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에디토리얼] 건축유산과 함께 미래를 사는 법

김정은 편집장

 

건축유산과 함께 미래를 사는 법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는가.”▼1 건축유산에 관한 기획을 준비하며 이 문장을 떠올린 이유는, 우리는 과거 속에서 지금의 우리를 이루는 것(정체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유산’이라 명명하며 이어가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미래)를 뜻한다.

 

「SPACE(공간)」 3월호에서는 ‘건축유산이 철거에 직면할 때’란 제목의 특집을 준비했다. 이번 기획은 건축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 경영난, 노후화, 개발 압력 등의 이유로 철거 판정을 받았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쳐 보존되거나 소멸 혹은 제3의 길을 걷게 되는지 몇몇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부는 국내외 사례를 조사하고 소개할 프로젝트들을 추려내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에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라고 단번에 모든 제도가 갖춰진 것은 아니며, 국내라고 모두 방치되거나 철거된 건 아니다. 길든 짧든 이 과정은 유산의 정의와 범주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제도를 만들며 보존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유의미한 사례가 되었다.

루이스 칸이 설계한 인도아메다바드경영대학원 기숙사는 철거 결정이 내려진 지 한 달여 만에 반대 여론에 힘입어 철거계획이 취소되었다. 그 한 달 사이에 「아키텍처럴 리뷰」를 비롯해 유산·문화 관련 단체, 건축가, 사진작가들의 서한과 서명운동 등의 노력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앨리슨 앤 피터 스미스슨이 설계한 로빈 후드 가든즈는 근현대 건축물의 보존과 교육 관련 민간단체인 C20 소사이어티의 철거 반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계획 수립 10년 만에 철거되었다. 그러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이 건물 일부를 인수하여 전시하는 등 건축유산의 보존과 아카이빙에 관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다. 맥킴, 미드&화이트가 설계한 펜실베이니아 역과 제임스 팔리 빌딩의 철거 반대운동은 「뉴욕 랜드마크 보존법」 제정을 가져왔고, 랜드마크로 지정된 제임스 팔리 빌딩은 작년 SOM에 의해 리모델링이 완료되었다. 일본 메타볼리즘 건축의 대표작인 구로카와 기쇼의 나카긴 캡슐 타워는 캡슐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로 인해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캡슐의 소유주, 세입자, 팬 등으로 구성된 ‘나카긴 캡슐 타워 보존·재생 프로젝트’는 ‘먼슬리 캡슐’ 운영, 출판 등을 통해 보존과 재생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유유제약 안양공장(김중업)이나 서울 컨트리클럽 하우스(나상진), 군산시민문화회관(김중업)처럼 원건물의 건축적 의도를 유지하며 리모델링(예정)된 사례도 있으며, 공간사옥(김수근)처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경우도 있다. 한편 국립중앙관상대(정인국)처럼 아무런 논의 없이 이미 철거되었으나 그러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보존 건축물 목록에 올라가기도 하고, 농촌진흥청도서관(김희춘)처럼 우수건축자산 후보군에 올랐으나 타 기관에서 철거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르네상스호텔(김수근)과 삼부빌딩(장세양)은 인접한 상록빌딩(승효상)과 함께 오피스 건물군의 역사적·건축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건축계에서 별다른 공론화 없이 철거 후 재개발되었다. 그리고 작년 말부터 불거진 힐튼호텔(김종성) 철거·보존 논란은 건축유산과 관련해 범건축계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철거에 직면한 건축물 앞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건축유산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가 등의 물음이다. 좌담 ‘건축유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건축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려해야 할 여러 가치에 대해 논하며, 보존과 개발, 활용이 대립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뉴욕 보존 아카이브 프로젝트(NYPAP)의 브래드 보겔은 「SPACE」와의 인터뷰에서 1962년 펜실베이니아 역 철거 반대 피켓 시위가 당시 권력을 움직이진 못했으나, 미국의 주요한 보존 노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역사적 보존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임을 대중에게 각인한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진행형인 힐튼호텔 논의 역시 그러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장 김정은

