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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설계공모, 그 도전과 과제: 봉화군 분천분교 ‐ 지역 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기획·설계 제안공모

방유경 기자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봉화군, 건축사사무소사이플러스
진행
방유경 기자

지난 5월 31일, 경상북도 봉화군이 주최·주관한 ‘봉화군 분천분교 ‐ 지역 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기획·설계 제안공모’(이하 분천분교 제안공모)의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작인 건축사사무소사이플러스(대표 박인영)의 ‘어쩌다 하루’를 비롯해 총 다섯 팀의 입상작이 공개됐다. 이번 공모는 ‘기획·설계 제안공모’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설계공모와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운영기획과 건축설계를 통합한 공모 방식을 채택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첫 사업 도전이 실험대 위에 오른 셈이다. 설계공모의 기획부터 공모지침, 당선안 선정, 향후 실행 단계까지 사업 진행 과정 속에서 이번 설계공모가 던진 화두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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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설계 제안공모라는 도전

분천분교 제안공모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가 진행한 ‘지역 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2021년도에 사업에 참여할 지방자체단체(이하 지자체)를 모집했고, 시범사업으로 두 곳(경상북도 봉화, 전라남도 해남)을 선정했다. 그런데 ‘지역 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이란 무엇이고, 문체부에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한 배경은 무엇일까? 문체부의 사업계획서(2021)를 보면 국내 중소 도시의 관광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지역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 맞춤형 숙박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계획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시설 조성을 위해 “공간 기획·개발팀과 건축설계팀이 함께 콘셉트를 정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도록 명시한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실제 사업에서 ‘기획·설계 제안공모’라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었다. 분천분교 제안공모의 설계지침을 보면 건축설계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담보한 운영기획을 요구한다. 참가 자격에서도 경제성(수익성) 검토가 가능한 공간기획자와 함께 응모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설계지침에서 요구한 수행과제 네 개 중 세 개가 운영과 관련된 사항이다. 구체적인 타깃을 설정하고 ESG(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 개념에 기반한 공간 및 운영 전략 수립, 경제성 및 수익성 분석, 차별성 있는 지역 아이텐티티 구축 전략, 숙박시설에 세부적으로 사용될 사이니지 등을 포함한 통합적인 브랜드 디자인 제안 등 기존 설계공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제들이 포함된 것이다. 이는 운영기획과 건축설계 영역을 통합하는 형태의 공모가 문체부 사업에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체부가 일반적인 시설 조성사업에서 운영자 선정과 설계공모가 별도로 진행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공모를 시도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사업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깔려 있다. 지역 활성화나 문화향유 제고를 위해 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조성해도, 운영 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과 실제 쓰임이 달라 리모델링에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나 공공의 지원이 끊긴 이후 시설 운영이 멈추는 등의 폐해가 반복됐다. 이에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공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공모 방식의 변화를 택했다. 실제 공간의 작동과 설계가 정합성을 맺고 유기적으로 연동되도록, 운영기획과 건축설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공모관리팀과 손을 잡고 사업의 밑그림부터 제대로 그리는 데 집중한 것이다. 체류형 숙박시설, 친환경, 유휴시설 리모델링, 지역 맞춤형 콘텐츠 등 공모의 방향을 제시하는 주된 키워드 역시 이런 기획 과정에서 개념이 정리되었다. 일례로 공모 기획 전반의 자문을 담당했던 신호섭(건축사사무소 신 대표)은 기획 단계에 대두된 ‘친환경’ 이슈에 대해 “폐교를 활용하는 것이나, 지역의 관광자원이나 인적자원을 네트워킹해서 활용하는 운영 방식 자체도 친환경적이라 볼 수 있다. 특정 성능 기준을 맞추라는 요구가 아니라, 지역과의 통합적이고 유기적 연계를 고려하기 위한 개념적 표현이라는 점을 지침에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여러 전문가들의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기획·설계 제안공모의 주된 사업 내용은 무엇이고, 공모 진행 과정에서 중요하게 대두되었던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당선안의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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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분천분교 

