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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다시 보는 SPACE '건축사사무소 SAAI'

16기 SPACE 학생기자
진행
최은화 기자

16기 SPACE 학생기자단이 ‘다시 보는 「SPACE」’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 콘텐츠는 월간 「SPACE(공간)」에 게재된 프로젝트, 이슈, 인물 등을 되짚어보는 인터뷰 시리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1. 서재원, 이의행(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오렌지주스맛 단단집

2. 이진오, 박인영(건축사사무소 SAAI): 어쩌다가 건축으로 만난 인연들

3.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건축의 일부와 일생

4.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건축으로 교감하기

5.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벌거벗은 진솔함

6. 정수진(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삶과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집

7. 윤승현(인터커드 건축사사무소): 비움, 채움, 이음 

8. 임진영(오픈하우스서울): 문화행동이 문화가 되기까지 ​ 

 

 

월간「SPACE(공간)」 2018년 6월 607호 44~45쪽 

 

 

어쩌다가 건축으로 만난 인연들

 

인터뷰 ​​이진오, 박인영(건축사사무소 SAAI)​ × 이화연, 서아현, 심종은(16기 SPACE 학생기자단)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어쩌다가게’는 동교동의 첫 번째 가게를 시작으로 망원, 동교, 연남 등 홍대를 중심으로 위치해요. 홍대에서 발견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진오: 홍대는 젊은 층이 많고 상업적으로 활력이 있어요. 그리고 큰 필지보다는 소필지 중심으로 길을 따라서 여러 콘텐츠들이 발달해 있어요. 도시의 길을 건물이라는 공간 안에 어떻게 끌어들일까 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주제가 됐죠. 더불어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저희, 건축사사무소 SAAI(이하 SAAI)가 기획하는 것들과 맞아 떨어지게 됐어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부지를 고르고 설계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쩌다가게 @망원’의 경우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박인영: 좋은 디자인, 좋은 건물은 평당 단가로는 산정할 수 없는 다른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에게도 그런 설명을 하면서 가치에 대한 설득을 하죠.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난 다음 ‘어쩌다가게’란 아이템을 계획하면서 예산에 맞는 땅을 보러 다녔어요. 망원 부지를 사기 전에, 다른 땅을 가계약했다가 파기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지만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을 만들기 위함은 아니에요. 이 땅이 아니라 옆 땅이었어도 또 그에 맞게 디자인을 했을 거에요. 그래서 결국에는 인연인 거 같아요. 규모와 아이템이 결정되고 나면 땅 모양과 골목길과의 관계는 그냥 인연이고 그 다음에는 건축가의 능력으로 해결하는 거죠.

이진오: 저희는 설계부터 건물을 짓기까지의 경험이 있어서 땅을 보고 판단하는 게 비교적 빠른 편이에요. 하지만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보통 마음에 드는 지역을 둔 다음에 부동산에 연락해서 좋은 땅이 나오면 얘기를 해 달라 해서 짧게는 6개월, 1년 정도 계속 땅을 보러 다니거든요. 그러다 보면 SAAI와 인연이 있었던 분들은 본인이 이 땅을 사려고 하는데 괜찮겠냐 이런 것들을 사기 전에 물어봐요. 결국 그런 일들을 저희가 직접 시행한다는 점이 다른 건축사무소와의 큰 차이죠.

 

월간「SPACE(공간)」 2018년 6월 607호 54~55쪽 ​​

 

16기 SPACE 학생기자단: 어쩌다가게의 운영 특성 상 입주민을 모집해야 했는데, 이 때 어떤 기준으로 입주민과 프로그램을 선정했나요?

