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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로 중력을 거스르다: 부유하는 집

사진
오모테 노부타다(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코사쿠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마츠모토 코사쿠가 설계한 ‘부유하는 집’(2020)에는 책장이 공중에 ‘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장은 기둥에 매달려 있거나, 벽에 고정되거나, 바닥을 지탱하더라도 그 모습을 정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책장은 육중한 무게 때문에 발을 꼭 땅에 딛고 있지만, 이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책장이 집 전체를 점령하고 있지만 무겁지 않고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왜 이 무거운 가구를 위로 띄우는 도전을 감행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실현했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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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츠모토 코사쿠 코사쿠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부유하는 집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다. 기존 집의 공간구성과 상황은 어떠했나?

마츠모토 코사쿠(마츠모토): 기존 건물은 약 15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 건물의 한 유닛으로서 거실, 식당, 주방, 세 개의 침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주 전형적인 일본식 주택의 공간구성을 가진 집으로 단열, 보안, 그 외의 생활 기능을 잘 갖춘 공간이었다. 

 

최: 이전 집에서 특히 주목한 부분은 무엇인가?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부분과 반대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반드시 유지해야만 했던 부분은 각각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마츠모토: 처음에 몇 주 정도 이 집에 머물면서 공간 자체와 그 주변을 조사했다. 내가 디자인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현장에서 주목한 것은, 주택이 부부가 지내기에는 충분히 크고 방마다 창문도 있었지만, 그에 비해 모든 공간이 개방감이 적고 비좁은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시작점부터 집의 전체 빛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파트의 구조 및 기술적 규제로 인하여 화장실, 부엌, 욕실, 기존 창문의 배치는 변경할 수 없었다.

 

 

리노베이션 전 기존 집 (ⓒMatsumoto Kosaku)
 

 

최: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집 전체에 놓인 책장이다. 클라이언트인 50대 부부가 독서를 즐겨하고 또 방대한 양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었는가?

마츠모토: 요구 사항이 많지는 않았고, 부부가 각자의 서재를 원하는 정도였다. 내 생각에 그들은 집 안 어디에서나 책을 마주하며 ‘책과 함께하는 활발한 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것 같다.

 

최: 책과 함께 한다고 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활발한’ 생활이라고 표현한 점이 인상 깊다. 이 공간에서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어떻기를 바랐나? 나아가 그러한 바람을 어떻게 공간에 녹여냈나?

마츠모토: 이곳에서의 경험은 숲속에서의 경험과 비슷할 수 있다. 날씨, 나무가 군집한 모양, 누가 그곳에 있는지에 따라 스스로의 위치를 끊임없이 바꿀 수 있는 경험 같은 것 말이다. 이 집에서 숲은 나무가 아닌 책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집은 큰 스튜디오와 같을 수 있다”고 말한 데 착안해, 책장으로 느슨하게 분할된 큰 스튜디오를 떠올렸다. 공간마다 따로 문을 두지 않고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부유하는 집의 거실, 식당, 부엌, 욕실, 화장실은 기존과 같은 장소에 있고, 두 개의 서재와 침실은 세 개의 침실이 있던 자리에 위치하게끔 했다. 두 개의 서재는 그 사이에 있는 침실로 분리했고, 남편과 아내 사이의 프라이버시와 기능성을 고려하여 거리를 두도록 했다. 남편의 서재는 거실에 더 가까워야 했기에, 각 서재의 위치도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최: 책은 몇 권 정도 되는가? 보유한 책들의 공통점은 없었는지, 보관에 주의해야 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소설책에 비해 예술이나 디자인 관련 서적들은 크기가 다양해서 책장에 꽂기가 더 까다롭지 않은가.

마츠모토: 집 안에 적어도 1만 5,000권 이상의 책이 있는 것 같다(창고를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클라이언트의 관심사는 예술, 철학, 경제, 종교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책은 대부분 A4 크기보다 작다. 다만 어떤 책을 어디에 둘지는 그들도 살아보기 전에는 미리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책장 칸의 높이를 균일하게 디자인했다. 가장 낮은 칸에는 최소 A4 크기의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칸의 높이가 낮아지도록 만들었다. 책장은 일상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 정도일 뿐, 그것이 그들의 행동 방식을 제한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디자인했다. 

 

최: 그래서인지 책장에도 제한이 없다. 아니, 중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는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클라이언트가 말한 “책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book set me free)”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들로는 무엇이 있나? 

마츠모토: 일부 책장은 벽에 캔틸레버로 매달려 있고, 일부는 보에 매달려 있으며, 일부는 가구의 독립적인 기둥 위에 서 있다. 거울은, 이 집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벽에는 사용되지 않았고, 화장실을 둘러싸는 벽과 책장을 지지하는 기둥에만 사용됐다. 책장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사람의 눈과 기둥의 내구성을 고려하면서 거울 기둥의 각도, 크기, 위치를 신중하게 검토했다. 책장은 바닥에서 350mm 떨어져 있다.

 


 


 


 

최: 거울의 반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려했을 것 같다. 거울, 관찰자인 사람, 반사되는 주변 물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했는가?

마츠모토: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중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책장을 바닥으로부터 얼마나 들어올려야 할지, 벽, 천장, 가구, 바닥의 재료를 어떤 색상과 어떤 크기로 골라 균형을 맞추게 할지 등을 검토했다. 거울은, 이러한 결정들이 거의 확정된 이후에 고려됐다. 거울은 주요 요소가 아닌 개념을 돕는 요소다. 참고로 거울은 공간과 가구의 크기에 맞게 만들어야 했기에 기성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주문 제작했다.

 

최: 이전 프로젝트인 ‘거울 창문’(2017)에서도 거울을 사용했다. 부유하는 집에서는 거울의 사용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면, 거울 창문에서는 꽉 막힌 공간에 공간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낸다. 

마츠모토: 그 프로젝트에서는 인접한 주택과의 경계에 큰 거울을 배치해, 내부 공간이 거울에 비칠 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반사되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각도와 깊이감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본다’는 행위를 통해 건축 그 자체를 재고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미용실에서 거울을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특이한 거리감이 생기거나 공간 자체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거울을 매개로 삼아 현실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 또 다른 프로젝트인 ‘삶의 새로운 균형’(2016)에서는 사람의 행동과 주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거울로 마감을 한 구조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하게 거울을 사용하고 있지만, 건축계에서는 거울이 종종 건축적 재료가 아닌 단순한 장식으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반사되는 성질을 가진 재료 중에 유리가 오랫동안 많은 건축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과는 다르다. 본인의 프로젝트에서, 그리고 본인의 건축에서 거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마츠모토: 거울은 사용하는 상황, 빛의 환경, 다른 재료와의 조합에 따라 상태가 항상 변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현실감 없이 허상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저렴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프로젝트에서 재료를 선택할 때, 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 공간의 개념과 어떤 연관이 있으며, 이 재료가 개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항상 거울을 장식적 요소가 아닌 다른 건축자재와 동일하게 대한다. 거울은 나에게 있어 지극히 그 중간에 위치한 것이며, 건축의 현실과 추상적 개념을 결합하는 흥미로운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울을 통해 사물을 보고 지각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반사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거울을 만드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마츠모토 코사쿠
마츠모토 코사쿠는 일본 건축가이자 코사쿠의 대표다. 그는 교토예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에 위치한 소우 후지모토 아키텍츠, 현대미술을 위한 창의적인 플랫폼인 교토 소재의 샌드위치, 스위스 취리히의 블루 아키텍츠에서 근무했다. 일본과 해외를 기반으로 건축 및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폭넓게 진전해 나가고자 한다.
www.kosakumatsumot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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