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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건축을 일구는: BLDUS

사진
타이 콜
자료제공
BLDUS
진행
윤예림 기자

​​「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흔히 건강과 친환경은 느림, 불편함, 고비용 따위와 동의어로 여겨진다. 그러나 2013년부터 워싱턴 D.C. 아나코스티아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앤드류 린과 잭 베커(BLDUS 공동대표)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건축자재와 시공을 주장하는 동시에 ‘빠르고 쉽고 저렴한’ 주택을 표방한다. 건축의 과정에서 건강과 환경, 역사와 자연, 경제와 법규에까지 눈길을 두며 고유한 보폭으로 나아가고 있는 BLDUS에게 그 동력과 방법을 물었다.

 

그라스 하우스 

 

인터뷰 앤드류 린, 잭 베커 BLDUS 공동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BLDUS는 워싱턴 D.C., 그 중에서도 아나코스티아 지역을 기반으로 연구와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하고 또 깊이 천착하고 있는 이유가 있나?

앤드류 린, 잭 베커(BLDUS): 아나코스티아는 19세기 중반에 형성된 워싱턴 D.C.의 첫 교외 지역이다. 아나코스티아 강 동쪽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워싱턴 D.C.의 역사지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개발로 인해 극단적인 변화의 위기에 처했고, 주민들은 이런 움직임을 의식하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건축가로서 책임을 느꼈다. 워싱턴 D.C.의 대다수 건축가들이 도시의 다른 편에 분포해 있고 실질적으로 아나코스티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개발을 앞둔 아나코스티아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커뮤니티의 형성에 도움이 되고자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다.

 

윤: BLDUS의 웹사이트에서는 아나코스티아를 비롯한 미국의 지형과 토착 문화, 재료 등을 매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고대 고분과 1700년대 주택, 통신 타워 등 다양한 주제인데, 이 같은 조사연구의 목적이 궁금하다. 

BLDUS: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건물과 경관을 방문하면서 공간적 맥락을 넓고 풍성하게 경험하려 한다. 그렇게 배운 과거와 현재의 지성을 융합하고 접목해가며 설계와 건축에 활용한다. 특히 아나코스티아 지역에 대해 공부할수록 이 역사지구의 요구들, 취약점들, 그리고 잠재력을 잘 알게 됐다. 이에 기반해 지역적 속성과 맥락을 고려한 주택들을 계획하고, 역사적인 주택을 개조하며, 주민들이 그들의 100년도 더 넘은 주택들을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개조 및 증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윤: BLDUS가 말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증축이란 워싱턴 D.C.의 서로 다른 지역적 맥락과 까다로운 건축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듣고 싶다.

BLDUS: 워싱턴 D.C.의 저층 주거 시장은 규제 체계가 복잡하고 까다로운데, 특히 높은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필수조건은 나라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다만 독특한 건축 공법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이기 때문에 고민해볼 거리가 많다. 우리의 과제는 주로 재정적 지원 확보, 질 낮은 재료 옵션들과의 경쟁, 사후 관리와 보수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이윤 남기기를 우선시하는 기존 개발 관행에 맞서는 것이다. 같은 워싱턴 D.C. 내에서도 그 입지와 환경적 맥락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나코스티아는 보호를 받고 있는 역사지구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신축 프로젝트는 역사보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역사지구의 프로젝트는 비율과 디테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용하고 맥락에 스며드는 식으로 설계한다. 한편 도시의 골목에 위치한 목조 주택들은 200년의 역사적 맥락 내에서 지역 법규와 경제적 필요성에 따라 형성된다. 이러한 배경 안에서 가능한 한 쉽고 경제적인 선택지를 찾아 주민들에게 제공하려 하고 있다.

 

 

밤코어 패널과 삼나무 등, 그라스 하우스의 재료 팔레트


윤: 그라스 하우스(2019)는 그러한 BLDUS의 의지와 가능성을 눌러 담아 선보인 첫 번째 깃발 같은 건물이다. 

