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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과연 영원한가?: <키루나 포에버>

사진
알렉산드라 마티아스
자료제공
ArkDes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상단사진) 이완 반, ‘글로벌 키루나’, 2020 / 이완 반, 안네 데싱, 미히엘 반 이에르셀의 프로젝트, ArkDes와 노르보텐 카운티 아트 뮤지엄의 커미션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 국립건축&디자인센터(ArkDes, Sweden's National Centre for Architecture and Design)에서 열린 <키루나 포에버(Kiruna Forever)>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 이전 프로젝트를 살펴보는 전시다.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인 채정원이 <키루나 포에버>를 기획한 큐레이터 카를로스 밍게스 카라스코와 이수지를 만나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카를로스 밍게스 카라스코(수석 큐레이터, ArkDes), 이수지(부 큐레이터, ArkDes) x 채정원 독립 큐레이터

  

채정원(채): 키루나의 도시 이전 프로젝트에 대하여 소개해 달라. 오늘날 이것이 왜 중요한 담론이 되었는가?

카를로스 밍게스 카라스코 (카를로스): 스웨덴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키루나는 현대사에서 가장 큰 도시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도시는 인근의 철광석 광산이 확장됨에 따라 3km가량 이전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인구의 3분의 1이 이주해야 하고, 건물은 철거되거나 이전되고 있으며,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15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삶을 확연하게 변화시켰기 때문에 키루나 주민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스웨덴이 지난 세기 동안 어떻게 국가를 건설해왔는지를 정의하고 증명하는 일이어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키루나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사회와 관련된 질문과 이어져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공통 담론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천연자원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계속해서 이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지역과 국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도시가 얼마나 임시적인지 또는 얼마나 영구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다.  

 

채: 이러한 이야기와 질문을 전시에 가져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카를로스: 이 프로젝트는 2년 6개월 전 내가 ArkDes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처음 키루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16년이었는데, 당시 오슬로 건축 트리엔날레 수석 큐레이터로 ‘애프터 비로잉(After Belong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북부지역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는데, 이 지역들에서 대규모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대개 아무런 중재나 논의 없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에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북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축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에서 제시할 문제는 아니었다. 키루나는 바로 그러한 경우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이 키루나를 알고 있고, 이 도시가 이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은 거의 없다.

이수지(이): 만일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전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천연자원을 북부지역에서 어떻게 채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면 키루나가 주변부라는 생각은 명백한 신화이다. 물론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는 이곳 스톡홀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중은 북부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고 관심도 없다. 그래서 이 전시는 이러한 정보 격차를 줄이고 중앙과 주변부라는 선입관을 재검토할 기회였다.

 

채: 이 전시는 ‘이동하는 키루나(Kiruna on the move)’, ‘자원 채취의 영토들(Territories of Extraction)’, ‘북극 모델(Arctic Models)’, ‘시급한 유산(Urgent Heritage)’, ‘불확실한 미래(Future Uncertainties)’라는 다섯 가지 주제 아래, 총100여 점의 작업들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건축사진작가 이반 반(Iwan Baan)과 건축가 안네 데싱(Anne Dessing), 어버니스트이자 큐레이터인 미히엘 반 이얼셀 (Michiel Van Iersel)이 진행한 ‘글로벌 키루나 (Global Kiruna)’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카를로스: 글로벌 키루나는 ArkDes와 키루나 노르보텐 주립미술관이 공동으로 후원하는 커미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철이 수출되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최종적으로 어떤 종류의 건축물에 사용되는가?’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사진과 포스터, 일러스트 및 텍스트를 통해 키루나의 광산에서 채굴된 철이 전 세계를 여행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예를 들어 수출된 철은 런던에 신설되는 지하철 노선 건설이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의 초고층 빌딩 건설 자재로 사용된다. 이것은 스웨덴 북부의 채굴사업이 지역 도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모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철의 물질성은 건축이라는 형식에서 철저히 가시화된다. 

 

보리 메쉬, ‘무제’, 1900, 키루나 시립기록보관소

 

채: 키루나의 도시 이전이 ArkDes가 소장한 컬렉션을 포함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어떻게 더 넓은 역사적, 지리적 맥락에 편입되었는가?

카를로스: 키루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에 대한 스웨덴의 국가적인 식민화 정책의 일부였다. 전시에 소개된 ‘프리에드릭스 베리(Friedrichs Berg)’ 지도나 에사이아스 학셀(Esaias Hackzell)의 ‘시루나바라(Kiirunavaara)’(1736)는 키루나에서 LKAB 광산이 자리 잡고 있는 시루나바라 산을 가로지르는 철광석 층을 보여주는 초기 자료로 스웨덴 국왕 프레데리크 1세가 파견한 탐험대의 조사보고서의 일부다. 북부지역 지하에 매장된 자원에 대한 조사는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계속되었으며, 북부지역에 일련의 산업시설이 들어서게 될 때까지 수많은 문서와 지질보고서, 광구지도 등을 발행했다. 이번 전시에서 이 자료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광산을 운영하려면 지역 전역에 철도, 발전소, 댐 등이 필요하며, 이러한 시설은 한 도시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 세기에 걸쳐 국가가 주도하고 실행하는 도시화와 동원령을 동반하게 된다. 

