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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 드로잉 매터

자료제공
드로잉 매터
진행
박세미 기자

「SPACE(공간)」2022년 6월호 (통권 655호)  ​​

 

드로잉 매터는 이름 그대로 건축적 드로잉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조직이다. 16세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건축 아카이브 ‘드로잉 매터 컬렉션’을 토대로 전시, 출판, 교육 등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특히 드로잉에 대한 비평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이들은 드로잉을 단순히 건축에 귀속된 일련의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혹은 건축을 보다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넓은 창이 되는 드로잉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드로잉 매터의 부책임자이자 에디터인 매트 페이지에게 드로잉이 행동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품는지 들어보았다. 

 

학생 워크숍을 위한 도면 전시 Courtesy of Drawing Matte


매트 페이지 드로잉 매터 부책임자 × 박세미 기자

 

박세미(박): 드로잉 매터는 건축적 사고와 실천에서 드로잉의 역할을 탐구하는 조직이다. 어떤 계기로, 언제, 누구로부터 이 조직이 설립되었나? 

매트 페이지(페이지): 드로잉 매터는 약 10년 전 드로잉 매터 트러스트의 신탁 관리자이자 드로잉 매터의 책임자, 또 수집가인 나이얼 홉하우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큰 공공 기관이나 박물관과 협력했던 나이얼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 도면을 수집하고 다루는 방법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직들이 수집하는 자료의 유형, 그리고 그들의 물리적(오프라인)인, 혹은 디지털 전시 방식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고, 이에 대응하고자 시작됐다. 우리가 불만을 갖게 된 데는 무엇보다 기관 내 아카이브 공간이 설계된 방식이었다. 이러한 공간들은 종종 기후 환경이 통제되고 인공 조명이 사용된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연구자의 경험보다 사물들의 보존을 우선시하는 이 환경은 드로잉이 연구되는 방식 역시 강력하게 제한한다. 드로잉 매터 컬렉션은 영국 섬머셋의 샷웰 팜에 있는 아카이브 건물(휴 스트레인지 설계, 2014년 완공)에 소장되어 있다. 이 건물은 전형적인 아카이브 공간에 대한 대안으로서 저차원적 기술이 적용되었다. 집성교차목(CLT)으로 지어진 단층 건물은 그 자체로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완화되도록 설계됐다. 드로잉은 알파벳순 서랍 또는 상자와 대규모 프로젝트용 포트폴리오가 있는 플랜 체스트(도면 보관함) 내 마일라 슬리브에 보관되어 있어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방문객에게 그들의 방문 목적을 묻긴 하지만 컬렉션은 하나의 방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 건물은 (탐구의 일종으로서 자료의 연합을 장려하는) ‘데리브스(dérives)’ 연구를 용이하게 한다. 이는 대부분 기관 내 아카이브를 이용할 때 사전에 자료를 요청하게 함으로써 자료 이용 범위와 경험을 제한하는 방식과는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우리가 이끄는 온라인 프로젝트와 출판, 교육, 전시회, 이벤트와 같은 다른 활동들 역시 모두 공공 기관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실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박: 그렇다면 드로잉 매터에서 정의하는 ‘드로잉'이란 무엇이며, 드로잉 매터가 다루고 있는 드로잉의 종류와 범주는 어떻게 되는가? 

페이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건축적 맥락에서 드로잉을 정의하는 것이 드로잉 매터의 사명이다. ‘드로잉’은 명사와 동사, 즉 대상이자 행동 모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두번째인 동사 형태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컬렉션의 대상들은 모두 적극적인 설계 과정을 통해 생성된 건축적 사고의 표현이며, 건축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컬렉션의 자료 또는 우리가 온라인에 게시하는 자료를 특정 유형의 건축적 표현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컬렉션에는 종이에 연필 또는 잉크를 사용하여 손으로 그린 드로잉 외에도 모형, 콜라주, 사진이 포함된다. 

