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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건축가와의 대화] 세계화 속 베트남 현대건축 지표: 1+1>2 아키텍츠

사진
1+1>2 아키텍츠, 오키 히로유키
자료제공
1+1>2 아키텍츠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은 변화를 가속화한다. 빠른 속도에 자본이 결합되면 방향까지 잡기 힘들어지곤 한다.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과 가치의 균형을 잡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 베트남 건축이 놓인 그런 상황은 개인의 주체적 의지와 관심을 눈멀게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베트남이 처한 상황을 읽고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해석하고, 적절한 기술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는 건축가 호앙 툭 하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잭 프루트 마을(2019) ⓒ1+1>2 Architects
 

인터뷰 호앙 툭 하오 1+1>2 아키텍츠 대표 ×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박창현(박): 스튜디오 이름이 독특하다. 1+1>2 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호앙 툭 하오(호앙): 25년 전 스튜디오를 설립할 때부터 추구해온 건축 철학에서 이름을 따왔다. 사람과 사회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건축의 문화적 다양성을 더하고 싶다. 여기에, 선구적인 학문 지식을 접목한 언어적 핵심가치인 ‘행복 건축 1+1>2’ 철학에 따라 건축을 연구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이러한 통합은 부분의 합보다 더 큰 공통의 목소리를 내게끔 한다.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저마다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토착 문화에 스며 들게끔 하고 싶다. 

 

박: 지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베트남은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지역별로 문화적, 기후적 특성이 다양한데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축은 어떠한가?

호앙: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다. 남북으로 1,650km를 뻗어있는 특별한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마다 고유한 기후 조건을 띤다. 예를 들어, 북서부 산악지역은 보통 춥고 때로는 더우며 우기가 있고, 북쪽 삼각주는 습하고 기온 차가 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해안은 우기와 건기가 공존하는 열대기후 지역이다. 수천 년 동안, 베트남 사람들은 각 기후 조건에 적합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경험을 익혀왔다. 베트남은 풍요로운 국가적 지혜를 축적해왔고 그것은 다음 세대에 큰 유산이 된다. 오늘날 건축가의 역할은 이러한 국가 문화유산을 현대사회에 맞게 연구하고 적응시키고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건축가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생각은 실제 프로젝트에도 녹아 있다. 하노이에 위치한 잭프루트 마을(2019) 프로젝트에서 기존에 있던 나무들의 위치와 형상을 존중해 매스를 배치했다. 휴양이 목적인 마을의 특성에 부합하게 자연을 가능한 한 적게 훼손했다. 나무를 피해 만들어진 건물의 형태가 굉장히 흥미롭다. 

호앙: 마을은 물의 흐름과 토양의 풍요로움, 생물의 다양한 풍경과 서식지로 이루어진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우리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베트남 북부의 전통적인 마을 구조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마을 중심에는 사찰, 성지, 탑과 같은 문화시설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프로젝트에서도, 지형이 가장 높은 마을의 중심에 사당과 안뜰 등 공공 공간이 위치한다. 사람들은 민속놀이, 명상, 축제 등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여러 채의 집은 중앙에서부터 퍼지는 구조에 자연스럽게 맞추어 배치되며 산책로와 정원이 어우러진다. 전통 마을의 조직을 닮은 이 구조는 완충 녹지를 매개로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적절하게 만들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처럼 전통 건축의 지혜를 계승하는 것은 공동체를 강화하고 베트남 정신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박: 38그루의 잭프루트 나무와 13그루의 포멜로 나무를 포함해 총 76그루의 나무들을 보존했는데, 이는 어떤 의미인가?

호앙: 우리는 대지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를 보존했다. 잭프루트와 포멜로 나무는 베트남 농업 역사의 오랜 산물이다. 대표적인 지역 과실수인 잭프루트 나무는 큰 줄기와 울창한 나뭇가지로 영양가 높은 과일을 맺는다. 잘 자라는 편으로 오래되면 15m까지 자라 마을 전체에 그늘을 만들어준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있는 이 나무는 집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짚으로 이루어진 지붕과 캐노피는 연결된다. 수확기가 되면 마을 전체에 잭프루트 열매의 향기가 퍼진다. 이 열대과일의 독특한 달콤함을 즐기기 위해 모인 손님들에게 집 주인은 잭프루트 열매를 선물한다. 잭프루트 나무는 단지 과일나무, 조경 요소만이 아니라 이 마을의 정신이다. 잭프루트 마을에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그러한 장소가 되길 바랐다.

