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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같은 곳을 보며 그리고 마주 보며: 백인화, 백명화

사진
고인수(별도표기 외)
진행
최은화 기자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인터뷰 백인화, 백명화 건축사사무소 IWMW 공동대표 × 최은화 기자​

 

자매가 함께 해요

 

최은화: 자매가 둘 다 건축을 전공하셨네요. 어릴 때 주변에서 건축에 관해 영향을 받은 게 있나요?

백인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집안에 건축하는 사람이 있냐고요. 그런데 전혀 없어요. 어릴 땐 건축가가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몰랐어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해서 이공계열을 선택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소설책만 읽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이공계열 중 문과 성향이 강한 건축학과에 진학했죠.

백명화: 언니랑 두 살 터울이고, 제가 빠른 생일이라 학년으로는 한 학년이 차이 나요. 언니가 대학교 다니는 걸 보면서 건축을 생각했던 건 아닌 것 같고요. (웃음) 어릴 때부터 그림과 사진을 좋아해서 모두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이 건축이었어요.

 

최은화: 같은 공부를 했더라도 일까지 같이 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텐데요. 이 가족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백인화: 2016년 말, 제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명화도 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에서 나왔어요. 논의를 해서 시기를 맞춘 게 아니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맞아떨어졌는데, 때마침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이 프로젝트를 의뢰하셔서 같이 설계를 하게 됐어요.

백명화: 언젠가는 같이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았어요. 일이 없었더라면 개소 시기가 좀 늦춰졌을 것 같아요.​ 

 

 

 

결은 비슷하고 거리는 적당해요

 

최은화: 건축 안에도 정말 많고 다양한 갈래가 있어요.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과 스타일이 서로 잘 맞는 편인가요?

백명화: 취향이 엄청 비슷해요. 건축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래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엄마가 파란 옷, 빨간 옷을 사와서 하나씩 고르라고 하면 둘 다 같은 걸 고르는 식이었어요. 한두 번 겹치는 게 아니라 30년 넘게 매번 같은 걸 골라왔어요. 그 선택들이 쌓여서, 이제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연스럽게 같은 선택을 하더라고요.

백인화: 취향에 좋고 나쁨은 없지만 서로에게 더 좋은 걸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게 있어요. ‘이게 더 좋지 않아? 이러저러 하니까 말이야?’ 하면서요. 건축은 선택해야 하는 게 정말 많은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이견이 없다는 게 굉장히 큰 원동력이 돼요.

 

최은화: 왠지 좋아하는 건축가도 겹칠 것 같아요. 최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건축가는 누구인가요?

백인화: 최근에는 포르투갈의 팔라(fala)와 스페인의 H아키텍츠(HARQUITECTES)의 작업들을 보고 있어요. “이거 좋지 않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책을 보면서 좋은 것들에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너무 많아서 옆면이 이렇게 덕지덕지해졌어요. (웃음) 또 유럽의 협동조합 주택을 보면서 예산이 낮은 상황에서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일본의 협소 주택들의 디테일과 집요함도 들여다보곤 해요.

백명화: 그냥 솔직하게 아름다운 모든 걸 좋아한다고 말해야 될 것 같아요. (웃음)

백인화: 인정해요. (웃음) 그중에서도 최근 빠져 있는 건 일본의 타토 아키텍츠(Tato Architects)의 작업들이에요. 재료의 사용과 디테일에 있어서 재미있는 지점이 많아요. 공간을 가구화하기도 하고 일상의 공간을 낯설게 풀어내기도 하고요. 저는 못 가봤는데 명화는 여행으로 다녀왔어요.

백명화: 직접 갈 수 있는 스테이를 에어비앤비로 찾아서 하루 묵고 왔어요. 언니는 못 가서 대신 제가 사진을 엄청 찍어 와서 보여줬죠.

 

최은화: 두 분이 싸우거나 부딪히는 경우는 잘 없어요?

백명화: 종종 싸워요. 그런데 일 때문은 아니고 말투와 태도가 문제인 사소한 다툼이라 금방 풀려요.

