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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물의 도시, 서울의 미래를 모색하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김지아 기자
사진
서울도시건축전시관(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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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는 총감독 조병수(BCHO 파트너스 대표)의 지휘 아래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서울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그간의 서울비엔날레가 2017년 ‘공유도시’, 2019년 ‘집합도시’, 2021년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서 살 것인가’ 등 비교적 포괄적인 주제로 서울을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서울의 정체성에서 주제를 도출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현재 서울이 직면한 도시문제를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 각국의 건축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 행정기관, 시민이 모여 그려낸 서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2023 서울비엔날레가 건네는 질문과 대답을 살펴본다.

 

2023 서울비엔날레는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송현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삼았다. ©Youn Yaelim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2023 서울비엔날레는 개최 이래 최초로 국내 건축가가 단독으로 총감독을 맡아 이끈다. 추천 인사 10명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총감독으로 선정된 조병수는 지난 30여 년간 현장에서 실무를 하며 땅과 자연을 주제로 한국의 건축을 탐구해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줄곧 땅을 화두로 작업해온 그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내건 주제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다. 9월 8일 열린 주제전 포럼에서 그는 “지난 세 차례의 비엔날레가 다소 모호하고 학술적인 개념을 주제로 연구 중심의 의제를 다뤘다면, 올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토대로 논의를 확장해가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장이 되기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주제는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부제를 통해 구체화된다. 오늘날 도시 서울에 내재한 다층적 문제를 살피기 위해 땅이라는 관점을 택했는데, 이러한 주제 도출의 배경에는 과거의 서울, 즉 한양이 땅의 흐름을 따라 계획된 도시라는 역사적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현재 서울은 지난 100년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과 거의 단절되다시피했지만, 이 도시의 태생에는 산길, 물길, 바람길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었다. 그렇게 서울의 고유한 정체성이 훼손됐다는 문제 의식하에, 잃어버린 땅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된 취지다. 

 

올해 서울비엔날레는 총 다섯 개 전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대주제를 탐구하는 주제전, 주제전과의 연계 속에서 미래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그리는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세계 각 도시의 사례를 통해 다층화된 도시환경에서 밀도와 공공성 사이 균형을 모색하는 게스트시티전, 열린송현녹지광장(이하 송현광장)을 무대로 도시의 장소성을 탐색하는 현장 프로젝트, 전 세계 30여 개 대학이 한강 다리를 매개로 메가시티를 구상한 글로벌 스튜디오로 꾸려졌다. 개별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된 각 섹션은 주제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분화된 소주제에 접근한다. 

 

또한 서울에 초점을 맞춘 비엔날레의 방향에 따라 전시 장소에도 변화가 있었다. 매회 주제전이 열리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제외되고,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송현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삼았다. 서울비엔날레 측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장소 특성상 디자인학과 학생 혹은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방문해 전시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부족했다”며 “올해는 주 전시장이 광장 부근을 지나는 모든 시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제전과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게스트시티전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현장 프로젝트와 글로벌 스튜디오, 그리고 주제전의 일부가 송현광장에서 오는 10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주제전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참여 작가별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이 12개 모니터를 통해 상영된다.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주제전 1: 땅의 건축을 향한 다양한 접근 

총감독 조병수와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이 이끄는 주제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조병수가 기획한 건축 파트에서는 땅의 건축을 구현한 사례들을 통해 도시와 건축에서 땅이 어떤 의미인지 살핀다. 주제전의 설명글에 따르면 땅이라는 용어에는 다양한 의미체계가 존재하는데, 땅의 건축을 말할 때는 지형과 생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 담겨 있다. 땅 위에 터를 잡는 건축은 존재론적으로 땅과 분리할 수 없으며, 이는 물리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건축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조병수는 “땅의 건축은 주어진 땅의 조건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건축”이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주변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낮추어 땅에 스며들고 땅의 기운을 살리는 상호 의존적 성격의 건축”이라 말했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토대로 주제전에서는 12개 팀의 참여 작가가 땅의 건축을 해석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땅과의 관계에 천착해 건축 작업을 해온 팀을 참여 작가로 선정해,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서 땅의 건축이라는 논의를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12개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과 가까운 비도시 지역에서 지형에 순응하거나 물성을 활용해 땅과의 관계를 모색한 작업과, 대도시와 같이 복잡한 맥락에 놓인 대지에서 땅과 관계 맺기를 시도한 작업이다. 

