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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자본, 도시, 라이프스타일과 카페 건축

진행
김정은 편집장,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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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참여 고영성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서승모 건축사사무소 사무소효자 대표, 이정훈 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 

진행 김정은 편집장, 박지윤 기자

 

카페의 증가와 대형화 이유

서승모(서): 나에게는 주말 아침에 사람들이 동네 카페에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는 모습이 익숙했다. 그런데 요즘은 카페를 촬영 장소를 물색하는 로케이션 스카우트의 자세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나의 배경으로 카페를 바라보면서 소위 성지순례를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 일상의 일부였던 카페가 비일상의 장소가 된 거다. 입지별 특징도 있다. 도심지인 서촌을 예로 들면, 걸어서 구경하다 쉬는 장소가 SNS 해시태그를 걸 수 있는 카페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하나둘 카페가 생겼을 거다. 그러면서 도시 전체, 전국이 관광지화 되어가는 요즘, 카페가 그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고영성(고): 예전에는 카페를 공부나 일을 하는, 즉 비용을 내고 일정 공간과 시간을 사는 곳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경험을 사는 공간이라 여겨지고 있다.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카페는 빠지지 않는다. 서승모의 말처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들르는 곳이 아닌 비일상적 경험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생겼다. 

이정훈(이):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진입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사업이 베이커리나 커피 분야다. 변호사나 건축사처럼 자격증을 딸 필요도 없다. 음식점의 경우 요리 하나를 만들더라도 여러 기술이 필요한데 커피는 원두를 볶아 내리기만 하면 된다. 대형화된 카페가 늘어나다 보니 각종 원두나 생지 등을 공급하는 회사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생지를 사서 굽기만 하면 디저트를 내놓을 수 있다. 물론 식음료의 퀄리티를 신경 쓰는 곳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카페 사업은 부업으로 시도되기도 한다. 일반 사람들이 ‘모텔이나 할까?’ 같은 생각은 안 하지만 카페의 경우는 다르다. 카페는 5평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 비교적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자산이 넉넉하면 100평, 그 이상도 지을 수 있는데 특히 요즘에는 대형 카페의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해 많이들 시도하는 것 같다. 자산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땅만 있으면 카페 하나 지어서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하는 거다. 상속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대형 카페의 증가는 자본에 충실한 현상이다. 대형 카페는 땅값은 저렴한데 경관은 좋은 곳에 위치한다. 카페가 세워지기 전에 그곳의 땅값이 얼마나 했겠나? 사실 카페 사업은 부동산 사업이고, 부동산 사업을 통해 자본을 확장시키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카페를 하는 거다. 대형 카페의 건축주들은 비슷한 환경의 대지에 다시 카페를 지어 브랜드화 하려는 야망이 있다. 이러한 건축주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 산업에서 핵심은 시행이다. 사업을 위해 저평가된 땅에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데, 그 프로그램이 카페일 뿐인 거다. 

서: 유럽이나 일본에서 대형 카페를 볼 수 없는 이유는 도시 자체가 예쁘기 때문이다. 카페 건축이 좋을 필요가 없다. 파리의 경우 길에 있는 작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반면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 앞 상가의 컨디션이 좋지도 않으니 주말이면 모두들 외곽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차를 타고 자연을 즐기러 가서는 당연히 휴게소보다는 풍경 좋은 카페를 찾게 될 거다. 한국의 도시가 철도 중심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도시라 카페가 대형화한 측면도 있다. 유럽이나 일본은 기본적으로 철도 중심이라 보행 환경이 좋고 거리 간 연결이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 카페가 대형화된 것은 도시사회적 조건의 결과다. 

