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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의 스페이스 (논)픽션] 9.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간

정지돈
진행
박세미 기자

1. 

자주 가는 카페에 키오스크가 생겼다. 안내문에는 모든 주문을 키오스크로 해달라는 지시 사항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키오스크로 주문했다. 사실 스몰토크를 부담스러워하는 나 같은 사람은 비대면이 편하다. 단골 가게에서의 정감 어린 대화나 안부인사는 옛말이다. 소통은 sns만으로도 벅차다. 

문제는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난 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간소화 될 줄 알았던 주문은 메뉴 선택 사이에 끼워넣은 마케팅 요소들로 복잡해졌고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1분이면 끝날 주문을 10분동안 한다. 키오스크가 고장나거나 버퍼링이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기술은 만만하지 않다. 최근 우주 여행에서 귀환한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은 2016년 완전 무인점포를 표방하는 아마존고를 오픈했다. 아마존고는 카메라와 블랙박스 센서들이 고객들의 행동을 파악해 선택한 상품을 자동 결제한다. 2021년 한국에도 아마존고와 동일한 무인 매장이 오픈했다. 더 현대 서울의 언커먼스토어는 현대와 아마존의 기술협약으로 만들어진 편의점이다. 방식은 아마존고와 동일하다. 앱을 깔고 카드를 등록한 후 QR코드를 찍고 입장.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들고 나오면 끝!

10평 남짓한 언커먼스토어에 무인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3억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40대의 AI카메라와 15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동원됐다). 일반 매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기술은 발전하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다시 말해 완전 자동화된 상점이 생길 날이 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망한다는 사업주들에게는 행복한 소식이다. 불평도 안하고 돈도 안 드는 직원이 생기니까 말이다. 

 

2.  

자동화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1950년대 헨리 포드 2세와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월터 로더의 대화다. 헨리 포드 2세는 산업 로봇이 설치된 새공장을 자랑하며 말했다. 기계가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월터 로더는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게요. 그런데 저 기계들이 자동차를 살까요?  

이 일화는 자동화의 기본적인 모순을 보여준다. 고용주는 비용이 적게 드는 직원과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원하지만 둘 다 가질 순 없다. 쉽게 말해 당신의 직원이 곧 당신의 소비자다. 그런 면에서 헨리 포드 2세의 할아버지인 헨리 포드는 손자보다 훨씬 똑똑했다. 그는 당시 그 어느 기업보다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자동화와 관련한 일화는 또 있다. 백남준은 일찍이 로봇을 만들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 기자가 물었다.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어떡합니까? 백남준이 말했다. 걱정마라. 이 로봇을 움직이는데 다섯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사실 자동화의 문제는 실업이 아닐지도 모른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 초기에는 실업이 발생하지만 복지나 새로운 일자리 등의 대안이 이를 해결(해야)한다. 자본주의에는 필수적인 요소는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니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가상현실의 최초 고안자인 재런 러니어는 묻는다. 진짜 문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어서 일자리를 뺏을 것인가가 아니다. 궁극에는 자동화되지 않을 것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 것인가, 이다.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열린책들, 2016)에서 재런 러니어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한다. 기술이 발달해 기계가 기계를 만들고, AI가 AI를 만드는 수준에 이르면 지금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런 미래는 디스토피아다. 그러나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황소걸음, 2021)의 저자 아론 바스타니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는 자동화야말로 공산주의 “유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비꼬거나 반어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심지어 마르크스는 200년 전에 이러한 사태를 예견했다. 미완성 유고로 남은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의 짦은 글 「기계에 관한 단상」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노동이 해방됨으로써 얻는 혜택에 기여할 것이며, 노동 해방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1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하면 공산주의가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유명한 진단은 기술 발전의 끝에 이른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과 여가를 가르는 구분이 끝날 것이며 고전 경제학의 핵심인 희소성 역시 종말을 고할 것이다. 노동은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될 것이다. 아론 바스타니는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빈곤이나 불평등은 물론 환경오염과 자원고갈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공산주의는 완전 자동화 시대의 꿈이다. 미래의 인간은 평등하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순수하게 창조로서의 놀이에 몰두할 것이다.           

 

3.

3인칭 슈팅게임인 포트나이트는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래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기준 사용자 수가 3억 5천만명이 넘었으며 미국 청소년의 40%가 전체 여가의 25%를 포트나이트 안에서 보낸다. 포트나이트는 게임이자 소셜플랫폼이며 OTT다(포트나이트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에는 2,770만명이 참여했다).

포트나이트에는 포크리라는 크리에이티브 모드가 있다. 맵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게임 모드로 유저에게 자원이 무한으로 제공된다.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나의 섬에서 새롭게 만들어 보세요. 포크리 모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 여러분의 상상력을 끝없이 펼칠 수 있습니다.”▼2

포크리 모드는 아론 바스타니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공산주의와 거의 동일하다. “정보와 노동, 자원의 무한 공급.”▼3 이른바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간.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는 건 쉽다. 사람들이 모두를 위해서 기술을 사용하는 테크노 유토피아, 그런 게 가능할리 없어! 그러나 생각을 급진화해보자. 중요한 건 그런 일이 불가능할 거라는 상식적인 비판보다(너무 상식적이라 생각할 거리가 없다) 완전 자동화가 이루어졌을 때 실제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보는 것에 있다. 우리 삶이 진짜 포크리 모드가 된다면? 모든 상점과 공장, 회사에 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포트나이트 유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간구축능력이다. 유저는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전능성을 체험하며 다른 유저들의 세계(게임 속의 게임)를 즐기고 다시 건설한다. 이 끝없는 유희의 순환 고리에서 소비자/창조자는 “상상력을 끝없이 펼칠 수” 있다고 개발자는 말한다. 단 한계는 있다. 모든 소비와 창조가 게임의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며 게임 자체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이때의 전능성은 사실 무능력 아닐까.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간의 실체는 어쩌며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 것, 우리가 더 이상 이 공간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우리가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듯이 말이다. 

 

 

1 아론 바스타니,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김민수·윤종은 옮김, 황소걸음, 2021.

2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웹페이지 포크리 항목.

https://www.epicgames.com/fortnite/ko/creative/docs/getting-started-in-fortnite-creative

3 아론 바스타니, 앞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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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정지돈은 소설가다. 2013년 등단하여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과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다. 펴낸 책으로는 『내가 싸우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문학의 기쁨』(공저),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 『야간 경비원의 일기』, 『영화와 시』, 『모든 것은 영원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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