 

전자에 속하는 앙상블 스튜디오(공동대표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데보라 메사)의 칸 테라(2020)는 스페인 메노르카의 버려진 채석장을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한 프로젝트로, 오늘날 건축 환경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고찰하게 한다. 현대건축은 자연 요소인 온도, 빛, 습도 등을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었지만, 자연 속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는 망각하게 했다.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자연 그 자체로 건축이 되도록 의도한 칸 테라는 인간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자연을 인식하게 하고, 환경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것을 제안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롱기 아키텍츠(대표 루이스 롱기)의 파차카마 주택(2008), 아르키움(대표 김인철)의 히말레스크(2013), 원오원아키텍스(대표 최욱)의 가파도 프로젝트(2018), 도르테 만드루프 A/S(대표 도르테 만드루프)의 바덴해 센터(2017), 네임리스 건축(공동대표 나은중, 유소래)의 콘크리트월(2023) 등은 자연과 밀접한 환경에서 건축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저마다의 접근을 보여준다. 

 

한편 매스스터디스(대표 조민석)의 원불교 원남교당(2022), 워로필라(공동대표 징가 엠부프, 니콜라 롱데)의 NKD 하우스(2021), 스뇌헤타(대표 체틸 투르센)의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하우스(2007)는 각각 서울, 다카르, 오슬로라는 도시적 맥락에서 땅에 대응한 시도를 보여준다. 원불교 원남교당은 대지에 뿌리내린 60년 넘은 은행나무를 보존하며 건물을 짓고, NKD 하우스는 지역의 재료를 활용해 현지의 인력이 건축 작업에 참여하며,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건축을 위해 지형을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 지형을 따라 배치되며 자연과 더불어 존재한다. 이처럼 주제전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다양한 도시환경 속 사례를 통해 지형과 생태, 사회적 측면에서 땅의 건축이 함의하는 바를 짚어볼 수 있다. 

 

전시 공간에서는 참여 작가별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이 12개 모니터를 통해 상영되고, 땅의 건축에 대한 고찰이 담긴 문구가 대형 포스터 형식으로 제시된다. 모형이나 패널, 도면 등의 아날로그 매체가 아닌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만 구성된 점이 특징인데, 주제전과 연계된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을 관람하기에 앞서 주제를 가볍게 훑을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 듯했다.

 

주제전의 두 번째 파트에서는 리서치와 연구 결과를 담은 도록, 렌더링, 통계 이미지 등 시각 자료가 제시된다.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서울도시건축플랫폼은 관객이 직접 리모컨을 움직여 디지털 화면에서 입체화된 도시 공간을 이곳저곳 살필 수 있는 매체로 기능한다. 

 

