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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 플래그십 스토어의 단면

17기 SPACE 학생기자(김지현, 손효지, 이석주, 이태우, 장희원, 진상원)
자료제공
17기 SPACE 학생기자(김지현, 손효지, 이석주, 이태우, 장희원, 진상원)
진행
한가람 기자, 박지윤 기자

어떤 브랜드에 대해 관심이 생겼을 때, 그 브랜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세워진 플래그십 스토어의 목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전달이다. 브랜드가 만든 공간은 그들이 의도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자극들로 가득하다. 두 발로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 공간을 누빌 때 자연스럽게 브랜드 철학을 몸으로 느끼고 흡수하게 된다. 직접 경험에 의한 자극은 평면보다 입체적이며, 사진보다 복합적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투영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그 치밀한 의도를 단면으로 옮겨보았다.  

 

친근하지만 감각적인: 오뚜기 롤리폴리 꼬또
​스튜디오베이스(대표 전범진)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51길 19 | F&B | 리모델링 | 2020.11
브랜드 가치: 안정적인 품질과 새로운 방법 개척
단면 키워드: 벽돌, 곡선, 비일상적 공간

 

 
1969년 창립된 오뚜기의 오래된 착하고 바른 이미지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칫 보수적이고 정체된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 오뚜기는 친근한 이미지에 가려진 진취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롤리폴리 꼬또’라는 공간을 열었다. 롤리폴리 꼬또는 강직하지만 혁신을 추구하고, 친근하지만 감각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를 풀어낸다. 안정적인 품질과 새로운 방법을 개척하는 오뚜기의 브랜드 가치와도 맞닿는다.

롤리폴리 꼬또의 ‘롤리폴리’는 영어로 오뚜기를 부르는 단어이고, ‘꼬또’는 이탈리아어로 벽돌집을 뜻한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시간을 쌓듯 차곡차곡 쌓인 벽돌은 기업의 역사성과 강직함을 드러낸다. 나아가 벽돌은 다양한 패턴으로 변주되며 감각적인 이미지를 드러낸다. 반면, 스테인리스, 나무, 도자기 등의 다른 재료는 벽돌 건물의 곡선 형태와 감각적으로 결합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더한다. 단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케이브’의 곡선 천장이다. 타공 천장의 곡선은 방문자들을 오뚜기의 제품이 가장 잘 보이는 내부로 깊숙하게 끌어당긴다. 또한, 층고를 다르게 만드는 곡선의 천장은 바로 위 야외 공간인 ‘슬로프’와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천장의 곡선은 ‘슬로프’의 곡면 바닥을 형성하고 계단형 광장을 끌어낸다. 방문자들은 ‘슬로프’ 계단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가든’의 오브제와 화초들을 바라본다. 오뚜기의 굿즈를 판매하는 ‘큐브’는 약 6m 높이의 박스형 공간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층고와 형태는 방문자에게 낯선 공간감을 전달하며, 공간과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풍선처럼 내부 천장을 가득 메운 구 형태의 조명 또한 감각적인 공간을 형성해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한다. 

취재차 평일 낮에 방문했을 때 일상적으로 점심 식사를 하는 직장인과 여유롭게 가족,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방문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골적인 기업 홍보의 방식이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정석처럼 공간 경험을 통해 잘 드러나면서도 은연히 오뚜기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오뚜기의 변함없지만 혁신을 추구하고, 친근하지만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 장희원 학생기자

 

 

인위로 만든 무위: 아모레 성수
HAPSA(공동대표 권경민, 박천강)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11길 7 | 코스메틱 | 리모델링 | 2019.9

브랜드 가치: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단면 키워드: 바닥 단차, 리노베이션, 자연스러움