 


잭 프루트 마을(2019) ⓒOki Hiroyuki

 

박: 집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바람길과 조망을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면서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더욱 강조한 배치라고 생각한다. 배치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호앙: 나의 디자인은 한 곡의 재즈 연주법에 비유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태계를 존중하고 풍요롭게 하면서 마을 구조까지 보호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자연 지형을 사용하면 대지의 모양, 기울기, 위치, 높이 등이 변화한다. 각 집의 형태는 서로 다른 악기들이 제각기 연주되는 소리와 같다. 형태는 재즈 가수가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자연의 조건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조형된다. 그것들은 일반적인 리듬을 유지하면서 음악처럼 예기치 못한 다양한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모두 나무와 땅의 리듬에 따라 즐겁고 인상적인 전체로 결합된다.

 

박: 마을 전체에 퍼져 있는 나무들은 곳곳에 떨어져 있는 집들을 하나의 공동체로서 묶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길들이 마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그 스케일로 인해 전원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호앙: 산책로의 모든 코너는 보행자의 감각을 건드리는 일종의 액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개방된 공간과 폐쇄된 공간을 번갈아 배치함으로써 잭프루트 마을의 영역을 넓혔다. 큰 마을은 아니지만 자연의 색, 꽃 향기, 물 흐르는 소리, 곤충과 어우러진 공간들이 여러 레이어를 이루고 있어 사람들이 오감으로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마을은 활기차고 즐거운 교향곡이 된다.

 

박: 길을 따라 집으로 가다 보면 집마다 전면에 야외 정원이 있는데, 이곳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곳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가?

호앙: 야외 정원은 완충 공간으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동시에 집안에 신선한 공기를 가져다주는 천연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평화를 찾고, 식물과 함께 어울려 모태의 숨소리를 듣는 곳이다. 녹지 공간은 잭프루트 마을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마을의 중앙에 있는 마당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운동, 게임, 공연 예술 등 야외 활동을 계획한다.

 

박: 집을 하나씩 살펴보면, 방들을 최대한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이를 외부 복도로 연결하고 있으며, 게스트하우스와 예술가들의 방갈로에서는 기능을 가진 방의 면적을 최소화하되,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외부 테라스 공간은 모두 갖추게 했다. 이와 같은 평면 디자인에는 어떤 고려가 있었나?

호앙: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배치를 고려했다. 사생활을 보호하고 날씨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기능 공간의 개방 정도를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조절했다. 열린 공간에서 하늘, 땅, 나무가 자연의 필터로 사용되어 태양열을 차단하고 공기를 상쾌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생활공간은 가치 있고 즐겁고 기능적이다. 

 


잭 프루트 마을(2019)​ ⓒ1+1>2 Architects

 

박: 베트남 전통 주택의 요소를 차용해 이곳에 짚으로 된 지붕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점들을 얻고 지역성 또한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호앙: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지역성을 되살리는 것은 단순히 옛 마을의 이미지를 현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맥락에 맞게 핵심 가치를 이끌어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재료와 기술의 혁신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초가집과 흙집의 내구성과 건축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사용하는 아도비 벽돌을 혁신적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시공팀과 함께 현장에서 벽돌을 몰딩 기계로 만들었다. 원료의 70%를 땅에서 얻기 때문에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연구와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아도비 벽돌은 단열, 항습성, 흰개미 저항성 등 품질이 우수하고 미적으로도 매력적이다. 초가집의 짚으로 된 지붕은 또한 전통적인 지붕의 형태가 아닌, 날씨에 탄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3차원 곡선 구조로 변형했다.

 

박: 지역성이 강한 마을만의 시너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이 마을이 앞으로 주변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 어떤 것을 고려했는가? 

호앙: 건설 과정에서 주변 가구와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어 소득과 생활수준 향상에 도움을 준다. 호수와 함께 개발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 환경에 지속가능한 생태공원의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주민을 위한 관광, 유기농, 건설 등의 교육의 장으로서 인근 지역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는 주민들이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전통 보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곳은 베트남의 다른 지역 리노베이션의 선례이자 실험의 장소가 될 것이다. 10년, 20년 후에 잭프루트 마을에 대한 연구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 잭프루트 마을이 속한 하노이의 도시 주거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고려했을 때, 이 프로젝트의 가치관을 도시 주거로 연결시킬 가능성도 있는가? 

