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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않은 수많은 현재를 촬영하다: 서울은 이상한 도시

자료제공
서울은 이상한 도시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서울은 이상한 도시’는 우리 가까이에 산재한 도시적 현상과 그 안에서 지어진 독특한 유형의 건물, 공간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건축 아카이빙 팀이다. 이 팀은 유튜브에서 자신들이 주목한 서울의 면면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일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출연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울의 지금을 기록하는 이윤석과 김정민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이윤석, 김정민 '서울은 이상한 도시' 기록자 × 김예람 기자



 


김예람: 윤석 님, 왕십리 촬영 이후​ 일 년 만에 뵙는 것 같아요. 잘 지내셨죠?

이윤석: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어요. 정민 님이랑 같이 오셨네요?
김정민: 같은 동네에 살아서 함께 지하철 타고 왔어요. (웃음)

 

김예람: 오늘 인터뷰에서는 질문지 순서와 상관 없이 자유롭게 말씀하셔도 돼요. 어차피 제가 편집하잖아요. (웃음)
이윤석: 되게 자연스럽네요. 인터뷰는 이렇게 하는 거군요.
김정민: 저희는 맨날우리 지금 어디에 있나요?”라는 멘트로 어색하게 시작하는데 말이에요. (웃음)

 

김예람: 2018 5, 유튜브 채널서울은 이상한 도시를 만드셨어요. 어떤 계기로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윤석: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건축물을 다루는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했어요. 이것저것 수집하며 재미를 느꼈는데, 귀국하고 나서 블로그를 다시 들여다보니 포스팅한 건축물이 제가 한국에서 설계하며 관찰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던 거죠. 그 재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찾다가 영상 프로그램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설계보다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작업을 계속 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건축설계는 결과물을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영상은 비교적 작업시간이 짧아서 제 생각을 세상에 빠르게 전달할 수 있잖아요.

 

김예람: 어떠한 것에 주목하면서 영상을 만들고 계시나요?
이윤석: '한국성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유지하면서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서 한국성을 발견하고자 해요. 특히 한국이라는 배경에 서양 건축문화가 놓이면서 나타나는 충돌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 관심이 촬영장소를 정하고 기획을 꾸리는 일로 이어졌죠. 물론 채널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치밀한 이유를 가지고 답사장소를 선정하지는 않았어요.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아모레퍼시픽 본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등을 다뤘는데요. 영상의 개수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이 채널에서 무엇을 다뤄야 할지가 점점 명료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김예람: 영상 속에서 대상을 보여주는 방식도 매우 중요한 문제잖아요. 이 이야기를 하니까 장년층의 유흥공간을 촬영한​ ‘제기동 노인 콜라텍편이 생각나네요.

이윤석: 그 영상에서는 제가 자주 가는 ‘신도시’라는 클럽에서 촬영한 클립을 중간중간에 삽입했어요. 노인 콜라텍과 교차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 의도와는 전혀 다른 피드백을 받았죠. 저와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서 흥미를 갖고 촬영을 했는데 “왜 우리 영역에 침범하냐”는 식의 댓글을 많이 받았어요. 

 

김예람: 제기동 노인 콜라텍을 다룬 두 영상의 조회수를 합하면 174만 뷰예요. 큰 반향을 의식해서인지 이 영상 이후로 올라오는 콘텐츠는 대상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듯한 모습이에요.
이윤석: 이 영상에서 촬영과 편집에 관한 경험 부족이 드러났죠. 이 영상을 업로드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만든 콘텐츠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후로 아무도 피해 받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김정민: 신기한 건 노인 콜라텍 영상을 계기로 장년층 구독자가 채널에 많이 유입됐어요. 싫어하는 유형의 영상이 큐레이션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걸 싫어하는 젊은 세대와 매우 다른 모습이죠. 채널을 구독하는 기준이 우리와는 다른 듯해요.

 

 

에피소드 30일간의 철거기록 : 청파동 굴뚝건물(대산빌딩) 스틸 컷

 

에피소드 제기동 노인콜라텍 part.1 스틸 컷

 

 

김예람: 채널의 대표 콘텐츠인월세 아니면 전세’ 인터뷰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이윤석: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집을 꾸밀 때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이사해야 할 때가 되면 현실에 부딪혀서 절망에 빠지잖아요. ‘월세 아니면 전세 2030 세대의 다양한 주거를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집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말하기 위해 기획했어요. 이 영상을 볼 때만이라도 약간의 안도와 위안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김예람: 이 콘텐츠를 시작으로 정민 님이 채널에 합류하셨어요. 처음 출연한 에피소드의 분량이 넘쳐서 두 개의 영상으로 나뉘었는데, 빈틈 없이 오디오를 채우는 능력이 고정 멤버가 되는 데 영향을 줬나요? (웃음)
이윤석: 그럼요. (웃음) 저랑 정민 님은 설계사무소에 같이 들어온 동기예요. 코드가 잘 맞아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는데 업무 호흡도 꽤 잘 맞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정민 님이 이사를 했다고 해서월세 아니면 전세의 세 번째 출연자로 모셨죠. 역시나 카메라 앞에서도 이야기를 너무 잘하셨고, 같이 월세 아니면 전세시리즈를 만들어나가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채널에 영입하게 됐어요.
김정민: 재미있게 촬영을 마쳤는데 윤석 님이 갑자기 앞으로월세 아니면 전세시리즈를 만드는 데 참여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안과 함께건축가가 집을 설계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이 발명품을 만들어내듯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가꾸고 사용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인상 깊어서 합류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이 콘텐츠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과 제 생각을 겹쳐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물론 제가 인터뷰를 못하는 것 같진 않다는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웃음)

 

김예람: 저도 예전에 촬영 현장에 방문한 적이 있잖아요. 그때 카메라가 꽤 여러 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몇 대로 시작하셨나요?
이윤석: 두 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네 대로 촬영하고 있어요. 디지털 카메라 하나, 스마트폰 둘, 오즈모라는 짐벌 카메라 하나를 쓰고 있어요. , 녹음기도 한 개에서 세 개로 늘었고요.

