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SPACE 학생기자] No.667 2023년 6월호 리뷰

18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박지윤 기자

 

 

스스로 확고한 건축관을 갖는 것이 유용하지 을지라도

김보경(연세대학교 철학과)

 

월간 SPACE(공간)  6월호 프레임(Frame)’ 건축가 양수인(삶것 대표) 스스로를 전략 컨설턴트에 비유한다. “예술가도 기술자도 아닌 전략 컨설턴트”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본인이 정의한 경계 내에서의 역할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수행한다. 그래서 그의 전략은 언제나 성공적이고 그렇기에 의뢰인들은 삶것을 찾는다.

이번 호에서 소개된 설계 사례들을 통해 양수인의 전략가적 능력을 확인할 있었다. 헬리녹스 크리에이티브센터 부산(이하 HCC부산) 리모델링 작업에서 그는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거친 건물의 이력을 꼼꼼하게 파악하여 삭제할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구축의 흔적을 보전하기 위해 구조를 보강하며 증축한다. 그는 천장고가 부족한 부분의 배관을 납작한 사각형 형태로 변형하고, 레이아웃을 직접 그리며 디테일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꼼꼼함을 선보인다. 이뿐 아니라 HCC 부산 프로젝트의 다양한 곡면이 형성하는 입면은 전략적 설계 과정에서 디자인도 빠지지 않는다는 그의 실무적 역량을 여실히 드러낸다. 외에도 컬쳐랜드 오피스 프로젝트에서 그는 주변의 가로수, 건물, 탄천 등을 고려한 시야, 대지의 채광 조건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 파사드 다이어그램을 만든다. 실용주의적 논리에 따라 완성된 파사드는 리듬감 있는 형태의 디자인으로도 보인다. 마지막으로 개인 의뢰인의 프로젝트 보통집에서는 건폐율 20% 제한을 중정을 쾌적한 반지하 주거 공간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며 일석이조로 중정을 의뢰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데에 활용한다. 프로젝트 모두에서 양수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까지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전략가적 면모 저변에 있는 유능한 건축가인 본질까지 드러내 보인다.

양수인의 전략 컨설턴트적 면모를 남상문(날곳건축사사무소 대표) “탈 비판 건축”이라고 설명한다. 양수인은 현재에 존재하는 삶의 방식과 대지의 현실을 착실히 분석함으로써 주어진 문제상황을 발견하고 해결한다. 이러한 그의 비판적 면모는 건축의 비판적 역할을 옹호하지만, 건축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실질적으로는 건축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비판적 건축과는 반대로 자본주의적 시장의 흐름에 동참하여 건축과 사회 간의 교류를 이끌어낸다. 프로젝트마다 삶의 맥락을 살핀다는 점에서, 건축 자체만을 독립적인 영역으로 다루는 기존 비판적 건축 진영의 방식보다 현실적이며 유용하다.

다만 긍정적 면모는 미시적 차원에서 그친다. 전략 컨설팅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그의 건축관은 자본주의를 당연히 전제하기에 의뢰인의 요구에 집중한다. 그리고 여기에 리모델링할 건축물의 상황, 대지의 상황 기존의 데이터를 추가한다. 거대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는 해답은 미시적 차원에는 한층 매끄러운 삶을 위한 합리적이고 유용한 해결책이 된다. 하나하나의 건축물은 기존의 맥락대로 살기 좋은 도시로의 변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최선의 결과물은 나을 있는 다른 가능성에 가닿을 없다.

기업의 전략 컨설턴트들은 자본주의적 논리 속에서대기업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미래의 모델을 제시한다. 건축가도 특정 클라이언트를 위한 설계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자본중심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필수적 토대가 되는 건축을 다루는 건축가들의 업역은 이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가는 건축물이 모여 형성되는 삶의 무대 어떻게 나은 방향으로 만들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며 현실 이상을 상상할 있어야 한다. 유능한 건축가라면 무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 고려할 것이다. 그래서 건축가의 본질에는 자본주의적 특성과 인본주의적 특성을 모두 포괄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드러나지 않은 양수인 건축가의 건축관이 궁금해졌다. 그것이 “스스로 확고한 건축관을 갖는 것이 유용하지 않”을지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유능한 건축가로서 나은 삶을 상상하는 일도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해내지 않을까?

