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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각자도생 시대의 공공건축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각자도생 시대의 공공건축

 

서울시가 관내 공립ㆍ사립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던 예산을 2023년 전액 삭감하며 2015년부터 펼쳐온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을 종료했다고 한다. 그간 이 사업의 전체 지원액은 크지 않았지만 살림이 풍족할 리 없는 작은도서관에선 장서 구입비와 운영비로 요긴하게 쓰였다고 한다.1 시설이란 공간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운영조직과 프로그램, 그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공공의 행정력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독서문화를 북돋고 돌봄 기능을 수행했을 이러한 공간의 형편이 어려워진다는 소식을 접하니 최근 청소년들이 직면한 척박한 현실을 비추며 화제를 모으는 여러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자본에서 소외되고, 선거권도 없어 정치인들의 관심에서도 소외된 청소년들이 맘 편히 머무를 곳은 우리 도시 어디에 있는가?

 

신호섭, 신경미가 이끄는 신아키텍츠는 지난 12년간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공간을 주로 다뤄왔다. 「SPACE(공간)」 2월호 프레임은 신아키텍츠의 세 작업, 펀그라운드 진접, 까망돌도서관, 청소년누리터 위드를 주목한다. 

맑지만 바람이 쌀쌀했던 어느 날 방문한 까망돌도서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유리 커튼월 앞에 놓인 안락의자다. 햇살 좋은 날 의자에 몸을 파묻고 책을 읽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그리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어린 동은에게 이런 자리가 있었다면, 그 시절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실없는 상상을 해본다. 

공공 공간 중에서 특히 도서관은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지식과 문화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이상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데 “독서와 사색이라는 근본적으로 사적인 정신 활동을 위해 공공의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역설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한다.▼2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밀실’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눈앞에 보이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과 연결하는 행위”이자 “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다.3 따라서 다양하게 열려 소통하는 공동체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광장’과 ‘자기만의 방’을 조화시키는 섬세한 건축적 접근이 필요할 테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수록 사생활의 박탈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평을 맡은 이은경이 말하듯,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는 물리적인 공간은 시설로서가 아니라 돌봄의 정의와 그 공간 형식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쯤 해서, 한 호를 마무리하는 복잡한 심경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건축을 주로 작업하는 건축가들을 소개할 때마다 마주하는 현실은 반복되고 변화는 더디다. 미흡한 사전기획,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산, 불합리한 행정절차와 규제, 관행적 시공과 한정된 자재, 거기에 지역 이기주의에 기반한 민원까지. 공공건축의 설계자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의 목록은 끝이 없다. 공공건축물의 완성도는 비단 개별 건축가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개전투를 하듯 만들어낸 좀 더 나은 결과물로 세상을 이해시키려는 이 반듯한 건축가들 앞에서 슬며시 밀려오는 무력감을 다시 접는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공공건축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건축가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SPACE」는 앞으로도 공공건축의 제도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반복한다. 

 

편집장 김정은 

 

1. 임인택, ‘서울시, 작은도서관 지원 아예 없앴다’, 「한겨레」, 2023년 1월 19일.

2. 아나소피 스프링어ㆍ에티엔 튀르팽 엮음, 『도서관 환상들』, 김이재 옮김, 만일, 2021, 37쪽.

3.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200~204쪽. ​ 

 

 

 

「SPACE(공간)」 2023년 2월호 (통권 663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0  PROJECT

라브리 - 응우옌 카이 아키텍츠 & 어소시에이츠

Labri - Nguyen Khai Architects & Associates

 

030  PROJECT

옴니버스 하우스 - 손주휘 + 소나건축사사무소_ 임도균

Omnibus House - Son Joohui + SON-A_ Lim Dokyun

 

040  PROJECT

게으른 송골매 - 빛의건축건축사사무소_ 정이삭

Lazy Hawk - Architecture of Light Architects_ Chung Isak

 

048  PROJECT

차리카페 -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

Chari Café - apparat-c

 

058  PROJECT

트리하우스 성수 - 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 모포시스

Treehouse Seongsu - SML + MORPHOSIS

 

064  PROJECT

청원초등학교 체육관 - 건축사사무소 눅 +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Gymnasium of Cheongwon Elementary School - nook architects + ground architects

 

072  PROJECT

모두의 마을활력소 - 지요건축사사무소

Ssangmun Community Center - Jiyo Architects

 

078  FRAME

내일을 위한 공공건축: 신아키텍츠

Public Architecture for Tomorrow: SHIN architects

 

080  FRAME: ESSAY

더 나은 내일_ 신호섭, 신경미

A Better Tomorrow_ Shin Hosoub, Shin Kyungmi 

 

086  FRAME: PROJECT

펀그라운드 진접

Funground Jinjeop

 

094  FRAME: PROJECT

까망돌도서관

Kamangdol Library and Nursery Complex  

 

100  FRAME: PROJECT

청소년누리터 위드

Youth Center WiTH

 

106  FRAME: CRITIQUE

성장하는 건축가, 진화하는 공공건축_ 이은경

Growing Architects, Evolving Public Architecture_ Lee Eunkyung

 

112  REPORT

쇠퇴와 축소의 시기를 대비하는 자세: 202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_ 김지아

Preparing for a Period of Decline and Shrinkage: The Korean Pavilion at the 2023 Venice Biennale_ Kim Jia

 

118  REPORT

단순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 MAD 아키텍츠_ 마 옌쑹, 류 후이잉, 플로라 리 × 한가람

A Simple and Yet Ideal Community: MAD Architects_ Ma Yansong, Liu Huiying, Flora Lee × Han Garam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고요한 힘을 가지고_ 박솔하, 안광일 × 박지윤

A Silent Power_ Park Solha, An Kwangil × Park Ji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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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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