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웨이브온(2016)이 부산 기장에 세워진 지 3년 뒤, 이와 유사한 카페 건물 B가 울산 북구에 지어졌다. 이에 2019년 웨이브온 측은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지난 9월 14일, 건물 B 측이 웨이브온 측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건축물 철거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그간 서적, 음반 등의 표절작은 폐기 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표절 건축물의 철거 명령은 이번이 첫 사례다. 타 저작물과 건축저작물의 차이는 무엇이고 이번 판결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리포트에서는 웨이브온 소송을 중심으로 건축저작권을 둘러싼 시사점을 짚어보고, 웨이브온의 설계자 곽희수(이뎀도시건축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계에 남겨진 과제를 들여다본다.
웨이브온 외부 전경
건축저작물의 판단 기준은 건축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가?
아파트는 건축저작물이 아닐까? 대부분은 아니고 일부는 맞다. 법적으로 건축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원작업물의 창작성 여부, 원작업물의 창작성 요소와 대조물 간의 실질적인 유사성 여부, 대조물의 제작자가 제작 전 원작업물을 알고 있었다는 의거성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여기서 법조계 인사들이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가장 증명하기 어렵다고 꼽는 부분은 창작성이다. 법적으로 창작성은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뜻하는데 아파트는 사생활 보호, 일조권 침해 방지 등과 관련한 규제와 자본의 논리로 동 간 거리, 건물 높이, 용적률, 시공법 등이 결정된다. 법원은 과거 아파트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기능적 요소와 건축물을 이루는 개개의 구성 요소가 아닌 전체적인 외관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만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비슷한 디자인으로 지어지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데 법의 규제, 자본의 논리, 기능을 따르는 건물은 비단 아파트만이 아니다. 창작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건축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번 웨이브온 소송의 경우, 창작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되는” A등급은 모두 외관으로, 시각적으로 분리된 상하부 매스, 도로 측 콘크리트 벽체가 바다 측 유리벽을 감싸는 형태의 하부매스, 비뚤어진 5각 평면에서 조형 변화를 가한 상부매스가 이에 해당했다. 곽희수의 다른 카페 작업인 알레프(2021), 르디투어(2020, 「SPACE(공간)」 645호 참고)에서도 보이는 콘크리트 매스의 경사를 이용해 내외부에 계단형 평상을 만든 요소는 입면의 경사 디자인으로, 옥상의 목재 데크 영역으로, 배치의 조망 방향으로 구분돼 정량적으로 분석됐고 세 가지 모두 “창작적 개성에 기여하는” B등급으로 판단됐다. 층수(3층), 층고(약 11m), 연면적(약 490㎡) 등은 건물 B와 유사하지만 “창작적 표현에 기여하지 않는” C등급으로 분류돼 유사성 판단 대상 자체가 되지 못했다. 건축저작물 판단 기준에 대해 「알기 쉬운 건축설계 저작권」(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17)에서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고 말하며 “유사판례와 제출된 자료, 관련 전문가의 의견” 등에 좌우된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건축저작권 침해 판례는 음악, 영상 등 다른 대중문화 저작물에 비해 현저히 적고 저작권과 관련한 법조계, 예술계 내 전문가들의 건축저작권 의식 또한 문제다. 과거 이타미 준의 경주타워 설계안(2004)과 관련해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을 8년에 걸쳐 3번 진행한 유이화(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당시 건축저작권 전문 변호사가 없어 소송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직접 변호사에게 왜 표절이라 생각하는지 설명하면서 이끌어가야 했다”고 전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립저작권박물관을 만드는데 건축저작권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이에 대한 의견을 전해 지금은 건축저작권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혹자는 건축이 예술과 공학의 경계에 있고 그러면서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축법」은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게 돼 건축저작권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정상재(새건축사협의회 저작권위원회 위원장)는 “본래 법이 정의하는 창작성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판단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그렇기에 오히려 “법의 기준이 아닌 건축계 내부의 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전문가 집단은 관련 문제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판단의 실효성과 관련해서는 “자격 제한과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하면서도 여전히 세심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사항임을 짚었다. 「저작권법」 은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함께 창작 환경의 발전도 목적으로 삼고 있기에, 창작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적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권 행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웨이브온 외부 전경(좌)과 건물 B 외부 전경(우) / Image courtesy of IDMM Architects