이진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업종에 대한 생각을 대략적으로 했어요. 왜냐하면 같은 업종끼리 모여서 경쟁하면 안 되니까요. 이 공간의 층별마다 들어설 적정한 업종의 균형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박인영: 대표적인 게 책방이었어요.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흥미를 느끼고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잖아요. 뭔가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그냥 둘러만 볼 수 있는 곳이요. 한 군데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무산되어서 결국 저희가 직접 책방을 운영하게 됐어요. ‘어쩌다 책방’은 저희 직영 책방인거죠. 지금은 동네책방 중에서 상위에 속하는 매출을 올려요. 그런데 막상 월급 주고 남는게 없어서 순수 그냥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웃음) 컨택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진오: 그 컨택 포인트를 기반으로 해서 키 테넌트(key tenant)같은 유명한 몇몇의 가게를 두고 나머지는 신인 가게들로 채워서 한 울타리 안에서 상생하면서 성장을 하게끔 했어요. 다 유명한 가게들만 받는 것들이 아니라 적절하게 섞어서 저희 생태계 안에서 조금 선순환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꼼꼼하게 기획을 했더라도 변수가 생기기도 한데, 어쩌다가게는 어떤가요? 달라지거나 추가되거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없었나요?

이진오: 공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일 년 정도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해 봤더니, 인간이 본연적으로 지닌 공간에 대한 이기심이 있잖아요. 공유 공간도 내가 소유하고 싶기도 하고. 아파트 안에도 그렇잖아요. 학교에서 설계할 때는 공유 공간도 많이 만들고 보이드도 곳곳에 두면서 자유롭게 공간을 계획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용면적이 아닌 부분은 개인 소유에 포함되지 않으니까 가급적 전용면적이 많고 서비스 면적이 많이 들어가게 설계하게 되죠. 그래야 거래가 잘 이루어지고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공간 운영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하면서, 공유 공간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개인 공간을 너무 많이는 줄이면 안된다고 느꼈어요.

박인영: 최근에 좀 큰 공동주택을 설계했어요. 공유를 전제로 하는 프로젝트였지만 화장실은 절대로 공유하지 않아요. 실험적으로 우리가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진오: 맞아요, 그래서 청년주택공모전에 당선되었던 설계안들의 기본적인 밑바탕에 공유 공간을 운영했던 경험치와 연구가 녹아있어요.

박인영: 운영 주체에 따라서 이 모든 게 달라지는데요. 요즘에 저는 사회 주택이라는 아이템을 주로 다뤄요. SH나 LH에서 사회주택 공모를 하면, 운영자와 설계자가 같이 컨소시엄으로 공모를 들어가고 당선되면 운영까지 하게 돼요.

 

16기 SPACE 학생기자단: 공간을 설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박인영: 직원들은 풍부한 아이디어들을 내고, 저는 그것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설계하고 난 뒤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관찰하고 또 다르게 시도하는 식으로 경험치를 축적하죠.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돼요.

이진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공공성인 것 같아요. 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밖에서 볼 때 외관이 주는 미적 공공성이라는 것도 포함되고 접근이나 사용을 통해 열린 공간의 건축적인 가치를 느끼게끔 만드는 건데, 저희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향하는 큰 방향성은 공공성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고 오랫동안 내부공간을 걸을 수 있는.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실현하려고 노력해요.

박인영: LH나 SH가 하는 사회주택 프로젝트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면 큰 지지를 받아요. 건물은 기획, 설계, 준공, 운영까지 3년 정도 걸리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다 보니 아직까지는 이런 성격의 공간이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아요. 좋은 사례들, 증거들을 하나둘씩 쌓아가면서 공공성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진오: 무엇이든 실험적인 단계는 존재해요. 우리나라 아파트도 정착이 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실험들이 있었고, 80년대 민간 주택이 정착되면서 하나의 시장에서 통하는 특정한 공식이 만들어져서 변형되고 있으니까요. 지금 저희 SAAI가 하고 있는 것들도 실험이라는 과도기적 시점을 겪는 중이 아닌가 싶어요.