아모레퍼시픽은 코스메틱 브랜드로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표어를 내세운다. 아모레퍼시픽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아모레 성수 또한 이러한 기업 가치를 구현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자사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아모레 성수는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공간’이다. 아름다움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것인데, 아모레 성수에서 표방하는 내용은 어떤 종류의 미학적 가치를 지닐까. 취재를 진행하며 해석한 바로는 아모레 성수가 알려주는 아름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이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숭고함’ 등으로 설명되는 칸트적  아름다움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한 HAPSA(공동대표 권경민, 박천강)는 기존의 자동차 정비소 골격을 일부 유지한 상태에서 내부에 콘크리트조 벽체와 천장을 덧대었다. 또 내벽에 새로 마감을 하고 중앙에 정원을 추가하여 완성했다. 전반적으로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선에서 새로 단장한 것이 인상적이며, 기존 정비소 건물의 지붕 골조나 외벽 등에서 세월의 흔적들이 돋보인다. 공간 경험에 특히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닥 면이다. 전체 단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테라조 바닥과 그 상당한 단차를 그대로 남김으로써 계단을 오르내리며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단차는 필요에 따라 공간을 분절하는 요소로 쓰이기도, 창을 통해 지면으로부터 중정을 관망하는 벤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자연스러움’이라는 키워드는 중앙에 조성된 성수 가든에까지 적용된다. 마치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픽처레스크한 경관이 외부로 이어진다.
이처럼 아모레 성수, 특히 그 중정은 공들인 흔적을 공들여 감추는 영국식 정원을 닮았다. 인위를 가하여 만든 무위를 그저 문자 그대로의 무위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어쩌면 이마저도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화장품 제조사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석주 학생기자


화려한 도산공원 한가운데의 블랙홀: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WGNB(공동대표 백종환, 신종현)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23 | 패션 | 신축 | 2019.08
브랜드 가치: 옷 패턴의 구조와 형식을 해체한 후 새롭게 구축, 검정색
단면 키워드: 빛, 어둠, 시선

2007년 디자이너 정욱준이 론칭한 준지는 현재 국내에서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의류 브랜드 중 하나다. 준지의 특징은 기존에 옷이 가진 구조와 형식을 해체한 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옷의 가장 기본이 되는 마감과 형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설정한 준지는 과감히 색의 사용을 제한하고 검정색을 메인 컬러로 삼아 옷 대부분을 검정색으로 구성한다.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준지가 2019년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 공간으로 준지의 특색인 해체와 무채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산대로에서 도산공원을 향해 걷다 보면 화려한 쇼윈도를 뽐내는 매장들 사이로 커다란 검은색 덩어리가 나타난다.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문, 창문 같은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고 마치 준지의 옷처럼 검정 실루엣만이 존재한다. 내부를 보여주기보다는 중앙에 떠 있는 커다란 나무 화분을 검정 메탈 커튼으로 보일 듯 말 듯 가려놓아 궁금증을 키운다. 건물로 들어서면 삼각형 모양의 카페와 1층 여성복 매장으로 들어가는 동선, 그리고 화산석 정원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떠 있는 나무 화분이 있다. WGNB(공동대표 백종환, 신종현)는 이 공간을 패션쇼 런웨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한다. 카페의 좌석은 런웨이의 객석처럼 정원을 바라보게 만들었고 이곳에서 정원을 바라보면 매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런웨이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또한 WGNB는 이 공간에서 처마가 만든 그림자를 준지의 검정색과 연결했다. 처마는 사람들을 매장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매장은 1층의 여성라인과 2층의 남성라인으로 구획된다. 1층에 들어서면 어두웠던 정원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밝은 빛의 흰색 공간만이 존재한다. 1층은 상업 공간이면서도 로비 역할을 하는 곳이라 의류를 진열함과 동시에 중앙에 화산석 정원을 작게 재현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또다시 어두운 검정만이 존재한다. 그곳에 부유하는 검은색 석재 오브제는 시선을 열고 닫으며 그림자를 만들어 공간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옷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준지의 가치처럼 기하학 도형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꾸몄다. 그곳에서 고객은 매장 진입부터 옷을 고르는 순간까지 준지의 본질인 디테일과 실루엣에 집중하게 된다. / 이태우 학생기자


