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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건물 내 식물은 도시의 허파가 될 수 있는가?

김진수(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
자료제공
김진수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2: 운영되고 유지될 때 ​

질문 1: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

질문 2: 친환경 인증제도라는 댐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질문 3: 건물 내 식물은 도시의 허파가 될 수 있는가?


 

1970년대 초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조성된 생태형 옥상녹화

 

 

​기후위기와 식물 

현 인류가 촉발한 기후위기는 도시라는 인공 환경에 사는 인간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기회복력을 근본으로 하는 자연과 달리,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조성된 도시 환경은 편리하지만 건강하지는 못한, 자기회복력을 상실한 공간이 되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복사열과 축척된 복사열로 인해 도심 외곽보다 기온이 높아지는 도시열섬현상이 발생했고, 열을 식히기 위해 가동한 냉방에너지가 다시 도시열섬현상 가속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이 환경을 우리는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건물은 태어나서 살고 죽는 전과정에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한 가지 대안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 즉 도시 안에 녹지 면적을 넓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도심에서 녹지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고안된 방법이 건축물을 이용한 녹화다. 197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건물의 옥상, 벽, 실내 등에 식물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 시도되었다. 이런 실험의 최전선에 있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이 스테파노 보에리다. 그는 ‘수직 숲’이라는 뜻의 보스코 베르티칼레(2014) 프로젝트를 통해, 밀라노 한복판에 발코니를 녹화하는 획기적인 고층아파트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도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식물들은 도시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탄소동화작용 과정에서 산소를 발생시켜 대기의 균형을 이룬다. 또한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습도를 조절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미기후와 관련해 도시 속 식물의 역할을 추적한 많은 연구를 통해 옥상녹화, 수직녹화 등의 녹화가 도시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줄일 뿐 아니라, 건축물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빗물을 저장하여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런던, 토론토, 파리, 함부르크, 바젤,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은 건물 녹화를 활용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런던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과 도시민의 건강을 위해 런던에 있는 절반 이상의 건축물에 옥상녹화, 수직녹화를 적용하기로 했다. 함부르크의 경우 2022년까지 6억 유로(약 8천억 원) 이상을 투입해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A7)를 덮는 지붕 구조물을 건설하고 그 위에 240,000㎡ 규모의 녹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독일 주거단지의 생태형 옥상녹화 

 

 

인공지반녹화

작게는 실내 가드닝에서부터 넓게는 뉴욕의 하이라인 같은 도시 스케일의 녹지에 이르기까지 식물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식물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을까? 논의에 앞서 먼저 식물 활용에 대한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옥상, 벽 등을 활용한 녹화 사례를 통칭해 ‘인공지반녹화’라 부를 수 있다. 자연 상태의 땅이 아닌 인공의 지반(구조물)을 활용해 식재하는 모든 방법을 아우르는 용어다.

인공지반녹화는 공간에 따라 크게 옥상녹화, 수직녹화, 실내녹화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옥상녹화는 관리요구도가 낮고 조성비용이 적게 드는 경량형 옥상녹화(생태형, 저관리형이라고도 한다)와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중량형 옥상녹화(관리형이라고도 한다)로 나뉘며, 두 공법을 적절히 혼합한 혼합형 옥상녹화가 있다. 1970년대 독일은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경량형 옥상녹화를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옥상녹화 개념이 도입된 우리나라의 경우 공간 활용도를 중요시하여 중량형 옥상녹화를 주로 적용했다. 지상의 정원과 비슷하게 나무를 심고 휴게공간을 조성하는 옥상정원이 여기에 속한다. 

수직녹화는 일반적인 벽면녹화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수직녹화에는 담쟁이덩굴과 같이 식물이 건축물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등반형과 컨테이너, 포트, 부직포 등 다양한 종류의 화분을 설치하는 구조물설치형 두 가지가 있다. 구조물과 식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식재 위치에 따라 식물의 종류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건축물 외부에 식재할 경우 줄사철, 좀눈향, 수호초, 섬기린초 등 환경적응성이 강하고 겨울철에도 녹색을 유지하는 종류가 주로 쓰이며, 실내녹화에는 우리가 흔히 실내화분으로 사용하는 관엽식물이 사용된다.

