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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글로 짓는 집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6월호 프레임의 주인공은 건축사사무소 루연의 임도균이다. 이번 기획은 건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출판계의 지역적 흐름과 소통 방식 변화도 흥미롭게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임도균의 작업은 출판사 사옥이 많은데, 모두 홍대 인근에 모여 있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나무출판사 사옥(서교동)을 비롯해 이번에 소개하는 마음산책 사옥(서교동), 사회평론 사옥 리모델링(동교동), 도서출판 더숲 사옥 리모델링(망원동)과 동양북스 사옥(서교동, 「SPACE」 628호 참고) 등.

 

지금이야 출판단지 하면 파주출판도시를 떠올리지만, 마포 일대야말로 우리나라 출판단지의 출발지다. 1978년 출판사들이 뜻을 모아 마포구 신수동의 제일제침공장을 매입해 오피스텔 형태의 출판단지를 조성했다. 출판유통의 혁신을 꿈꾸며 조성된 신수동 출판단지는 출판사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1989년 11년 만에 해체되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쌌던 합정, 상수 방향, 특히 서교동으로 출판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시점 클럽, 길거리 공연, 플리마켓 등 홍대 거리문화가 조성되면서, 홍대 주변은 출판인과 작가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술집이 편집자와 작가 간의 소통의 장소가 되면서 당시 이곳의 몇몇 술집은 책상 없는 출판사에 비유되었다고 한다.▼1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2002년 파주로 이동이 시작되었다. 1989년 출판인들은 ‘한국출판문화산업단지건설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했고, 2000년에는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이 모여 ‘위대한 계약’을 맺었다. 2007년 출판, 인쇄, 출판유통 회사 250여 곳이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하면서 1단계가 완성된다. 파주에 출판 인프라가 구축되었지만, 여전히 서교동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출판사들은 동네에 책의 향기를 더하고 있다. 여유 있고 자연친화적인 파주출판도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동이 편리한 도심이면서 문화적 색채가 분명한 이 동네를 포기할 수 없는 출판사들도 있으며, 서교동 일대에 북카페를 두고 독자들과 소통하거나 파주에서 역이주하는 출판사도 있다. 현재 서교동에 등록된 출판사는 1,100여 개이며, 동교동·연남동·연희동·성산동·망원동 등을 합치면 2,700여 개가 넘는다.▼2 물론 이 숫자에는 1인출판사나 최근 책을 내지 못하고 이름만 남은 출판사들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한국출판인회의가 자리 잡고 있는 서교동 일대가 출판문화의 메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아 새 사옥에 입주한 마음산책의 대표 정은숙을 만났다. 그가 정성스럽게 끓여 내놓은 차를 마시며, 출판사의 사옥에는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헤아려봤다. 당연히 책의 첫 번째 독자이자 글 뭉치에 물성을 불어넣는 편집자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내밀한 작업공간. 한때 문인들이 어울렸다던 낭만의 시대도 지나고 훨씬 시끌벅적해진 동네에서, 주택을 고쳐서 쓰던 기존의 사옥 자리에 다시 사옥을 지어 올리며, 내향적인 건물을 원했다는 건축주가 이해되는 지점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바람을 예민하게 감각하게 할 것이 틀림없는 중정을 바라보면서, 이 공간에서 작가와 편집자가 편안하게 둘러앉아 술과 음식을 나누다보면 마음에 없던 계약도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농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작가와 편집자가 만나는 공간의 분위기가 중요한 만큼 최근에는 독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공간도 중요해졌다. “요즘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작품 발표와 책 출간 이후에도 팟캐스트, 독자 만남, 오디오북 낭독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입니다.”(정은숙) “요즘의 독자들은 작가들과 공유하고 싶은 게 많은 듯해요. … 인간 사이의 거리 감각 자체가 다르달까요. 작가와 독자가 만나 그 친밀함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해요.”(김금희)▼3​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물리적 공간에서 독자와의 다양한 소통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에 출판사의 몫이다. 정은숙과 임도균이 마음산책 사옥 지하의 강연홀에 정성을 쏟은 이유일 것이다.

 

새 사옥의 구석구석을 아끼고 즐기고 있는 정은숙에게 왜 서교동 일대의 여러 출판사들이 계속해서 건축가 임도균을 찾는지 물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출판인들의 바람을 좋은 건축으로 구현하기 위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건축가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 김정은 편집장)

 

1. 주희연, ‘홍대인근 출판사 밀집현상 대한 소고’, 「문화예술경영학연구」 10.2(2017), 79~100쪽.

