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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카페, 건축가에게 기회인가?

강예린+이치훈, 강우현+강영진, 김정임, 나은중+유소래, 문주호, 윤승현, 정현아
진행
방유경 기자

「SPACE(공간)」 2023년 5월호(통권 666호​)


[OPINION] 카페, 건축가에게 기회인가?

참여

강예린 서울대학교 교수 + 이치훈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 이하 SoA
강우현 + 강영진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이하 아키후드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
나은중 + 유소래 네임리스 건축 공동대표, 이하  네임리스  
문주호 경계없는작업실 대표 
윤승현 중앙대학교 교수 
정현아 디아건축사사무소 대표


Q1. 카페 건축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와 네트워크의 공간으로서 카페(다방)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카페 건축이라 일컬을 만한 최근의 현상은 수도권 집중화, 1~2인 가 구  증 가, 주택가격 상승 등 사회적 요인으로, 도심 내 좁은 주택 안에서 충족되지 못한 공간 수요와 SNS를 통한 공간 소비 경향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김정임

장소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집과 일터 이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요할 수 있는 장소가 드물다는 반증 아닐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심각해서 카페에 의자를 치웠을 때, 고시촌에 사는 친구들이 갈 곳이 없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SoA

카페는  공공시설인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보다 심리적·물리적 문턱이 낮다. 특히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예약 시스템이 일반화된 공공문화 영역보다 문화와 여가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이 각광을 받았다. 상업 공간이자 소비 공간인 카페의 역설적인 공공성은 특정 개인에게 편향된 공간이 아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쉽게 방문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네임리스

최근  몇 년 전부터 건축적 경험을 소비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현상의 시작에는 SNS 유행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이러한 흐름에 사업가와 투자자가 재빠르게 반응한 결과라고 본다. 아키후드

 

Q2. 카페 건축이 건축가에게 어떤 기회를 준다고 보는가? 건축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질 좋은 공간에 대한 욕구에 맞춰 새로운 공간을 설계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 그것이 건축가에게 기회라면 기회일 것이다. 다만 ‘모델하우스는 건축인가’와 같은 맥락에서 카페 건축에 대해 의문을 느낀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극도로 상업화된 소비 공간을 건축계가 지지해야 되는지에 대해 먼저 문제의식을  느끼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건축의 질과 공간의 질은 엄연히 다르다. 좋은 건축을 말하는 기준이 단순히 공간이 멋지고 마감이 잘된 건축만을 말하는 건 아니지 않나. 거기서 빠진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현아

카페 건축은 특이한 조형이나 독특한 분위기가 쉽게 화제가 되어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새로운 시도가 의뢰인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계획적 측면에서도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고 수용해야 할 기능과 법규적 제약이 간단한 편이라 다양한 건축적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정임

질문의 관점을 바꾸면, 특정 종류의 건물 성황이 왜 그런지 동시대 배경을 따져볼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대체할 만한 공공의 장소와 건축은 없는지 살피게 한다. 또한 카페 건축에 대한 호응은 획일화된 생활공간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하므로, 건축가에게 평소와 다른 공간 경험을 디자인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카페가 지닌 미래의 경제력을 담보로, 다른 용도의 건축물에 비해 시공 예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잡는 편이라는 점도 기회가 된다. SoA

제3의 장소로서 카페 건축의 가능성은 스스럼없이 모이고 교류하지만 한편으로는 개개인이 서로 다른 경험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중의적 특징은 카페 건축의 다양성으로 귀결된다. 특정 장소의 맥락과 사용자의 경험 사이에 다양한 내러티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시설보다 건축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이 건축 유형은 건축가에게 기회이자 건축 문화의 다양성을 형성할 수 있다. 네임리스

카페는 공간구성의 제약이 타 용도 건축물에 비해 적어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프로젝트다. 건축뿐만 아니라 조경, 가구, 브랜딩 등 다른 영역에도 건축가가 참여할 기회가 늘어남으로써 완성도 높은 건축물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보인다. 아키후드

