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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계획의 패러다임 전환

김영욱(세종대학교 교수)
자료제공
김영욱
진행
방유경 기자
background

신도시 건설의 경험과 성과

1980년대 말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주택난, 자살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수도권 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5개 지역에 1기 신도시 조성을 추진했다. 1기 신도시는 「택지개발촉진법」,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이 개발 주체가 되어 주택을 공급했다. 이후 정부는 소규모 택지의 분산적 개발과 소규모 민간 개발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국토의 난개발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면서 ‘선 계획, 후 개발’ 체제로 전환한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부터 1기 신도시의 문제점을 개선한 자족적 계획도시 개념의 2기 신도시(수도권에는 성남판교, 화성동탄, 파주운정, 위례 등 11개소, 지방에는 아산, 대전도안 등 총 13개 사업지구)를 추진했다. 2018년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라 ‘9·21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골자로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는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체가 되어 개발한다. 사업대상지는 330만m2 이상의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등의 신도시급과 과천과천 등 약 30여 개의 중소 규모의 택지개발지구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을 기하고 있으며, 공급 주택 중 약 35% 정도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계획하여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신도시 계획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어느 나라든 신도시를 만들 때는 사회에 대한 수많은 담론이 오간다. 철학자, 사회학자, 건축가들은 나름대로 이상적인 인간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도시공간의 모습을 제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 2기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주택공급 논리가 지배했다. 최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치적 압박에 눌려 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자본주의 논리(사업성)가 맞물리면서 신도시 건설을 통한 이상적인 사회 구현에 대한 논의는 자리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우리 도시는 세대 및 집단 간의 갈등, 고독사, 자살 등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겪고 있다. 이 병리현상에는 다양한 사회적 원인이 있지만 공동체 와해에 따른 사회 통합의 약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가 도시를 만드는 현재의 방법에는 사회통합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 있다. 지나치게 큰 블록, 자동차 중심의 넓은 가로망, 고층 일변도의 대규모 주거단지, 계층 간의 공간적 분리, 가로 중심보다는 단지 중심의 주거지 계획 등이다.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어왔다. 지금처럼 이웃과 단절을 조장하는 도시공간에서는 소통과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국내외의 신도시를 비교해보면, 같은 밀도(용적률)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낮은 건폐율로 고층 위주의 주거단지를 건설한다. 이웃 간의 교류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조망을 위주로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에 비해 해외 선진국에서는 저층 위주의 높은 건폐율로 사람들의 만남이 많이 일어나도록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영국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는 최고 층수가 10층 이하이며 단지 내에 단독주택도 조성한다. 그런데도 용적률은 약 35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20층 내외의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용적률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200% 내외이다.

우리가 도시를 만드는 방식은 지구지정, 지구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수립의 과정을 거친다. 지구지정은 도시계획의 목표와 규모를 결정하는 신도시 조성의 가장 초기 작업이다. 지구지정 이후 약 2년에 걸쳐서​ 지구계획을 수립한다. 1, 2기 신도시 때에는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단계에서 도시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렇게 사회적 행위에 대한 고려 없이 급박한 일정에 맞춰 토목, 도시계획, 교통 등의 관점을 반영한 평면적인 토지이용계획을 결정하고, 도시 골격이 정해진 후에 단지설계를 블록별로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입체적인 공간구상, 가로와 건축물의 접속 방법 등 건축적인 관점은 소외되었다. 그 결과 가로, 가로와 건물,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맺게 되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채로 슈퍼블록의 획일적인 도시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단지 중심의 폐쇄적인 주거와 소통이 단절된 가로공간을 양산했다.

 

 

 

 

도시와 건축의 통합적 접근을 위한 입체적 도시공간 계획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주택공급 논리가 지배했다. 최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치적 압박에 눌려 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자본주의 논리(사업성)가 맞물리면서 신도시 건설을 통한 이상적인 사회 구현에 대한 논의는 자리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우리 도시는 세대 및 집단 간의 갈등, 고독사, 자살 등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겪고 있다. 이 병리현상에는 다양한 사회적 원인이 있지만 공동체 와해에 따른 사회 통합의 약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가 도시를 만드는 현재의 방법에는 사회통합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 있다. 지나치게 큰 블록, 자동차 중심의 넓은 가로망, 고층 일변도의 대규모 주거단지, 계층 간의 공간적 분리, 가로 중심보다는 단지 중심의 주거지 계획 등이다.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방향으로 도시를 만들어왔다. 지금처럼 이웃과 단절을 조장하는 도시공간에서는 소통과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국내외의 신도시를 비교해보면, 같은 밀도(용적률)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낮은 건폐율로 고층 위주의 주거단지를 건설한다. 이웃 간의 교류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조망을 위주로 도시를 만들고 있다. 그에 비해 해외 선진국에서는 저층 위주의 높은 건폐율로 사람들의 만남이 많이 일어나도록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영국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는 최고 층수가 10층 이하이며 단지 내에 단독주택도 조성한다. 그런데도 용적률은 약 35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20층 내외의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용적률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200% 내외이다.