BLDUS: 그라스 하우스는 우리가 아나코스티아 지역에서 스스로 이룬 첫 프로젝트로, BLDUS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그라스 하우스는 우리가 선보이는 재료와 시공법의 쇼케이스이자 자재 팔레트나 마찬가지다. 역사지구 내에 위치하는 만큼 이웃과 잠재 고객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저렴하고 건강한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려 노력했다. 특히 재료 면에서는 콘크리트와 철근 대신 퇴비화가 가능하며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재를 찾았다. 직접 개발한 밤코어(BamCore) 패널부터 그을린 삼나무, 사이프러스 사이딩, 대나무와 코르크 바닥재, 양모 단열재, 버드나무 스크린, 균사체와 운모로 제작한 등갓, 구리와 슬레이트 지붕 디테일, 토대에 설치한 단열 처리된 CMU 블록들, 그리고 외부의 아카시아나무 벤치와 차양 등. 비유하자면 그라스 하우스는 반짝거리는 아이콘이라기보다 패치워크 퀼트에 가깝다. 계단, 창, 천장, 바닥 곳곳에서 재미있고 혁신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각각의 요소들은 지금까지도 여러 다른 프로젝트에서 써오고 있으며 나무껍질이나 코르크 등의 새로운 재료를 더 발굴하기도 했다.

 

윤: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BLDUS는 건축 과정에서 ‘팜 투 테이블’에서 착안한 ‘팜 투 셸터(Farm to shelter)’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 현지 농장에서 최고의 식재료를 직접 공수해오는 요리사처럼 건강하고 합리적인 자재를 찾으며 실험하는 것이다. BLDUS가 생각하는 건강한 재료란 무엇인가? 

BLDUS: 건강한 재료에 대해 최대한 유연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경제적인 주택을 시급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건강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거주민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만은 지킨다. 과제의 여러 제한 조건 중에서 우리는 천연 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부분들과 그 재료들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간단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고려한다. 건물 전체가 현지에서 채취한 천연 재료로 제작된 부재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부분적으로만 사용되기도 한다. 건강한 재료들을 이용하되 때와 장소에 적합한 범주에서 선택한다. 이는 시공 방법, 즉 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을 건강한 방향으로 옮겨오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유해한 페인트칠 작업을 하는 대신 대나무 패널을 다듬는 것이다. 더 건강한 방식으로 효율적인 주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윤: BLDUS가 내보이는 재료 팔레트는 마감재, 구조재, 단열재 등 여러 용도에 걸쳐 사용된다. 이들은 기존의 건축 산업 내에서 널리 쓰이던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가? 

BLDUS: 세계 여러 지역과 다양한 시대에 각종 재료로 지어진 수많은 건물들을 조사해오면서, 우리는 오늘날의 이윤 중심의 건축 산업에 내재된 재료에 대한 선입견에서 그만 벗어나자고 생각했다. 우리는 유리섬유보다 양모와 삼을, 철강보다 대나무와 목재를, 섬유 시멘트보드보다 코르크와 나무껍질을, 석고보드보다 점토와 회반죽을 선택한다. 미국 건축의 다소 보수적인 측면을 대상으로 도전장을 던질 때, 오히려 오래된 도서관과 전통 건물들에게서 위로와 힘을 얻는다.

 

 

포플러 클라우드

 

윤: 한편으로는 기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을 것이다. 양모, 삼, 대나무, 목재, 코르크, 나무껍질 등이 건강과 환경에 이롭기 이전에 선택할 만한 탁월한 면모가 있다면 무엇인가? 

BLDUS: 대나무는 최상의 탄소 절감 재료다. 대나무로 제작한 밤코어 패널은 강도, 유연성, 내구성에서 목재보다 우월한 성능을 가진다. 또한 저장하고 있는 탄소로 인해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어 금속보다도 여러 측면에서 뛰어나다. 양모 단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되는 셀룰로오스나 재활용 데님 단열과 달리 수분을 흡수하면서 확장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우수하다. 또한 체내에 흡입돼도 암을 유발하지 않고, 만져도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기 때문에 유리섬유보다 건강에 이롭다. 한편 나무껍질은 이미 수천 년 동안 북미지역의 건물에서 사이딩 재료로 사용되어왔으며, 내구성이 좋은 재료다. 20세기 초반에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건축가 헨리 베이컨이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가 참고할 만한 좋은 선례가 되어주고 있다. 코르크 역시 사이딩 및 단열재로의 기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윤: 포플러 클라우드(2022)에는 외관에 나무껍질이 사용됐다.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외관이 생경한데, 도심 속에 위치한 집에도 같은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나? 