주제전 2: 땅의 도시, 서울을 향해 

천의영이 기획한 주제전의 두 번째 파트 ‘땅의 도시’는 서울에 집중한다. 앞서 도시와 건축에서 땅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살폈다면,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미래 도시 서울을 그려본다는 취지다. 전시는 크게 ‘서울그린링(SGR)’, ‘도시건축의 미래변환, 원시티스테이트(OCS)’(본지 118~125쪽 참고), ‘서울도시건축플랫폼(SAUP)’으로 구성됐다. 먼저 섹션 큐레이터 천의영이 선보인 서울그린링은 서울의 녹지를 링 형태로 연결해 보행로와 결합하고,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선형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안이다. 폐철길을 숲길로 조성한 경의선숲길의 사례처럼, 선형 공원은 우리의 일상과 자연이 더욱 가까워지도록 한다. 이러한 서울그린링의 개념과 더불어 제시된 도시건축의 미래변환, 원시티스테이트 파트는 AI의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서울뿐 아니라 한국의 도시가 어떻게 변화할지 진단한 결과를 보여준다. 데이터를 통해 추출한 미래 도시 건축의 키워드는 ‘교통 물류, 디지털 변환, 탄소중립, 인구 변화’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도시에 걸친 화두다. 이에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가리전(megaregion) 현상을 탐구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직면한 한국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여섯 팀의 참여 작가는 서울그린링과 메가리전의 아이디어를 해석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 박희찬(어반에이전시 공동대표)과 조신형(DFFPM 대표)은 한강을, 오스카강(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과 전재우(하이퍼스팬드럴 대표)는 도심공원을 대상지로 자연과 시민을 긴밀하게 연결할 방법을 모색한다. 민성진(에스케이엠 건축사사무소 대표)과 유해연(숭실대학교 교수)은 각각 부산과 경기 복정동이라는 구체적인 지역에서 원시티스테이트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주제전의 두 번째 파트는 리서치와 연구 결과를 담은 도록 『원시티스테이트, 미래변환』과 렌더링, 통계 이미지 등 시각 자료를 활용했다. 서울그린링, 메가리전, 원시티스테이트 등 개념어를 숙지하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전시 공간 내에서 단시간에 주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짐작됐다. 다만 관객이 직접 리모컨을 움직여 디지털 화면에서 입체화된 도시 공간을 이곳저곳 살필 수 있는 서울도시건축플랫폼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매체로 기능했다. 이 플랫폼은 미래 공간에 대한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추가로 모아 비엔날레 기간 이후에도 PC나 모바일을 통해 접근 가능한 건축 플랫폼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전시 전경. 지 오터슨 스튜디오는 동부이촌동의 열역학적 균형 회복에 중점을 둔 마스터플랜을 제안한다.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건축가와 시민이 그린 서울의 청사진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은 이번 비엔날레의 기획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엔날레를 통해 도시에 내재한 문제를 짚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장을 마련했다.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에서는 초청 작가 13팀과 국제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 40팀이 100년 후 서울을 그리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 여기서 100년이라는 단위는 막연히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도출된 시점이 아니다. 그보다는 도시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큰 방향성 아래 도시의 점진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설정한 축에 가깝다. 마스터플랜은 총 일곱 개의 타입을 중심으로 계획됐다. 도심 근교의 산의 흐름, 한강과 그 지류의 흐름을 축으로 각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충돌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각 유형에 해당하는 지역 분석을 거쳐 산길, 물길, 바람길을 회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도심과 한강변 공원의 연결을 고민하는 타입부터 언덕의 지형에 다층화된 녹지 공간을 구성하는 타입, 건폐율과 용적률에 따른 건물 높낮이의 변화가 야기하는 스카이라인을 개선하는 타입, 고밀도 주거 환경 속 사적, 공적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타입까지, 오늘날 서울이 땅의 흐름으로부터 멀어지면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보여준다. 

 

그루포 아라네아(공동대표 마르타 가르시아 치코, 프란시스코 레이바)는 드로잉을 통해 은유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서울의 지리적 특성을 충분히 논한 후에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관점하에 드로잉과 함께 열 가지 선언을 발표했다. ‘물은 물길을 따라 흐른다’, ‘비옥한 토양에는 짓지 말기’, ‘강은 구분하지 않는다’ 등 다소 추상적인 듯 보이나, 회복이라는 명목 아래 개발의 논리가 다시금 간과할 수 있는 지점을 짚어 내며 주제를 관통하는 안을 선보였다. 조민석은 한남대로를 구성하는 자연과 인공 지형, 복합적 도시 요소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한 건축적 제안을 내놓았다. ‘브릿지 게이트’, ‘점유 가능한 차음벽’, ‘레저 볼트’, ‘파크 앤 파크와 선형 블록’, ‘한강 시민장터’ 등 다섯 가지 개입을 통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의 구축을 제안했다. 도면과 텍스트, 영상 자료를 활용해 직관적 이해를 도왔다. 지 오터슨 스튜디오(공동대표 라이언 오터슨, 지예원)는 생태 시스템에 깊이 관여하는 자연이 건축물의 미학적 상품으로 변형됐다는 문제 의식을 토대로, 동부이촌동의 열역학적 균형 회복에 중점을 둔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다. 한강 가장자리를 습지로 복원하고, 고속도로를 덮어 한강변과 이촌동을 연결하는 계획안은 녹색 회랑 네트워크를 조성하여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등 건설 폐기물은 겨울에 열을 저장하고, 여름에 열을 내리는 열 배터리 구조물의 열 교환 소재로 재사용된다. 마스터플랜을 가시화한 시각 자료 외에도 도시의 자연물이 에너지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분석한 그래프를 벽돌, 부석, 현무암, 적송 등 실제 자연물의 샘플과 함께 제시해 텍스트와 사진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는 기술적 설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게스트시티전의 도쿄 부스. 마스터플랜의 비전을 시각화한 대형 일러스트는 시선을 이끄는 동시에 많은 정보값으로부터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고, 측면에 함께 제시된 영상 자료를 통해 프로젝트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게스트시티전은 참여 작가 23개 팀이 전시 부스를 직접 꾸려 키오스크들이 흩어져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게스트시티전:  34개 도시를 통해 살펴보는 도시의 밀도와 공공성

