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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위기 속에서 도시·건축계는 무얼 하고 있나: 중소도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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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포럼
자료제공
중소도시포럼
진행
한가람 기자

​​​「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이 두 단어를 지겹게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중소도시에 무관심하거나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나? 전통시장을 점령한 외국 상점, 미국처럼 바뀐 자동차 중심 도시구조는 어쩐지 대다수가 떠올리는 중소도시의 이미지와 다르다. 도대체 중소도시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걸까? 이 변화를 위기로 간주하기보다 진화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없을까? 이에 대해 중소도시포럼은 도시·건축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며 좌절보다 희망을 건넨다.

 

상주의 신규 주택지를 경작지로 쓰는 모습

 

인터뷰

이장환, 이상현 중소도시포럼 공동대표 × 한가람 기자 

 

한가람: 중소도시포럼은 중소도시를 연구하는 모임이지만,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이 운영한다. 중소도시에 왜 주목하게 됐으며 어떻게 뭉치게 됐나?

이상현: 인터뷰를 요청받고 중소도시포럼의 시작을 돌이켜보니 2년 전 여름이더라. 사실 그전에 우리는 델프트 공과대학교 동문으로 서로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도시를, 이장환은 건축을 전공했다. 유학 후 나는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에서 일하고 있다. 약 10년의 정착기 동안 개인적으로 대구의 도시·건축을 리서치해왔다. 이는 업무와도 관련될뿐더러 대구에 연고가 없는 나에게 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였다. 중소도시는 아니었지만 지방 도시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다. 

이장환: 나의 경우 건축설계도 하지만, 2017년도부터 서울의 도시·건축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개관전 〈또, 하나의 서울〉(2019)이나 〈또 하나의 서울, 강과 산〉(2022)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울을 연구하면 할수록 오히려 서울 이외 지역이 궁금해지더라. 수도권이 인구 유입으로 계속해서 변모한다는 건 반대편에선 인구 유출로 인해 또 다른 양상의 변화가 야기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서 수도권 밖을 조사하기에는 대상지가 너무 넓었고 데이터 자체도 서울과 달리 풍부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연대를 하려던 차에 이상현을 만나게 됐다.

 

한가람: 앞서 언급한 자료 수집이나 시공간적 측면의 어려움은 어떤 활동들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나?

이장환: 아주 체계적이지는 않겠지만 리서치는 나름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워크숍이다. 방학 때 대학이나 학회와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서 중소도시 관련 데이터를 끌어모은다. 대도시권역 밖의 데이터는 제한적이며 있다 하더라도 상당히 해상도가 낮은 정보다. 따라서 워크숍에서는 참가자와 함께 도시를 관찰하며 데이터를 재구축한다. 두 번째 축은 공론을 유도하는 세미나로, 여러 관점에서 의견을 나누고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중소도시에 관심을 보일 만한 건축가, 도시계획가, 인문학자 등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마지막 축은 프로젝트와 관련되며 학교에서 강의(스튜디오 운영)를 할 때 중소도시를 이슈로 대안적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는 식이다. 

이상현: 참고로 작년 여름에 첫 워크숍을 열기 전, 우리끼리 1년 정도 중소도시를 조사했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영천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출근하고, 다른 날은 퇴근 후 구미에서 이장환을 만나 답사를 하던 일들이 떠오른다. (웃음) 이 과정에서 검증하고 싶은 부분을 워크숍 주제로 채택해 파고들고 있다.

 

한가람: 그동안 도시·건축계에서 지방을 논의하는 일은 협회나 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소도시포럼은 개인이 이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법론이나 접근과도 차이가 있을 듯하다. 

이상현: 보통 협회나 학계에서는 중소도시에 대해 계량적이거나 공식적인 부분만을 다룰뿐더러 건축과 도시에 대한 연구가 나뉘어 있다. 반면 우리는 개인이기에 비공식 부분도 자유롭게 다루며 도시와 건축에 몸담고 있어서 대상도 국토 차원부터 비공식 건물까지, 즉 도시와 건축 모두를 포괄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도시포럼의 의미와 차별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반 연구 단체나 협회에서는 대부분 용역으로부터 연구가 이뤄지기에 어젠다 설정에 자율성이 없는 편이며, 연구 주제는 현재의 패러다임 안에서 즉각 필요한 것으로 한정된다. 우리는 이들이 다루지 않는 도시·건축의 거시적 이야기라든가 변화 양상을 추적하며 현재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자 한다. 

