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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당선안이 던진 화두들

진행
방유경 기자

좌담 기효성(한아도시연구소 본부장) x 김세훈(서울대학교 교수) x 이제승(서울대학교 교수) x 정상훈(가천대학교 교수) x 황가연(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 실장)

 

과천과천, 이랑과 고랑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배치도​ ⓒ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김세훈(): 최근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의 밑그림이 발표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수도권에 3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고양창릉, 부천대장, 인천계양 5곳의 3기 신도시와 과천과천, 안산장상 등 공공주택지구가 여기에 포함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3기 신도시의 입지와 규모,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효성(): 3기 신도시는 입지와 규모 측면에서 과거 신도시와 다르다. 우선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과거 신도시 개발의 불문율을 깨고 대규모 그린벨트 전체 주택의 50% 이상이 공공주택이고 그중 공공임대가 35% 이상, 공공분양이 25% 이하이다. 과거 신도시가 민간주택 중심의 30평형대 도시라면, 3기 신도시는 공공주택 중심의 20평형대 도시다.

 

: 신도시 기본구상 공모를 살펴보자. 흥미롭게도 공모지침에서 대상지별 제안주제와 개발방향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과천과천의 경우 ‘가로공간 중심 공유도시를 주제로 토지이용 계획안과 면적표, 계획원칙이 제시되었다. 한발 나아가슈퍼블록을 지양하고 중소 규모 블록을 구성하라, “중저층 연도형 건물로 위요하라 등의 요구도 했고 기본구상과 함께도시건축통합 마스터플랜제시도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신도시 내 특화구역을 정해 평면적 계획만이 아닌 3차원 공간계획 수립까지 공모에 포함했다.

 

황가연(): 공모지침이 구체적인 것은 그만큼 사전준비 단계에서 많이 고민했다는 의미이다. 공모에 참여했던 입장에서 보면, 복합적 기능의 신도시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에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것은 때로는 자유로운 발상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 이는 당선자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한 예로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당선안에서 주거용지를 60×90m 모듈의 소규모 블록과 중정형 주택으로 계획했다. 도시설계에서는 이러한 블록 크기와 주택 유형을 도출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데, 정작 왜 블록이 작아야 하고 주택의 중정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려웠다.

 

정상훈(): 공감한다. 이미 충분한 도시성이 갖추어진 입지라면 도시와 사람이 만나는 접촉면이 큰 소규모 블록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신도시는 조성 후 도시 성숙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애초에 신도시에 정착하는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도시 활력과 함께 여유로운 자연환경과 전원생활을 누리고자 한다. 이 경우 오히려 슈퍼블록이 장점이 있다. 도로로 구획되지 않은 넓은 땅을 확보해 공원녹지와 오픈스페이스 등을 적정 비용으로 공동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 형태는 건물의 타이폴로지와 가로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 다양한 블록 구성을 설계자가 고민하게끔 했다면 더욱 다양한 시민의 수요를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당선안에서 다수의 서향·북향 유닛과 편복도를 갖는 주택이 눈에 띈다. 이게 정말 한국의 주거 선호와 기후에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왼쪽) 남양주왕숙, 특별계획구역 ⓒ​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오른쪽) 남양주왕숙2, 물길이 만나는 특화구역 ⓒ​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이제승(): 이번 공모에서 기존 신도시의 획일적인 경관을 개선하려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를 통해 신도시 기본구상 공모가 정확히 무엇을 얻었는가는 이후 다시 짚어야 한다. 공모 발주의 주체이자 신도시 조성 전 과정을 헤쳐나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사업 시행자는 결국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 부문, 이를테면 도시구조와 기반시설, 공공용지·학교·공원에 적용할 수 있는 안을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당선안에서 멋진 투시도로 표현된 민간 부문의 계획은 실은 개발 규모나 건축선 등 지구단위계획으로 규제 가능한 부분을 제외하면 공공이 실행을 담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 도시설계공모는 하나의 개념이 하나의 형태로 1:1 대응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점에서 건축공모와 다르다. 이해관계자의 범위도 넓고 토지 매각을 통해 도시공간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계획 초기에 제시된 개념이 준공과 함께 사라지는 우려도 크다. 도시 콘셉트를 이야기해보자. 남양주왕숙의 경우공생도시를 제시했고 공생의 내용으로멀티 페르소나를 가진 도시를 제안했다. 그런데 정작 페르소나의 주체가 누구이고, 다른 신도시와는 무엇이 다르며 공생이 공간설계에 어떻게 옮겨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에 반해 과천과천의 경우 적어도 콘셉트가 명쾌한 공간 언어로 표현된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랑고랑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질 선형 밴드와 보다 융통성 있게 공원녹지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는 공유존 밴드 두 가지로 구분해 도시 형태를 구성한 점이 좋았다.

