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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지내는 이런저런 삶: 『가가묘묘 -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박민지, 박지현, 조성학 × 김예람
자료제공
비유에스건축
진행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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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묘묘 -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이하 『가가묘묘』)은 반려묘와 지내는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인 비유에스건축은 그들에게 설계를 의뢰한 네 가구(단독주택)와 자료 수집과정에서 알게 된 세 가구(원룸, 투룸, 소형 아파트)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박민지, 박지현, 조성학을 만나 『가가묘묘』를 발간하게 된 계기, 반려묘 생활에 대한 접근방식, 설계 디테일 등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인터뷰 박지현, 조성학 비유에스건축 공동대표 ×박민지 건축가 × 김예람 기자

 


사내 기록물이 책으로 만들어질 줄이야

 

김예람: 매번 사옥을 지나치기만 하다가 이제서야 들어와 보네요.

박지현: 그러니까 말이에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김예람: 민지 님도 계셨네요. 오늘 라디오 방송은 잘 마치셨어요?

박민지: 국악방송의 ‘문화시대 김경란입니다’에 출연해서 책을 홍보하고 왔는데요. 말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박지현: 한 번 찾아서 들어 봐야겠어요. (웃음)

 

김예람: 팟캐스트에 올라오지 않을까요? 혹시 돌발 질문 같은 건 없었어요?

박민지: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 한창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웃음) 대본에 없던 질문이라 너무 당황했어요.

 

김예람: 저는 그런 질문 안 할게요. (웃음) 회사에서 예전부터 기록해오던 것을 토대로 『가가묘묘​가 만들어졌다고 들었어요. 평소에도 건축 프로젝트에 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시는 편인가요?

조성학: 세심하게 기록하지 못하는 편에 가까워요. 사무실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사내 잡지를 제작하고 있기는 한데요. 분량이 많지 않고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소박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기회를 얻었을 때 무척 기쁘고 신기했어요.

 

김예람: 회사 안에만 있던 기록물이 어떻게 세상으로 나오게 됐는지 궁금해요.

조성학: 저희가 이전까지 지은 건축물을 SPACE 편집부에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저희가 이전까지 지은 건물을 보여드릴 때는 다들 흥미가 크게 없으신 것 같았는데, 고양이와 관련된 주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는 앉아 계신 분들의 눈이 반짝거리더라고요. (웃음) 이걸 가지고 책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가가묘묘』의 기획이 시작됐죠.

박지현: 그 당시가 반려묘에 대한 관심이 막 커지던 시기이기도 했고, 저희가 고양이를 기르는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사회 안에서 하나의 가족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전체 가구 수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환경, 동물권을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 등이 얽히면서 반려동물과 사는 가족이 보편적인 삶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깨닫기도 했고요. 이전까지는 깊게 헤아리지 못했던 주거방식을 이해하고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싶어서 사례도 여럿 모았어요. 그때 길고양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민지 씨의 덕을 크게 봤죠.

박민지: 우와, 기억력 진짜 좋으시네요. 근데 책을 만들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아리가 갑자기 사라지게 됐어요. (웃음) 그래서 고양이 집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좀 있었죠.

 

김예람: 이번 책이 비유에스건축이라는 이름을 단 첫 단행본이에요. 건축물이 아닌 고양이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요?

조성학: 저희 이름으로 책을 발간한다는 사실에 들떠서 걱정을 크게 안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일반적인 건축 서적처럼 프로젝트를 나열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작업물을 묶을 수 있는 주제가 있어서 좋았어요.

 

  

고양이가 사무실에 찾아온 게 운명이었나 봐요

 

김예람: 후암동 사무실로 이사하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서촌에 계셨어요. 거기서 만난 길고양이 두 마리가 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들었어요.

박지현: 짜구랑 호구는 서촌 사무실에 자주 놀러 오던 길고양이인데 그 친구들이랑 지내면서 고양이가 사랑스러운 동물이라는 걸 알았죠.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도 좀 더 수월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요. 간혹 서촌에 가면 혹시 짜구와 호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하는데 잘 안 보이더라고요.

짜구: (누가 우리 이야기를 하냐옹! 😼)

 

김예람: 얼마 전에 서촌을 다녀왔는데 비유에스건축의 신축 현장이 있더라고요. 그곳에 갈 때마다 짜구와 호구가 떠오르시겠어요.

박지현: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보면 혹시 짜구와 호구의 자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우리가 흔히 특정한 공간을 통해 한 지역을 기억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에게는 공간이 아닌 고양이가 서촌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는데, 서촌에 짓고 있는 상가주택의 클라이언트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요. 시기가 맞지 않아 『가가묘묘』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설계한 집이에요.

 

김예람: 그 집에서 고양이를 위해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 쓰셨나요?

조성학: 아무래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한테는 화장실이 무척 중요한 문제인데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면서 고양이가 드나들기 쉽게 문 하단에 구멍을 냈어요. 3층에 설치할 책장을 고양이 놀이터처럼 만들기도 했고요.

호구: (종종 현장 감리 가니까 제대로 지으라냥! )

 

 


비유에스건축 옛 사무실의 툇마루에 앉아 있는 짜구

 


계단에서 놀고 있는 '쌍문동 쓸모의 발견'의 고양이 

  

 

협소주택은 도심 속 캣타워 같아요

 

김예람: 『가가묘묘』에는 협소주택 사례가 자주 등장해요. 사람과 고양이가 비교적 좁은 공간 안에서도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을 설계에 반영해야 할까요?

