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에디토리얼] 소통을 위한 서사

김정은 편집장

 


 


소통을 위한 서사

 

3년 만에 민우식을 만났다. 한 건축가의 건축이 변화하기에 3년은 짧지만, 건축가의 성숙을 감지하기에 3년이 그리 부족한 시간은 아니다. 2019년 8월호 프레임의 주인공 민우식을 이번 호에서 다시 만나 보니 그렇다. (작가적 성향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 건축가보다는 실무자로 본인을 자리매김하고, 얼핏 조형성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건축의 기본 요소와 공간의 원형 자체에 천착하는 점, 주류 건축의 경향이나 이론에 기대기보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태도는 여전하다. 한편 스스로 ‘건축적 기만’ 혹은 ‘트릭’이라고 부르는 디테일은 좀 더 정제되고 합리화되었다. 민우식에게 디테일이란 구조를 암시하거나 위장하는 용도다. 비평을 맡은 최원준에 따르면 이러한 ‘장식된 구조’에는 “최종 목표가 은폐가 아니라 예측과 반전에 기반한 감상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의 의지가 담겨” 있다. 민우식은 최근 장식과 원시성, 빛과 소실점 같은 상반되는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건축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한다. 「SPACE(공간)」 5월호 프레임에서는 주택(사선의 집), 연회장(이스트밸리 컨트리클럽 다목적 홀), 오피스(아리지 빌딩), 카페(바하리야) 등 각기 다른 용도의 건축에서 민우식의 관심사가 어떤 균형점에 이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힐튼호텔 소식을 다시 한 번 전한다. 지난 4월 8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건축계 아홉 개 단체가 모여 ‘남산 힐튼호텔과 양동정비지구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근현대건축의 보존에 대해 건축계가 이렇게 모인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는 안창모의 말처럼, 각기 다른 지향점을 가진 건축계의 여러 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근현대건축물들이 헐려 나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급박함과 자성이 깔려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번 심포지엄을 열기까지, 또 지난 「SPACE」 3월호에 특집 ‘건축유산이 철거에 직면할 때’를 수록하면서, 힐튼호텔이 촉발한 일련의 서사가 근현대건축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종의 변곡점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번 심포지엄에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않은 이지스자산운용 측과 별도로 마련한 간담회를 통해, 개발 대 보존이라는 대립 구도로는 복잡한 도시와 사회의 현실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도 했다. 산업의 부침과 자본의 흐름, 근로자의 생존 문제 앞에서 대안 없이 건축적 가치를 논하는 일은 순진한 바람이 되어버린다. 심포지엄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었듯, 경제성을 담보하면서도 건축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도시적 해법을 공공과 민간 사업자에게 제안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창모는 건축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러한 변화는 건축계의 노력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며, 사회가 건축문화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건축계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시민사회에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얼마나 다가갔는지는 회의적이라고 일갈했다. 건축계와 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현실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일간지 기자의 뼈있는 지적 역시 그간의 소홀함에 대한 반성과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불러온다. 건축계와 시민사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창의적인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10년 후에는 지금을 다르게 회고하길 바란다.

 

편집장 김정은

 

 



월간「SPACE(공간)」2022년 5월호(통권 654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2  PROJECT
태국 알루미늄박물관 ‐ 에이치에이에스 디자인 앤드 리서치
Museum of Modern Aluminum Thailand – HAS design and research

030  PROJECT
마루타마치 주택 ‐ 티디-아틀리에 + 엔도 쇼지로 디자인
House in Marutamachi – Td-Atelier + ENDO SHOJIRO DESIGN

038  PROJECT
바람의 언덕 ‐ 황두진건축사사무소
The Wind Hill – Doojin Hwang Architects

048  FRAME
건축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 민워크샵
To Seek Balance in Architecture: Min Workshop

050  FRAME: ESSAY
최근의 관심과 작업 방식_ 민우식
Recent Interests and Methods_ Min Wusik

056  FRAME: PROJECT
사선의 집  Diagonal House

062  FRAME: PROJECT
이스트밸리 컨트리클럽 다목적 홀  Eastvalley Country Club Hall

068  FRAME: PROJECT
아리지 빌딩  Ariji Building

074  FRAME: PROJECT
바하리야  Bahariya

080  FRAME: CRITIQUE
오늘날의 텍토닉: 장식된 구조의 반투명성_ 최원준
Tectonics of Today: The Semi-Transparency of the Decorated Structure_ Choi Wonjoon

086  LIFE
역할에 따라 패를 바꾸는: 아워레이보_ 이정형 × 한가람
Change Cards According to the Role: OUR LABOUR_ Lee Chunghyung × Han Garam

094  LIFE
선순환을 유도하는: 타나탑 링 가든_ 안토니우스 리처드 루슬리 × 박지윤
To Instigate a Virtuous Circle: Tanatap Ring Garden_ Antonius Richard Rusli × Park Jiyoun

100  LIFE
신기산업의 기존 공간에서 찾아낸 건축 요소들: 신기해로_ 오신욱 × 한가람
Architectural Elements Found in Sinki Industry Company’s Existing Spaces: Sinkihaero_ Oh Sinwook × Han Garam

106  REPORT
힐튼호텔의 미래를 논하다_ 김정은
Weighing Up the Future of the Hilton Hotel_ Kim Jeoungeun

114  REPORT
오늘의 건축을 기록하는 자세: ‘원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법들’_ 김미현, 김태형 × 방유경
The Attitude of Keeping Record of Architecture Nowadays: Ways to draw what you want_ Kim Mihyun, Kim Taehyung × Bang Yukyung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예견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_ 이승호 × 박지윤
Smooth as Expected_ Lee Seungho × Park Jiyoun

124  SERIES: RE-VISIT SPACE 17
한국 건축에서 ‘일본’이라는 문제_ 조현정
The Issue of ‘Japan’ for Korean Architecture_ Cho Hyunjung

 


▲ SPACE, 스페이스, 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