이: 대형화된 카페는 자동차 중심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차를 타고 20분이든 30분이든 경치를 보는, 그러한 전이 과정을 즐긴다. 그다음 카페로 진입하면 공간에서 오는 쾌감이 더 크다. 그래서 카페 건축주들은 주로 주차장이 부족할까 걱정한다. EL 16.52 또한 주차장을 위해 대지를 추가로 확보했다. 렌터카 산업과 시장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기장의 웨이브온을 가더라도 서울에서부터 차를 운전할 필요 없이 부산역에 내려 렌트하면 된다. 유럽의 경우에는 대형 카페가 있지도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갈 이유도 없다. 그들이 퇴근 후와 주말을 보내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레저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스포츠와 동호회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카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카페의 대형화는 우리가 갈 곳이 없다는, 우리 삶의 각박한 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위해 장소를 사야 한다면, 유럽은 워낙 공공장소의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굳이 카페에 갈 이유가 없다. 도시가 잘 조직되어 있고 그 조직에서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장소를 가기 위해 차를 가지고 나갈 필요가 없는 거다. 우리는 카페에 가는 것을 이벤트처럼 여긴다면 유럽에서는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스타벅스는 내부에 설계 매뉴얼이 있다. 커피, 상품, 공간 매뉴얼이 명확해 어느 지점을 가든 익숙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2층 규모에 전망이 좋은 코너의 입지에서 전략적으로 시작했다. 런던이나 파리의 지점들도 마찬가지다. 카페 산업에 진입하는 건축주가 큰 규모의 카페를 지으려 할 때, 스타벅스와 비슷한 입지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키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타벅스가 없는 장소에서, 스타벅스가 하지 못하는 걸 가지고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 정체성이 없는 카페는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혹은 특별한 원두 등 다른 요소에 의존하는 면이 있다. 

이: 요즘 카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처음부터 카페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의도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다 보니 규모가 커지는데, 공간이 남는 경우가 생기고, 그런 남는 공간에 다른 용도를 넣다 보니 복합문화공간이 된 거다. 카페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수사라고 생각한다. 웨이브온의 경우커피숍만으로 공간이 꽉 차기 때문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 카페의 본질적 기능은 결국 커피숍이다. 

고: 카페는 본래 소비하는 공간이었는데 어느 순간 문화와 관련된 요소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은 옛 공장을 리노베이션한 카페인데 공장의 흔적들을 마치 전시하듯 보여준다. 기존 장소의 기억을 보존하고 보여주면서 방문자들은 하나의 상설 전시처럼 인식하게 됐다. 지금은 과거를 전시하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 되었지만 당시 카페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장소였기에 무언가를 전시한다는 것이 많은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 사건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카페를 복합문화공간이라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웨이브온 / (우) ⓒLee Jeonghoon (좌) ⓒKim Jeoungeun 

  

카페 설계의 특징 

고: 카페 연일을 포함해 최근 카페 작업을 다섯 개 정도 하고 있다. 카페 건축만의 특징을 꼽자면 브랜딩에 있을 것이다. 브랜딩이나 조경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설계 초반부터 함께 진행한다. 건축가는 가장 큰 덩어리인 공간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여러 전문가를 이끄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 카페 연일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경은 좋은데 근경은 형편없다. 그래서 ‘이 카페 자체가 방문의 목적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목적이 되는 카페가 어떤 카페일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설계를 할 때는 외진 곳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올 것이고, 차를 타고 오기 때문에 혼자 오지는 않을 것이라 전제했다. 

이: 카페의 본질은 의외성을 파는 것이다. 사람들은 낯선 공간 속 약간의 번잡함과 타인과의 적정 거리를 즐긴다. 커피는 집에서 마실 수도 있는데 굳이 집 밖으로 나온다. 결국 카페는 카페라는 공간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주변 풍광을 끌어들여 의외성을 주는 부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서: 그럼에도 카페 건축이 요구하는 특별한 설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기본은 장소성, 기능성, 미학이다. 장소를 다루는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장소성을 만든다는 점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형 카페는 건축 자체가 브랜딩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가적인 요소들이 고려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 역시 ‘이 장소에는 이런 건축이 어울려’라는 건축에 임하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카페를 설계할 때 포토제닉한 공간에 대해 고려하느냐고 묻는다면, 모든 건축가들이 모든 건축에서 고려하는 부분일 것이다. 설계를 할 때 외관을 구성하고 3D 모델링을 해서 공간을 확인하지 않나. 그 과정을 거치는 이유가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공간이 포토제닉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포토제닉한 공간이 어디까지 자극적으로 구성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포토제닉한 공간은 이차원적인 비율이 좋아야 하는데 공간의 앞, 뒤, 옆을 입체적으로 구성해도 이차원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설계한 뒤 포토제닉한 뷰를 잡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어찌 됐든 어떤 건축가도 포토제닉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발주처에서도 ‘사진을 어디서 찍어야 돼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차원적인 설계는 배제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러한 건축 방법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 다만 건축가들이 일차원적인 포토제닉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서: 하지 않을까? (웃음) 