봉화 분천분교는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소천초등학교의 분교로 사용되다 2021년 폐교되었다. 분천분교 제안공모는 유휴시설인 분천분교를 특색 있는 콘셉트의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하는 한편, 인근에 위치한 분천역과 산타마을 등 지역 콘텐츠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약 두 달간 진행된 공모에 26팀이 참가신청을 했고 10팀이 출품했으며, 심사를 거쳐 당선작 ‘어쩌다 하루’를 포함한 다섯 개 입상작이 선정됐다. 신호섭은 공모 기획 당시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세 가지 사안을 꼽았다고 한다. 첫째는 분천분교 자체를 매력적인 숙박시설로 조성하는 것과 산타마을 같은 주변 관광 인프라와 연계된 거점 공간을 만드는 것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운영 방안이었고, 둘째는 봉화군 중심지에서 외떨어진 분천에 머무는 행위가 지역에 미칠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한 해석, 셋째는 폐교의 장소성에 대한 건축적 해석이었다. 특히 건물의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는 최소한의 리모델링 방법과 지침에서 요구한 다양한 프로그램 공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였다고 언급했다. 당선안은 먼저 분천 지역의 특성과 관광 인프라가 지닌 잠재성을 발굴해 구체적인 타깃을 설정한 뒤 운영 방안을 토대로 공간 기획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분천이 접근성 면에서 오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동해로 이어지는 완행열차와 옛길의 정서를 지닌 국도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 속의 여유와 고요를 누릴 수 있는 장소라고 분석했다. 분천역과 이어진 산타마을, 그리고 낙동강 트래킹 2구간이라는 지역 콘텐츠와 연계하여 트래킹족, 캠핑족, 바이커, 워케이션 여행자 등 다양한 유형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어쩌다 하루’라는 브랜드 아래 ‘자연 속의 워케이션’이 가능한 체류형 숙박시설을 구성한 뒤 운영 프로그램에 맞춘 공간 설계 및 브랜드 디자인을 수행했다. 

당선안의 건축계획은 기존 분교 건물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하되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설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상지 주변의 수목을 일부 정리해 개방성을 확보하고, 학교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신관과 작은 매스가 분절된 형태의 별관을 신축해 프로그램에 맞춰 배치했다. 2층 규모의 본관과 신관은 1층을 라운지, 컨시어지, 카페, 레스토랑 등 공용 시설로, 2층을 숙박 용도로 사용하고, 산타마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A하우스를 본관 끝에 덧붙여 지역 콘텐츠에 대응했다. 운동장은 잔디 광장으로 바꿔 캠핑장으로 조성하되, 기존 수돗가를 족욕장으로 활용하거나 교사 사택으로 사용되던 건물과 담장을 수돗가와 분리수거장 같은 캠핑 지원시설로 바꾸는 등 기존 시설의 구조와 기능을 최대한 살렸다. 별관에 마련한 프로그램실 세 곳도 마감재와 가구를 달리해 워크숍과 영화 상영, 다도, 요가 등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연간 운영계획을 보면 봉화은어축제, 봉화송이축제, 계절별 분천 산타마을축제 등 지역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바이크·하이킹·트래킹 등 자연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수요를 예측하고 시설 가동률을 고려하여 매출 계획을 세우는 등 경제성 검토 결과를 제시하고, ‘어쩌다 하루’의 심볼부터 어메니티, 투어 스탬프까지 BI디자인을 계획한 점은 이들의 계획이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음을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단은 당선안에 대해 건축적으로는 폐교 교사동의 정체성을 적극 유지하면서도 증축되는 신관과 별관 등 부속 건물들이 기존 운동장의 빈 공간(여백)을 에워싸도록 배치해 전체 부지의 성격과 활용 가치를 높이는 한편, 시설의 운영적 가치가 공간과 일체화되어 지속성과 가치 증식의 수용성을 잘 도모한 전략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공모 기획 단계에서 예측했던 평가 기준에 비추어볼 때, 어떻게 사용될지 가장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어쩌다 하루’라는 특화된 브랜드를 가지면서도, 지역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촘촘한 운영계획을 통해 제안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기존 학교 건물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장점을 살린 배치와 리모델링 방향 또한 설득력을 얻은 지점이라 파악된다. 

 

 




한계와 과제

봉화 분천분교 제안공모는 선례가 없는 낯선 공모 방식을 지역에 도입하면서 사업 실행 주체인 지자체를 설득하고 협력하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문체부는 시범사업 대상지인 봉화와 해남을 시작으로 노하우를 축적하여 전라북도 남원, 경상남도 하동 등 ​​​앞으로 진행될 전체 사업 대상지에 동일한 공모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모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기획·설계 공모 이후 운영사 경쟁 입찰이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공모진행 관계자는 공모 기획 당시, 설계자와 함께 시설을 운영할 운영자를 함께 모집하는 방식을 구상했으나 노들섬의 사례(「SPACE(공간)」 627호 참고)와 같이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이 둘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조속히 위탁사업자를 선정하여 이런 한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모의 당선사인 건축사사무소사이플러스의 대표 박인영은 운영사 입찰이 별도로 이뤄진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건축가가 총괄 기획자로서 제대로 작동하는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통합적인 공모 방식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타킷을 설정하고 수익률을 제시하는 등 운영기획을 함께 수립하는 형태의 공모가 LH의 사회적주택 등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건축에서 기획 분야가 점차 대두되고 있는 만큼 건축가들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해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앞으로 공공 부문에서 발생할 다양한 유휴시설의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설계공모의 다변화와 진화를 위한 제도와 행정의 뒷받침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모는 보다 나은 공공건축을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한 걸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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