 

옛것의 발굴을 통한 건물의 재탄생

박민정(영남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6월 호에서 소개하는 건축가 양수인의 작품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헬리녹스 크리에이티브센터 부산(이하 HCC 부산)이었다. 리모델링을 수차례 겪은 이 사옥에서는 치밀한 발굴을 통해 옛것과 현대의 것을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양수인 건축가의 진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다.

HCC 부산은 이미 수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구조 벽과 보 등의 구조물이 눈에 띄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존의 건물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건축가는 구조물을 그대로 살리고 드러내며 현대적인 변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구조물을 삭제하거나 재설치하지 않고 오히려 설계에 활용함으로써 건물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리모델링을 위한 적절한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기존의 폐쇄적이었던 건물의 형태에서 일부분을 개방해 슬래브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건물의 숨겨져 있던 골조 부분을 볼 수 있게 해 흥미로운 디자인 파사드를 형성한다. 신구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형식을 사용해 기존 건물의 골조, 재료, 기능에서 활용할 발굴물을 찾아내고 구축의 흔적을 은폐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독특한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디테일에서도 드러난다. 건축가는 존치할 부분과 증축이 필요한 부분을 옛 건물의 분석을 통해 구분하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한 설비 문제 등을 기존의 공간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잘 녹아들도록 레이아웃을 새로 고안했다. 실제로 배관의 크기를 키우면서 기존 건물에 설치가 힘들어졌는데, 건축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 아래로 배관을 숨기는 설비 설계 디자인으로 기존 건물을 최소한으로 수정한다. 최근까지는 비용과 시간적인 문제로 구축한 흔적을 덮거나 아예 새로운 건물로 탈바꿈시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리모델링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양수인 건축가와 같이 기존 건물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보다 더 적합해 보인다. 



서퍼의 마음으로

박재아(서울대학교 조소과)

현대미술은 좋은 작품, 나쁜 작품을 가르는 것이 매우 난해하다. 미의 판단이 공동체가 아닌 개인에게로 넘어오면서 보편적 미의 기준은 와해한 지 오래다. 서로 다른 개인의 미적 판단과 가치관의 차이는 작품 가치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방해한다. 반면에 건축은 좋은 작업과 나쁜 작업을 평하기에 순수미술보다는 수월하다. 물론 보편적인 기준까지 도달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세분된 기준을 선정하여 평가하는 것은 비교적 가능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건축은 개인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 관계망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서울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여러 묘한 형태감을 가지는 건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형태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모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다. 대부분 건축법규에 따른 여러 건축가의 다양한 해답이다. 개인의 범위에 머물지 않는 건축들이 만들어 낸 공존은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서로 미세하게 다른 질문들에 대한 영겁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다.

훌륭한 답을 얻기 위해서 훌륭한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건축가는 본인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과 함께 사방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난제에 대한 해답을 동시에 내리고, 이 해답에 대한 공동체적 공감과 동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모두 입을 모아 훌륭하다고 평하는 건축이 탄생한다. 건축은 삶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에 공동체의 약속 속에서 공존해야만 한다. , 특히 공동의 삶과 연관되는 존재들은 어쩔 수 없이 고려할 것이 많아진다. 최근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범세계적인 이벤트는 우리로 하여금 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복기해보게끔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개인의 생각이 일평생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듯, ‘이라는 것에 관한 생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건축 또한 시대에 따라 덩달아 그 흐름을 달리한다.

이번 월간SPACE6월호 프레임의 주인공은 삶것의 양수인 건축가였다. ‘삶것의 대표답게 삶을 이야기하는 양수인은 현실적이면서도 정형화된 건축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복하여 기회로 삼는다. 수많은 공동의 기준 속에서 독특한 발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그는 변화하는 삶과 건축의 흐름 속에서 치밀하게 흐름을 거스르고, 또 흐름을 타며 마치 서핑하듯 건물을 지어나간다. 전략가라는 수식어가 본인의 옷처럼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 선배의 졸업 전시를 도와주면서 한국의 아파트 유형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다. 과거 도시인구 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빈 땅에서 선언적으로 대규모 단지로 보급되었던 복도식 아파트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젠 주상복합 형식으로 변형되어, 중학생 당시 본인이 살던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생긴다는 내용이었다. ‘빨리빨리의 대명사인 한국인의 삶에 맞게 한국의 건축 또한 빠르게 변화한다. 서울은 이미 도시의 과거 원형은 까마득히 잊은 채 하루가 다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그 급류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과거의 무얼 남기고 무얼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심을 잡고 흐름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양수인 건축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듯 점점 건축계가 리모델링에 관심을 쏟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영리하면서도 유연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삶것의 양수인처럼 우리 또한 커다란 파도 앞에서 서핑을 위한 준비운동을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오답 없는 답안지