 

: 개인적으로 좋은 도시는 좋은 콘셉트를 가독성 높은 구조로 구현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도시 콘셉트의 실체와 의미, 도시 구조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보행환경 측면에서는 대중교통중심의 보행축 설정과 공간의 위요감, 이를 둘러싼 1층부의 기능 설정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를 짧은 공모 기간 안에 완성도 있게 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당선안 중 공간으로 구현된 도시 콘셉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고양창릉의에코 스펀지’였다. 망월산과 하천이 도시와 만나는 경계부를 생태형 저류지로 구성하고 평상시에는 둘레길로 활용하게끔 했다. 남양주왕숙2에서는 주변 지역의 산업 특성인 가구제조업의 분포를 파악해 신도시 안에 생활문화 디자인산업이라는 기능을 도입하고자 했다. 이를 대상지에서 세 개의 하천이 만나는 곳에 두물머리 광장과 아트센터로 실현한 점이 좋았다. 이렇게 도시 콘셉트는 지역 현황과 땅의 조건과 잘 만날 때 그 힘이 생긴다.

 

 

(왼쪽) 남양주왕숙2 왕숙형 중정​ ⓒ​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 

(오른쪽) 인천계양, P-PATH(Park Path) ​ 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 당선안에서 제시한 광역·대중교통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대체로 GTX S-BRT 등 교통거점을 특화구역으로 설정하여 교통친화성을 강조했고, 신도시 어디든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을 포함한 대중교통 접근이 가능하게끔 했다.

 

: 신도시에서 교통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짧은 공모 기간과 응모사의 정체성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기대의 무게로 인해 몇몇 당선안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교통계획을 남발한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어 남양주왕숙2에서 지역 간선도로인 경춘로를 6차선 도로로 제시했는데 도로 중앙에 버스전용차로, 그다음이 일반차로, 가장 외곽이 자율주행 차로이다. 일반차로가 편도 1차선인 점은 전반적인 교통 흐름을 고려할 때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다른 당선안에서 드론택배 시스템도 제시했는데, 이것이 설계공모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공모에서 요구한교통친화가 꼭 교통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보행자·자전거·1인 이동수단의 균형, 간선도로와 이면도로의 속도하향 기준 제, 소규모 산재형 주차장의 확보 방안도 질적 측면에서 교통친화 도시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 지침에서입체적 도시공간계획과 ‘계층·세대 혼합을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간적으로 하남교산 당선안에서는 중부고속도로와 만남의 광장을도시고원이라는 거대한 지표면의 확장 구조물로 덮었다. 대규모 간선도로로 인한 도시 조직 단절을 회복하는 공간 언어로 높게 평가한다.

 

 


하남교산 도시고원 
 경간도시디자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 지금 단계에서 제시된 입체적 공간계획이 앞으로의 과정에서 어떻게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제도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공간을 입체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후 지구단위계획의 수립과 보완을 진행하는 것이 한 예다. 하지만 기본구상 단계에서 입체적 공간을 제시한 것이 이러한 기존 제도의 틀과 합치된다고 보이진 않는다.

 

: 계층과 세대 혼합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남양주왕숙2 당선안이 제시한왕숙형 중정은 참신한 시도이긴 하나 조정이 불가피하다. 1~2인 청년 가구와 고령 가구, 민간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반드시 하나의 중정을 매개로 같은 블록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그들이 원할 때 교류를 위한 장을 열어주는 접근이 더 낫다. 더욱이 이렇게 복합적인 주택 유형을 하나의 용지 안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업자가 국내에 있을지 의문이다.