웨이브온 외부 전경(좌)과 건물 B 외부 전경(우) / Image courtesy of IDMM Architects
웨이브온 내부 전경(좌)과 건물 B 내부 전경(우) / Image courtesy of IDMM Architects
웨이브온 옥상부(좌)와 건물 B 옥상부(우) / Image courtesy of IDMM Architects
첫 표절 건축물의 철거 판결이 지닌 의미
저작권은 간략하게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적 이익에 관한 권리인 저작인격권과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권리인 저작재산권으로 구분된다. 건축(저작)물을 또 다른 건축물로 지어 발생한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의 경우에는 대부분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저작재산권인 복제권을 명목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이번 철거 명령은 저작재산권인 전시권 주장에 대한 결과다. 건축저작권 소송에서는 전시권을 요청한 사례 자체가 드물었고 「저작권법」에서 전시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기에 건축저작물의 전시권에 대한 해석은 더욱 모호했다. 이번 웨이브온 소송은 표절 건축물을 도시에 전시할 경우 철거해야 한다는 첫 판례로 남게 됐다.
그간 건축계 내에서는 건축주의 자본에 의탁하는 설계업 특성상 불합리한 요구라도 거절하기 어렵기에 건축주의 저작권 의식 또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이번 판결은 표절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건축주가 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건축주에게 저작권 의식을 주지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가진 더 유의미한 지점은 건축주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단편적 사실보다, 무용하다고 인식돼왔던 건축저작권이 몇 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보다 더 높은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에 있겠다.
「저작권법」 상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의 세부 항목
인터뷰: 건축계의 움직임이 필요한 지점들
박지윤(박):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은 절차와 심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당사자들끼리 합의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소송을 진행하고 철거를 주장하게 된 데에는 쉽지 않은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곽희수(곽): 건축가 스스로가 판례를 남기지 않으면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마땅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누군가는 건축저작권과 관련한 중요한 판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1심까지 가야 했다. 소송 전 합의는 아무런 판례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비난받기도 한다.
건축물 철거를 인용한 이번 판례는 문화예술계에서 건축저작물의 지위를 향상시킨 것과 같다. 그간 건축가는 창작자로 애매한 위치에, 또 건축은 미술 뒤에 자리한 듯 비춰졌고 「저작권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작자의 권리로 표절 건축물을 폐기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김으로써 타 창작 분야와 동일한 법적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박: 소송 전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주요 골자는 무엇이었고 어떤 응답을 받았나?
곽: 건물 B가 웨이브온을 표절했다는 골자의 공문을 보냈다. 건축계에서 표절과 도용 행위가 다수의 침묵으로 용인되거나 건축가 개인의 문제로 국한된다면 건축가 집단의 고유한 사상과 창작 영역은 무질서한 관행으로 혼탁해질 것이라 말하며, 건물 B에 대한 협회 차원의 표절 사실 확인과 조치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떠한 조사나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달여간 기다리다 회신이 없어 결국 법원으로 향했고 4년간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1심 판결이 난 후에도 이 문제를 단체 입장에서 다뤄보자고 연락해온 협회는 없었다. 오히려 건축가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표절 문제로 문의해왔는데, 이것은 표절에 대한 대응이 협회에 부재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창작자 개인이 창작을 하는 일 외에 창작물을 보호하는 일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건축 집단을 대표하는 단체가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하고 그에 따른 시스템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표절과 관련한 사안을 검토하고, 법률 자문도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일련의 소송 과정을 거치며 실질적으로 건축계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항은 무엇이었나?
