김동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서울건축에서 실무를 익혔으며, 프랑스 파리 벨빌 국립건축대학에서 수학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주)로디자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건축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작으로는 공주 파크애드호크라시, 이태원 블로피시, 논현 마트료시카, 청담 마치래빗,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 바티 리을 등이 있다. 31·38·42회 한국건축가협회상, 1회 젊은건축가상, 미국 더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 2019,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 2015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이성용
이성용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그 후 미국 뉴욕의 모리스 사토 스튜디오와 로스앤젤레스의 NBBJ에서 실무를 한 뒤 2015년 귀국해 해안건축에서 근무했다. 2019년 실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EH마린하우스, 신사 삼원가든 본관, 샌디박스, PLUTO, JUPITER 등이 있다. 2020 울산광역시 건축상 건축물부문 최우수상,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장려상(2022)과 아름다운 건축상(2023, 2024) 등을 수상했다.
조항만
조항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경영위치 건축사사무소,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뉴욕의 그린버그패로우 아키텍처에서 실무를 거친 후, 뉴욕 H 아키텍처의 설립에 참여해 디자인을 총괄했다. 201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지영과 함께 탈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 정부세종청사 1-1, 2-2, 2012 여수엑스포 국제관,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2010 WAN 올해의 건물상, AIANY 디자인 어워드(2009, 2010),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2016),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본상(2018), 우수상(202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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