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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으로 확장되는 종교 공간

자료제공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진행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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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종교 공간에서 음향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종교 공간은 목회자의 설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음악을 수용하며 지역공동체의 문화 공간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좋은 음향을 뒷받침하는 데에는 음향기기의 성능에 앞서 건축 공간의 형태와 구조, 마감재에 따른 건축 음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30년간 종교 공간을 비롯해 콘서트홀, 공연장, 다목적홀, 경기장 등 다양한 공간의 음향설계를 담당해온 정완진(오에스디 엔지니어링 대표)을 만나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사례를 통해 종교 공간에서 음향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나아가 현재 한국의 종교 건축에서 음향적으로 보완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에서는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Lee Sanggak 

 

인터뷰 정완진 오에스디 엔지니어링 대표 × 김지아 기자​

 

김지아(김): 다양한 공간의 음향을 설계해왔다. 콘서트홀이나 공연장처럼 흔히 음향이 주가 된다고 여겨지는 공간과 종교 공간의 음향은 어떻게 다른가?

정완진(정): 교회가 갖는 음향적 특성은 한 공간 안에서 설교, 예배, 성가, 성음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설교는 말소리의 명확한 전달을 목적으로 하기에 짧은 잔향(홀의 울림)을 필요로 하지만 풍성한 성가, 찬양, 음악 연주에는 긴 잔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 보니 전문 공연장의 음향설계보다 까다로운 지점이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는 교회 건축의 음향설계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음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가 이루어지면 완공 후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해결하는 데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겪는 경우가 많다. 종교 공간의 외형적 완성도만큼이나 음향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김: 음향설계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 전문 공연장의 경우, 건축물의 형태, 마감재, 차음 및 단열 구조에 따라 음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건축설계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건물의 용도와 규모가 결정되면 건축가와 음향설계자가 한 팀을 이뤄 콘셉트를 세우고 그에 따라 평단면 계획, 홀과 부속실의 배치, 실 마감 구조 등을 순서에 따라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종교 건축물의 경우, 초기 설계 단계부터 협업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설계 후 참여하게 된다. 벽, 바닥, 천장 등의 구조와 마감재를 고려해 공간의 목적에 맞는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를 진행한다. 

 

김: 먼저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SPACE(공간)」 647호 참고)의 이야기를 해보자. 미사와 전례가 이루어지는 종교 공간이면서 동시에 여러 장르의 공연을 담는 문화 공간으로 기획됐기에, 높은 품질의 음향을 구현하는 일이 중요했을 것이다.

정: 마리오 보타의 초기 설계가 끝난 뒤 참여했다.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은 마리오 보타의 종교 건축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데, 초기 설계안은 지금보다 큰 규모였다. 소리는 물체에 닿아 흡수되거나 투과되며 반사되는데 평면이 지나치게 크면, 즉 좌우와 앞뒤 공간이 과도하게 넓으면 소리의 아늑함, 안락감, 명료성 등이 떨어진다. 음향뿐 아니라 건축의 관점에서도 규모가 크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마리오 보타는 평면을 가로 10m, 세로 10m가량 줄이고 천장을 약 4m 높였다. 줄어든 평면 계획에서는 초기 반사음을, 높인 천장에서는 후기 반사음을 확보해 음의 세밀성과 근접성, 풍요성을 끌어올렸다. 

 

김: 측벽과 천장의 곡면이 음향적으로 취약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정: 곡면의 반사음은 다수의 지점으로 모여 불균질한 음장을 만들고, 반향(에코)이 발생해 연주나 청취 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즉 위치에 따라 강한 음향 초점이 재반복 반사되어 비평탄한 잔향 특성을 만든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곡면은 소리가 골고루 울려퍼지도록 하는 음향설계의 목표에 반한다.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에서는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Lee Sang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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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아치형 천장과 반원형 측면 제실, 두 개의 높은 탑 등 음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어떻게 극복했나?

정: 먼저 대성전의 아치형 천장이 막혀 있으면 반사된 소리에 의해 에코가 발생할 수 있어 소리가 통과할 수 있는 틈을 확보하고자 했다. 마리오 보타와 한만원(HnSa 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천장 구조를 가운데가 비어 있는 트러스 구조로 바꾸고, 개구율이 50% 이상인 목재 루버로 마감했다. 천장 내부는 반사면으로 구성하고, 철판 등 떨리기 쉬운 얇은 판재들은 뒷면에 고무판을 밀착해 판 진동을 억제했다. 이렇게 바뀐 구조에서는 잔향 시간이 길어져 적절한 울림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루버 사이로 되돌아 나오는 소리가 분산돼 에코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잔향감을 더해 마치 소리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측면의 제실들은 반원형 형태로 소리가 모이는 현상을 일으킨다. 건축가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고 다양한 형태로 요철을 주어 소리가 여러 지점으로 흩어지는 난반사를 꾀했다. 나아가 48m 높이의 타워에서 발생하는 울림이 대성당 안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반원 형태의 직선 부분에 유공 흡음 석고보드를 덧댔다. 이에 더해 대성당 양측면의 부속 계단실과 전실 공간의 상부 벽을 일부 개방해 연주음이 전실 공간으로 유출된 후 다시 성당 내로 유입되도록 했다. 즉 이 열린 공간을 음향적 챔버로 활용해 풍성한 음향을 구현했다. 