곽: 1심 판결까지 4년이 걸렸고 양측의 항소가 예정돼 있으며 손해배상을 받기 전이지만 변호사에게 성공보수와 수임료를 지불했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지난한 일이기에 표절 행위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사의 윤리 강령에 “건축사는 (…) 동료 건축사의 수임업무와 지식재산을 존중한다”는 항목이 있지만 이러한 강령 수준에서가 아니라 세부적인 자체 행위 규정으로 표절 행위를 방지할 필요가 있고, 표절 건축물이 발견된 경우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표절 소송 사례를 아카이빙한 자료 또한 소송에 유의미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박: 건축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원 건축물의 창작성 여부, 두 작업 간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 의거성 여부가 증명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 혹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나?
곽: 건축은 바닥, 벽, 지붕 등 필요에 의한 기능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창작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피고 측에서도 주로 부분적으로 비슷한 건축물의 사례를 가져와 원 저작물의 창작성을 반박한다. 법원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창작성 판단을 의뢰하는데 1층과 2층의 매스가 빗겨나 있다는 등 정량적으로 측정돼 그 증명 범위가 좁다. 설계는 상당히 복잡한 정성적 과정을 거쳐 구현되는 결과물이다. 건축주는 자신의 자산을 투자하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건축가는 그 속에서도 사회적 요구에 반응해 개인과 사회에서 상충하는 요구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또 시공 현장에서 수많은 종사자와 마주하며 즉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대응을 거쳐 건축을 생산한다. 반면 표절 건축물은 그런 과정을 완전히 생략하고 결과만 남긴다. 그런데 결과 자체만으로 창작성을 판단하고 건물 대 건물이라는 일대일 대응만으로 유사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법적인 효력이 있는지는 차치하고, 만약 건축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창작성 판단 기준을 만든다면 건축가의 이전 레퍼런스로 건축적 어휘를 파악해 창작성을 증명하는 방식 등으로 그 증명 범위를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박: 건축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건축물이 철거 명령을 받은 첫 사례다. 이 판례가 앞으로 건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나?
곽: 과거 전시권을 명목으로 철거를 주장한 소송도 있었지만 법원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철거를 명령하지 않았다. 건물을 실제로 철거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표절 건축물의 건축주와 건축가 간에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을 만큼 대가가 큰 사항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안타깝지만 대의적인 이유로 계속 철거를 주장할 예정이다. 이 선례가 건축가들에게 방패막이 될 수도 있다. 건축주가 어떤 건축물과 유사한 설계를 요청했을 때 ‘표절하면 철거당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심 판결이 나자 철거까지 해야 하는지, 표절 건축물이 건물 B밖에 없는지 등의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한 외국 건축가는 우리에게 메일로 자신의 작업을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 건축가의 작업을 알려왔다. 지목된 한국 건축가는 건축계에서 알려진 건축가인데 기본적으로 원작자는 그 작업이 표절작인지 아닌지 알 수밖에 없다. 창피한 일 아닌가. 다른 창작자의 창작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건축계 내에서도 만연해 있다. 모방, 오마주, 표절 등 정리해야 할 용어도 많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건축저작권과 관련한 이슈를 다시 한 번 토론의 장에 세우고 건축가들도 자체적으로 저작권 의식을 다시 한 번 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 4년간의 소송을 거쳐 1심이 마무리됐지만 다시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항소심에서 주요하게 다투게 될 논점은 무엇인가?
곽: 1심에서 우리가 주장한 것은 복제권, 성명표시권, 전시권이었다. 복제권으로는 우리가 설계를 했다면 받아야 할 설계비 1억 3,200만 원을, 성명표시권으로는 5,000만 원을, 전시권으로는 철거를 주장했는데 법원에서는 각각 4,500만 원, 500만 원 그리고 전면철거를 판결했다. 여기서 복제권의 배상금액은 우리측과 피고측의 설계비를 합산해 2로 나눠 측정됐다. 측정한 논리를 납득할 수 없고 이 부분 또한 기준이 세워져야 마땅하기에 항소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다툴 예정이다.
웨이브온 내부 전경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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