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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속 식물을 꺼내어 심는: 안마당더랩

사진
박성욱(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안마당더랩
진행
박지윤 기자

「SPACE(공간)」2023년 4월호 (통권 665호) 

 

 

이도 사유 중정 전경 ©Park Woojin

 

인터뷰 오현주, 이범수 안마당더랩 공동대표 × 박지윤 기자​

 

8년 차에 접어든 조경 설계 사무소 안마당더랩(공동대표 오현주, 이범수)은 젊은 건축가와의 작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중이다. 젊은 건축가들이 그들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비슷한 세대라 소통이 잘 되기 때문일까? 오현주와 이범수는 식물을 도면에 그리는 것을 넘어 하나하나 직접 고르고, 또 직접 심는다. 이는 건축가가 마감 공사에 매일 상주하는 것만큼 집요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그들을 만나 조경, 더 깊게는 건축물의 외부 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지윤(박): 안마당더랩은 조경도 설계하고, 정원도 만든다. 조경과 정원 작업은 어떤 차이를 가지나? 

이범수(이): 우리가 처음 독립할 때는 조경과 정원을 모두 하는 사무소가 드물었다. 서른 초중반에 독립을 했는데, 조경업 선배들이 인맥도 없이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했다. 그때 나는 작은 골목이나 상업 공간, 주택과 같은 공간부터 시작해 차이점을 보여주면 우리를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경과 정원의 차이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고, 구분하는 것도 크게 의미는 없다.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보편적으로 조경은 공공의 성격을 가진 작업이, 정원은 상대적으로 사적인 공간의 작업이 많은 편이다. 그 이유는 조경과 정원의 태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경이라는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면서 도시에서의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생겨났고, 정원이라는 개념은 야생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는 행위로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조경, 정원, 인테리어, 건축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만들어진 조경, 정원이란 단어로 지금의 작업들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작업들마다 조경, 정원, 산림, 테라스 가든, 루프톱 가든, 그린테리어, 아웃도어 리빙 등 작업을 밀접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공간의 용도를 명확하게 하고 설계의 방향을 설정하는 편이다. 

 

박: 안마당더랩의 특징 중 하나는 시공까지 하는 조경 설계 사무소라는 점이다. 파트너 시공사도 있지만 식재 시공은 되도록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 도면에는 일반적으로 수종, 수고(H), 폭(W), 근원 직경(R)만 표기할 수 있다. 이를 참고해 시공자가 나무를 들여와 심는데, 정원의 성격을 가진 작업에서는 설계자의 의도를 반영한 재료 하나하나의 모양새와 그에 따른 위치가 중요하다. 그래서 직접 고른 나무로 직접 심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재료를 캐스팅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누군가는 돈 주고 버리기도 애매해 방치한 나무를 우리가 사오기도 한다. 그 나무의 가격은 저렴하더라도 우리가 설계한 공간에 적합하다면 수백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 봄이 되거나 시공이 막 시작될 때는 설계실에 있는 것보다 나무를 찾으러 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재료를 캐스팅하는 것 또한 설계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 소다미술관의 <우리들의 정원>(2021)에서 작품 ‘일분일초’를 선보였다. 전시는 비교적 제약이 적기에 안마당더랩이 그간 쌓아온 조경과 정원에 대한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였을 거다. ‘일분일초’는 나누어진 공간에 각각 나무, 돌, 풀을 둔 작품인데,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오현주(오): 사람들은 보통 조경을 배경으로 인식하기에 각 재료를 섬세하게 볼 일이 없고,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재료 간의 조화로움에 집중한다. 우리가 디자인 재료로 사용하는 자연물도 제각각 형태와 질감, 색감이 다르며, 어떤 재료를 선정하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무, 돌, 풀을 구분해 각 재료들이 만드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 재료들을 우리에게 주어진 구획된 공간의 특성에 맞춰 구분하고 배치했다. 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공간에는 나무를 두어 콘크리트 벽에 그려지는 나무의 그림자로 공간이 더 깊어 보이게 만들었다. 바람이 많이 들어오는 공간에는 초화를 두어 풀의 흔들림과 흔들림으로 인해 퍼지는 향기를 만들어냈다. 돌이 있는 공간은 돌이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연출했다. 나무, 돌, 풀은 벽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벽이 없는 열린 각도에서는 각 공간이 모두 연결되어 보이기도 해서 객체 각각의 모습과 객체가 모인 조화로운 장면 모두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박: 카페인 이도 사유(2020)에서는 미스트를 사용해 안개 낀 숲을 연출하기도 했다. 설계 시 고려한 지점은 무엇인가? 

오: 중정 공간에 미스트를 사용하는 것은 건축가의 의도였고 우리는 그다음을 생각했다. 안개 공간을 사유라는 콘셉트와 적절히 결합시키기 위해 숲속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려 했다. 그런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적합한 나무를 고르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었다. 숲속 나무는 하나하나의 객체로 느껴지지 않고, 숲이라는 풍경으로 느껴진다. 또 넓은 들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라는 나무와는 달리, 경쟁을 하며 자라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자라기도 한다. 이러한 숲속 나무의 수형과 색감, 그리고 주어진 공간의 생육 환경을 고려해 산에서 자란 소사나무를 구하여 식재했다. 

 

박: 이솝 성수(2021), 호지(2022, 「SPACE(공간)」 661호 참고), 차리카페(2022, 「SPACE」 663호 참고)에서는 지형을 설계해 빗물이 모일 수 있는 웅덩이를 만들고 물이 자연히 땅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그 의도는 무엇이며, 이용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랐나? 