 

1 노라 크루크, 『나는 독일인입니다』, 권진아 옮김, 엘리, 2020. 독일 출생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노라 크루크가 나치정권 시절에 얽힌 가족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래픽 서사로 구현한 책.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독일 젊은 세대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월간「SPACE(공간)」 2022년 3월호(통권 652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0  PROJECT

마타 남부 커뮤니티 센터 + CESFAM ‐ 루이스 비달 + 아키텍츠

Matta Sur Community Center + CESFAM ‒ luis vidal + architects

 

028  PROJECT

채플 오브 사운드 ‐ 오픈

Chaple of Sound ‒ OPEN

 

036  PROJECT

보리 ‐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Voree ‒ Archihood W×Y

 

044  PROJECT

영주 뜬마당집 ‐ 매트건축사사무소_ 조윤희

Yeongju House ‒ Mat Architects_ Cho Yoonhee

 

052  FEATURE

건축유산이 철거에 직면할 때

When Heritage Architecture Faces Demolition

 

056  FEATURE: PROJECT

인도아메다바드경영대학원 기숙사 ‐ 루이스 칸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Ahmedabad (IIMA) Domitories ‒ Louis Kahn

로빈 후드 가든즈 ‐ 앨리슨 앤 피터 스미스슨

Robin Hood Gardens ‒ Alison and Peter Smithson

펜실베이니아 역 & 제임스 팔리 빌딩 ‐ 맥킴, 미드&화이트

Pennsylvania Station & James A. Farley Building ‒ McKim, Mead & White

나카긴 캡슐 타워 ‐ 구로카와 기쇼

Nakagin Capsule Tower ‒ Kurokawa Kisho

유유제약 안양공장 ‐ 김중업

YuYu Pharma, Inc. Factory ‒ Kim Chung-up

국립중앙관상대 ‐ 정인국

Korea Central Meteorological Office ‒ Chung Inkook

농촌진흥청 도서관 ‐ 김희춘

Rural Development Administration Library ‒ Kim Hichoon

서울 컨트리클럽 하우스 ‐ 나상진

Seoul Country Club House ‒ Ra Sangjin

공간사옥 ‐ 김수근

SPACE Group of Korea Building ‒ Kim Swoo Geun

르네상스호텔 ‐ 김수근 + 삼부빌딩 ‐ 장세양

Renaissance Hotel Seoul ‒ Kim Swoo Geun + Sambu Office Building ‒ Chang Sea Young

군산시민문화회관 ‐ 김중업

Gunsan Community Hall ‒ Kim Chung-up

힐튼호텔 ‐ 김종성

Hilton Hotel – Kimm Jong-soung

 

096  FEATURE: ESSAY

건축자산 제도 및 정책 현황과 과제_ 심경미

Policy and System Related to the Architectural Asset and Heritage_ Sim Kyungmi

 

100  FEATURE: ROUNDTABLE

건축유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_ 윤주선, 이광환, 최춘웅, 황두진

Ways of Living with Heritage Architecture_ Yoon Zoosun, Lee Kwanghwan, Choon Choi, Hwang Doojin

 

108  FEATURE: AGORA

우리가 지켜야 할 남은 유산 목록

The Unlisted Heritage We Need to Protect

 

112  LIFE

재미있게, 꾸준하게, 로망으로 걸어가는: 길종상가_ 박길종 × 박세미

Striding with Fun, Steadiness, and Ideal: Kiljong Sangga_ Park Kiljong × Park Semi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경계를 문지르며_ 황동욱 × 최은화

Scrubbing at the Boundaries_ Hwang Dongwook × Choi Eunhwa

 

124  SERIES: RE-VISIT SPACE 15

김종성이라는 유산_ 박정현

The Legacy of Kimm Jong-soung_ Park Junghyun​ 


▲ SPACE, 스페이스, 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