조범희(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주거환경학과)

오늘부터 건축 역사를 되감아 보면, ‘무엇이 건축인가?’ 나아가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에 관한 끊임없는 탐색과 고민, 갈등, 비판, 그리고 실천의 궤적이 관통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지역주의, 맥락주의 등 수많은 시대사조, 이즘들이 등장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때로는 사장되기도 해온 역사는 앞선 질문들의 답을 찾고자 한 흔적이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 질문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과, 정답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의문 또한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건축과 예술의 관계, 건축의 역할에 대한 논의 등, 원초적 물음을 해결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꼬리 질문들을 풀어 나가며 난제를 풀기 위한 여정은 지금도 부단히 진행 중이다.

서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나 역시도 답안지에 수없이 고쳐 써왔다. 비야케 잉겔스의 다이어그램을 통한 건축적 해법과 그의 작업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명확함과 즐거움에서 말미암아, 초기 답안을 현실적 환경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합리적이며,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적어 두었다. 그 뒤로 많은 수정의 흔적이 남았다. 루이스 칸과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보고 공간의 빛에 열광하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남긴 생각, 페터 춤토르의 건축을 보며 재료의 물성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경험을 주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남겨둔 답안 등, 앞으로 몇 번의 수정이 남아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적어 내려온 모든 답에 오답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나를 항상 반문의 과정으로 데려가는 원인이 되어왔다. 서두의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이자 답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 것인가? SPACE(공간) 667호 프레임에서 소개하는 양수인(삶것 대표)은 나의 정답만 무수한 답안지를 포괄하는 일종의 해법을 제시해 준 듯하다. 그는 건축과 전략 컨설팅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며, 개인의 철학을 건축작업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당면한 조건과 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가장 효율적인 해답을 찾아 적용하는 과정, 그 속에서 구축한 각 프로젝트만의, 삶것만의 거부할 수 없는 명분들을 통해서 그의 전략가적 면모는 더욱 부각된다. 이번 호에 소개된 삶것의 프로젝트인 헬리녹스 크리에이터 센터 부산보통집’, ‘컬쳐랜드 오피스는 양수인과 삶것의 기획·컨설팅이 일궈낸 전략적 산물이자, 그가 사방으로 연장해 온 다양한 생각 축의 발전 과정이다.

양수인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그가 그린 사방으로 뻗어가는 관심의 축과 나선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축 다이어그램이 더욱 명확하게 보이고, 최적의 해법처럼 다가온다. “뚜렷한 건축관은 유용하지 않다는 그의 생각은 되려 그의 철학으로 읽힌다. 관심과 생각을 일방으로 모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크롤 한 번이면 정보들이 쏟아지는 오늘날에는 새로운 흥미에 빠질 수 있는 사잇길이 더더욱 무한하다. 건축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이 길들을 뒤로 하고 나의 관심과 생각을 일방으로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그건 많은 가능성과 개인의 다양성, 성장에 제한을 두는 것일 수도 있다. 관심과 생각, 정보의 축적은 건축가가 성장하는 밑바탕 중 하나다. 관심사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들을 꾸준히 쌓아 나가면, 습득된 것들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작업에 스며든다. 산재한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된 정보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선별하여 작업에 담아내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건축이 일종의 큐레이팅(curating)’ 과정과 유사하다고도 보았기에 양수인의 다이어그램과 그의 작업 방식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축적되며 사방으로 확장하는 관심 축과 나선형 시간 축의 교점, 그 점들에서 마주한 프로젝트를 해결하며 종합된 특수해를 추상화해 각 생각 축의 일반해를 찾아보려는 그의 방식은 결국, 뚜렷하지 않은 건축관으로 말미암아 삶것이 더욱 뚜렷해지고 삶 속에서 빛나는 해법이 된다.

그의 해법은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건축의 초입에 서 있는 나에게는 꽤 명쾌했다. 매일 써 내려온 그동안의 답안들은 적을 당시 나의 관심과 생각의 출발점이고, 소거하지 않는 이상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삶의 여러 지점에서 더욱 영글어 만나게 될 열매인 것이다. 양수인의 관심과 시간의 축이 만나는 다음 지점은 어디일까? 그의 다음 전략을 기대하며, 오답 없는 답안지에 그의 해법을 적어 두며, 나의 축 역시 한도 없이 연장해 나가고자 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