커피와  베이커리는  밑밥일 뿐, 이용자를 유혹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대형 카페의 성공 비결일 테다. 이런 유혹의 장치로서 (…) 건축 본위의 가치 창출을 통해 기회를 엿보는 보기 드문 현상이 바로 대형 카페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건축적 역량을 이토록 존중한 사례가 있을까 싶다. 건축판 한류문화로 정착될 수도 있겠단 상상마저 하게 된다. 윤승현

Q3. 카페 건축이 자신의 작업에서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카페 건축이 자신의  다른 시설물에 비해 설계 조건이 복잡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디자인 제약이 적다고 생각한다. 확보해야 할 좌석수와 주차 대수를 제외하고, 음료를 주문하고 난 다음에 대한 경험의 서사를 건축가에게 온전히 맡기는 경우가 많다. 기획에서 인테리어까지 전 과정의 디자인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다. SoA

다른 용도의 공간과 달리 카페에 방문하는 이들은 아주 뚜렷한 목적을 지니지 않는다. 이러한 느슨한 목적성은 건축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공간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은 기능이 뚜렷한 밀도 있는 공간보다 오히려 목적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 건축이 어떠한 경험을 만들며, 사용자에게 어떻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카페 건축을  넘어 건축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네임리스

카페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특성을 가진 공간이다 보니, 현재의 트렌드 속에서 건축가로서 자신을 강하게 표현해야 하는 도전과 추후 트렌드 변화를 가정하고 행하는 불변하는 공간 디자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문주호

우리는 카페라는 고유한 기능에만 충실한 건축물을 만드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건축을 통한 이용자들의 다양한 경험,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카페로 이용되고 있지만 미래에 다른 용도로 이용되더라도 충분히 좋은 공간이 되도록 말이다. 아키후드

 

Q4. 카페 건축의 유형을 구분한다면 어떤 기준과 특성을 고려할 수 있을까? 

유형보다는 오히려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 같다. 기존에는 건축가가 프로그램을 교과서 읽듯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많이 가졌는데,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카페라는 프로그램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창의적인 관점과 시도가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배울 게 많은 것 같다. 정현아

도심형, 교외형, 경관형 등 위치에 따른 구분이 가장 우선할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장소를 정할 때 이미 위치에 따라 예산과 사업의 목표가 다를 것이고 어떤 콘텍스트에 놓이느냐에 따라 고객 성향, 공간 사용 방식이 달라서 건축 계획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김정임

내용은 물론, 규모로도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공항이나 항만 수준의 규모에서 근린상가에 이르기까지 카페 건축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다.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와 카페의 혼종을 보면서, 유사 공공시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SoA

카페 건축의 차이는 장소의 콘텍스트에 기인한다. 여유로운 교외, 밀도 높은 도심, 일상이 스며드는 동네, 오래된 재생 공간 등 대지 상황은 카페 건축의 목적과 사용자의 유형을 형성한다. 따라서 구축의 관점이 아닌 장소를 방문한 사용자의 경험으로 구분될 수 있다. 네임리스

위치적 특성(도심지인가 교외인가), 공간 점유 유형(임대인가 소유인가), 콘텐츠의 질(소비형 콘텐츠인가 지속 가능한 콘텐츠인가), 세 가지 기준을 고려할 수 있겠다. 문주호

단순히 공간과 시간만을 서비스하는 곳과 그에 더해 공간적 경험을 서비스하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카페의 고유한 기능적 효율성에 치중한다면, 후자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아키후드

시장은 결국 요구에 따라, 차별성의 흐름에 따라 계속 꿈틀거리기 마련이다. 건축의 상업적 가치 역시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고, 이 경향은 가속될 것이다. 건축물 조형의 경관적 가치, 장소의 자원적 가치, 공간 조형적 가치, 프로그램 콘텐츠적 가치, 시간성을 담는 재생적 가치 등의 건축적 구상을 상품 가치로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실험의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윤승현

 

Q5. 카페 건축은 장소성, 지역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는가?

