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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지역사회권적 주택: 야마모토 리켄, 판교 하우징 ①

글
김보경 기자
사진
김영부(별도표기 외)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지난 10월 18일, 「SPACE(공간)」는 백진(서울대학교 교수)의 초청으로 202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판교 하우징에 다녀왔다. 판교 하우징은 그가 주창한 지역사회권 개념을 처음으로 담아낸 공동주택이다. 판교 하우징이 지어진 지 어언 14년, 야마모토가 이러한 주거 실험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또 주민들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앞선 취재기에서는 야마모토의 ‘지역사회권’ 개념을 중심으로 판교 하우징 답사 현장을 스케치한다. 이어 백진, 한상우(전남대학교 강사)는 판교 하우징의 투명한 현관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야마모토가 이루고자 한 혁신을 짚어낸다.

 

①첫 번째 지역사회권 실험의 여정

②이유 있는 투명함: 현관방과 마당의 은유적 재현 

 

©Kim Bokyoung 

 

 

첫 번째 지역사회권 실험의 여정 

 

지역사회권, 거주 시스템에 대한 혁신 

판교 하우징(운중블록 B5-2, 현 월든힐스 산운마을 2단지)의 설계자 야마모토 리켄은 올해 프리츠커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역사회권’이라는 새로운 거주 시스템을 제안하며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해체하고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다. 그가 지역사회권을 제안하게 된 배경은 거주자가 아닌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주택이 만연해진 사회였다. 4인 표준 가족을 위한 주택 공급(이하 1가구 1주택) 시스템은 계속해서 공고해져 왔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1가구 1주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가정 내에서 육아, 간병, 복지 등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졌고, 기후 위기가 눈앞에 도래한 지금 멀리 떨어진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각 주택에 보급하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마모토는 『地域社会圏主義(지역사회권주의)』(2012)▼1에서 1가구 1주택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육아, 간병, 복지, 에너지, 교통, 지역경제 등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어 1가구 1주택이라는 가족 단위 거주 방식이 아닌 500여 명 규모의 개인 단위 거주 방식인 지역사회권 모델을 제안함으로써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권 안에서 개인은 ‘집’을 임대할 수 있다. 집은 작은 전용 부분인 ‘침실’과 이를 보완하는 커다란 공용부인 ‘개방 공간’으로 구분된다. 이전부터 주택에는 사적인 공간과는 별개로 외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존재했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주택이 대량 공급됨에 따라 주택이 밀실화됐다. 사적인 공간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작금의 집에 공적인 공간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Kim Bokyoung 

 

판교 하우징은 야마모토의 지역사회권 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한 공동주택으로, 야마모토의 프리츠커상 선정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판교 신도시의 저층 연립주택 지구, 총 세 단지(B5-1, B5-2, B5-3)에 기존의 공동주택 단지와는 차별화될 저밀도, 저층의 고급연립주택 주거단지를 조성하고자 국제지명설계공모 방식으로 설계자를 선정했다. 아홉 명의 해외건축가를 지명해 세 명의 건축가를 선정했고, 선정된 건축가 중 하나가 야마모토 리켄이었다. 그가 태어난 중국도, 살아온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사회권 개념을 담은 주택이 실현된 것이다. 야마모토의 설계안의 핵심은 ‘시키(閾)’ 혹은 마루 공간이다. 유리로 둘러싸인 시키는 각 집의 확장된 현관인 동시에 사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는 주택에 포함된 공적 공간이다. 각 세대는 시키를 통해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용 데크와 연결된다. 각 주택의 1층에는 개인 정원과 정원을 마주 보는 방이, 2층 시키의 상층에는 거실 또는 부부용 침실을 배치할 수 있게 구성했다. 

 

©Kim Bokyoung​

 

야마모토 리켄의 두 번째 판교 하우징 방문 

다소 파격적인 투명성으로 인해 미분양의 설움을 겪었으나, 판교 하우징의 주민들은 실제로 살아 보니 너무 만족스러웠다며 입주 10년 후인 2020년, 야마모토를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프리츠커 수상 후, 주민들은 또 한 번 야마모토를 초청했다. 야마모토 리켄과 답사에 참여한 우리는 세 가구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집은 2층 시키를 미술학원으로 운영 중인 김미경의 집이었다. 야마모토는 미술학원을 돌아보며 자신이 의도한 대로 시키를 이용하고 있다며 아주 기뻐했다. 이외에도 건축가로서 야마모토의 설계를 좋아해 이곳에 살게 됐다는 원성제 부부는 1층 주방을 더 넓게 확장해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두 아이와 부부, 고양이 진저로 구성된 또 다른 가족은 1층 거실에 가벽을 설치해 방을 하나 더 마련했고, 3층 아이들 방에는 높은 층고를 활용해 그물망이 쳐진 다락을 만들어 놀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듯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공간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1층과 지하는 철근콘크리트를 통해 내력벽 구조를, 2층부터 위로는 철골 기둥을 사용한 복합 구조 방식 덕이다. 2층 위로는 내력벽이 없어 옆집과 맞대고 있는 벽을 트기만 하면 하나의 집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철근콘크리트조를 사용하는 데 비해 복합 구조 방식이 공사비가 높아 발주처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공간구성이 가능하도록 복합 구조를 유지했다고 한다. 야마모토는 판교 하우징을 돌아보며 “시키에서 수익을 얻어 커뮤니티 유지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더 나아가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카페나 바를 운영할 수 있기 바랐는데, 주거전용 지역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기존의 주거전용 주택을 지역사회권화하기 위해서는 조닝을 초월한 탈주거전용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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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에서는 『마음을 연결하는 집』으로 번역되어 2014년 출간됐다​.

 

 

 

월간 「SPACE(공간)」 685호(2024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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