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부터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한다. 집 말고 우리가 ‘짓는’ 것에는 밥, 농사, 시, 이름 등이 있다. 이들을 짓는다고 표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뚝딱뚝딱 이것저것 맞추어, 보통은 되풀이해서 ‘만드는’ 것과 달리 이것들을 ‘짓는’ 것은 이러한 창조 행위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되도록 새롭게 일으키는 중요한 몸짓이기 때문이다.
건축설계는 항상 새로운 땅과 그곳에 생활하게 될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새로운 꿈을 잇는 작업이다. 매번 낯선 것들과 조우한다. 당연히 새로 짓는 집은 새로워야 하는데 우리 도시에는 얼마나 낡은 정신으로 짓는 집들이 많은가. 건축은 도시 속에서 극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내포해야 한다. 기능성과 유지 관리의 편의에 기대어 기존에 검증된 타이폴로지를 조합한 설계는 지루하다. 이를 가리기 위한 디테일의 집착을 미니멀리즘적 미학 내지는 절제된 건축으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매번 다른 제약 조건과 대지가 가진 잠재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공간 조직, 구조, 형태, 재료 등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차원에서 미지의 끝자락까지 끌고 나가는 것. 나에게 있어 건축은 항상 상반되는 가치들의 양극을 오가며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나타난다. 수많은 모형과 스케치들은 안과 밖, 과거와 현재, 부분과 전체, 단순성과 복잡성, 역사와 현재, 추상과 구현 사이를 오가며 한 획 한 획 자리를 잡아가고 그 과정에서 진폭이 크면 클수록 프로젝트 결과물 또한 역동적으로 완성된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사회와 그것이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삶의 방식, 또는 공간을 매개로 한 관습화된 상호 관계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건축은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일련의 진행 과정 속에서 장소만이 내포하고 있는 특수성의 실마리를 탐구하며 기존에 있던 유사한 프로그램의 유형을 깨고 새롭고 낯설기조차 한 공간을 품게 되는 순간 비로소 건축은 도시 속에서 활기차고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건축은 단순하되 복잡하고, 스펙터클하면서 덜 위압적이고,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가볍고, 각각 독립적이되 또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며, 흥미와 긴장을 가지고 사람들의 일상적인 기대감을 충족하거나 혹은 예상을 배반한다. 자극적인 삶의 무대가 되는 건축이다. 집에 담고자 하는 미래의 염원을 일상적 경험을 한 단계 초월하는 공간적 가치로 구현하는 것, 그 속에서 장소와 사람이, 사람과 사회가, 내부와 외부가, 인간과 자연이, 도시와 건축이, 과거와 현재가 만나 서로 막힘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관계성을 확립하고 경험의 확장을 창출하는 가능성과 퍼포먼스의 풍경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 우리들 집짓기의 화두이다. <진행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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