건물의 외피에 식물을 식재하는 방식도 많이 실행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조경가는 패트릭 블랑이다. 그가 부직포를 이용한 수직녹화공법으로 부산현대미술관의 외피를 식재한 사례는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산림청은 작년부터 생활밀착형숲과 스마트가든사업을 통해 수직숲과 실내정원을 조성하여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인겐호벤(Ingenhoven)이라는 설계사는 지난해 뒤셀도르프에 있는 쾨보겐2라는 건물에 약 8km에 이르는 서어나무를 이용한 수벽을 설치하여 도시 환경개선과 이용자의 쾌적성을 동시에 이루고자 하였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자가 수직정원도시를 중요한 선거공략으로 내세울 만큼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의 옥상정원

 

 

탄소저감과 인공지반녹화

2019년 4월, 뉴욕시는 옥상녹화와 관련된 새로운 두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법안의 이름은 ‘Climate Mobilization Act(Local Lows 92 and 94)’이다. 보통 「기후동원법」으로 번역되는 이 법안의 내용과 목적을 보면 기후위기대응법이라 할 수 있다. 옥상녹화를 통해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하고 기후위기에도 대응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뉴욕이 옥상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한 이유는 이 법안을 발안한 뉴욕시의원 라파엘 에스피널(Rafael Espinal)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명확하게 알 수가 있다.

“우리는 오늘 스카이라인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 걸쳐 뉴요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우리는 여러 도시에서 옥상녹화의 혁신적인 장점을 보았습니다. 즉, 옥상녹화는 도시열섬효과를 완화하여 도심을 식히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우수유출수를 줄이며, 생물다양성을 촉진하고, 방음효과를 높임으로써 우리 도시를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듭니다.”

인공지반녹화의 효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휴공간을 정원이나 운동공간, 도시농업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소음을 줄이고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방수층과 콘크리트층을 보호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건물의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 이 장점은 모두 건물의 운영, 유지관리 측면에서 탄소와 미세먼지를 저감할 뿐 아니라, 삶의 쾌적성을 이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인공지반녹화의 과제와 미래

지금까지 인공지반녹화가 기후위기 시대에 건축물과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런 장점과 가치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반녹화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조성비용과 유지관리비용, 하자에 대한 우려는 분명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스테파노 보에리의 보스코 베르티칼레가 성공한 이후, 이를 모방한 다양한 수직녹화 빌딩들이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하지만 녹음이 푸르른 광경은 프로젝트가 완공된 직후 잠시뿐이었다. 식물이 건강하게 생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았던 다수의 건물은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배수가 되지 않아 모기떼 출몰로 원성을 산 중국 청두의 고층아파트가 그랬고, 기후를 고려하지 않고 식재하여 겨우내 죽어버린 많은 수직녹화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첫째는 기술의 발전이다. 녹화 공간을 유지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한다는 말과 같다. 옥상에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녹화를 함께 조성하는 독일의 사례처럼 디자인 단계에서 다른 에너지저감 방법과 연동되도록 공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수직녹화의 경우 계절의 변화와 수직 방향으로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환경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설치기술의 개발과 설치비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들이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옥상녹화 공법은 많은 빗물을 저장하고 낮은 토심에서 식물이 잘 자라도록 기술이 발전해왔다. 그럼에도 품질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저비용으로 만든 낮은 품질의 옥상녹화가 주를 이루면서, 관리가 되지 않아 흉물로 방치된 사례가 주변에 많다. 이렇게 방치된 녹화 공간은 오히려 탄소 발생의 원인이 된다. 건축물준공을 위해, 특정 인증 기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녹화하는 요식 행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효성 있는 녹화 공법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등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 조건은 사회적 인식이다. 생태적으로 작동하는 건강한 녹화 공간은 탄소중립과 도시경관 개선이라는 공익적 측면에 기여하는 동시에,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이용자의 쾌적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옥상, 벽, 실내에서 녹지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행에 옮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은 인공지반녹화의 효용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맺기에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 인공지반녹화 하나만으로 탄소저감 효과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시간 축에 비례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검토하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적정기술과 디자인을 위한 연구와 개발, 제도적 견인과 사회적 인식 변화 삼박자가 작동할 때 인공지반녹화는 기후위기의 대안이자, 인류가 잃었던 자기회복력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는 이유 역시 궁극적으로 우리의 환경을 건강한 삶이 유지되는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 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글 김진수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 / 진행 방유경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김진수
김진수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할 때부터 자연환경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졸업 이후 다양한 활동을 거쳐 20여 년 동안 생태조경을 업으로 살면서 환경운동에 몸담아왔다. 옥상조경이 주된 작업 분야이며 16개국 이상의 옥상녹화를 탐사하였고, 여러 국제세미나에 참여하여 발표했다. 현재 ㈜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며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으로 여러 환경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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