 

김예람: 촬영 장비가 점점 좋아지고 있네요. 얼마 전에월세 아니면 전세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촬영하셨는데, 이번에는 어떤 인터뷰이가 등장하나요?
김정민: 여자 두 분과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 주거공간에 다녀왔어요. 한 분은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니면서 대들보처럼 집안의 큰 일을 챙기고 있고, 다른 한 분은 프리랜서로 생활하면서아파트먼트 기룬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세요. 그동안 여자 둘이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적이 없어서 꼭 만나고 싶었어요.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을 만나야 다양한 주거 형태와 삶의 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 시리즈 ‘월세 아니면 전세’ 로고

 

에피소드 ‘삼전동 가벼운 집에 사는 가벼운 우리’ 스틸 컷

 

 

김예람: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되게 전위적이라는 인상이 들어요. 마치 유튜브가 아니라 전시장에서 볼 법한 영상 같다고나 할까요.
김정민: 윤석 님이 영상 템플릿을 디자인하고 편집을 하는데요. 저도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출품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웃음)
이윤석: 매회 다른 디자인으로 영상을 만든다는 점이 저희 채널이 지닌 나름의 자랑이에요. (웃음) 영상을 찍기 전에 개략적인 구성을 정하지만 막상 편집할 때가 되면 많은 요소가 바뀌어요. 제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재미난 이미지에 매달려서 편집을 하는 편이거든요. 영상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글에 이런저런 편집 효과를 검색하면서 그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우연한 효과들이 만들어지면서 영상이 전위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김예람: 출연자로서의 진행능력보다 편집자로서의 기민함이 영상에 더 잘 드러나는 듯 해요. 진행하느라 촬영 현장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모니터 앞에 앉아 편집할 때 잘 캐치해서 영상에 녹여내시는 것 같아요.
김정민: 편집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윤석 님이 앞으로도 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래야 프로그램 안에서 레이어를 다루면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만들어질 것 같거든요. 저희 영상은 다소 거친 부분이 있는데, 만약 10년 전에 이걸 공개했다면 디자인에 대한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요? 요즘에는 이런 디자인이 하나의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서울은 이상한 도시가 시대의 운 잘 타고난 것으로 생각해요.

 

김예람: 개인적으로는 많은 콘텐츠에 그런 거친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깨면서 구독자를 환기하는 구간이 콘텐츠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거든요.
김정민: 맞아요. 너무 매끈한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과하게 다듬어서 보기 싫은 구석도 생기고요.

 

김예람: 매끈함이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읽힐 수도 있는 거죠.
이윤석: , 이런 말이 잡지의 꼭지글로 들어가는 거군요. 종종 예람 님이 한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하시는데 그 부분에서 텍스트를 정리하는 편집자의 모습을 떠올리곤 하거든요. 너무 재밌네요.

 

김예람: 저희 잡지에 있는오늘의 건축가지면을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니에요? 이번 인터뷰에는 중간 제목을 넣지 말아야겠어요. (웃음)
이윤석: 달아주셔도 괜찮아요. (웃음)

 

김예람: 요즘 출판물에 실릴 글을 쓰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이윤석: 감사하게도월세 아니면 전세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르면 내년 4, 늦어도 6월에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전개하는 과정을 담은 책을 낼 예정이에요. 글을 쓰기 시작한 단계라서 책의 또렷한 성격을 말씀드리기에는 어렵지만, 영상과 출판물이 상호보완할 수 있도록 내용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명확한 건, 저희가 기존에 다뤘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책은 아니라는 거예요.

 

김예람: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활동 스펙트럼이 점차 넓어지고 있네요. 예전에 구독자 수가 크게 늘면서 Q&A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으시잖아요. 그때 전시를 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마음이 아직도 유효한가요?
이윤석: 완전히 유효해요. 지금은 시간 여유가 없어서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요

김정민: ‘월세 아니면 전세에피소드를 모아서 영화를 만드는 어렴풋한 계획도 하고 있어요. 제작사나 투자자의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웃음) 

 


▲ SPACE, 스페이스, 공간


이윤석
이윤석은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아직까지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건축의 물성 뒤 보이지 않는 층위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8년부터 건축과 도시로 이야기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 ‘서울은 이상한 도시’를 운영하며 우리가 사는 도시 서울을 독특하고 끈기 있게 기록하고 있다. 2019년부터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인터뷰 시리즈 ‘월세 아니면 전세’를 기획하여 청년주거의 주거공간 점유 방식을 아카이빙 하고 있다.
김정민
김정민은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축 행위를 시도한다. 공간에 살아가는 주체들에 대해, 그 중에서도 공간이 없는 주체들의 공간에 관심이 많다. 또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2019년부터 서울퀴어콜렉티브 멤버로 활동하면서 전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20)에 참여했고, 『종로3가 타자 타자 종로3가』(2020)의 공동기획자 겸 공동저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서울은 이상한 도시의 인터뷰 시리즈 ‘월세 아니면 전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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