 

박: 드로잉 매터에는 현재 662명의 건축가와 5,807개 도면에 대한 515명 작가들의 867개 텍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를 카테고리(category), 시대(period), 매체(medium)라는 필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이 필터의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혹은 카테고리별 콘텐츠가 지닌 특성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페이지: 카테고리는 몇 년 전 웹사이트를 다시 디자인하면서 도입했다. 웹사이트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는 이곳을 다양한 주제에 관한 텍스트가 추가된 글의 저장소로 보게 되었다. 웹사이트는 이 저장소의 내용 전부가 홈페이지에 표시되도록 구축되어 있다. 카테고리, 시대, 그리고 매체 필터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들의 특정 관심사에 맞게 그리드를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 문화’ + ‘20세기’ + ‘드로잉’ 식으로 필터를 조합하여 기사들의 분야를 좁히거나, 단일 필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저장소의 구조는 우리가 무엇을 언제 게시할 지에 대해 큰 자유를 제공한다. 주제에 대한 제한이나 인쇄 마감 기한이 없으므로, 웹사이트의 콘텐츠는 종종 다른 이들과의 협업이나 드로잉 아카이브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우리의 관심사와 흥미에 따라 진화한다. 우리는 웹사이트 콘텐츠를 관통하는 주제에 갈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후 ‘카테고리’ 필터를 개발했다. 현재 카테고리로는 ‘설계 방법론’, ‘드로잉 역사’, ‘프로젝트 및 건물 역사’, ‘드로잉 기술 및 재료’, ‘사무실 문화’,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논평’, ‘불만과 고찰’, ‘드로잉 매터 아카이브’, ‘리뷰’이 있다. 이 모든 카테고리는 건물 뒤에 있는 이야기와 역사를 드로잉과 설계 이론, 건축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우리의 접근 방식을 입증한다. 

 

박: 아카이브의 수집 기준과 경로, 필자들의 섭외 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페이지: 실제 드로잉 컬렉션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드로잉의 출처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경매에서 구입하거나 건축가에게 직접 얻는다. 새로운 드로잉을 얻을 때, 우리는 항상 그 드로잉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다른 드로잉과 대화할 수 있는가?’, ‘그것이 건축 실무 이야기의 틈을 채우는가?’ 하고 말이다. 웹사이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드로잉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지금까지 게시한 텍스트를 보완하거나 반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텍스트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우리가 게시하는 대부분의 텍스트는 건축가, 연구자, 교육자, 그리고 학생들과의 협업과 같은 드로잉 매터의 광범위한 활동을 통해 생성되지만, 작가들로부터 제안서 또한 모집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는 컬렉션 카탈로그에 대한 공개 접근을 허용하며, 그 어떤 드로잉에 대한 설명도 절대적이거나 최종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토니 프레튼, 평면 계획, 리슨 갤러리 1, 런던, 1984, 종이 위 펜 (스케치북), 110 × 160mm Courtesy of Drawing Matter / ©Tony Fretton 

알베르토 포니스, 요트 클럽 경로, 샤르디니아, 1965, 분홍색 종이 위 프린트에 컬러 잉크, 363 × 1,015mm Courtesy of Drawing Matter / ©Alberto Ponis

 

박: 드로잉 매터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크게 에디토리얼과 연재, 교육, 전시가 있다. 이들은 각각 어떤 지향점을 갖고 드로잉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연계되고 상호보완 되는가? 

페이지: 우리는 동시 다발적으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작가들이 확장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여러 연재 기사들을 게시해왔다. 여기에는 파브리지오 갈란티(아르크 앙 레브 건축센터 대표)가 기획한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교육이 스튜디오를 지도할 때의 드로잉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조사 ‘팬 스크롤 줌’, 예술가 디아나 페더브리지가 자신의 최근 드로잉에 대해 작성한 일련의 에세이 ‘비유로서의 드로잉’, 그리고 페르난도 포에이라스(ESAD 교수)가 작성한 드로잉 컬렉션이 건축설계 프로젝트 내에서 드로잉의 다양한 용도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글 ‘드로잉의 힘’이 있다. 또한 우리는 아키텍처 파운데이션과 공동으로 의뢰받은 팟캐스트 등 여러 새로운 연재물을 개발 중이다. 다른 프로젝트들의 부제는 16~18세 학생들을 위한 여름 학교, 드로잉 매터 컬렉션의 자료를 기반으로 다른 조직들과 협력하여 큐레이션된 전시 프로젝트 등 웹사이트에 게시된 편집 콘텐츠를 넘어선 드로잉 매터의 활동 범위를 나타낸다. 