장소성과 지역성은 ‘지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일관된 개념인데,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중심의 카페 건축은 그런 개념과 무관하다고 느낀다. 새로운 공간 경험 욕구에 대한 반응에 따라 사막이나 유럽의 거리, 혹은 근과거의 폐허를 옮겨놓은 듯한 카페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 건축은 장소성이나 지역성을 초월하는 탈지역적이고 탈시대적인 공간이라 생각한다. 시대, 장소성, 도시적 조건이 없는 전혀 새로운 미래적 개념이 아닐까. 정현아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시설이므로 인근 지역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게는 주차 문제부터, 크게는 방문자들의 관심이 주변에까지 확장되어 카페 하나로 동네가 바뀌는 꿈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운영자의 철학과 장소적 특성을 살리고 지역과 상생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건축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임

‘근교’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년 전이나, 가깝게는 10년 전에 도심 근처 ‘가든’에서 고기 구워 먹고 술 마시고 놀던 향락객들이 실제 가든을 품은 카페에서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종족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근교의 카페가 자연과 맺는 방식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SoA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카페 건축은 장소성, 지역성과 관계의 선택지를 넓혀 다양한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표현해볼 수 있는 공간 유형이 아닐까 싶다. 공간을 만드는 ​주체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문주호

전라남도 해남지역 관광객 유입 명소의 2위가 한 대형 카페라고 한다. 매력적인 장소의 부재로 힘겨움을 겪는 지방과 구도심의 상황을 고려하건대 지방 활성화에 카페의 기여도가 작지 않으리라 본다. 다만 지역이 받쳐주지 않는 한 관심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 기회와 영향이 확장될 수 있는 관계적 장치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윤승현

 

Q6. 앞으로 카페 건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게 될까? 이때 건축가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고전적 의미의 건축에 가치를 둔 사람으로서, 카페 건축은 새로운 시대의 건축 양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결국 소비에 의존하며 유행에 따라 계속 바뀌는, 즉 건축 자체의 수명이 짧아지고 쉽게 폐기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건축가들이 풀어야 될 문제는 건축이 소비되지 않고 살아남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정현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노동시간 단축, 근무 형태의 다양화 등으로 카페 건축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다른 기능과의 복합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리라 본다. 유니크함과 보편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어떻게 결합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김정임

신축이 아닌 경우라도 카페는 인테리어에 공을 들인다. 실제로 상당수 건축가들이 카페 인테리어에서 건축 작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이런 실무 경험이 어떤 건축 경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 SoA

카페 건축은 저마다의 취향을 드러내며 공간의 내러티브에 집중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특정 계층에게 편향된 건축 양식이 아닌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체화되는 건축 경험 그 자체다. 네임리스

활동 반경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적 카페와, 강한 목적성을 가지고 특별한 경험을 하는 카페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 같다. 소비되는 공간의 관점에서 구축으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줄 수 있는 공간 요소와, 변화에 자유로운 공간 요소 간 균형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문주호

카페의 열기도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다. 혹은 다른 용도의 건축물과 융합하여 그 외연이 더욱  확장될 수도  있다. 공간적 경험에 대한 관심이 한창 고조된 지금, 건축가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수준 높은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대중적인 건축 문화 향상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키후드

유럽에서 발원해 지식 교류의 산실이 되었던 커피하우스는 형식적으로는 새로운 음료인 커피를 마시는 장소였고, 내용적으로는 선택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교류의 장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카페는 커피 등의 기호식품을 구매하는 형식은 같지만,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카페의 주 이용객인 젊은이들이 그들만의 소비 경험을 기념하고 사진으로 인증하는 장소로 작동하고 있다. 관건은 변하기 어려운 영구적 구축물인 건축이 어떻게 끊임없이 변화와 특별함을 갈구하는이용자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윤승현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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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린+이치훈, 강우현+강영진, 김정임, 나은중+유소래, 문주호, 윤승현, 정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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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린 서울대학교 교수+이치훈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 이하 SoA
강우현+강영진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이하 아키후드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
나은중+유소래 네임리스 건축 공동대표, 이하 네임리스
문주호 경계없는작업실 대표
윤승현 중앙대학교 교수
정현아 디아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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