BLDUS: 포플러 클라우드는 자연국립공원 사이, 포토맥 강을 마주하는 부지에 위치한다. 이와 달리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스무 블록 떨어져 있는 비좁은 도심 골목의 포플러 그로브(2021)에도 같은 나무껍질 사이딩을 적용했었다. 같은 재료지만, 사용 목적은 서로 반대다. 포플러 클라우드는 주변 환경과의 연결성과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창문을 계획했고, 나무껍질 사이딩을 수평 방향으로 사용해 재료의 레이어가 기존 풍경과 연속적인 관계를 맺도록 했다. 반면 포플러 그로브는 외부로의 시야보다 빛과 사생활을 우선시했고, 이를 위해 수직 방향의 사이딩 레이어를 추가해 골목의 다른 주택들과 공명하도록 했다. 같은 재료라도 서로 다른 조합으로 변주된다면 다양한 현장 사이의 규모와 맥락적인 차이를 넘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플러 그로브 

 

윤: 포플러 클라우드는 ‘로테크’와 ‘하이테크’를 모두 활용한 집이라고 설명한다. 상반된 두 개념의 공존 방법이 궁금하다.

BLDUS: 현대 공법과 하이테크 기술로 제작한 로테크 재료를 사용한다. 잘 살펴보면 3백 년 전 쓰이던 건축재료들과 3천 년 전에 쓰이던 재료들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게 오랜 역사 동안 검증되고 사용되어온 천연 재료를 선호한다. 그런데 여기에 현대의 재료공학과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제작 공정을 통해 재료의 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나무껍질 사이딩, 코르크 사이딩, 양모 단열재, 대나무 프레임, 열처리 및 유전자 조작된 목재들, 특별 제작된 균사체들, 대규모 목재 등이 그 예다. 기능에 있어 약간의 진보가 있으나 모두 전통 재료들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학교들은 재료연구 실험실을 만들고, 대규모의 건축사무실에서는 지속 가능한 재료 시스템의 가능성과 이점을 탐구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주택 건축가와 건설업자들은 그러한 재료의 활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건축자재를 추구하는 업체를 찾아 상호적인 관계를 맺고, 자연 재료의 디자인 및 환경적인 잠재력을 이끌어내려 한다.

 

윤: 그러한 전통과 신기술의 융합은 BLDUS가 지금까지 지향해온 태도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도시의 경제 원리와 건강이라는 나란히 두기 쉽지 않은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워싱턴 D.C.에서 어떤 건축을 구축해나가고 싶은가? 

BLDUS: 워싱턴 D.C.의 주택청은 현재 지역 전체에 걸쳐서 상태가 좋지 않고 교체가 시급한 수천 개의 주택들을 관리하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주택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해 대규모 주택 위기를 겪고 있는 워싱턴 D.C.와 미국 전체 상황에서 어떻게 친환경적이면서도 건강한 주택을 지을 수 있을까? 우리의 손을 직접 거치든 거치지 않든, 이 교체 사업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시도들에서 영향을 받아 더 건강하고 지속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다.

 

그라스 하우스

월간 「SPACE(공간)」 670호(2023년 09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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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린, 잭 베커
앤드류 린, 잭 베커는 워싱턴 D.C. 기반의 건축 개발 사무소 BLDUS의 수석 건축가이자 창립자다. 미국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지역의 맥락을 존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완전해지는 건강한 건축을 짓는다. 앤드류는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워싱턴-알렉산드리아 건축센터의 교수이며 잭은 4대를 이은 건축가로서 개발과 건축에 관한 많은 경험을 축적해왔다. ‘BLDUS’의 다중적 의미는 모호함의 영역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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