 

한가람: 그렇다면 그 주제는 어떻게 채택되나? 또한 중소도시 범위는 학자와 연구마다 달리 설정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나아가 그 범주 안에서 대상 도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이장환: 중소도시를 규정하는 법적, 학술적 기준들을 살펴봤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소도시의 인구수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준에 집착하기보다, 변화의 조건으로 발생하는 특이점을 주제로 삼고 그에 부합하는 도시를 선별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 과정과 인구 고령화는 중소도시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혹은 국토 차원에서 교통체계(고속철도, 고속도로 등)의 혁신은 중소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등. 하나의 주제 아래에서도 여러 도시를 비교·분석해 처한 상황과 그것의 위상 변화를 관찰하려 한다.

 

 

​시기별 도시 확장 다이어그램 (제작: 임수진, 김민정, 임송빈)

 

한가람: 중소도시의 구체적인 특성을 짚어보기에 앞서 공통된 흐름을 알려 달라. 과거 도시 확장과 현재 진행 중인 인구 감소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있나?

이장환: 중소도시의 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방에 대한 어떤 노스탤지어가 있는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웃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소도시는 도심이 작은 데다 그곳에 관공서, 교육시설, 버스터미널, 시장 등이 밀집돼 도심 가로는 활기가 넘쳤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신규 택지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거행된다. 신도심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관공서나 버스터미널 등이 이전한다. 젊은 소비계층도 따라 이동하며 그곳에 새로운 상권이 조성된다. 그렇게 확장된 면적이 원도심보다도 더 크다. 그런데 최근 20년 동안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 않나. 그 결과 도시의 인구 밀도가 낮아진다고 하는데, 우리끼리는 “인구 농도가 흐려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확장된 도시에 사람이 흩어지다 보니 인구 농도가 떨어져서 옛날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중교통 시스템도 무력화됐다. 도시가 넓어져 시내버스는 더 많은 노선을 달리게 됐지만, 인구가 줄어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 탓에 운행 횟수가 줄었다. 그 결과 중소도시는 자가용이 필수적인 미국식 자동차 중심 도시처럼 변화하고 있다.

 

한가람: 전체 인구는 줄어도 외국인 비율이 늘어나는 도시도 있다고 들었다.

이상현: 읽을 수조차 없는 외국어 간판들이 전통 시장에 걸리고, 나이 든 현지인과 젊은 외국인이 공존하는 중소도시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 (웃음) 보수적이고 전통적일 것 같지만 그 이미지를 빗나가 초국적 현상이 벌어지는 중소도시들이 존재한다. 이는 경제적 이유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비롯되는데, 먼저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에 영세한 하청 업체들의 산업단지와 외국인 노동자가 모인다. 그다음 이들을 위한 음식점, 식료품점, 환전소와 같은 상점 등이 생기며 ‘세계적 중소도시’의 생태계가 형성된다.경상남도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김해가 극단적 사례 중 하나다. 김해 원도심은 수로왕릉 같은 문화재 근처에 가야 역사와 관련된 것이 있을 법하나, 오히려 외국인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심지어 수로왕릉 바로 옆 전통시장도 외국인 관련 상점이 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인이 들어갈 틈이 없다. 답사 중 만난 한 할머니는 “외국인이 권리금을 내고 들어와서 아예 정착을 해버리는 상황까지 왔다”고 하더라. 올해 하반기 워크숍에서는 김해 외에도 경주, 음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상황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해보려 한다.

 

​김해의 외국인 관련 시설 다이어그램. 

문화재 근처와 전통시장에 외국인 관련 상점이 거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47.3%(합성초등학교), 35.2%(동광초등학교)로 나타난다.

 

​ 

한가람: 한편 작년 여름 워크숍 주제는 ‘도시천공’으로, 나대지와 연관된다. 업무차 상주와 남원의 신규 주택지에 간 적이 있다. 두 곳 모두 3~5층 규모의 신축 건물 양옆으로 집터 만한 텃밭이 있더라. 당시에는 단순히 ‘시골 풍경’이라 치부했는데, 사실 이는 중소도시의 개발 허점을 방증하지 않나? 

