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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화와 균형: 양정모 스튜디오

사진
양정모
자료제공
양정모 스튜디오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양정모는 유행하는 조형 언어를 쫓는다거나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이지 않는다. “할머니에서 손녀로 대물림될 수 있는 가구”,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 물건”,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정감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런 그에게, 디자인이 오랜 시간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인터뷰 양정모 양정모 스튜디오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대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인 스튜디오 SWBK(SWNA, BKID의 전신)에서 산업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때는 주로 무슨 일을 했나? 그리고 독립해서 개인 스튜디오를 열었는데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양정모(양): 그때는 주로 오피스 가구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 규모도 크고 이해관계자도 많아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실제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다. 회사를 나와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부터는 담당자, 책임자와 직접 소통하고자 한다. 의견을 조율해야 할 부분, 선택해야 할 사항은 빨리 처리하고, 최대한 디자인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최: 현재 공예를 기반으로 한 가구, 조명, 리빙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이제까지의 작업을 보면 개인적으로 ‘담백함’, ‘삼삼함’ 등의 단어가 떠오르더라. (웃음) 눈에 띄는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눈이 간다. 양정모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양: 작년에 스위스 브랜드인 제나(ZENA)의 감자칼을 샀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감자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한 끗 차이의 섬세함과 디테일이 있다. 길쭉한 판재를 구부린 프레임에 칼날이 꽂혀있고 위쪽에 작은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 감자칼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제작했을지, 어떻게 사용할지가 쉽게 상상이 된다. 손으로 쥐는 부분은 프레임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어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경험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오래가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최: 오래가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스튜디오 초기 때부터 드러난다. 2010년대 디자인계에는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뤘는데 그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형태와 재료에 충실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 배경에 있었을 고민과 생각이 궁금하다.

양: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가구나 제품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게 사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재료, 구조, 기법, 형태에 집중하게 됐다. 보통 협업하는 업체나 장인들을 1순위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들이 주로 다루는 재료, 특화된 기술과 공법을 살펴보면서 이것들로 추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며 최대치를 끌어내려고 한다. 처음부터 ‘난 이게 좋아!’ 하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웃음) 그들이 잘하는 것, 추구하는 것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고민한다. 예를 들어서 옻칠 작업을 하는 안소라 작가와 협업해서 만든 ‘자루 컬렉션’에서는 작가가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파스텔 톤의 색깔을 이용했다.

 

양정모, ‘버드 체어’, 세파티아 우드, 우레탄 마감, 570×520×840mm, 2013 

 

양정모, ‘용마루 스툴’, 세파티아 우드, 우레탄 마감, 370×300×650m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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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형태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묻고 싶다. 캠핑 의자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버드 체어’, 한옥의 처마선에서 모티프를 얻은 ‘용마루 스툴’은 공통적으로 작업의 주제가 형태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양: ‘버드 체어’는 새라는 구체적 형상에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의자의 등받이, 좌판, 다리의 형태와는 새의 모양이 조화롭게 어울리지 않았다. 새에 맞춰 의자의 요소들을 모두 다듬어나갔다. 등받이에서 팔걸이가 이어지도록 계획해서 그 부재를 새의 모양으로 단순화하고, 두 마리의 새 사이에 있는 등받이도 형태를 둥글게 굴려서 이질적이지 않도록 했다. ‘용마루 스툴’도 요소들 간의 구성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처마선을 본떠서 만든 좌판, 밑으로 기둥처럼 쭉 뻗으며 떨어지는 다리, 다리 사이를 잇는 보. 이 요소들이 합쳐졌을 때 어느 것 하나라도 과해 보이지 않도록 개별 부재의 치수와 각도를 다듬어나갔다.