이: 빗물을 모아 배관을 통해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배수 체계의 단점은 빗물이 땅에 스며들 시간이 없다는 거다. 이것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면 지하수가 되고, 지하수가 하천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산성비는 정화된다. 그런데 배수 체계로 인해 산성비가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이 오염되는 거다. 더불어 본래 땅에는 일정하게 지하수가 있어야 하는데, 물이 말라버리니 그 공간에 공극이 생기면서 땅이 푹 꺼진다. 싱크홀이 생기는 이유기도 하다. 수도와 관련한 에너지 문제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도는 특정한 위치까지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을 끌고 온다. 그 물을 자연적으로 모인 빗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일련의 작업에서 보인 우리의 행위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업들을 사람들이 보고 잠시라도 환경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람들이 환경에 관한 메시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아름다운 조경을 완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지 웅덩이 

차리카페 웅덩이 ©Chin Hyosook 


박: 지속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말해오고 있다.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축물,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물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고는 한다. 안마당더랩이 정의한 지속가능성은 무엇인가? 

오: 조경 또한 인간을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개발 행위다. 개발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조경의 재료는 식물과 같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고 조경 행위의 일부는 자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지점에 조경이 자연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존 땅의 모습을 복원하는 조경 계획을 말할 수 있다. 스테이인 호지가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작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요즘 우리의 주요 고민은 조경 재료를 어떠한 방식으로 들여와야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다. 100m에 달하는 길을 하나의 수종만으로 구성하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 나무를 좋아하는 곤충만 오게 된다. 생물다양성이 떨어져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거다. 천적이 올 수 있는 다양한 수종으로 구성하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 공간에서는 상업성이 확보되어야 건축물과 더불어 조경 또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수종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는 자연 복원, 생물다양성 등을 추구하는 것만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박: 주로 건축물의 외부 조경을 담당해왔다. 공원 조경, 인테리어 조경 설계와 비교하여, 건축물의 외부 조경 설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가? 

이: 건축물의 외부 조경은 건축가와 협력해야 할 일이 많고, 이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많다. 특히 조경의 가치만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좋은 공간은 조경, 건축물, 인테리어 등 모든 디자인이 잘 맞물려야 완성된다. 그래서 공간을 영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영화 제작의 인력 구성도 음악 감독, 영상 감독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모든 감독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조화롭게 협력하지 않나. 예를 들어, 장면에 따라 음악을 넣을 때가 있고 넣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 또한 건축가의 의도와 건축물의 콘셉트에 따라 조경을 앞으로 드러내거나, 물리거나 한다. 

 

 

호지 전경 ©Chin Hyosook 

 

호지 전경

 

박: 조경가는 건축가가 콘셉트 등 건축물 설계의 밑그림을 그린 후 조경이 필요한 경우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프로세스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건축물의 콘셉트가 확고한 외부 조경을 하는 경우, 조경 단독 작업이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디자인도 시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 문법을 계속해서 접한다. 다만 조경에 대한 건축가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 좋을 것 같다. 조경의 재료 중 하나인 식물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죽은 고등어를 사와도 냉장고에 넣지 않으면 부패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떤 과일끼리 놓으면 빨리 상한다는 것도 알고 공부도 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로 살아 있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는데 종종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식물의 자리로 계획해 두는 경우가 있다. 차리카페의 경우, 선홈통이 건축물 전면에 일렬로 위치해 땅까지 떨어진다. 그에 따라 선홈통과 이어지는 배수시설도 직선으로 구성했다. 우리가 처음 시도해보는 선형의 디자인이어서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 또한 있는데 그늘을 만들기 위한 식재 구간이 급사면이라 큰 나무가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사면에서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고 흘러가기 때문에 나무가 성장하기 쉽지 않다. 계획상으로는 건축물 앞에 건축물과 수평으로 배치된 긴 퍼걸러가 있었는데 퍼걸러를 일부 수정 배치하면 급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퍼걸러의규모와 위치를 수정 요청했는데, 건축물을 설계한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공동대표 이세웅, 최연웅)에서는 건축물과 퍼걸러가 이루는 균형이 전체 계획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도 그 부분에 공감했기에 퍼걸러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그늘을 위한 큰 나무는 포기하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화초로 변경했다. 사실 미적으로는 수고가 낮은 식물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박: 시퀀스와 같은 경험 설계부터 바닥, 담장과 같은 디자인 설계까지 건축가의 업무와 맞물리는 영역이 있다. 이러한 영역에서의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 우리가 우선적으로 계획을 하고 건축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작가적 성향의 건축가를 만나면 영감을 많이 받는다. 차리카페에서도 본래 외부 바닥 마감이 하나의 재료로 통일되어 있었는데 벤치에 앉는 공간과 걷는 공간의 바닥 재료를 구분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렇게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디테일을 촘촘히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차리카페 전경 ©Chin Hyosook

 

차리카페 전경 ©Chin Hyosook 

 

박: 영향을 받은 국내외 조경가가 있는가? 

오: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존경하는 조경가로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대표)이 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실천하는 조경가라 생각한다. 디자인을 보면 조경의 재료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는 식물을 직접 가꾸는 삶을 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식물은 키워보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수종을 바로 옆에 심는다고 해도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여성 조경가로서 80세 넘어까지 작업을 한다는 것 또한 인상 깊다. 나 또한 할 수 있는 한 오래 작업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일분일초’ 전경 

 

 월간 「SPACE(공간)」 665호(2023년 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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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이범수
오현주, 이범수는 안마당더랩의 공동대표다. 안마당더랩은 상생의 가치 아래 균형, 본질, 단순, 대비, 조화 등의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 균형감 있는, 따뜻하지만 선명한, 규칙 안 변주, 조화, 대비가 있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조경가, 정원가, 디자이너, 컨설턴트 등 크게 네 가지의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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