이장환: 나 역시 상주의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후 항공지도를 통해 타 중소도시의 신규 택지를 관찰해보니 대개 비슷한 상태더라. 택지를 새롭게 확장했으나 인구가 줄고 개발 압력이 없으니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서다. 그리고 주민들은 빈 땅을 놀리는 대신 경작지로 쓰는 상황이다. 그 결과 3~5층 높이의 중간 규모 건축과 경작지가 붙어 있는 특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수십 년 전에 비해 인구구조는 변화하고 있는데 개발 방식은 그대로다. 이 모순에는 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개발의 명분이 되는 계획인구에도 오류가 있다. 중소도시마다 미래 인구를 무조건 상향해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여기에 부합해 모든 도시계획이 수립된다. 말이 안 되지 않나. 우리 세대부터라도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인정하여 이에 바탕을 둔 계획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가람: 원도심에서는 이와 다른 이유로 땅이 비워지고 있다고 들었다.

이장환: 남원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진 중소도시의 원도심은 현대적 건축법규가 생기기 이전에 형성됐다. 이러한 곳은 자동차와 도로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형성돼 골목길로 연결되는 필지 구조를 갖는다. 근대 이후 찻길을 내며 블록 바깥 부분에는 3~5층 정도의 건물이 들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블록 안쪽은 차량 진입을 위한 도로가 없어 증축과 신축이 불가하다. 따라서 자연스레 옛날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가 소유주가 자연사하면 빈집이 발생하고 추후 철거를 거쳐 대개 주차장으로 쓰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도시 중간중간에 구멍이 나는 거다. 대부분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배경은 앞서 말한 자가용 중심 도시로의 변화와 관련한다.

 

한가람: 이 천공 현상을 활용한 ‘소거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장환: 우리는 남원 원도심에 대해 도시천공을 시뮬레이션 해봤다. 토지 소유주의 연령대를 매핑해봤는데 60~70대가 압도하더라. 만약 지금 같은 흐름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20~30년 뒤 이들이 자연사한다면, 기존 블록 형태는 거의 다 해체되고 도시구조는 무질서한 상태가 될 것이다. 보통 사회에서는 이 쇠퇴 현상을 위기로 바라보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쇠퇴하는 힘의 방향을 살짝 돌릴 수 있다면 도시에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소거계획은 ‘어떻게 잘 없앨까’에 대한 전략이며, 하나의 목표를 상정해 계획하는 마스터플랜과 달리 과정이 중요하다. 소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블록 안쪽을 생산 녹지로 바꾸는 과정, 도로변 건물이 없어졌을 때 블록의 경계를 규정짓고자 일부가 다시 채워지도록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를 가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로변의 중간 규모 건물과 블록 안쪽의 생산 녹지가 맞붙는 ‘중밀도 도농혼합도시’를 상상할 수 있다. 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주에서처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상현: 소거계획은 도시계획과 관련하지만 건축가가 관심을 보여야 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도시계획에서는 어디를 우선적으로 소멸시킬지를 결정할 수 있어도, 공터에 면한 건물의 뒷면을 다루거나 기존 건물을 어떻게 바꿀지 판단하고 개입하는 것은 건축의 영역에서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에 응대해 부분의 집합으로 도시를 만들 때, 전체를 볼 수 있는 건축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소거계획 다이어그램(제작: 신유경)

 

한가람: 좀 더 물리적인 건축에 관해 얘기해보자. 중소도시 민가에는 말 그대로 ‘건축가 없는 건축’이 수두룩하다. 중소도시포럼에서는 이를 어떠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이상현: 지방에는 기존 건물에 무언가를 덧댄 구조가 많다. 보통은 불법 건축이기에 철거 대상으로 치부하지 연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불법 건축’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보다 ‘비공식 건축’ 나아가 ‘덧대기 건축’이라 정의하며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덧대기 건축은 대체로 비(방수)와 관련이 깊지만 날씨, 온도, 생산 조건, 라이프스타일도 함께 고려해 변형된다.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이를 시각화해 분석해봤다. 기존 건물에 무엇이 어떻게 덧붙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지, 우수 처리는 어떻게 하며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덧대기 요소가 태양열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등. 흥미로운 점은 이 분석이 소거계획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블록 안쪽이 텃밭으로 바뀌거나 비어갈 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건물은 신축 건물이 아니라 덧대기 건축이다. 예를 들어 지붕에 배관을 부착해 우수를 모아 텃밭에 관수를 하는 식이다. 이렇게 덧대기 건축은 현재 중소도시 현장부터 미래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계해 적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장환: 건축가 입장에서는 덧대기 건축을 하나의 스타일이나 건축 언어로 치환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했다. 대신 그런 건축이 나올 수밖에 없고 또 만연한 이유, 나아가 그것이 던지는 의미를 건축적으로 보려 한다. 우선 덧대기 건축은 중소도시에서 대도시의 철거-신축 논리가 통하지 않기에 발생한다. 또한 고령 이용자는 주거지가 생애 동안만 버티면 되기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기존 성능을 보완한다. 그래서 재료도 투박하고 가벼운 일회용 자재가 쓰인다. 이것이 흔하다 보니 도시 나름의 질서를 갖추는데, 건축가가 이 현상을 이해하고 있다면 중소도시에 새로운 종류의 콘텍스트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콘텍스트를 만드는 일은 건축가의 끊임없는 숙제 중 하나 아닌가. 