염상훈(연세대학교 교수)과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대표)이 기획한 게스트시티전은 ‘패러럴 그라운즈’를 주제로 땅의 건축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킨다. 도시에서 그라운드 레벨, 즉 지상층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으로, 다양한 공적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다. 하지만 오늘날 다층화된 도시환경은 그라운드 레벨의 단절과 분리를 낳아 지면에서의 활동을 축소시켰다. 이번 게스트시티전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많은 도시가 고밀화, 다층화되어가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주제전과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이 미래 도시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게스트시티전에서는 실제 실현된 계획들을 중심으로 땅의 도시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조건과 사회적 합의 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에는 총 34곳의 도시가 초청됐고, 참여 작가 23개 팀이 전시 부스를 직접 꾸려 키오스크들이 흩어져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9월 9일 진행된 게스트시티전 큐레이터 토크에서 임진영은 전시 배치에 대해 “도시의 연장선상의 전시 공간을 의도했다”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도시를 거니는 경험과 유사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게스트시티전은 참여 도시와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어 내용만큼이나 전시의 배치와 구성이 중요한데, 일괄적으로 전시 부스를 나열하지 않고 도시별 특성에 맞게 변주를 준 점이 전시의 가독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다양한 사례들 가운데 니켄세케이(대표 오마츠 아츠시)의 도쿄역 재개발 프로젝트는 서울과 유사한 도시 구조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고밀도 도시인 도쿄는 한정된 면적 안에서 공공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시도를 선보여왔다. 니켄세케이가 지난 20년 동안 진행한 도쿄역 야에스 개발 및 미야시타 공원 프로젝트는 역 주변의 공간을 보행자 중심 광장으로 재구성하고 민관의 협력을 통해 공원과 하천을 정비해 연속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주목할 점은 민간과 공공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역사와 연결된 공원 아래로 세 개 층 상업시설을 적층한 미야시타 공원은 시부야구와 부동산 매니지먼트가 컨소시엄을 맺어 관리와 운영이 이루어지며, 지속 가능한 공공 공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전시장 내 마스터플랜의 비전을 시각화한 대형 일러스트는 시선을 이끄는 동시에 많은 정보값으로부터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고, 함께 제시된 영상 자료를 통해 프로젝트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이 외에도 도쿄 이케부쿠로 지역에서 만화 문화와 맞물려 독특한 양상으로 발전 중인 공개공지, 베를린 주거의 사적 영역인 중정이 공적 공간으로 변모한 역사, 땅을 깊이 판 지하에 생활공간을 조성한 중국 전통 주거 등 세계 각 도시의 그라운드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가 설계한 막 구조의 파빌리온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에 들어서면 송현동 현장에서 발굴한 도자기 파편과 낡은 기와, 사기 그릇 등 유물의 흔적이 곳곳에 놓여 있다. 

ⓒChoi Yongjoon

 

김치앤칩스가 설계한 ‘리월드’는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해 미래 서울의 풍경을 모자이크 이미지로 담아냈다. 

ⓒtexture on texture

 