한옥과 양옥 사이: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원오원아키텍스(대표 최욱)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47 | 코스메틱, F&B | 양옥, 한옥 리모델링 | 2021.11
브랜드 가치: Beauty From Culture
단면 키워드: 단차, 유리와 시선, 난간

2021 년 11월, 북촌에 마련한 설화수의 새로운 공간의 위치는 합리적이다. 북촌을 떠올렸을 때의 이미지와 한옥과 양옥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라는 사실만으로 설화수라는 브랜드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북촌은 조선 수도 한양의 내사산에 해당하는 남산, 인왕산, 북악산 세 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문화적 맥락이 풍부하다. ‘Beauty From Culture’라는 브랜드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또한 북촌은 예로부터 고관과 부유층이 살던 지역으로 기와집과 고급 주택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다. 설화수는 1930년대 한옥과 1960년대 부잣집 양옥이 인접한 부지를 선정했다. 설계를 맡은 원오원아키텍스(대표 최욱)는 이들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축대를 해체하고 열린 중정을 만들어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사이에 설화수라는 브랜드를 두었다.
설화수의 헤리티지와 미감을 전시하는 한옥을 구경하며 진입한 사람들은 설화수의 상징인 매화나무가 있는 중정을 지나 양옥의 지하 1층에 이른다. 이곳에서 설화수의 모든 제품들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여러 방향으로 나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설화살롱에 이른다. 정원에서는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의 1층으로 진입할 수 있어 방문객의 경험이 먹고 마시는 데까지 확장한다. 최욱은 지붕과 바닥 사이의 열린 공간이 핵심이라는 결론 하에 유리라는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한옥을 외부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하게 설계했다. 이는 한옥에서 양옥으로 진입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며, 다시 양옥에서 한옥으로 나갈 때 창을 통해 여러 겹의 한옥이 겹쳐 보이는 극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전통의 아름다움에 동시대적 세련미를 입히고자 한 의도가 드러난다. 동선 이외에도 브랜드 가치를 건축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요소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양옥 지하 1층의 계단 난간 디자인이다. 계단참을 기준으로 한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전통 목재 난간을, 양옥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현대적인 철제 프레임 난간을 설치하여 자연스럽게 대비되는 모습이 돋보인다.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을 제공하려는 설화수의 의도가 한옥과 양옥의 단차를 적극 활용하여 설계한 공간 경험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 손효지 학생기자


독야청청: 이솝 가로수길
MLKK 스튜디오(공동대표 마비스 입 호 콴, 콴호 리, 키안 얌 후에이 란)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4 | 코스메틱 | 신축 | 2019.08
브랜드 가치: 불필요한 것은 남기지 않고 반드시 제대로 된 기능,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
단면 키워드: 옥상정원, 고급 실험실, 개구부

