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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제약과 제한, 펼쳐진 건축적 상상력: 서울마루 공공개입 2023

박지윤 기자
자료제공
건축적사무소, 수파 송 슈바이처, 스튜디오 스튜디오, 원애프터, 하이퍼스팬드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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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9월호 (통권 670호)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한국 건축계에서 주목하는 파빌리온 공모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3회차를 맞은 올해 42개 안이 제출됐는데 19개인 작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건축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리포트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다른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비교해 가진 특별한 지점을 짚어보고, 당선작 ‘식방마루’를 포함해 7월 10일 최종 심사에서 발표된 다섯 개의 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식방마루 렌더링 이미지 / Images courtesy of one-aftr 


도시, 건축적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서울마루 공공개입 

2021년 서울마루 공공개입이 “행사장도 아니고 파빌리온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달고 시작됐다. 이 슬로건의 뜻은 뭘까? 이는 행사장이나 파빌리온을 계획하지 말라는 뜻이기보다는, 기존에 천착하지 않는 새로운 안, 새로운 도시와 건축 읽기를 요청한 것이다. 슬로건의 의도는 2021년 당선작인 스튜디오 히치(대표 박희찬)의 ‘서울 어반 핀볼 머신’(이하 ‘핀볼머신’)에서도 드러난다. ‘핀볼머신’은 대지의 경사로를 활용해 핀볼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작업으로, 서펜타인 파빌리온,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Young Architects Program) 등 국내외 굵직한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모임이나 그늘의 기능을 담는 것과는 구분된다. 2022년 당선작인 설계회사(공동대표 강현석, 김건호, 이종철)의 ‘서울 대청’ 또한 ‘핀볼머신’과 같이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이 없는데 사실 서울마루 공공개입의 2021년 공모지침서에는 YAP와 같이 그늘 공간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핀볼머신’이 시민들이 도시를 즐길 수 있는 작업의 색다른 방법을 제안하면서 이후 그늘이라는 요구 사항은 사라졌다. 필요치 않은 제약은 과감하게 없애면서 건축가의 상상력이 뻗어나갈 수 있는 틀을 제공한 것이다. 

 

서울마루 공공개입의 또 다른 특이점은 대지와 심사위원단 구성이다.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보통 미술관 내에 설치되며 심사위원단은 미술계와 건축계 인사로 꾸려진다. 이에 반해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도시, 건축을 주요하게 다루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설치되며, 시작 당시 심사위원단 전원이 건축가였다. 이후 이지회(MMCA 학예연구사)가 합류하긴 했지만 그 또한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의 협력큐레이터로 참여하는 등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이력이 있다. 조민석(서울마루 공공개입 2021~2023 공모운영위원장, 매스스터디스 대표)은 2021년 심사 자리에서 “[YAP를] 건축계와 미술계 인사가 함께 심사했는데 영역 간 담론이 겹쳐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서울마루 공공개입의 심사단 구성은 건축적인 담론 아래 심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일 테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대지인 점은 이 의지의 배경이자 동력이 됐을 것이다. 일례로 ‘공공건축이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학구적이어도 되는가?’, ‘공공건축이 도시에 정치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적절한가?’ 등 공공건축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펼쳐진 심사 장면은 이 프로젝트가 추구한 담론의 방향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2023년,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전면적으로 공개공모로 전환된다. YAP는 만 45세 이하의 젊은 건축가를 추천받아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심사해 최종 후보군을 선정했고, 서울마루 공공개입 또한 이 방식을 따르는 듯했다.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보통 지명공모로 진행되는 이유는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이 방식은 한계를 갖는다. YAP는 반복해서 지명한 건축가가 있고, YAP와 서울마루 공공개입 간 겹치는 지명 건축가도 있다. 동일한 건축가들이 재차 호명되는 이유는 당연히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이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면 검증된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2021년 심사 자리에서 공모 방식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나온 후 2022년 지명공모와 공개공모를 혼합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이 시도가 공개공모로 들어온 안들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계기가 되면서 2023년 전면적으로 공개공모로 전환했다. 여기서 괄목할 점은 건축가의 연령, 사무소의 개소 연도에 대한 제한을 모두 없앴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마루 공공개입이 신진 건축가의 발굴과 지원보다 도시, 건축적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장임을 강조하며 나아가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그렇다면 올해 제안된 안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품고 있을까? 

 

건축가의 역할, 시선, 그리고 주제를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 다섯 개의 안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경사로 된 옥상인 서울마루를 대지로 한다. 대지 주변에는 덕수궁, 경희궁, 숭례문과 같은 문화재와 함께 서울 성공회 성당, 서울시의회, 서울시청, 정동교회 등이 자리하며 서울 시민들의 공공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세종대로와 면한다. 설계비,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는 1억 2천만 원으로 적은 예산 안에서 실현 가능한 안을 제안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먼저 ‘무명소(無名所)’는 공공장소가 모두를 위한 공공장소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수파 송 슈바이처(공동대표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의 무명소는 노숙인 이동목욕 서비스, 폐지 줍는 노인들의 폐지 매입, 설치물 ‘저항’과 ‘접근금지’가 계획된 시민참여광장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광화문광장과 연결된 서울마루에 시위 문화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폐지 줍는 노인과 노숙자가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 안은 이동목욕 서비스 트럭, 이동식 천막텐트, 이동식 안전펜스 등을 대여해 배치하는 방식으로 예산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모이는 시민참여광장에서는 시민들이 함께 골판지 폐지를 활용해 시위 피켓을 만드는 등의 이벤트를 기획했다. 수파 송 슈바이처는 건축이 오브젝트적이고, 자기 만족적이고, 특권 계층을 위한 것이 되어가고 있지 않는지 자문했고, 건축을 건축물 디자인이 아닌 사회 디자인이라 정의내렸다. 