호앙: 하노이의 도시 맥락에서 우리는 수직 마을, 매달린 마을 등 새로운 도시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베트남의 생활환경은 싱가포르나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건물 외피에 공기를 정화하는 필터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녹지 공간과 수 공간을 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특별히 베트남 전통 마을과 잭프루트 마을로 이어지는 교훈이며 우리가 앞으로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박: 앞서 언급한 수직 마을, 매달린 마을을 계획하게 된 도시적, 국가적 상황이 궁금해진다. 인구 증가와 함께 경제 급성장의 상황에서 젊은 건축가들은 지금 어떠한 시도들을 하고 있고, 무엇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호앙: 베트남은 상업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고 그러면서 과거의 유산을 등한시했다.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은 생태학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단기간에 진행된 도시주택 사업은 박스형, 콘크리트 고층 건물이라는 산물을 낳았고, 이것은 자연과 전통 문화를 배제했다. 이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겪은 베트남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복제되며 마치 전 세계로 퍼진 전염병이 됐다. 건축가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환경과 기후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호흡 가능한’ 건물을 설계했다. 동시에 새로운 자연경관, 높은 수준의 녹지 공간이 지역문화에 적합하도록 조성했다. 현대식 구조를 따르는 혁신적인 건물들은 수직 마을로 개조했고, 다양한 조경 요소가 어우러진 고대 바빌론에서 영감을 받아 매달린 마을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하노이의 경우 30~40층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 대형 부동산 개발은행이 있는데, 우리는 9~15층 규모의 건물을 지향한다. 건물의 높이가 적당해야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통 마을을 새로운 형태로 되살리기 위해 녹지와 산책로를 수직적으로 다루곤 한다.

 

박: 이제까지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당신은 글로벌화와 도시화의 홍수 속에서 사람이 건축에서, 특히 주거 공간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획일화되고 콘크리트로 점철되어가는 도시 건축에서 당신은 어떤 자세를 취하고자 하는가?

호앙: 세계화는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지구를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정체성을 없애버렸다. 도시와 시골, 소수민족 지역의 건축적 이미지를 단조롭게, 감동이 없게 만들었다. 콘크리트로 된 고층 건물들은 노동자들의 가축 우리 같은 오염된 집과 빈민가와 함께 지역 곳곳에 무성하게 증식됐다. 농촌, 지역사회에는 전문 건축가가 부족하다. 건축가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떻게 각 도시와 지역의 건축 정체성을 보존할 것인가? 두 번째는 어떻게 시골과 교외 지역에 맞게 설계를 하고, 그들의 문화적 가치에 발맞춰 건축을 발전시킬 것인가? 현대 도시에서부터 외딴 시골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마다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는 정체성, 지역의 지혜, 문화유산이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전통적인 핵심 가치를 유지한다. 우리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이집트의 피라미드, 베트남의 호이 안 올드 쿼터와 같은 것들을 ‘지속가능한 경이로움’으로 본다. 우리는 신체적·문화적 지속가능성, 구조적 다양성, 자연과의 친밀감, 과거와 미래의 연속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속가능한 경이로움을 창출하고자 한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주한슬(고려대학교 건축학과)​

 


라오 카이 워커스 하우스(2016) ⓒ1+1>2 Architects
 


나 쾅 초등학교(2020) ⓒ1+1>2 Architects
 

 

 


▲ SPACE, 스페이스, 공간


호앙 툭 하오
호앙 툭 하오는 1971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태어났다. 하노이에 위치한 국립토목대학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토리노 폴리테크닉 대학교를 졸업했다. 2004년 1+1>2 아키텍츠를 설립했고 세계화의 맥락에서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고자 한다. 현재 국립토목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건축가협회(SIA)의 게츠(Getz) 상, 국제건축가협회(UIA)의 바실리스 스쿠타스 상(건축 솔루션 부분)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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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박창현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에이라운드건축의 대표이다. SKMS 연구소로 제32회 건축가협회상, 조은사랑채로 서울시 건축상, 제주무진도원으로 김수근 프리뷰상, 제주서호동주택으로 2019년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를 수상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대학교, 홍익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 일본, 포르투갈 등 세계의 건축가 60여 명과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건축계의 지도를 독자적으로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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