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포토제닉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안도 다다오 건물을 가면 사람들은 당연히 사진을 찍는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게 핵심이고 좋은 공간을 만들면 당연히 포토제닉한 공간이 된다. 그러니까 건축주가 건축가를 고용하는 거다. 우리는 삼차원적인 형태를 다루고 빛과 그림자에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소성과 맞물려 조금 더 극대화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카페 설계라고 해서 특별히 포토제닉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호텔에도 미술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좋은 카페를 방문하면 “이 건축물은 미술관 해도 되겠네” 같은 말도 나온다. 안도 다다오의 지추 미술관과 같은 공간을 가면 “여기는 카페 해도 되겠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 사실 프로그램과는 크게 상관없이 포토제닉한 공간은 필요하다.

 

카페의 공공적 가능성 

서: 카페를 두고 흔히 말하는 커뮤니티 측면에서의 공공성은 아마 일본의 츠타야가 모델이 된 것 같다. 츠타야는 본래 비디오, CD, DVD, 책 대여점이었는데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롯폰기 지점에는 예술 전문 서적과 스타벅스를, 다이칸야마 지점에는 강아지 관련 콘텐츠나 라이카와 같은 브랜드를 들여왔다. 그 지역의 행태를 반영해 책과 커피를 함께 구성한다. 지역 도서관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지역과 츠타야가 어우러지는 식이다. 일본이 인구가 줄고 노령화되면서 지역에 분산되어 있던 기반시설들을 모아 지역 거점을 만드는 콤팩트 시티 정책을 펼치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스타벅스, 츠타야와 함께 보건소 등도 같은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 언저리에 주민센터를 만들면 제일 먼저 고려되는 것은 건강과 관련된 시설, 의료시설 그리고 독서 공간이다. 카페는 커피와 책을 매개로 해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츠타야에 실제로 가보니 개발이 아니라 블랜딩의 개념을 가지고 작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기에 좋은 공간이 나오는 거다​. 

서: 최근 이솝 서촌을 작업 했는데 이솝은 입점하는 위치에 대한 매뉴얼이 있더라. ‘주변 몇 미터 안에 서점이 있을 것’ 같은 식이다. 츠타야도 아마 자체 매뉴얼이 있을 것이다. 

이: 한국 공공재의 퀄리티가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로 대형 카페가 생겨났다고도 생각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 ​©Lee Jeonghoon

 

카페 건축 혹은 카페 산업의 미래 

이: 한국은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도시화됐기 때문에 개발을 하면 할수록 섬과 같은 형태가 되면서 거리에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도심 개발과 대형 카페의 맥락이 어느 정도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공공 공간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카페 산업은 계속해서 잘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카페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최근 구마 겐고가 설계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이하 스타벅스 도쿄)를 방문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지점이라고 해서 갔는데 장사가 너무 잘되더라. 스타벅스는 이제 이색적인 체험도 판다. 굿즈도 판매하는데 그 매출액도 만만치 않다. 나는 카페 산업의 미래를 의심했는데 일본의 경우를 보고 건재할 거라 확신했다. 물론 스타벅스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개별 카페가 그 정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형화되는 시장은 존재할 거다.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규모가 커질수록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대형 카페로 유명한 부산의 피아크와 같은 경우는 조금 과도기적인 느낌이 있기는 하다. 카페도 양극화될 것 같다. 일본의 경우 정말 작은 카페라도 명장이 하는 카페면 줄을 선다. 커피가 대중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또 전문화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취향이나 맛을 찾아가는 사람이 늘어날 거다. 

서: 사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인데 커피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요즘 카페는 영화 속 배경 같은 거다. 앞으로 카페에 요구되는 부분이 바뀔 텐데, 그게 편안함을 찾는 방향으로 향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에는 커피 맛을 찾게 될 거고 주인장이 상주하는, 커피 한잔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곳에 가게 될 거다. 카페의 대형화는 도시의 세계화와도 연관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의 체류 인구가 계속해서 1억 2천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의 도시가 늙어가는데도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관광객들이 돈을 써주기 때문이다. 한국도 한류 때문인지는 몰라도 체류 인구가 굉장히 늘었다. 마포 같은 지역은 중국인들이 많이 와서 호텔 잡기도 힘들다. 카페 어니언 안국은 외국인들이 관광 와서 조식을 먹는 카페로 유명하다. 