2.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사/인쇄사 검색 시스템 book.mcst.go.kr

3. 정은숙, 『스무 해의 폴짝: 정은숙 인터뷰집』, 마음산책, 2020, 138~139쪽.

 

 


 

 

월간 「SPACE(공간)」2021년 6월호(통권 643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22 COLUMN: SPACE (NON)FICTION 6

관광은 지식의 확장보다 상상력의 확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_ 정지돈

Tourism is Integral to the Expansion of the Imagination as Opposed to the Expansion of Knowledge_ Jung Jidon

 

025 COLUMN: EXHIBITION SPACE 6

전시장 옆 전시장_ 윤원화  Parallel Exhibition Halls_Yoon Wonhwa

 

028 COLUMN: THING

의식과 함께하는 안경_ 이진오  Consciousness with Glasses_ Lee Jinoh

 

030 PROJECT

하야마 가치테이 - 가미야 아키텍츠_ 가미야 슈헤이 × 최은화  HAYAMA KACHITEI - KAMIYA ARCHITECTS_ Kamiya Shuhei × Choi Eunhwa

 

038 PROJECT

서패동 꺾인집 -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Seopaedong House - IDR Architects

 

046 PROJECT

수연목서 - 이충기 + 비앤드건축사사무소  Woodworking & Reading Space SOOYEON - Lee Chungkee + B-and Architects & Design

 

054 FRAME

질서를 쌓아 올리는: 건축사사무소 루연  Piling Up the Order: Luyoun Architects

작은 재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임도균(건축사사무소 루연 대표)의 건축은 일견 단순해 보인다. 수사나 과장 없이 공간의 형태를 순수하게 드러내는 직설화법과 같다. 이 담백한 볼륨 안으로 들어가면 의외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복도와 계단으로 이어지는 예상 밖의 시퀀스, 다양한 크기와 높이의 조망, 벽을 통과하는 햇빛의 농도 변화. 그가 만들어낸 질서는 건축의 안과 밖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조율한다. 관념이 물질로 구현되는 절정의 순간은 ‘비계를 걷어내는 날’이라던 그의 말처럼, 이제 가림막을 걷고 그가 구축한 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진행 방유경 기자)

 

056 FRAME: ESSAY

개체별 질서의 구축_ 임도균  Establishing an Individual Order_ Lim Dokyun

 

064 FRAME: PROJECT

마음산책 사옥  Maumsanchaek Office

 

070 FRAME: PROJECT

사회평론 사옥 리모델링  Sahoipyoungnon Office Remodeling

 

074 FRAME: PROJECT

도서출판 더숲 사옥 리모델링  The Forest Books Office Remodeling

 

078 FRAME: PROJECT

서야고등학교 화장실 증축  The Seoya High School Toilet Extension

 

080 FRAME: CRITIQUE

벽돌의 현상학, 계단의 위상학_ 장용순  The Phenomenology of the Brick, The Topology of the Stair_ Chang Yongsoon

 

086 LIFE

채우고 비우는, 어둡고 밝은, 작고 큰: 아르_ 남궁교, 오현진 × 박세미

Empty and Full, Light and Dark, Big and Small: arr_ Namkoong Kyo, Oh Hyunjin × Park Semi

 

096 REPORT

공장이 마을을 성장시키는 방법: DnA_ 쉬톈톈 × 박세미

The Method of Factory-Led Town Development: DnA_ Xu Tiantian × Park Semi

 

104 REPORT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는 풍경: 『서울의 공원』_ 김목인, 박현성, 이재영 × 김예람

Capturing the Scenery Before It Fades Away: Parks in Seoul_ Kim Mokin, Park Hyunsung, Lee Jaeyoung × Kim Yeram

 

110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꼭 맞는 듯하면서도 느슨한_ 이세웅, 최연웅 × 김예람

Fitted but Relaxed_ Lee Sewoong, Choi Yeonwoong × Kim Yeram

 

116 SERIES: DIALOGUE WITH ARCHITECTS FROM SOUTHEAST ASIA 6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축: 키엔축오_ 담 부 × 박창현

Architecture in Pursuit of Organic Perfection: Kientruc O_ Dam Vu × Park Changhyun

 

126 SERIES: RE-VISIT SPACE 6

비평의 불안_ 박정현  The Anxiety of Criticism_ Park Junghyun

 


▲ SPACE, 스페이스, 공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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