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SPACE 학생기자] 『서울 어바니즘』 리뷰

17기 학생기자
자료제공
공간서가
진행
방유경 기자

 

방유경

 

서울은 한국 도시의 정전(正典)이다. 국내 다른 도시는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가 혹은 얼마나 비슷한가로 평가되곤 한다. 일극 체제인 우리 현실에서 서울은 ‘수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인지 건축 기행문부터 수도권 도시계획사까지 서울의 공간을 다룬 책과 연구도 그 수가 적지 않다. 이상헌(건국대학교 교수)의 저작 『서울 어바니즘』(2022)은 건축과 도시 사이의 빈 퍼즐을 도시형태학적 관점을 통해 연결한다는 점에서 그것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한국 건축의 정체성』(2017)이 던진 화두를 이어받은 5년 만의 역작인 이 책은 620개의 주석과 324개의 도판이란 정보에서부터 그 노력을 짐작케 한다.

서울은 정체성 없는 서양 도시의 아류라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의 고유성이란 시선을 통해 서울에 잠재한 질서와 무의식을 밝힌다. 이상헌은 출간에 앞서 발표했던 두 편의 논문▼1 에서도 이를 시도한 바 있다. 강남의 거대한 슈퍼블록과 좁은 내부 가로망을 볼 때, 서구 도시론을 적용했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광화문에서 종로까지의 블록 크기인 500m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강북 도심을 일종의 슈퍼블록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기원을 동아시아의 오랜 도시모델인 방리제에서 찾는다. 강남과 강북의 도시 구조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통념을 깨트리는 지적이다.
지난 1월 6일, 17기 학생기자 네 명(반제연, 여고은, 이동렬, 이민형)은 조각보와 같은 도시조직이 인상적인 서울 강남구에 모여 『서울 어바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읽은 감상을 나누며 ‘서울 도시형태의 회고적 읽기’라는 부제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학도로서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설계 스튜디오와 도시를 보는 관점에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공했음에 공감하면서 “책장을 덮은 뒤 다시 한번 읽을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학부 2학년에서 5학년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본 책의 내용과 감상을 책의 구성(Part 1, 2, 3)별로 나눠 정리해보았다.

Part 1
서울의 공간은 다채롭다. 자연, 시대에 따른 특이한 가로구획 등 서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격자형 계획도시에선 볼 수 없는 낯선 사이트들이 수없이 많이 그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엔 건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낯설지만 도전하고 싶은 공간이 많다. 이러한 공간에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만으로 복잡한 서울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서울 어바니즘』이 반가운 이유다.
나 역시 프로젝트를 서울의 공간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특색 있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기롭게 설계를 시작하지만 대상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책에서 언급했듯 기존의 서양 중심의 사고 틀에서 바라볼 때 유럽과 미국의 도시와 비교해 정비되지 않고 통일성 없는, ‘정체성이 없는’ 도시로 보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도시를 단편적인 현재 모습에 국한되어 바라보며 서울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설계 수업을 할 당시에는 서울은 ‘일관성도, 정체성도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지금껏 서울시민이자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나 역시  표면적으로만 바라볼 뿐 도시에 대해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빠르게 팽창한 서울은 과거의 모습을 지우며 확장했다. 표면적으로 ‘서울성’ 역시 지워가며 성장했으니 현재 서울은 근대화 이전의 서울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근대화 이전 형성된 도시의 모습과 건축 문화의 특징이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 필지, 가로, 건축물들은 모두 서울만의 전통적, 문화적 특징을 가진 채 형성되었으며 단지 그러한 특징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서울은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야만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들로 켜켜이 쌓인 도시 속에 숨어있는 서울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무질서 속 잠재된 질서를 도시형태의 형성과정과 원리를 이해하여 찾고자 한다’고 언급했던 부분을 통해 정립되지 않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가 ‘서울성’을 찾고자 할 때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과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굳어진 사고에 작은 균열을 주듯 새로운 시선으로 서울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이 책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성’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 진행하게 될 설계 등의 프로젝트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생각을 형성할 수 있었다. 