백인화: 낯선 사이였으면 첫 번째 싸움, 두 번째 싸움 이런 게 다 기억날 텐데 저희는 10020번째 싸움 이런 수준이니까 싸움에 큰 의미가 없어요. (웃음)

백명화: 같이 일하는 인턴이 있는데, 그분이 사무실에 계시면 저희가 확실히 덜 싸우게 돼요. (웃음)

백인화: 기분 상하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게 돼요. 우리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때 장점이 많다는 걸 느껴요.

 

최은화: 두 분 책상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에 인턴 책상이 꼭 사장님 자리처럼 있어서 특이하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웃음) 그리고 사무실에 또 한 분 계시죠. 오혜진 그래픽 디자이너는 책장 너머 제일 안쪽 공간에 자리가 있네요.

백인화: 저랑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예요.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은 곳으로 갔어요. 2017년 초에 저희가 개소할 때부터 오혜진 디자이너와 사무실을 같이 사용했는데, 한 차례 이사까지 같이 했네요.​

 

 

 

사람으로부터, 제약으로부터 출발해요

 

최은화: 오혜진 디자이너와는 단순히 사무실만 공용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협업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시죠. 전시 <2018 서울 포커스: 행동을 위한 디자인>(북서울미술관, 2018)에서 ‘그늘쌓기’라는 작업을 하셨는데, 두 팀이 어떻게 함께 작업했는지 궁금해요.

백명화: 여름에 텅 빈 광장에 설치물을 만들어야 했어요. 땡볕이 내리쬐는 넓은 공간에 그늘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혜진 디자이너는 다양한 그림자가 겹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저희는 그늘막 구조에 대해 고민했어요.

백인화: 색색의 아크릴을 쌓아가면서 색색의 그림자를 쌓아갔어요. 저희끼리 작업할 때와 비교해서, 디자이너와 협업했을 때 작업 과정과 그 성과물의 차이를 굉장히 크게 느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하려고 해요.

 

​최은화: 정신건강의학과의원(2019)도 건축사사무소 IWMW와 오혜진 디자이너가 같이 작업한 거죠?

백인화: 맞아요. 오혜진 디자이너는 삼원색과 기하학적 형태를 이용해서 사이니지부터 공간 전반에 대한 그래픽 디자인을 작업했어요. 저희는 상업용 건물의 공간 일부를 병원으로 바꾸는 인테리어 작업을 했는데,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명확했어요. 의사가 별도의 대피동선을 가지는 게 중요했어요. 진료실의 의사 자리 바로 뒤에 문을 둬서 위급상황 시 바로 탈출이 가능하게끔 계획했어요.

백명화: 설계를 하는 시점에 다른 병원에서 큰 사고가 있었어요.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상담하던 중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또 하나의 비상 탈출구를 만들었어요. 또 가구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데에도 한 번 더 고민이 필요했어요.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거나 가구를 아예 고정식으로 만들거나 아주 무겁게 만들었어요. 병원에는 위험한 요소가 하나도 없어요. 흔한 화분도 하나 없어요. 환자가 스스로를 해칠 수도 있어서 일말의 가능성을 모두 다 차단하는 디자인을 해야만 했어요.

 

최은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반면 최근에 작업한 서점극장 라블레(2021)는 행위와 이벤트를 촉발하는 디자인으로 보이는데요. ‘낮에는 서점, 밤에는 극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공간에 적용하셨나요?

백인화: 클라이언트가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있었어요. “옛날 수도원이나 동굴 교회를 연극, 실험실, 작업실로 바꿔 쓰는 장소인데, 낮에는 서점으로 위장된다”라고요. 이것을 건축가, 가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가 각각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해 달라고 요청하셨고,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글로 다 적혀 있는 상황이어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서 낮 시간대에 서점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길거리에서 건물을 들여다봤을 때 사람들이 가판대를 돌아다니고 책을 보는 장면이 드러나도록 했어요. 건물 바로 앞이 인도 없이 차도와 맞닿아 있어 설계할 때 건물의 외곽선에서 안쪽으로 유리창을 들였어요.