 

 

우리가 도시를 만드는 방식은 지구지정, 지구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수립의 과정을 거친다. 지구지정은 도시계획의 목표와 규모를 결정하는 신도시 조성의 가장 초기 작업이다. 지구지정 이후 약 2년에 걸쳐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1에서는 이러한 신도시 계획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3기 신도시를 계기로 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리고 지난 2년여 간 국토교통부 및 LH와의 긴밀한 협의와 설득을 거쳐 신도시 계획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건위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신속한 양적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조성 방식을 지양하고 사용자 중심의 주택공급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 도시설계 절차를 개선하고 기본적인 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선 도시 전체에 대한 입체적 마스터플랜 공모 절차를 신설했다. 2기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종합심사낙찰제라는 입찰을 통해 엔지니어링 회사를 선정하고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3기 신도시부터는 지구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 이전에 없었던 입체적인​ 도시구상 마스터플랜의 공모 절차를 추가했다. 1기 신도시부터 관행적으로 작성한 평면 위주의 토지이용계획을 지양하고 입체적 공간구상을 통하여도시의 골격과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마스터플랜에 대한 설계공모는 도시와 건축의 통합적 구상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도시건축통합계획’ 혹은 ‘입체적 도시공간계획’이라 이름 붙였다. 공모 당선자에게는 MA(Master Architect)의 지위를 부여했는데, MA는 다양한 분야의 MP(Master Planner)들의 자문을 통해서 본인의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지구계획을 구체화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과거에 지구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은 전적으로 엔지니어링사에서 다수 MP의 자문을 받아 주도적으로 완성했다. 그러나 이제는 입체적 도시조성의 근간이 되는 지구단위계획의 설계지침도 MA가 수립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한 형태 기반(Form Based Code)의 입체적 계획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공모 방식은 2020년 3월 과천과천에서 최초로 실현되었다. 그 이후 안산신길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와 하남교산 등 신도시에 대해서도 입체적 마스터플랜을 공모하고 당선작을 선정했다. 현재 국건위는 정부 및 LH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향후 모든 택지개발지구에서 입체적 마스터플랜 공모를 통해 지구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추진 중이다. 3기 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우리나라 도시공간의 문제점을 치유하고자 ‘가로공간 중심의 공유도시’를 도시조성의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조성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사업대상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한 지침을 추가하여 사업지별로 공모지침을 마련했다. 모든 지구에 적용되는 공통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가로공간이 생활의 중심이 되는 도시

가로에서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과 교류의 기회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슈퍼블록 지양 및 중소 규모 중심의 블록계획, 고층 위주의 획일적인 단지를 지양하고 중·저층 위주의 주거지 조성, 연도형 건축물로 위요된 휴먼스케일의 가로공간 조성, 건축물과 가로공간이 직접 접속·소통하는 생활공간 형성 및 가로 중심 생활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시설의 배치 등이 중요하다.​

 

2) 다양한 용도의 복합을 통한 사회통합적 공간조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교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첫째, 시민들의 활동이 기능적으로 구분되는 토지이용계획을 지양하고, 다양한 용도의 복합적 토지이용과 수직적 용도 복합화 지향, 둘째, 사회적 배경과 경제적 수준에 따라 활동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다양한 계층·세대가 융합하는 소셜믹스, 셋째, 자족용지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주거용지와의 공간적 연계, 넷째, 소규모 필지 조직의 확보가 필요하다.

 

3)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

인간 중심의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현명한 기술의 적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 기술의 진화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환경 조성, 대중교통 중심 및

첨단 친환경 이동수단의 활용, 범죄·재해에 안전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도시 관리시스템 구축, 육아·고령자 친화 도시의 구현 등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자연환경의 보전과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며 일상생활에서의 풍부한 녹지공간과 접근체계의 계획 및 향유를 지향하고 있다.

 

 

아직 미완인 도시건축통합계획

도시조성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신속한 주택공급과 시장의 논리에 압도당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 중심의 도시를 구현하는 본질적인 논의보다는 업역 간의 헤게모니 싸움에 매몰되기도 한다. 마스터플랜의 공모 과정은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종합심사낙찰제라는 입찰을 통해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예전 과정에서 설계공모로 당선안을 정하고 당선자에게 MA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단순한 절차의 변화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도시를 만드는 방식과 주체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이제는 도시만들기에 있어서 엔지니어링적 접근뿐만이 아니라 건축가, 도시설계가들이 도시구상 단계에 중요한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도시건축통합계획은 국건위의 의지와 국토교통부, LH의 전향적인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물론 실행 과정에서 과거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개입될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공간의 생산방식이라는 관점의 논리가 도시조성의 주체 싸움이나 업역 간 경쟁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진통 속에 만들어진 신도시 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시건축 통합계획은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견고히 정착되기까지 이해당사자들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앙리 르페브르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의 질서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 빌 힐리어는 도시공간의 조성 방식과 사회적 병리현상의 밀접한 관련성을 경고했다.▼3 이제는 도시공간의 생산을 더 이상 ‘시장의 선택’에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나라의 공동체 해체의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4 신속, 효율, 사업성 위주의 주택공급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어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시민이 행복해진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

 


 

1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건축 분야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정책을 조정함으로써 범부처 차원의 건축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건축기본법」 제13조에 따라 위원장 1인을 포함한 3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소속 위원회이다. 대통령이 위촉한 임기 2년의 민간위원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된다.

2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안트로포스, 1974.

3 빌 힐리어·줄리엔 핸슨, 『공간의 사회적 논리』,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 1984.

4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중에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있다. 이를 통해 국가별 공동체 지수를 비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020년 기준 최하위(78%)이다.​


김영욱
김영욱은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다. 영국 런던 대학교(UCL)의 바틀렛 건축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틀렛 건축대학의 스페이스 신택스 런던과 공동으로 설립한 스페이스 신택스 랩의 연구소장으로 도시건축공간 활성화와 사회적 병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조성 방식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국토환경디자인 분과위원장을 맡아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도시건축통합계획의 개념을 제안하고 실행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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