덧대기 건축을 공간적 차원에서 살펴보면, 기존 건물에 즉흥적 덧댐으로 파생되는 사이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는 가급적 내외부를 단절해 인공화된 내부와 아닌 부분을 나누지만, 지방에서는 덧대기 건축으로 밀폐된 내부가 최소화되는 반면 외부 사이사이에 여러 켜가 쌓인다. 그 결과 자연과의 교감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개연성도 높아진다. 특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사이 공간이 늘어나며 상주 같은 특정 지역에서는 감을 말리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건축의 토대 자체가 다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덧붙이기 전 상태의 건물을 분석해보니 덧대기가 용이한 건축 유형이 있음을 깨달았다. 화장실이나 창고는 담벼락과 통합돼 외부에 위치하고, 건물과 담벼락은 사이가 좁은 특성을 지닌다. 또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외부에 있는데 이때 계단 참은 바깥에 있는 화장실이나 창고의 옥상을 활용하더라. 

 

한가람: 마지막으로 도시·건축계가 중소도시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 지방을 바라봤던 시각과 현재는 무엇이 달라야 하나? 

이장환: 사회에서는 중소도시의 현 상황을 ‘인구 감소’, ‘지방 소멸’이라는 키워드로 대변해버릴 뿐 도시구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세세하게 언급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이 담론에 대해 사회학자, 통계학자만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건축가의 관점에서 중소도시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발언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는 건축을 재정의하고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는 데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에서도 건축가들이 중소도시를 눈여겨본 적이 있긴 하다. 서울건축학교(SA)는 1990년대 말부터 10여 년간 지역과 주제를 바꿔가며 여름 워크숍을 진행했었다. 당시 건축가들은 중소도시에서 한국성을 찾고자 했지만 지금 중소도시는 그때와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도시가 소멸하는 과정에서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할 때가 왔다. 앞으로도 우리는 중소도시의 건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재정의할지 등을 탐색해서 최종적으로 출판과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이상현: 도시의 축소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흐름이 아니다. 세계의 보편적 현상이며 역사적 연결 고리도 있다. 지암바티스타 놀리(Giambattista Nolli)가 제작한 지도가 로마의 축소 도시와 관련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웃음) 건축가들이 공적 공간과 사적 영역의 형상과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놀리 지도에서 일부 도심만을 확대해 인용하지만, 이 지도는 그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두루 포함한다. 특히 쇠퇴한 교외 지역에는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 같은 대형 건축물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경작이 행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들이 점점 자연과 경계가 없어지고 결합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상황과 유사하지 않나? 우리는 이 주제를 국내 도시·건축계에 던질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공론의 장을 해외까지 넓히고 싶다.​ 

 

 

덧대기 건축의 모습. 

중소도시포럼은 ‘불법 건축’이라는 용어 대신 ‘덧대기 건축’을 사용한다.

 

상주의 덧대기 건축 다이어그램(제작: 김민정, 김유빈)

 

월간 「SPACE(공간)」 670호(2023년 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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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환
이장환은 어반 오퍼레이션즈 대표로 도시, 문화, 건축 전반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와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건축학교(SA)를 졸업했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우수 졸업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 OMA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카타르 국립중앙도서관 설계와 더불어 다수의 아시아,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서울의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서울〉 (2019), 〈또 하나의 서울, 강과 산〉(2022)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전시했다.
이상현
이상현은 대구광역시 도시디자인과 주무관이자 독립 도시연구가이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와 델프트 공과대학교 도시학 전공(urbanism track)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네덜란드 팜버트 어반 랜드스케이프에서 도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현재 중소도시연구와 대구에 관한 도시 리서치인 ‘Urban DNA of Daegu’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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