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8월호(통권 669호)

건축, 건축가, 건축 전시에 대한 물음
폭염과 폭우, 경보와 참사. 재난이 일상화된 2023년 여름이다. 기후 위기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그 해결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정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건축적 선택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무신경해지는 것도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 일상의 모든 행동과 선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딜레마와 도덕적 피로감 때문이 아닐까.
국경을 초월해 건축적 담론을 공유하는 블록버스터 건축전인 베니스비엔날레 역시 기후 인식의 흐름 안에 있다. 총감독 레슬리 로코가 이끄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전체 주제는 ‘미래의 실험실’이며, 주제전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혹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출신으로, 탈탄소화와 탈식민지화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서구의 식민 제국주의로부터 ‘기후 엔드게임’이 시작되었으며, “기후 복원의 미래는 기후 파괴의 과거와 절대적으로 결부된다”는 박경(한국관 공동감독)의 관점과 공명한다. 한국관은 ‘2086: 우리는 어떻게?’라는 제목으로 “우리 생활 속 순간순간의 선택이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동한다”며 “방문자들이 이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선택하는 기회를 얻도록 초대한다.” 전시 작품은 세 가지 장소특정적 프로젝트와 게임이라는 전략을 취했다. 한국관의 주제의식에 대한 공감과 이를 풀어내는 전시 내용과 방식이 흥미로운가는 다른 질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관의 주제와 전시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쏟아진 ‘해답’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건축적 전시인가’ 하는 의문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이상 비엔날레에 ‘건축’이 없다는 혹평으로 SNS를 달군 패트릭 슈마허(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디렉터)의 발언은 최근 건축비엔날레의 전시 경향에 대한 의문이 우리만의 것은 아니라고 여기게 한다. 그럼에도 각 국가관이나 주제관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있으니, 이번 호에서는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가 2023 베니스비엔날레를 스케치했다.
건축계의 국제적인 어젠다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자. 건축가들은 각자 무슨 ‘건축적’ 고민을 하고 있을까. 시골에서 자연에 둘러싸여 자랐다는 정의엽(에이엔디 대표)은 가파도 해변에서 발견한 갯바위를 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날것’을 아름다운 구축물로 느꼈다고 한다. 「SPACE(공간)」 8월호는 건축가의 원초적 지각을 자극한 계기 이후 작업한 세 작업을 소개한다. 바다와 건물의 경계가 뒤섞일 것을 의도한 멜팅하우스, 기암절벽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한 로스톤, 지각을 교란하는 2차원적인 3차원 구조체 메타박스. 설계 과정의 생각은 드로잉으로 연결되어 건축에 채 담기지 않은 아이디어를 보여주거나 다시 건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건축은 사람들이 관습적인 구조를 벗어나 “나만의 경험이 가능한 특이성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의엽은 익숙한 시공이나 안전한 마감 방식보다는 실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성택(한양대학교 교수)은 추상화되었을 뿐 메타박스 역시 거대한 바위를 연상시키는 원시적 건축이라 분류하며, 자연 오브제가 어떻게 건축이 되는지 해석한다.
덧붙여, 다채로운 이번 호 기사 가운데 올 3월 취임 이후 건축계 안팎의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새건축사협의회 회장 임형남의 인터뷰와 보화각 관련 기사도 놓치지 마시라고 독자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다. 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의 ‘보화각, 민병수 주택, 그리고 박길룡의 건축: ‘반론’이라는 말에 대한 반론과 그 너머’는 간송미술관 보화각의 설계자가 박길룡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난 662호 글에 대한 정인하(한양대학교 교수)의 응답(「SPACE」 667호 참고)에 대한 재반론이다. 보기 드문 지상 논쟁에 또 다른 응답을 기다린다는 말씀 전한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3년 8월호(통권 669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18 PROJECT
서생집-스튜디오 위브
Seosaeng House-Studio Weave
028 PROJECT
순천부읍성남문터광장-이소우건축사사무소 + 스튜디오 MADe
Suncheon Art Platform : The Hidden Cloister-eSou Architects + Studio MADe
038 PROJECT
HD현대 글로벌 R&D 센터-니켄세케이 +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HD HYUNDAI GLOBAL R&D CENTER-NIKKEN SEKKEI + Heerim Architects & Planners
048 FRAME
원시를 탐구하는: 에이엔디
Exploring the Primitive: AND
050 FRAME: ESSAY
날것의 건축_ 정의엽
An Architecture of Rawness_ Jeong Euiyeob
056 FRAME: PROJECT
메타박스
METABOX
064 FRAME: PROJECT
멜팅하우스
MELTING HOUSE
072 FRAME: PROJECT
로스톤
LOSTON
078 FRAME: CRITIQUE
원시적 바위의 건축: 오브제 트루베와 거석 건축_ 남성택
Architecture of Primitive Rock: Objet Trouve and Megalithic Architecture_ Nam Sungtaeg
086 LIFE
사립미술관의 공공 개입: ‘도시는 미술관’_ 장동선 × 박지윤
Public Intervention in a Private Art Museum: ‘Museum is Everywhere’_ Chang Dongsun × Park Jiyoun
094 REPORT
인류세 시대, 실험의 장: 2023 베니스비엔날레_ 김광수
A Place for Experimentation in the Anthropocene: 2023 Venice Biennale_ Kim Kwangsoo
110 REPORT
공원, 땅, 그리고 지구와 공생하는: 2023 서펜타인 파빌리온_ 리나 고트메 × 김지아
Achieving Symbiosis Between the Park, Land and Earth: Serpentine Pavilion 2023_ Lina Ghotmeh × Kim Jia
116 REPORT
표절, 설계공모, 협회 의무가입을 둘러싼 대립: 새건축사협의회의 입장 표명_ 임형남 × 방유경
Confrontation over Plagiarism, Design Competitions, and Mandatory Membership of the Association: A Statement of the Korea Architects Institute’s Position_ Lim Hyoungnam × Bang Yukyung
122 REPORT
보화각, 민병수 주택, 그리고 박길룡의 건축: ‘반론’이라는 말에 대한 반론과 그 너머_ 김현섭
Bohwagak, Min Byeongsu House, and Park Kilyong’s Architecture: Argument, Counterargument, and Beyond_ Hyon-Sob Kim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가치를 가늠하고 향해 가는_ 김영수 × 윤예림
Measuring and Striving Towards Value_ Kim Youngsoo × Youn Yaelim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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