 

박: 이러한 프로젝트에서는 에디터의 역량, 에디팅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에디터십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드로잉 매터의 인력 구성과 그들의 역할 또한 궁금하다. 

페이지: 우리의 우선순위는 사려 깊고 명확하게 표현된 기사들을 게시하는 데에 있다. 편집팀은 일곱 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파트타임직으로 기사들을 청탁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한다. 또한 우리가 최근 발행한 학술지 「디엠저널 ‐ 건축과 표상(DMJournal ‐ Architecture and Representation)」은 마크 도리엔(에딘버러 예술대학교 교수)이 편집장을 맡고 있는데, 이처럼 특정 프로젝트에서는 외부 편집자들과 협업하고 있다. 편집자들 외에도 드로잉 컬렉션의 카탈로그화를 작업하는 세 명의 구성원이 더 있다. 


박: 프로젝트들이 책 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웹사이트(온라인 매체)가 아닌 별도의 책이 갖는 의미나 가치는 무엇이라고 여기는가? 

페이지: 도서 프로젝트들은 종종 웹사이트 기반 프로젝트로부터 서서히 생겨난다. 대부분의 경우 책은 프로젝트들을 통합하고 다시 논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때론 본래의 컨텐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이 시작되던 당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던 ‘드로잉 매터 발췌문(Drawing Matter Extracts)’의 출판물이다. 이 책의 1권에서는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방법을 탐구했고, 2권에서는 여성 작가들이 웹사이트에 기여한 바를 강조했다. 이처럼 특정 테마를 염두에 두고 텍스트를 다시 논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드로잉 매터 엑스트랙츠 1: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의 펼친 모습 Courtesy of Drawing Matter
 

 

박: 컬렉션에 관한 설명 중 “드로잉 매터 컬렉션은 디지털로 카탈로그화되어 연구자, 학생 및 실무자가 접근 할 수 있다. 특정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은 직접 방문하기를 권장한다. 우리는 도면 자체가 실제로 읽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는 문장이 있다. 도면을 실제로 읽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페이지: 온라인 컬렉션 카탈로그가 교수, 학생, 그리고 실무자에게 유용한 자원이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아날로그’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종종 드로잉의 중요한 측면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하고 싶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축척에 대한 감각이다.도면의 치수와 축적이 카탈로그에 기재되어 있지만, 드로잉의 규모를 직접 보는 것보다 추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축척은 드로잉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특정적인 구성적 선택이 무엇인지를 통해 드로잉의 목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여러 드로잉들을 나란히 본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물리적(오프라인) 아카이브가 모든 드로잉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것은 상대적인 축척으로 드로잉들을 병치하고 연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박: 드로잉 매터 컬렉션이 소장된 이 실제 공간(건축)은 드로잉 매터의 지향점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페이지: 물리적(오프라인) 아카이브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이것이 스튜디오 교육을 위한 워크숍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매해 우리는 영국과 해외에 기반을 둔 수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주최한다. 이를 통해 아카이브는 드로잉이 보관되는 공간에서 드로잉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아카이브 공간은 한번에 최대 15명의 인원만 허용하고 있다. 토론을 하기 위해 하나의 드로잉 주위에 모일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하나의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러한 담론 능력은 드로잉을 물리적으로 ‘읽는’ 것과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구별해준다. 

 

박: 드로잉 매터 웹사이트를 유영하다 보면, 어떤 순간 드로잉이 건축의 부속물, 혹은 건축의 핵심을 넘어 건축 밖으로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드로잉을 통해서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페이지: 드로잉이 예술 실천,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 작용하는 역할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건축 이외의 연구자들이 우리를 방문한다. 다른 분야에서 드로잉이 활용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건축가가 어떻게 도면을 그리고, 드로잉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생성, 기록하고 발전시키는지, 그리고 어떤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웹사이트와 컬렉션의 콘텐츠 범위에 공간 감각을 자극하거나 확장시키는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매트 페이지
매트 페이지는 드로잉 매터의 부책임자이자 에디터다. 온라인 출판 프로그램의 편집을 맡고 있으며, 아카이브에서 학생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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