Part 2
2부에서는 1부를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추상적 질서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위해 슈퍼블록과 필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형성과정과 변천사를 넘겨본 뒤 상업과 주거의 큰 틀에서 필지가 위치별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설명한다. 슈퍼블록이란 한 변이 300m에서 1km의 큰 도시블록으로, 수많은 필지로 구성된다. 서울의 슈퍼블록이 유독 특별한 위치를 갖는 이유는 압도적인 크기 때문이며, 타지역보다 유독 큰 슈퍼블록은 강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양은 블록을 하나의 도시계획 단위로 여긴다면, 서울은 각 필지를 개별적인 것으로 여기는 도시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블록 크기로 인해 재개발 등 필지 변화가 블록 단위가 아닌 임의로 형성된 필지의 묶음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생겨난 대형 필지들은 기존의 주변 소형 필지와의 대비를 이루며, 한국에 만연한 주거 유형인 아파트는 물론 간선가로변을 따라 형성된 상업지역에서도 이러한 대비는 가시적이다. 하늘 위에서 2차원적으로 바라볼 때 크고 작은 조각들을 이은 서울의 조각보 구성은 결국 3차원적으로도 파편적이며 역동적인 서울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필지 간, 필지와 건물 간 간극이 작아 가로변 디자인이 확실한 유럽 도시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파편적이고, 역동적이다. 질서정연하지 못한 도시를 설명하는 이 말을 필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건축 자체에 대한 유형화보다는 상업수요에 따라 변화하는 건축의 과정에 대한 이론화가 필요하다고 기술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사례는 ‘근생’, 근린생활시설이다. 하나의 건물에 주거, 사무, 상업의 용도가 혼재된 것이다. 길에서 마당을 거쳐 건물에 접속하는 전통으로 가능했던 고층 근생건물은 용도의 비율에 따라 그 성격이 다양한데, 상업의 수요에 따라 상업시설의 비율이 정해지고 남은 공간은 사무나 고시원 같은 주거로의 변용도 가능하다. 조각난 사이의 틈을 정리하고 건물의 과정을 보면서 역동성을 기록해 서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도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과거와의 연결성이 약해진 서울의 현재를 바라보며, 긍정적인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방식의 어바니즘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과거 한국인의 도시에 대한 인식을 찾아 현대에 적용해보는 저자의 관점은 서울을 넘어 국내의 다른 도시들을 이해하는 토대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발전방식이 저마다 달라 도시간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각 필지를 개별적으로 여긴 공간 인식의 전통은 동일했을 것이다. 대전 역시 저자가 서울에서 언급했던 특징들이 드러난다. 1993년 대전 엑스포를 필두로 1997년 완공된 대전정부청사 등 둔산동 일대에 이루어진 대규모 개발로 형성된 지역의 도시조직은 주로 공공기관을 수용하는 대형 필지와 일반 건물의 소형 필지가 혼재되어 있다. 또한 둔산동 일대의 작은 필지는 물론 대전역 주변의 구도심, 새롭게 조성된 주거 지역의 소형 필지에는 대부분 주거, 사무, 상업 용도가 혼재된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 있다. 서울과 같이 필지 사이의 연관성이 약해 통일된 블록을 형성하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건물 사이 틈이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서울 어바니즘』은 내가 살았던 서울과 대전, 두 도시에 대한 경험을 이해하는 나침반이 되었다. 전국 어느 도시를 사이트로 설계하더라도 ‘한국의 도시’라는 큰 틀 안에서 필지 간 틈과 주변 건물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Part 3
학교 설계 스튜디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늘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었다. 길과 건물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 공지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설계한 건물에 길과 연결되는 중정을 배치하기는 했는데, 보행자가 몇 걸음을 가서 어떤 중정을 만날지에 대한 고민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많은 학생들이 마당이라는 공간을 집어넣는데, 보행로에서 마당으로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가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울 어바니즘』을 읽으면서 그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에게 필지과 길이라는 이분법적 구획 사이의 공간은 어렴풋한 느낌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의 도로폭과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규제들을 역사적으로 살피며 현재의 가로공간은 경계가 모호한 채로 무질서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가로공간의 경계가 무질서하다는 것은 사적 영역인 필지와 공적 영역인 길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대의 길이 더이상 과거의 골목길처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아온 나는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공간만을 경험해온 것이다. 사이 공간의 부재는 완전히 공적인 자아와 완전히 사적인 자아 간의 양면성을 극대화해왔다. 앞서 언급한 필지 내 중정이 골목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고민했던 것도, 문을 열면 완전히 공적인 자아로서 변모해야 하는데 길이 아닌 반(半)공적인 성격의 중정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우리나라는 블록이 아닌 필지가 도시계획의 기본 단위가 된다고 말한 것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공간의 전환을 초래하는 서울의 도시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서양의 도시는 연속된 건물이 블록을 만들고 블록에 둘러싸인 길과 광장을 만든다면, 서울은 개별 필지들의 덩어리로 블록이 구성되고 남는 공간이 길이 된다. 필지 단위의 도시조직은 가로경관, 공공공간, 자연을 구성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담으로 둘러싸인 주택 내 마당을 공지로 사용하려고 해도 필지와 가로공간의 관계가 이전과 같다면 마당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마당이 도시의 공공공간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이유로 평면적 도시설계가 아닌 3차원적인 가로공간 설계와 통합적 가로계획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의 주장을 읽으며 도시설계 뿐 아니라 건축물을 설계할 때에도 가로공간과의 3차원적 개연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개연성이 있다’는 것은 ‘연결된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 장인 ‘자연‘에서 서울의 세 개 레벨을 정의하며 과거에 연결되었던 이 레벨들이 현대에 오면서 단절됐음을 설명한다. 첫째로 시민들의 일상적 생활이 일어나는 일상적 도시의 바닥, 둘째로는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산과 구릉지의 높은 바닥, 마지막으로는 일상과 분리된 한강과 하천의 레벨이 있으며 이 레벨들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직선적으로 평탄화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레벨들의 단절은 2차원적 설계로 인해 필지 내 공지가 길과 단절되고, 보행로와 공공공간이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자연과 관계맺지 못하는 결과로 드러난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서울의 도시조직을 이해하는 것과 이를 통해 필지와 길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일, 그리하여 단절되었던 사람 사이의,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이상헌, ‘서울의 도시블록 내 주거시설과 상점의 공간적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 유럽도시와 비교를 중심으로’, 2017, 한국도시지리학회지, 20(3), 119~130쪽. 이상헌, ‘서양 근대 슈퍼블록과의 비교를 통한 강남 슈퍼블록의 도시계획적 특성에 관한 연구’, 2019, 한국도시지리학회지, 22(2), 79~92쪽.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