박지현: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 쾌적함을 느끼게 만들려면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는 공간 습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가묘묘』에 나오는 클라이언트와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나누면서 협소주택에서 창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걸 알고 여러 타입의 창을 설계했어요. 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창을 제일 잘 사용하는 건 고양이더라고요. (웃음) 저희가 만난 대부분의 고양이가 창문이나 수납장처럼 바닥과 다른 높이를 가진 곳을 좋아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결국 사람이 살기 편안한 집이 결국 고양이에게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양이가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웃음)

 

김예람: 흔히 고양이를 특정한 공간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영역 동물이라고 부르잖아요. 설계하면서 만난 고양이들이 자주 생활하는 평면에서 벗어나 다른 층을 잘 오고 가나요?

박지현: 고양이마다 다른 것 같아요. ‘동천동 묘각형 주택에 사는 고양이는 모든 층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는데, 4층 규모의 효창동 첫집’(2016)에 사는 호동이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침실이 있는 3층을 자기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계단을 잘 오르내리지 않는대요.

 

김예람: 효창동 첫집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어서 호동이가 더 그런 성향을 띠는 것 같아요.

조성학: 빅토리아와 데이비드랑 같이 살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근데 책에 실린 네 컷 만화에 나온 것처럼 고양이 두 마리가 새로 입주했는데 어떡하죠? (웃음)

박지현: 최근에 클라이언트가 늘어난 고양이 숫자에 맞게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요. 고양이가 계단을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난간을 더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들어올 수 없도록 일부 공간도 구분했어요. 아마 모든 고양이 집사가 공감할 것 같은데, 고양이와 함께 살면 털이 모든 옷에 달라붙잖아요. 그런 불상사를 막아보려고 오픈형 드레스 룸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어요.

짜구: (고양이가 갈 수 없는 곳은 없다옹! 🚪)

 

  

고양이는 종잡을 수 없어요

 

김예람: 고양이는 주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동물이잖아요. 꽤나 까다로운 클라이언트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고양이가 설계 의도와 다르게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나요?

조성학: 도장리 브리사를 설계할 때 특히 그런 부분이 많았어요. 캣타워를 설치할 자리에 세로로 긴 창을 내놓고 고양이가 여기를 잘 사용해주기를 기다렸는데, 엉뚱하게도 욕실 창턱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타일이 다른 건축 재료에 비해 차가운 편이니까, 더울 때 거기에 자주 앉아서 바깥을 내다본대요.

 

김예람: 그러고 보니 고양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가 집마다 있는 것 같아요. 툇마루나 돌음계단 같은 것들 말이에요.

박지현: 도시의 소형 주거에서는 수평적인 경험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공간의 높낮이에 대한 실험을 여러 번 했는데, 그런 시도가 고양이에게 재미있는 부분으로 읽혔나봐요. ‘동천동 묘각형 주택에서는 마당 레벨보다 살짝 높은 툇마루를 만들고, ‘쌍문동 쓸모의 발견에서는 이동 경로로만 여겨져 온 계단을 책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호구: (식빵 좀 굽게 움푹 파인 공간도 만들어 달라냥! 🍞)

  


 


 


 

  

 

 

가벼운 마음으로 읽되 진중히 생각하시기를 바라요

 

김예람: 직접 그린 스케치가 글과 함께 있어서 공간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어요.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도면보다 더 감성적이기도 했고요.

박지현: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보기에는 손으로 그린 도면이 더 와 닿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도면을 손으로 그리면 책의 톤을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편집자 님께 말씀드렸는데, 얼마 못 가서 엄청나게 후회했어요. (웃음) 그래도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핸드 드로잉 덕분에 공간 개념을 친근하게 전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김예람: 캐드 드로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작성한 도면과 유사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비유에스건축이 재실자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싶어서 실제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더 많이 그린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조성학: 맞아요. 저희를 꿰뚫어 보셨네요. (웃음) 고양이의 모습도 많이 그렸는데 독자분들이 잘 찾아주시면 좋겠네요. 인테리어에 관한 드로잉은 민지 님이 그렸고, 건물 규모의 드로잉은 지현 님이 그렸어요. 저는 옆에서 잔소리를 했고요. (웃음)

 

김예람: 요즘 『가가묘묘』를 읽었다는 후기가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어요. 독자들이 책을 덮었을 때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기를 바라시나요?

박지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귀엽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귀여운 걸 좋아하는 편이고, 비유에스건축이 설계하는 건물이 나름 귀엽거든요. ‘큐티텍처(Cutitecture)’라고나 할까요? (웃음) 우리가 사는 도시의 많은 건물이 근대건축의 다섯 가지 원칙을 따르고 있는데, 저희 건물은 그렇지 않고 귀여운 것 같아요.

짜구: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옹! 😻)

 

김예람: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조성학: 『가가묘묘』를 만드는 내내 책이 한없이 가벼워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고양이를 깊게 탐구하는 것도 아니고,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책처럼 말이에요. 많은 분이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민지: 고양이와 건축을 모두 좋아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좀 더 어렵게 생각하셨으면 좋겠고, 건축은 좀 더 쉽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호구: (내 말이 그 말이다냥! 💬) 

 

 

 


▲ SPACE, 스페이스, 공간


박민지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후 서울의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삶에서 가장 큰 흥밋거리인 건축, 그것을 둘러싼 환경, 고양이 외에 의미 있는 영역을 늘리기 위해 탐구 중이다. 비유에스건축과는 학부시절 네 번의 인턴 경험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지현
숭실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MANIFESTO ARCHITECTURE에서 실무를 익히고 2014년 비유에스건축을 설립했다. 어린 시절 삼천포의 어촌마을에서 자랐으며 이때 쌓은 풍요로운 기억이 현재 본인의 건축에 가장 큰 영감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조성학
숭실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스튜디오 케이웍스에서 실무를 익히고 2014년 비유에스건축을 설립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늘 머릿속이 가득차 있다 보니 역으로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여행과 산책을 즐기며, 여기서 얻은 건축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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