현장 프로젝트: 도시와 공원을 체험하는 파빌리온

현장 프로젝트는 예년과 같이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만 올해 비엔날레가 땅이라는 주제와의 연계 속에서 송현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삼았기에 현장 프로젝트의 역할과 비중이 더욱 강조됐다. 섹션 큐레이터 김사라(다이아거날 써츠 대표)는 현장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지난 100여 년간 닫힌 상태로 도시와 단절되어온 송현동 부지가 오늘날 서울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지를 주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때 파빌리온이라는 매체는 건축적, 예술적 설치물로서의 기능을 넘어 도시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장소성을 탐구하는 매개적 역할을 수행한다. 총 다섯 개의 파빌리온은 도시와 부지를 엮는 건축적 장치로, 부지 내외부의 동선을 연결하는 일 외에도 광장을 시각, 청각,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으로 존재한다. 공원으로 개방됐지만, 빈 땅과도 다름없는 광장에 일종의 ‘체험적 노드’를 심어둠으로써 송현동 부지가, 나아가 이 도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볼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다섯 팀의 참여 작가는 송현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작업 어휘를 발휘한 다채로운 파빌리온을 선보인다. 각 파빌리온은 광장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흩어져 있어 부지를 거닐며 시간을 두고 살펴보기에 적합하다. 실제로 배치를 계획할 때 송현광장의 중심에 비해 주변부의 활용도가 낮다는 점과, 여덟 개 출입구가 연결된 동네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다. 프랭크 바코와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공동대표 로라 살라자르, 파블로 세케로, 후안 메디나)가 설계한 ‘아웃도어 룸’은 작업들 가운데 가장 구축적이고 건축적인 파빌리온으로, 안국역에서 광장을 향하는 진입부에 놓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방이 벽으로 막힌 채 단절되어 있던 송현동이 개방 이후에도 빽빽한 도시환경에 다시금 둘러싸인 모습을 정사각형의 구조로 표현해 땅과 도시의 변천사를 담아냈다. 구축 과정에서 다이아거날 써츠가 우음도에 설계한 ‘파러웨이: 맨 메이드, 네이처 메이드’(2023)의 자재를 재활용한 점도 흥미롭다. 서울공예박물관과 이어지는 출입구에는 공기압을 이용해 설치한 막 구조의 파빌리온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이 자리한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공동대표 마르코 카네바치, 양예나)가 설계한 이 구조물에 들어서면 축축한 땅 위를 걷게 되는데, 그곳에는 송현동 현장에서 발굴한 도자기 파편과 낡은 기와, 사기 그릇 등 유물의 흔적이 곳곳에 놓였다. 여기에 송현동의 소나무 숲을 음향으로 표현한 사운드스케이프가 더해져 기묘한 경험을 선사한다. 외에도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해 미래 서울의 풍경을 모자이크 이미지로 담아낸 ‘리월드’(김치앤칩스), 사운드스케이프를 체험할 수 있는 터널 형태의 목재 파빌리온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리카르도 블루머‐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 빛과 바람이 온전히 통과하는 삼각형의 구조물 안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도시의 관계를 고찰하게 하는 ‘페어 파빌리온’(페소 본 에릭사우센) 등 형태와 메시지가 제각각인 파빌리온이 전시된다.

 

전시 디자이너 포스트스탠다즈와의 협업을 통해 조립과 이동, 해체가 용이한 전시 집기를 제작해 폐막 이후에도 재사용할 수 있게 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서울시청 시민청으로 이어지는 아워갤러리에서는 시민들이 공모를 통해 참여한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전시가 열린다. 

 

문턱을 낮춘, 지속 가능한 건축 비엔날레 

이번 서울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이나 개념어를 통해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해온 지난 비엔날레들과 달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토대로 건축 비엔날레라는 행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행사의 주체를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으로 확대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변화를 모색하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가 행사 전반에서 읽혔다. 주제전의 일정 부분을 공모를 통해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한 점이나, 송현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삼아 시민들을 송현동과 서울이라는 도시에 자연스레 개입하도록 이끈 점은 유효한 전략이었다. 특히 송현광장을 활용한 야외 체험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기존의 학술 프로그램뿐 아니라, 야외 힐링 요가, 멍때리기, 버스킹, 드로잉, 야간 시네마 등 야외 전시장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비엔날레의 장에 시민들을 초대했다. 이러한 행사는 언뜻 주제와 무관한 듯 보이지만, 송현동이라는 도시의 빈 땅에서 벌어지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오랜 시간 주변과 단절돼 도시적 기억이 없는 송현동이 앞으로 어떤 장소가 될지 고민하는 일은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행사가 폐기물 없는 비엔날레를 목표로 기획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2년마다 도시 전반에 걸쳐 개최되는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행사에서는 전시 집기부터 대형 파빌리온까지 적지 않은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시 디자이너 포스트스탠다즈(대표 김민수)와의 협업을 통해 조립과 이동, 해체가 용이한 전시 집기를 제작해 폐막 이후에도 재사용할 수 있게 했다. 파빌리온도 마찬가지다. 모든 파빌리온은 행사 이후 각기 다른 장소에 재배치될 것을 염두에 두고 설치됐다.

 

여느 회차보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집중한 올해 비엔날레가 앞으로의 서울과, 서울비엔날레라는 행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담론과 현장을 아우르고자 시도한 이번 비엔날레가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를 기대해본다.​ (글 김지아 기자)

월간 「SPACE(공간)」 671호(2023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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