유연하고 소비지향적이며 변화를 추구하는 코스메틱 시장에서 타자의 관점에 휩쓸리지 않고 고유의 색을 추구해온 브랜드 이솝(AESOP)은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마케팅 대신 제품과 제품이 놓이는 공간에 집중한다. 이솝 매장은 세계 어디를 봐도 동일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갈색 병이 홀수 배열로 반복해서 놓인 모습, 세심하게 조율된 공간에서 ‘과학과 지성, 엄격함의 근간 위에서 우아하고 확신에 찬’ 이솝의 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솝 가로수길은 주변과 대비되는 단정한 옷을 입고 있다. MLKK 스튜디오(마비스 입 호 콴, 콴호 리, 키안 얌 후에이 란 공동대표)는 건축물이 이솝의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과 연결되는 방법으로 질서와 비례를 갖춘 디자인을 제안한다.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을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듯, 절제되고 엄격한 매장의 외관은 ‘불필요한 것은 남기지 않고 반드시 제대로 된 기능,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는 이솝의 가치를 강조한다. 마치 고급 실험실처럼 보이기도 하는 내부공간은 이솝의 제품을 고객이 직접 실험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1층은 제품이 전시된 리테일, 2층은 오픈 스페이스로 이루어진 전시실이 위치한다. MLKK 스튜디오는 적절한 위치와 비례를 갖춘 개구부를 통해 주변 맥락과 소통한다. 가로로 긴 창, 입구의 문지방은 보행자를 환대하고 두 개 층 높이의 긴 창은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길 거리의 은행나무에 집중하게 만든다. 2층의 루버, 계단의 천창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기능으로부터 미가 창출된다’는 이솝의 브랜드 가치처럼 복잡한 기능을 만족하며 들어선 개구부 속에는 비례, 질서로부터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 3층에는 옥상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옥상 전체를 부담스럽지 않게 두르고 있는 식물, 거리의 시선을 차단하고 정원과 하늘에 집중하게 만드는 충분한 높이의 벽체는 방문자들이 도심을 벗어나 인지하지 못했던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만든다. 거리를 바라보는 주변 루프탑 카페들을 오버랩 해보면 옥상정원 속 이솝이 추구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요소를 이솝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우리가 매번 이솝 매장을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 진상원 학생기자


시간을 손에 쥐어 영원히 머물 수 있다면: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라보토리(공동대표 박기민, 정진호) | 서울 마포구 양화로 144 | 패션 | 인테리어 | 2021.05
브랜드 가치: 평범하게 특별함
단면 키워드: 층별로 다른 시간성 부여, 동선으로 컨셉 표현, 수직 미디어월

‘평범하게 특별함’을 추구하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유행을 타지 않는 미니멀한 패션을 추구하며 지속성을 지향하는 합리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무신사 스탠다드는 라보토리(공동대표 박기민, 정진호)와 협업하여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홍대에 오픈했다. 공간의 테마는 ‘시간을 허물다(tear down the time)’이다. 핑크플로이드의 가사에서 영감을 얻은 이 태그 라인은 모래시계를 뒤집어버리듯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와 닮아 있다.
동선의 과정을 시간의 서사로 표현한 이 공간은 각 층에 과거, 현재, 미래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이용자 동선은 시간을 뛰어넘고 또 역행하도록 구성했다. 부수어진 시간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들고 마지막에는 현재로 회귀하도록 수선됐다.  모래시계의 허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몇 번을 뒤집어도 결국 모래는 허리, 즉 현재를 거쳐 간다. 항상 과거와 미래의 중심을 지키는 모래시계의 허리처럼, 허물어진 시간의 중심에 브랜드를 두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시간을 마음껏 재단하고 박음질해 영원히 붙잡아 두겠다는 발상은 도전적이다. 흘러가는 시간에 순응하지 않고 시간을 손안에 쥐겠다는 포부에서 브랜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가장 두드러지는 공간은 미래를 표현한 1.5층이다. 미래 공간을 뒤덮은 선명하고 매끄러운 재료들은 손에 닿지 않을 듯하다. 생채기를 품은 거친 질감의 과거 공간과는 대비된다. 천장과 바닥을 뒤집어 발아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빛은 자극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이용자들은 미래 공간을 거치며 시간성의 변화를 인식한다. 흩어진 시간은 다시 하나의 실로 꿰인다.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대형 미디어월은 공간의 척추와 같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모노리스를 오마주한 이 거대한 구조체는 각 공간의 서사를 이어준다. 돌출하여 존재감을 나타내는 코어는 마치 타임머신과 같은 이미지로 나타난다. 내 손안에 붙잡은 시간을 여행하듯 자유롭게 거쳐 다니는 동선 흐름은 하나의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서 다루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확장되어 강남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톤 앤 매너로 단장한 이 공간은 홍대점과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한다. 브랜드만의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새롭게 변주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가치가 전개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 김지현 학생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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