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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경계: 우리가 그리는 경계

나은중, 유소래
사진
노경(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네임리스 건축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언덕 위의 집(2023,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네임리스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건축을 시작할 당시 우리는 건축가를 ‘꿈꾸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4~5년이 지나 건축가는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꿈꾸는 시간보다 관계 속에서 풀어가는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건축가는 ‘꿈꾸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 초기에 주변으로부터 “순진하게(naïve) 건축한다”라는 평을 종종 받았다. 짓는 현실 건축에 발을 디디던 당시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노련하고 영리하게 건축을 하는 경험 많은 이들을 바라보며 미천한 역량을 채우고자 노력했다. 경험을 쌓는 동안 얻는 것만큼 잃는 것도 많았다. 그로 인해 결과의 좋고 나쁨을 재단할 수 없는 것이 건축임을 되새긴다. 여기 건축이 있다.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건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하기보다는 조금은 불완전한 것들 사이의 가능성과 때로 순진한 생각들이 건축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주변에 존재하는 두 대상의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경계를 바라봐야 한다. 경계는 필요에 의해 규정되지만, 관계를 통해 그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서로 다름의 경계는 흐려지고, 그곳에서 관계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대립되고 역설적으로 보이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행위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건축을 행하는 단서가 된다.

 

콘크리트와 돌

콘크리트는 액체의 돌이다. 돌가루, 자갈, 모래, 물의 혼합물이 특정 온도와 압력에 반응하여 응고되는, 다시 말해 자연의 돌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성분과 생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유일한 차이는 자연의 돌은 자연에서 발견되지만, 콘크리트는 의도된 형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액체의 유동성을 지닌 콘크리트의 가능성을 함축한다.


콘크리트월(2023, 시공 중) 


물질과 비물질

물질은 확고함을 지닌다. 거칠고 무거우며, 혹은 부드럽고 연약한 물질은 그만의 질감과 무게를 통해 사물의 결을 형성한다. 반면 비물질은 견고함의 부재로 인해 실체가 고정되지 않은 현상이다. 스며드는 빛, 투영되는 풍경, 흐르는 표면은 물질이 아닌 유동하는 시공간을 통해 인지된다. 물질성과 비물질성은 서로 다름이 아닌 부딪힘을 통해 하나의 현상으로 인지된다.


콘크리트월(2023)​ / ©Ahn Kiwon ​​

 

시와 산문

시는 함축적이다. 이는 산문의 표현만큼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순간순간 다름과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압축적인 언어다. 모든 인과관계가 완벽하게 조직되고 정의되기보다는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개입될 여지가 남아 있는 공간, 시간과 빛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건축,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간 그 자체로 영감을 주고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시적 건축을 상상한다.


동화고 어울림동(2021,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중력과 인력

중력은 땅의 힘으로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 반면 건축을 형성하는 사람의 힘은 이와 반대로 아래에서 위를 향한다. 건축은 기둥과 보, 지붕의 기본 요소를 통해 이 대립되는 힘의 균형을 배분하는 일이다. 모든 건축은 중력에 저항하는 동시에 순응한다.​


콘크리트월(2023, 시공 중)

 

​땅과 건축

​건축의 근본을 생각하면 땅이라는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자 건물이 뿌리내리는 기반으로 영속적인 가치를 지닌다. 건축은 땅의 시간을 빌려온다. 땅에는 구석 어딘가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 땅이 지닌 지형과 역사, 문화, 생태를 바라보는 것은 이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이 시간이 건축이 행해지는 순간이다.


언덕 위의 집(2023,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

 

구조와 표면

구조는 건축물의 뼈대이자 근원이다. 이는 콘크리트와 철과 같은 강성이 높은 재료로 이루어지며 물리적 공간을 형성한다. 반면 표면은 삶의 배경으로 빛이 머물며 손의 감각이 스치는 물질이다. 형상에 대한 문제도, 디테일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 개념이 아닌 실체로서 표면은 장소의 냄새를 만든다. 구조와 표면은 분리될 수 있는 객체지만 이 둘이하나인 경우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음을 통해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동화고 어울림동(2021,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

 

숲과 건축

숲은 전체와 부분이 다르지 않다. 나무껍질을 뚫고 나온 여린 잎새들, 단단한 땅에 솟아오른 뿌리, 주변에 흩뿌려진 흙과 낙엽들. 이 모든 부분이 모여 나무가 되고 하나의 숲을 이룬다. 숲과 같은 건축을 상상한다. 시간과 함께 나이 들며 작은 부분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비어 있지만 충만한 공간. 만일 이러한 건축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건축이 아니라 숭고한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언덕 위의 집(2023, 시공 중) ​​

 

유연한 그리드

그리드는 일련의 직선들로 이루어진 직교의 구조다. 견고하며 확증된 체계로서 공간의 구획부터 도시구조까지 적용된다. 직교체계의 구조적 명료함에도 불구하고 그리드가 역설적으로 유동적일 수 있는 이유는 직교의 틀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이는 견고한 구조의 변화가 아닌 이곳을 채우는 행위와 마주침의 유동적인 흐름이다.​​​​​


동화고 어울림동(2021,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

 

느슨한 장소

​건물 사이 틈, 조금 넓은 복도, 돌아가는 외부 동선, 흘러내린 마당. 이러한 느슨한 요소는 공간에 여지를 만든다. 장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목적이 명확한 밀도 있는 장소보다 오히려 느슨해진 목적 없는 공간에서 높아진다. 낭비라고 여겨지는 공간이 실제 삶에서는 계산할 수 없는 풍요로움을 만든다.


콘크리트월(2022,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 

 

 

진짜와 가짜​

​진짜는 가짜가 될 수 있으며, 가짜 또한 언제든 진짜가 될 수 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 경계는 상대적이다.​ (글 나은중, 유소래 / 진행 방유경 기자)


콘크리트월(2022, 시공 중)​ / Image courtesy of NAMELESS Architecture ​

 

월간 「SPACE(공간)」 670호(2023년 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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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리스 건축
네임리스 건축은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다. 나은중과 유소래는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UC 버클리 건축대학원을 같은 해 졸업했다. 2010년 뉴욕에서 네임리스 건축을 개소한 후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했으며, 예측불허한 세상 안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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