백명화: 입구 쪽 서점을 지나면, 그 다음은 볼트가 나란히 이어지는 내밀한 공간이 나와요. ‘동굴 서점’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밖에서는 이 공간이 잘 안 보여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 중 하나가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거였는데, 공간 자체를 구분하고 또 사이에 커튼을 둬서 필요에 따라 각각을 가릴 수 있게 했어요. 또 강연이나 상영회도 가능하고요. 그 너머는 클라이언트의 작업실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작은 중정까지 이어지죠.

백인화: 클라이언트의 역할이 굉장히 큰 프로젝트예요. 심지어 공간의 결에 꼭 맞게 운영도 하고 계세요. 책의 배치가 공간의 특성을 따르는 게 특징인데요. 밝고 오픈된 앞 공간에는 살아 있는 저자의 책이 있고, 돌아가신 저자의 책은 어둡고 정적인 뒷 공간에 있어요.

백명화: 돌아가시면 동굴로 들어가는 시스템이죠. (웃음)​ 

 

©Park Jiyoun 

 

©Park Jiyoun

 

지금처럼 나란히 기대어 나아가겠죠?

 

최은화: 저기 보이는 모형도 구경 시켜주실 수 있나요?

백인화: 그럼요. 요즘 설계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양양에 위치하고, 5분 거리에 바다가 있어요. 서핑이 취미인 부부가 클라이언트인데, 주말 동안 두 분이 지낼 수 있는 공간과 에어비앤비나 스테이로 내놓으실 공간을 필요로 하셨어요. 지금 설계안보다 변경이 더 있을 것 같아요.

백명화: 마당에 간단하게 샤워도 할 수 있고 서핑보드를 씻어서 말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일반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집의 공간감을 제공해 달라고 하셔서 지붕 형태나 디테일에서 낯설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최은화: 백인화 소장님은 건축 글쓰기, 건축 비평에도 관심이 많으시죠. 공주대학교에서 건축비평에 관한 강의도 하고 계시죠?

백인화: 강의는 저와 학생들이 같이 책을 읽는 시간이에요. 어떤 시각으로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게 하는지에 있어서 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제인 제이콥스가 오래된 건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절이 있는데 “신생의 어린 사업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오래된 건물이다. 왜냐하면 주변보다 더 낮은 시세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하는 건물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 제인 제이콥스, 알도 로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나카무라 요시후미, 페터 춤토르 등 다양한 리스트가 있는데 이분들의 책 전부를 읽는 건 아니고 제가 일부를 발췌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요. 이러한 시각은 여전히 유의미하므로, 이 부분만이라도 소화를 해보자고 말이에요.​ 

최은화: 글과 비평에 관해서는 두 분이 같이 의견을 나누시진 않나요? 백명화 소장님은 요즘 어디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백명화: 저는 시각적인 것에 더 관심이 많아요. 언니가 글을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았네요. (웃음) 저는 요리를 좋아하고, 최근에는 가드닝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너무 일에만, 건축에만 둘러싸여 있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신경을 써요. 잠깐 쉴 때 제대로 환기하려고 하는데, 건축이랑은 다르게 결과물이 아주 빠르게 나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커요. 한 시간 안에 뚝딱 결과물이 나오는 요리, 매일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식물을 보고 있어요.

백인화: 그런 이유로 주말에는 웬만하면 직접 요리를 해먹으려고 하고요. 또 요즘 저희 퇴근하고 같이 요가도 다니고 있어요.

 

최은화: 2인분의 일과 생활이네요. (웃음) 앞으로도 2인 체제를 지속하실 예정인가요?

백명화: 둘이서만 하는 것도 좋긴 한데요. 저희 사무실에 지금 인턴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개입이 있을 때에 생기는 시너지와 가능성이 또 분명하게 존재하더라고요.

백인화: 내년에는 한 분 더 모시고 싶은데, 꼭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백인화·백명화는 2022년 2월호에서 이해든·최재필(오헤제 건축설계사무소)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

 

  


▲ SPACE, 스페이스, 공간


백인화
백인화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동 주거에 관한 설계를 공부했으며, 로테르담 소재의 회사에서 관련 실무 경험을 쌓았다. 건축사사무소 IWMW를 백명화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공주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 중이다.
백명화
백명화는 명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7년 백인화와 함께 건축사사무소 IWMW를 개소한 이후 단독주택 신축, 레노베이션,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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