이: EL 16.52의 경우도 부산 사람보다 외지인의 비율이 많다고 한다. 결국 대형 카페가 살아남으려면 동네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면 어림도 없고, 외지인과 더불어 외국인까지 와야 한다. 스타벅스 도쿄도 ‘세상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 매장이 있대’와 같은 마케팅으로 외국인을 끌어들인다. 대형 카페를 관광지의 관점으로 보는 거다. 그러니까 건축주도 카페를 지을 때 인테리어만 대충 하고 끝낼 수가 없다. 외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대형 카페 산업은 쇠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고: 카페가 이용객을 계층화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특히 외곽의 대형 카페들은 카페에 오는 것이 공간을 사는 행위라고 주입하더라. 예전에는 카페에 그냥 들어왔다가 구경하고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천적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공간 내부를 구경할 수 없도록 구성하기도 한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들어가려면 굉장히 긴 동선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카페가 대형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본다. 

서: 한국은 유행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추구하는 경향이 언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도심과 주변부는 과거 갈빗집과 모텔이 있는 모습이 익숙했다. 지금은 비워진 모텔들이 굉장히 많다. 식당을 대신하는 건 카페가 된 느낌이다. 카페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카페에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면, 젊은 사람 혹은 가족인데 10년이 지나서도 젊은 사람들이 외곽까지 갈 것인지 그때의 가족 단위가 지금의 가족 단위와 동일할지 등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정훈이 카페가 미술관도 될 수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 건축가가 장소성만 명확하게 만들어놓으면, 카페가 문을 닫더라도 그 이후에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카페 연일 또한 카페 패러다임이 한차례 지나간다 할지라도 어떤 기능에도 대응할 수 있는 건축이다. 

고: 양주 쪽에 지어졌던 모텔들 대부분이 지금은 요양병원이 됐다. 자연과 근접한 위치라 그랬을 거다. 카페 또한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위치의 영향을 받을 거다. 위치가 좋은 곳은 스테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 좋은 환경을 요구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치환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고향이 부산이라 피아크에 가본 적이 있는데, 사무용 가구를 채워 넣으면 사무실로 쓰기도 좋은 공간이더라. 바다를 향해 시야도 시원하게 펼쳐지니 고급 레스토랑으로 사용돼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피아크는 카페 그 이후의 용도도 고민한 건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시간이나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변형되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카페는 주택 등 다른 용도의 건물들과는 다르게 실내 공간이 넉넉하고 복잡하게 구획돼 있지 않아 잠재된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장소의 특성만 잘 고려한다면 카페는 카페의 역할을 잘했듯, 다른 용도로도 충분히 충실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피아크 / ⓒKim Jeoungeun 

 

카페 어니언 안국 / Image courtesy of Cafe Onion

 

월간 「SPACE(공간)」 666호(2023년 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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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성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건축사사무소를 거쳐 2011년 디자인연구소 이엑스에이를 개소했다. 이후 2013년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로 이름을 변경해 현재까지 다수의 감성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간의 표면보다 그 본질의 진정성에 주목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서승모
서승모는 1971년 교토 출생으로, 경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예술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2년간 동 대학교 비상근 강사였으며, 2004년 서울에서 독립했다. 현재 주거, 호텔, 업무시설 등 다방면의 영역에서 설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SJ 한옥 리노베이션, 현대카드 바이닐 앤 플라스틱 파사드 리노베이션, C 하우스 리노베이션,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장 디자인 등이 있다.
이정훈
이정훈은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건축대학교,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교에서 건축재료학 석사 학위 및 프랑스건축사를 취득했다. 이후 시게루 반, 자하 하디드 사무소에서 근무했고,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젊은건축가상, 디자인 뱅가드, 독일 프리츠 회거 건축상, 미국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ICONC 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종성 건축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청남도 수석 공공건축가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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