 

최: ‘용마루 스툴’의 모티프가 된 한옥의 처마선에 대해 더 자세히 묻고 싶다.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한국 건축의 선, 조형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양: 한국의 선은 일본과도, 중국과도 다르다. 중국의 선에서는 자부심, 굵직함, 강함 등의 특성이 묻어나는 한편, 일본의 선에서는 간결함, 섬세함 등이 보인다. 한국은 이 사이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친화적 정서에서 나온 자연스러움이라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옥의 처마선은 과한 곡선도 아닌, 완벽한 직선도 아닌, 자연스러운 곡선이다. 중력에 의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선이다.

 

양정모, ‘우븐 램프’, 한지, 철재, LED 전구, Ø280×H270mm, 2016
 


양정모, ‘뉴 우븐 램프’, 한지, 철재, LED 전구, Ø410×H400mm, 2019 

 


최: ‘우븐 램프’에서는 한지라는 전통 재료와 오프셋 프린팅인 최신 기술의 조합이 눈에 띈다.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나?

양: ‘우븐 램프’의 패턴은 1~5mm 두께의 얇은 선들로 구성된다. 여러 선들이 격자로 촘촘하게 겹치는 모습을 통해 한지 조명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이 패턴을 가지고 인쇄업체를 찾아갔을 때 거절을 참 많이 당했다. 한지의 특성상 섬세한 인쇄가 쉽지 않다. 잉크가 번지거나 패턴이 제대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내가 디자인한 패턴이 하필 그런 어려움이 총집합된 그런 작업이었다. (웃음) 참 많이 거절당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을지로에 위치한 인쇄업체와 제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좀 겪었지만, 업체의 노하우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최: 가장 최근에는 신작 ‘스탠다드 체어’를 선보였다. 제작기술이 특화된 회사 벤텍(BENTEK)과 협업으로 만든 나무 소재 의자다. 이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양: 벤텍이 보유한 고주파 성형기술을 이용했다. 목형으로 만든 몰드에 여러 장의 무늬목을 프레스 가공한 다음 CNC기계로 커팅하면 원하는 휨 정도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스탠다드 체어’를 옆에서 보면 여러 겹의 나무가 겹겹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벤텍에서는 그들의 기술력이 잘 담긴 편안한 의자를 디자인해주기를 요구했고 그 외에는 나의 제안을 존중해줬다. 디자인 초기안에서는 등받이와 다리가 결합되는 접합부의 면적이 작았는데, 사용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그 부분은 수정했다. 앞서 작업한 ‘결 체어’가 수작업이라 소량생산만 가능한 반면 스탠다드 체어는 제작 과정이 효율적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최: 어릴 적 디자인 뮤지엄을 방문했을 때 수많은 제품들 가운데에 국내 제품은 하나도 없던 것이 충격적이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가구와 조명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은 상황이 어떤 것 같은가?

양: 10여 년 전 가구디자인을 결심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개인 디자이너가 가구를 만드는 그런 흐름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도전의식이 생겨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안목이 그때보다 훨씬 높아졌다. 특히 가구 중에서도 의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송봉규(BKID 대표), 소동호(산림조형 대표)와 함께 ‘시팅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디자이너들 혹은 작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를 수집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첫 번째 전시 <시팅 서울>을 지난 8~9월 문화역서울 284 tmo에서 열었다. 앞으로도 의자들을 수집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양정모, ‘결 체어’, 자작 합판, 비치 우드, 우레탄 마감, 400×470×785mm, 2018
 

양정모, ‘스탠다드 체어’, 오크 베니어판, 오일 마감, 500×510×765mm, 2020 

 


양정모
양정모는 2016년부터 개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공예와 디자인을 기반으로 가구, 조명, 소품 등을 디자인하고 있다. 2016년 싱가포르 국제가구박람회(IFFS 2016)에 디자인 스타로 초청되어 전시하였으며 2017년에는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진행하는 디자인 지원 사업에서 디자인 멘토로 활동하였다. 2018년에는 「까사 리빙」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에는 유럽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베니스 디자인에 초청되어 전시하였다.
http://www.jungm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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