 

김: 울림이 있는 성당과 달리 로비는 차분한 느낌을 준다. 마감재를 어떤 방식으로 달리 활용했는지 궁금하다.

정: 미사와 전례, 음악 연주를 수용하는 홀은 적당한 울림을 필요로 하지만, 로비는 입구에서 들어서 처음 마주하는 공간이자 대화하는 공간으로 울림이 적어야 한다. 이를 고려해 천장 구조가 특정 저주파를 흡수하도록 흡음재 배면 구조에 구멍을 냈다. 이를 통해 음향의 중립성, 즉 맑은 음향을 확보했다. 

 

김: 음향의 해결책을 건축가와 조율해나간 과정이 궁금하다.

정: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은 좋은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클라이언트와 건축가, 음향설계자가 합심한 프로젝트다. 설계안에서 예측되는 음향적 결함에 관해 이상각(천주교 수원교구 남양 성모성지 전담 신부), 한만원, 마리오 보타와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건축 구조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찾아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에도 미사는 물론 수준 높은 클래식 심포니 홀의 연주음을 담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남양 성모성지 대성당에서는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고, 연주자나 관객 모두 여느 공연장 못지않은 음향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

 

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SPACE」 623호 참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교회나 성당이 아니라 기념 공간인 만큼 건축도 다른 특성을 갖는다. 주요 공간인 콘솔레이션홀의 음향설계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정: 콘솔레이션홀의 건축설계는 이곳이 천주교인의 성지에 세운 건축물이라는 맥락을 고려해 침잠하는 공간, 즉 침묵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콘솔레이션홀의 맞은편에는 외부로 열린 하늘광장이 배치됐는데, 음향의 관점에서 두 공간의 대조를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 성격을 띠면서 일반인이 방문하는 문화 공간인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이곳에서 작게나마 연주나 공연이 열린다면 박물관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퍼포먼스가 상시 개최되지는 않더라도 필요에 따라 문화 행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연하게 사용된다면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건축물이 될 수 있지 않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콘솔레이션홀은 벽이 떠 있는 형태다. 철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공간에서는 공명이 발생할 수 있어 네 모서리의 배면에 주파수를 선택적으로 흡음할 수 있는 특수 음향 구조체를 설치했다. / Image courtesy of Seosomun Shrine History Museum 

 

김: 침묵을 위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니, 다소 역설적으로 들린다.

정: 천주교구도 같은 생각이었다. 종교적 의미를 지닌 건축물에 역동적 퍼포먼스를 담는 것이 건축 공간의 설계 의도에 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콘솔레이션홀은 벽이 떠 있는 형태로, 하부가 열려 있어 문화 행사를 하더라도 그 소리가 주변 전시관과 하늘광장을 타고 박물관 밖으로 유출되거나 반대로 외부의 관중 소음이 유입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교구를 설득했다. 우리가 음향설계를 맡은 대관령 음악테마공원 뮤직텐트(2012,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에서는 외부의 바람 소리, 빗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자연적 요소를 일종의 효과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막기 위한 별도의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미국 덴버 폐광촌에 자리한 아스펜 텐트극장(2005)을 참조했는데, 이곳에서는 공연 도중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공연음이 들리지 않더라도 이를 음향장애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 요소 그 자체가 음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를 들어 건축가와 건축주를 설득했고, 현재 콘솔레이션홀에서는 비정기적으로 클래식 음악, 국악, 연극, 기획 공연 등 문화 행사가 열린다. 

 

김: 처음부터 공연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음향을 계획할 때 까다로운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정: 무엇보다 막힌 벽이 없는 콘솔레이션홀에서는 유효한 측면 초기 반사음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철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공간에서는 공명이 발생할 수 있어, 네 모서리의 배면에 주파수를 선택적으로 흡음할 수 있는 특수 음향 구조체를 설치했다. 한편, 격자로 된 네 면의 벽과 우물형 천장은 음확산성이 높아 울림을 보정하는 효과를 갖는다.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우준승(레스건축 대표)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함께 설계한 이규상(보이드아키텍트 대표)은 음향설계 방향을 고려해 네 면의 벽에 음향 투과성 스크린을 설치했다. 우리는 공연 시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영상을 계획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김: 종교 공간뿐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도 음향은 여전히 중요하다. 좋은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하는 노력에 대해 들려준다면. 

정: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건축물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교회 건축과 마찬가지로 많은 건축물이 외형적 완성도가 뛰어난 데 비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 역할을 하는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노출콘크리트로 된 건물이 대중적으로 호응받고 있는데, 노출콘크리트를 내부 마감으로 사용할 경우 딱딱하고 매끄러운 표면으로 인해 과도한 울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음향적 결함이 보완되지 않으면 그 공간에 머무는 경험이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음향이라는 물리적 현상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느껴진다. 그렇기에 사용자와 설계자가 공간을 경험하고 구성할 때 이를 염두에 둔다면 일상적으로 좋은 음향을 갖춘 공간을 만날 기회가 늘 것이다.​ 

 

격자로 된 네 면의 벽과 우물형 천장은 음확산성이 높아 울림을 보정하는 효과를 갖는다. / Image courtesy of Seosomun Shrine History Museum 

월간 「SPACE(공간)」 676호(2024년 03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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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진
정완진은 1993년 음향 컨설팅 회사 오에스디 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이래 건축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음향 기술을 구현해왔다. 콘서트홀, 공연장, 다목적홀, 경기장, 교회 등 다양한 공간의 음향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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