 

 

무명소 렌더링 이미지 / Images courtesy of SUPA Song Schweitzer 

 

‘(찐)그린루프’와 ‘월플라워’는 대지를 해석하는 시선이 두드러졌다. 하이퍼스팬드럴(대표 전재우)의 (찐)그린루프는 옥상을 지면과 멀어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땅이라 해석하며 옥상이 가진 가능성을 탐색한다. 한국인은 초록색 방수 페인트로 칠해진 옥상에서 햇고추를 말리고 빨래를 너는 등의 ‘작업’을 한다. 하이퍼스팬드럴은 초록색 방수 페인트라는 ‘K-옥상’의 특징을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도심 속 작업실이라는 특징에 기반해 새로운 행위를 제안한다. 30×15m의 초록색 야외 크로마키 촬영장에서 초청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시민들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도록 꾸린 것이다. 이 작업은 시민들, 더 세부적으로는 소위 ‘인증샷러’를 도시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도시를 통해 창작물을 만드는 능동적인 도시적 주체로 다룬다. 스튜디오 스튜디오(대표 도광훈)의 월플라워는 주변 환경을 모두 가리고 남는 것을 보여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대지가 이미 공공적 맥락을 충분히 가지기에 어떤 파빌리온도 공공적 성격을 가지게 될 거라 해석한 것이다. 측면과 상부 일부는 판재로 둘러싸이고 상부 중앙은 열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한 월플라워는 적은 예산에 맞추기 위해 규격화된 직사각형 판재를 사용했다. 판재는 기울어진 땅에 원형의 형태로 설치되면서 측면부에 자연스레 틈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작업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비스듬히 안착한 원형 구조물, 하늘로 열린 내부, 얼핏얼핏 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틈은 시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찐)그린루프 렌더링 이미지 / Images courtesy of HYPERSPANDREL 

 

 

 

월플라워 렌더링 이미지 / Images courtesy of Studio studio  

 

‘산들바람이 부는 마루’와 식방마루는 모두 자연환경에 주목한다. 건축적사무소(대표 허성범)의 산들바람이 부는 마루는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대류 현상의 원리를 따른다. 남쪽은 빈 공간으로, 북쪽은 계수나무로 그늘을 만들어 남쪽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고 북쪽에서 서늘한 공기가 가라 앉도록 하면서, 그 사이에 개구부 역할을 하는 흙벽을 설치해 선선한 바람이 지나가게 한다는 구상이다. 계수나무는 식물원과의 협의를 통해 대여하고, 이외 초화류나 식재는 설치 기간이 끝난 후 시민들이 용기를 가져오면 분양할 수 있도록 해 폐기물 또한 최소화했다. 시청 방향에서 보면 산들바람이 부는 나무는 주변의 도시, 자연환경과 어울려 잘 인식되지 않는데 이는 대지가 가진 본래의 원풍경을 잇고자 한 의도다. 원애프터(공동대표 안미륵, 마준혁)의 식방마루는 온실을 디자인 모티프로 삼았다. 건축은 전통적으로 자연환경에 대응하면서 사람, 동물,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온실은 그 표본 중 하나다. 형태적으로는 한국의 비닐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식방마루는 여섯 개의 베이, 네 개의 존으로 구성되며 각 존은 가구와 측면의 개구부로 연결된다. 하나의 베이는 5×12m 규격에 아홉 개의 아치 프레임을 가지며 투과도, 투명도, 다공성이 다른 재료로 덮여 홀, 온실, 명상실, 로비라는 네 개의 존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한다. 가장 큰 규모인 홀은 세 개의 베이로 구성하고, 패브릭 매시와 같은 백색 차광막으로 바람은 통하게 하면서 들어오는 빛은 적절하게 조절하는 식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마루 렌더링 이미지 / Images courtesy of architectural/practice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축계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임시 가설물인 파빌리온은 특정 시기가 지나면 철거되기에 폐기물 문제가 꾸준히 논의되어왔다. 이에 발맞춰 ‘핀볼머신’은 하부의 스틸 프레임부터 UHPC 상판까지 모두 해체와 재설치가 용이하도록 설계됐고, 실제 송추 조각공원의 산능선 경사지에 재설치됐다. ‘서울 대청’은 아직 재사용되지는 않았지만 126개의 분리 가능한 유닛으로 계획됐다. 2023년 당선작인 ‘식방마루’ 또한 모듈 구조이기에 덮인 재료만 교체한다면 농가의 비닐하우스로, 또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각 당선작들이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문제를 짚으며 나름의 해결 방향을 모색하면서 서울마루 공공개입은 계속해서 도시, 건축적 아이디어에 대한 논의를 넓혀가는 중이다. (글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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