 

월간「SPACE(공간)」 2018년 6월 607호 58~59쪽 ​ 

 

16기 SPACE 학생기자단: SAAI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이 기대하고 오는 이미지가 있나요?

박인영: 설계사무실을 차려 놓으면 누가 찾아올 거라는 오해가 있기도 한데 안 찾아오고요. (웃음) 한 달에 몇 명 정도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설계를 의뢰하겠다고 노크를 하는데, 대화를 나눠보고 설계비가 얼마라고 얘기하면 거의 다 없어져요. 그래서 주로 주변 관계를 통해서 연결이 되곤 해요. 관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우리 이야기가 전달되고 대개 계약이 이뤄지죠.

이진오: 사무소를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그 변화에 대해서 잘 대응했다고 생각해요. 구성원들도 다채롭게 바뀌기도 했고요. SAAI는 개업 초창기때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운 좋게 공공프로젝트도 하고 좌충우돌을 겪기도 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기가 들어섰을 때 비로소 저희 캐릭터가 세팅이 되었죠. 그 때 찾아온 클라이언트들은 저희가 성실히, 열심히 해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의뢰했어요. 화려하지 않고 단단하면서 디테일이 좋은 건물을 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개인 클라이언트는 폭이 줄어들었어요. 박인영 소장님은 주로 공유주거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시행사 혹은 LH나 SH과 일을 하는 비중이 많아졌고, 저도 상대적으로 그런 시행사 일을 하기도 하고 설계공모를 통해서 당선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인스타 아키텍트’라고 하는,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기 좋은 팬시한 요소가 많은 작업을 하는 그런 건축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 해요. (웃음)

 

16기 SPACE 학생기자단: 학교에서 공공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과연 누가 자금을 댈까, 이런 공간이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곤 해요. 실현을 실천 중인 두 분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해요.

박인영: 건축가는 사회적 이슈나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공간을 만들 때 돈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를 떠나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축가라는 직업이 저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깊게 관찰하고 규정해서 공간으로 만들어서 설득할 수 있거든요. 물론 사회적 기업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지식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겠죠.

 

16기 SPACE 학생기자단: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면서 여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드려요.

이진오: 제가 학생이었을 때 배운 큰 가르침이 있어요. 학교 교수님 중 한 분이, 건축은 민주적인 분야라고 했어요. 음악은 타고난 재능 혹은 지향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실패자가 되는데, 건축은 좋은 건축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되게 여러가지가 있다는 거에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재능으로도 성장할 수 있고, 미적인 감각이 있다고 하면 그 방향으로 가능하다고요. 꼭 하나의 재능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지나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도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본인의 재능을 의심하는데, 어려워서 힘든 건 저희도 마찬가지 거든요. 어느 훌륭한 건축가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항상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되기 때문에 늘 힘든 거죠. 건축을 통해서 내가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어느정도 타당한 고민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고요. 모든 직업에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만약에 이 인터뷰를 학생들이 본다고 하면 건축이 할만 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박인영: 건축을 하다가 딴 걸 해도 다 잘한다고도 덧붙이고 싶네요.

이진오: '탈건'을 해도 건축을 했기 때문에 잘하게 된다, 그래서 건축에 푹 빠져 볼 만하다까지 할까요? (웃음)

 

이화연, 어쩌다가게@망원 드로잉

 

심종은, 어쩌다가게 드로잉

 

서아현, 어쩌다가게 드로잉

 

 


▲ SPACE, 스페이스, 공간


이진오, 박인영
이진오는 홍익대학교와 위가건축에서는 건축의 가치와 기본기를, DPJ & Partners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건축가로서의 열정과 사고방식을 배웠다. 건국대학교, 홍익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독립된 개별 공간의 관계성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박인영은 국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원일건축과 위가건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을 거치면서 건축의 상품가치와 쓰임에 관한 고민과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설계자의 역할에만 국한하지 않고 설계 이전의 기획과 준공 후 유지관리를 포함하는 건축기획자 역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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