 

: 이번 신도시 공모에서 경제적 자족성과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기존 1, 2기 신도시에서도 대규모 판매시설과 업무시설 유치, 타 도시에서의 행정 및 고용시설 이전을 시도했다. 그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준공 초기에는 자족성 확보가 쉽지 않았고, 이후 도시 성숙에 따라 일자리가 다수 창출된 예도 있다.

: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자족용지의 합계는 판교테크노밸리 면적의 약 13배이다. 앞으로 수도권에 엄청난 규모의 자족용지가 일시에 공급된다는 말인데, 이를 어떤 기업과 기능으로 채울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리고 자족 기능을 유치하는 데 용도복합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당선안들은 자족성 확보 방안으로 복합용지를 제시했는데, 사실 기존 신도시의 상업용지나 도시지원 용지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용도복합이 가능하다. 당선안의 복합용지가 기존 신도시와 구분되는 점은 주거 기능을 허용한다는 점인데, 이게 자족성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 이번 3기 신도시에서 공원녹지 면적 비율이 높은 점은 도시환경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무상으로 공급될 토지 비율이 높다는 말인데, 공공사업 시행자는 결국 민간에게 매각할 수 있는 좋은 입지의 가처분 용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안을 조정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상업용지나 자족용지의 초기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 자족 기능의 조성 목표와 당위성은 그 도시의 입지·규모와 함께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양창릉, 
에코스펀지 ​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 끝으로 3기 신도시 공모의 의의와 여러 당선안을 관통하는 의미를 정리해 달라.

 

: 이번 공모에서 도시설계의 판이 다소 바뀐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신도시 설계 과정은 대형 건설엔지니어링사가 주도했고 조금 폐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3기 신도시 공모에서는 참여사나 심사위원 구성 측면에서 도시·건축·조경이 균형을 찾았고 추진 과정도 훨씬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공모 전에 UCP(Urban Concept Planner)를 도입해 대상지별 사전 검토를 한 점도 바람직했다. 앞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정말 좋은 신도시를 만드는 제도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 앞에서 3기 신도시 자족용지와 일자리 창출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이야기했는데, 기본구상 전에 핵심 용지에 대한 리서치와 그 근거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설계 응모사는 개별 대상지만 보기 때문에 큰 그림을 파악할 겨를이 없다. 용지면적, 규모, 사업체와 종사자 수 등의 측면에서 기본구상과 함께 이후 전개될 계획이 기댈 수 있는 탄탄한 기초자료가 공유된다면 더욱 실효성 있는 설계안의 제시가 가능하다.

 

: 신도시 공모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에 대해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이번 공모가 구상대로 진짜 만들어질 안을 기대했는지, 혹은 이후 계획에 근간이 될 전반적인 철학과 도시 콘셉트를 받고자 했는지 그 목적이 보다 분명하면 좋겠다. 그리고 당선안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더사람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이 조정되어야 한다.

 

황: 이번 공모를 통해 슈퍼블록, 화이트조닝, 자족성, 공원녹지, 교통물류 기술 등의 첨예한 이슈가 충분히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와 함께 서울과 가까운, 20평형대 중심의, 젊은 사람이 일하고 거주하는 작지만 알찬 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설렌다.

 

 

부천대장, 첫마을 시범단지의 공간개념 ​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

 

 


기효성, 김세훈, 이제숭, 정상훈, 황가연
기효성은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 대표이자 한아도시연구소 본부장으로 도시계획 및 설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가천대학교에서 도시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동탄2신도시 등 주요 신도시의 도시설계와 자족성 확보방안 연구에 참여했다.
김세훈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교수로서 도시설계와 이론, 도시재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도시설계연구실을 공동 운영 중이다. 저서로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 등이 있다.
이제승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교수이며, 도시환경과 도시행태 및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상훈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와 미국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가천대학교 도시계획조경학부 부교수로 도시계획 및 설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도시혁신연구실을 운영 중이다. 도시개발 및 도시설계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황가연은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와 서울대학교 도시설계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한아도시구소와 어반랩 도시기획협동조합에서 도시설계 및 도시기획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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