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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반

정수진​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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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학창시절 즐겨 듣던 이종환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송이 생각난다. 뒤로는 가늠되지 않는 깊이의 우거진 전나무 숲과 앞으로는 잔잔히 펼쳐지는 마을의 지붕들, 멀리 저수지를 머금은 산들이 붉은 노을에 물들어 이윽고 수많은 별이 빛나는 밤으로. 순간 땅이 결정들을 내린다, 이럴 수밖에 없다는.

이 프로젝트는 집보다는 풍경을 설계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처럼. 대지의 북쪽으로 치우친 정남으로 반듯하게 ‘┗┓’모양으로 매스를 놓고 벽을 몇 개 세워야지, 담 말고 벽. 단순한 공구 모양의 매스는 집의 형태를 잡기보다는 풍경을 집안으로 초대하거나 사람의 시선을 외부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고 몇 개 놓인 벽들은 경계를 지을 요량이 아니라 그 뒤로 펼쳐진 풍경을 분절하는 역할을 한다.

대문을 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진입 마당.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서 앞마당과 함께 집의 전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집의 측벽과 이웃 간의 긴 벽은 골목처럼 현관에 다다른다. 거실의 남쪽 창으로는 이웃들의 지붕을 타고 시선이 흐르고, 서쪽 창으로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앞마당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한 식당은 앞마당 너머 마을과 뒷마당 저편의 전나무 숲을 하나로 잇는 투명한 공간이 된다. 전혀 다른 두 풍경 사이에 놓인 식탁은 안도 밖도 아닌 연속된 시퀀스의 주인공이다. 식당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서면 앞마당을 뚝 끊어버리는 야트막한 벽이 대지 밖의 자작나무 숲으로 이어져 탁 트인 앞마당과는 사뭇 다른 비밀스러운 장소가 된다. 2층의 서재에서는 1층에서 보던 마을은 사라지고 먼 산들의 실루엣만이 하늘과 닿아 이 집의 위치를 잊게 한다. 벽과 천장에 막 뚫린 작은 창들은 풍경과 하늘을 각각의 프레임으로 조각 내고 밤이면 새 드는 별빛과 함께 반짝인다. 

 

 

 

 

 

 

 

 

 


 


 


정수진
영남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파리-벨빌 건축대학교(DPLG/프랑스 건축사)에서 건축을 수학했다. 현재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늘집, 노란돌집, 횡성공방, 펼친집, 별똥집, 이-집, 빅-마마 등의 주택작업과 붉은벽돌-두번째 이야기, 미래나야 사옥 등 다수의 건축 및 전시 작업이 있다. 경기도 건축문화상, 2015 엄덕문 건축상 및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다수의 수상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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