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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 관찰자 해석자 그리고 건축하는 자 | 정이삭 +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글
윤승현
사진
노경(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모든 창작물을 원작자만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하긴 원작자마저도 자기 작업의 원류, 과정 속의 변화와 가치가 무엇인지 다 기억하기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가능에 가까운 이러한 과정을 살짝 분해해 나누어 살펴본다면 모두는 아니더라도 일련의 과정상 어떤 동기와 기회가 이와 같은 결과와 또 다른 기회를 낳게 했는지 그 기운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 작업은 아주 복잡한 사고 체계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채 흘러가지만 관찰과 해석, 그리고 구상의 과정이 반복 재생산되면서 실체의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이하 에이코랩) 같이 난해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이해하고픈 당사자로서 이 방식을 활용해본다면, 조금은 그 힘겨움 너머 서광 같은 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N작가 주택(2024) ©Choi Yongjoon​

 

관찰자 에이코랩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집은 땅 위에 지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건축은 독립적이기 어렵다. 이 또한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건축물은 그냥 이유 없이 지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목적이 있고, 생산자인 건축가뿐 아니라 이용자인 사람이 개입한다. 개입과 기준, 그리고 한계가 있는 행위가 건축이기에 몇몇 이상주의자들이 부르짖는 온전한 건축의 자율성은 허상일 수 있다. 그럼에도 건축가는 여러 복잡한 상황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자율적 사고를 꿈꾸기 마련이다. 벗어날 수 없다면 받아들이되, 선택하는 자유를 택한다. 이는 취사선택의 취향이 아니라 포용적 수용체로서의 선택적 인자를 받아들이자는 태도일 것이다. 반응한다는 태도에서는 수동적일지 몰라도, 선택하고 요리하는 자로서 건축의 자율성을 취득하는 것이다. 문제는 선택의 대상을 어떻게 발굴하느냐다. 여기서 건축가의 색에 따라 건축물의 성격이 갈린다. 에이코랩의 선택은 그런 측면에서 유별나다. 비록 건축주의 관심과 언급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연희동 N작가 주택(2024)은 우수 드레인을 전면에 드러낸다. 일반적인 드레인의 형상과 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확장되어 부족한 구조의 보강재로까지 확장시켰으리라. 가급적 뒤로 물려 잘 보이지 않게 하는 드레인을 한가운데 배치한 점은 적어도 건축 이슈를 선점하는 바탕이 된 듯하다. 건축의 과정을 이야기로 견주어본다면 주인공일 수는 없으나 모든 주제의 배경적 바탕일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가뜩이나 좁은 거주 영역을 할애해 2층의 좁디 좁은 발코니를 넓혀 높은 지대의 전망을 한껏 누리게 변모시킨 점은 세심한 관찰력 없이는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다. 있기에, 앞서(2024)에서 정수장이라는 폐기반시설에 대한 이질적 모습에 흥미를 느낀 것은 건축가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월을 거치며 거칠게 낡아버린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만, 그렇다고 거북하지는 않은 대상에 건축가는 흥미를 느꼈으리라. 하지만 조금 더 진전된 의식이 발동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혹 그대로라도 충분하다고 느낀 건 아닐까? 이리 의심하는 건 예산이 반에 반토막 나 사업이 불확실한 마당에 오히려 그 비용으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발주처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확신이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는 무모하게 우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정이삭의 전력 때문인지 예술인들의 의뢰가 심심치 않고 갈현동 주택인 하나에 하나를 더한 띠(2022)의 건축주도 화가 부부다. 그래서인지 내밀한 공간에 대한 선호가 있었던 것 같다. 다소 폐쇄적인 조형으로 구상한 데다가 튀는 파란색 타일로 마감된 이질적 모습으로 동네와 어울리기 어려운 모든 형식을 갖추었음에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스테인리스 난간 형식의 루버 때문은 아닐지 상상해본다. 그전부터 동네의 일상 풍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상에 관심이 많은 그들의 습성으로 인해, 동네 어디에나 있는 발코니의 스테인리스 난간을 눈여겨보고 있었을 수도 있고, 이를 동네의 표상으로 인식해 형식을 바꿔 동네와 표정을 맞춘 건 아닐까? 그들은 분명 관찰자로서의 혜안 없이는 발굴될 수 없는 선택을 그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윤색해 드러내는 감각을 갖췄다. 사회와 이격된 생각을 할 수 없다면 사회에서 용인하는 대상을 가감 없이 수용하되, 그들의 의지를 담는 방식으로 다루는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이 전형적인 건축가의 태도와 구상 방식이 아닌 다분히 예술가적 접근으로 건축을 대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하나에 하나를 더한 띠(2022)​

 

​해석자 에이코랩

N작가 주택에서는 평상이 침실을 대신한다. 에이코랩이 주목해왔던 노란 평상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런데 왜 바깥에서 쓰이는 평상이 안에 들어왔을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침대를 대체할 수 있을까? 모든 걸 올바로 추적할 수는 없지만, 시작은 지하의 활용을 위해 낮은 높이를 보완해보려는 건축적 구상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들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평상을 소급해왔다. 걸터앉기에 안성맞춤인 높이의 평상은 모든 사람을 환대한다. 모든 일이 일어나고, 늘어짐을 반기는 장소가 평상이니 거주지이자 화가의 작업 공간에서 평상적 가치를 갖는 공간이 바로 침실이어야 했을 것이다. 평상에 대한 의미와 해석은 늘상 그러려니 하던 침실을 아주 특별한 장소로 격상시킨다. (하략)

 

 

월간 「SPACE(공간)」 683호(2024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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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정이삭은 2013년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으며, 동양대학교 교수다. 폭넓은 건축 작업을 하며, 건축 및 현대 미술 전시에 작가나 기획자로 참여해왔다. 2016 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 큐레이터 및 작가), 2016 베이징디자인위크(한국관 큐레이터), <캠프 2020>(예술감독)에 더해 ‘서울은 미술관’, ‘한강예술공원’ 등 여러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 전시된 바 있다. 저서로는 『더 서울, 예술이 말하는 도시미시사』(공저, 2016) 등이 있다.
윤승현
윤승현은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로, 2004년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를 개소한 이래 20년여 동안 건축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새건축사협의회, 공공건축가 등의 활동을 통해 건축계에 건강한 풍토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촌 홍현, 구름정원협동조합주택, 영주 조제보건진료소, 도화동 복합청사 등의 대표작을 통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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