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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지구의 건강한 공존: 생태적 매트릭스, 숨 쉬는 건축

조남호
사진
윤준환
자료제공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진행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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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에코로지컬 매트릭스; 숨쉬는 그물’ 

 

미래가 순간 이동해왔다. 우리는 늘 미래를 가늠해보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가져온 미래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력하다. 한반도 여름 폭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상이변은 팬데믹 이후 우리의 삶이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세계’라는 점을 각인해준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된 환경에서 맞이한 전염병에 인류는 비교적 잘 견뎌냈다. 그래서인지 기후위기의 위중함에 비해 자각과 대처는 미약하다. 환경과 밀접하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건설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은 해묵은 주제지만, 건축 생산의 근원은 그대로 둔 채 재생에너지 기술을 ‘덧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차원을 포함한 건축 생산의 근원적인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기술적 장치에만 의존하는 도구적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단열과 기밀로 단절된 공간에 에어컨, 열교환 시스템을 설치한 패시브하우스에서의 거주는 환경과 교감을 상실한 고립된 객체일 뿐이다. 

 

오늘날 도시를 이루는 현상은 매우 복잡해졌고, 건축은 방대한 영역의 지식과 견해에 둘러싸여 있어 체계적으로 다루기가 어렵다. 거장의 시대 이후, 현대건축의 다양한 양상들은 우리로 하여금 ‘홀로서기’가 대세인 듯 느끼게 하지만 본래 개체화된 존재는 정착이 어렵다. 독창성이라는 이름으로 건축을 자유롭게 하려는 태도가 자칫 건축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환경적 책무와는 무관하게 개인적 사변에 빠질 우려를 낳는다. 팬데믹 상황은 기후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객체화된 현대인들을 공동성의 영역으로 초대하는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건축과 도시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 생산방식을 재구성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기후문제가 에너지나 탄소 저감 같은 도구적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의 중심 주제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관념적 구성체계는 어때야 하는가? 

 

숨쉬는 폴리, 숨쉬는 그물

2021년, ‘비결구적 결구’라는 주제로 목구조를 새롭게 해석한 인왕산 숲속쉼터(2020)를 「SPACE(공간)」 644호에 소개했다. 외부 마감은 연결 통로와 벽, 지붕까지 다공성 알루미늄 그레이팅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숨 쉬는 건축’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전 첫 단계의 작업이다. 2012년 목구조 연구차 방문한 캐나다에서 중견 시공사 연구실을 견학했었다. 그곳에서는 단열과 기밀 성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벽 속에 각종 센서를 설치해 모니터링 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근대 이전의 건축은 풍토에 맞게 삶과 환경과 균형을 이뤘다면, 근대 이후 건축은 내외부를 차단한 채 실내의 쾌적함만을 우선한 결과 환경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새로운 건축 생산체계는 건축의 내외부를 동시에 존중하는, 기후중립을 위한 건축 형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본래 숨 쉬는 건축은 건물에 미세기공을 형성해 자연 환기를 기본으로 한 통기성과 단열성 및 항진성의 기능이 기대되는 ‘숨 쉬는 벽체’를 목표로 한다. 공조 설비를 최소화하고 자연 상태에서 실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기량과 냉난방의 효과는 숨 쉬는 건축 구성을 통해 얻어진다. 가능한 한 넓은 면에서 환기·투습이 이루어지며 대상지에서 요구되는 충분한 단열 성능을 지닌다. 내부 결로에 의한 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쾌적한 실내 기후 형성에 도움을 준다. 과거 풍토에 기반한 건축은 환경 친화적인 숨 쉬는 건축이지만 온도조절이 자유로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할 수 없었다. 쾌적함을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숨 쉬는 건축이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서울숲 야외공연장 무대를 위한 시설물 ‘에코로지컬 매트릭스; 숨쉬는 그물’(2023)은 숨 쉬는 건축의 인상을 갖는 다공성 구조물을 구상했다. 외부 시설물로서 ‘숨 쉬는’ 성능의 구현은 제한적이지만 목조조적조 형상의 새로운 구조물은 다양한 도시 건축으로 변주될 가능성을 지닌다. 제5차 광주폴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숨쉬는 폴리’(2023)는 실내 공간을 갖는 폴리로서 외피의 성능과 인상, 공간의 형태, 설비 시스템 등 종합적 관점에서 숨 쉬는 건축의 형식을 제안하고 있다. 건축자재 데이터의 부실로 제한적이지만 온전한 전 과정평가를 수행했다.

 

생태적 매트릭스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ics)은 같은 어원에서 유래된 것처럼, 본래 일상의 삶은 생태성과 효율이 동시에 고려되는 것이다. 경제성과 효율을 우선하는 사옥과 생태성을 융합하기 위한 언어로 매트릭스(matrix) 개념을 적용했다. 매트릭스의 사전적 의미는 수평 수직을 이루는 수학적 질서, 사회나 개인 성장에서 발달까지의 과정 전체를 수용하는 기반, 모태의 의미, 그리고 그물망 체계를 포함한다. 생태적 매트릭스(ecological matrix)의 의미는 현대도시가 가진 복합적 맥락과 기후윤리 같은 단선적 개념만으로는 정착이 어려운 개념을 건축화하기 위한 언어다. 

 

철근콘크리트조의 이맥스시스템 사옥(2023)은 중규모 업무시설로 높은 수준의 에너지절약형 건축은 아니다. 그물망 구조 형식으로 만들어진 사옥은 미래의 변천하는 흐름에 반응한다. 지하에서 벗어나 지상 3~5층에 외부 공간으로 계획한 주차장은 이동 수단의 변화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 외에도 그물망 프레임에 삽입한 태양광 패널, 서울시 학교의 냉난방 설비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지하 관제실 등을 통해 생태성과 효율, 건축의 구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었다.​ (글 조남호 / 진행 한가람 기자)

월간 「SPACE(공간)」 671호(2023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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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조남호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의 대표다.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출강하는 등 건축가이자 교육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며 건축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해왔다. 그가 이끄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는 역사의 선례에서 지혜를 얻고,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만드는 집단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5회),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아카시아건축상 골드메달, 교보생명환경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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