이: 우리는 이 문제를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위해 키루나 시립기록보관소, 노르보텐 아카이브 센터, 스웨덴 국립도서관 등 아카이브 기관과 여러 아키비스트, 연구자, 큐레이터, 고건축물 전문가와 협력했다. 하지만 키루나에 대한 자료는 ArkDes 컬렉션에 많이 남아있다. 흥미로운 점은 수 세대에 걸쳐 유명한 스웨덴 및 해외 건축가와 설계자들이 키루나의 건축 프로젝트와 현상공모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세기 초에는 구스타프 비크만(Gustaf Wickman)과 페르 올로프 할만(Per Olof Hallman), 20세기 후반에는 하콘 알베리(Hakon Ahlberg), 랠프 어스킨(Ralph Erskine), 알바 알토(Alvar Aalto), 아르투르 본 슈말렌세(Artur von Schmalensee)가 있었으며, 동시대 건축가로는 화이트 아키텍츠(White Architects)와 헤닝 라르센 아키텍츠(Henning Larsen Architects)가 있다. 여기에서 디자인과 건축의 역할은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북부지역에서 도시 산업화 개발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ArkDes 컬렉션은 키루나라는 하나의 견본 도시에 반영된 수 세기에 걸친 건축적 드라마의 연대기와 같다. 북극 건축에 대한 이상적인 건축가의 비전과 정치 사회적 현실과 타협한 결과가 컬렉션을 통해 구체화된다. 

 

에릭 레프반데르, ‘키루나 시청’, 2018

 

채: 특별히, 2019년에 철거된 키루나 시청의 일부를 1:1 스케일로 전시 공간에 재건했는데, 키루나 사람들에게 시청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카를로스: 시청 복원은 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건물은 유명한 스웨덴 건축가 아르투르 본 슈말렌세가 설계했다. 1963년에 개관하여 이듬해 건축계에서 명망 높은 카스퍼 살린 상(Kasper Salin Prize)을 수상했다. 2001년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2019년에 결국 철거됐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건물의 일부분을 복원하고 싶었다. 우선, 건축설계 자체가 매우 뛰어나다. 둘째로, 이곳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담론들이 만들어지던 장소였다. 이 건축물에서 1969년 광산 노동자 총파업이라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투쟁이 일어났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물리적 오브제, 공간적 경험과 더불어 건축물의 상징적이고 수행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이: 카를로스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여기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철거 과정에서 보존한 원래 건축물의 일부를 포함한) 커다란 홀의 복원만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건축물 ‘안’에서, 그리고 건축물’에’ 일어난 역사적인 순간을 기억하고 재연하고자 했다. 잉엘라 요한손(Ingela Johansson)의 사운드/비디오 설치 작업인 ‘언어의 마술, 1969-1970 광산 노동자 총파업(Silver tongue, the great miners’strike 1969-1970’은 우리를 파업의 현장으로 데려가며, 국립박물관과 노르보텐박물관, 키루나 시립박물관의 아카이브 자료는 1965년에 열린 유명한 남북 협업 전시인 ‘피카소 인 키루나(Picasso in Kiruna)를 보여준다. 또한 에리크 레프반데르(Erik Lefvander)와 클라우스 타이만(Klaus Thymann)의 사진 작업에는 각각 이전 후의 텅 빈 시청 건물의 모습과 2019년 철거 장면이 담겼다.

 

채: 키루나 시청을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 건축물이 철거되거나 이전되었다. 키루나 문화유산 보존이나 아카이빙을 위해 어떤 절차와 논의가 있었나? 

카를로스: 이 부분은 2004년부터 있었던 복잡한 과정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스웨덴 광업회사인 LKAB에 의해 도시 이전이 이루어진 때이다. 어떤 것이 문화재 건축물인지, 어떤 건물을 이전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세부 사항이 연관되어 있었고, 특정 건축물의 이전과 다른 건축물의 철거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오갔다. 이번 전시에서 그 과정에서의 노력을 담은 기록물을 터치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이 스크린에서는 노르보텐박물관이 키루나 이전과 관련하여 LKAB에게 의뢰한 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제작한 보고서를 편집한 ‘건축물, 민족학, 사진(Buildings, Ethnology, Photography)’(2014~2017)을 살펴볼 수 있다. 철거구역의 문화재 건축물을 선정하는 과정을 건축, 역사, 문화, 민족학적 관점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훗날 복원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곧 철거되거나 이전할 건축물의 세부 디테일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채: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키루나 주민들이 거주하는 많은 주택들 또한 철거되고 있다. 키루나는 또한 사미(Sámi) 라는 북부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가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카를로스: 사미의회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사미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땅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Sámi people is against any kind of use of our land)”는 문구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다. 그러나 키루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것이 다양한 사회구성원에게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LKAB은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많은 시민들은 그들의 배경과 관계없이 이 광산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것이 도시가 사람들을 위해 지어진 방식 또는 본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강요당하는 것은 매우 비극적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 모든 현실을 끌어와 대화를 유도하고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을 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위) 예시카 닐덴, ‘2017년 9월 31일, 키루나의 가장 오래된 빌딩인 엔지니어의 하우스의 이전’, 2017

(아래) 요아르 낭고, ‘이리에굼피 - 이동형 사미 건축 도서관’, ArkDes와 노르보텐 카운티 아트 뮤지엄의 커미션, 2020 (사진: 아스트리드 파드네스, 2018)

 

 

채: 전시를 통해 스톡홀름의 관객들에게 키루나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큐레이터로서 이번 전시를 생각했을 때, 기관의 역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카를로스: ArkDes는 단순히 건축가가 성취한 결과를 기념하는 곳이 아니라, 건축과 디자인에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미술관/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지만, 우리의 사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키루나의 건축과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고,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며, 이 도시 전체, 지역 전체, 그리고 스웨덴 전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ArkDes는 일종의 확성기라고 생각한다. 담론을 시작하고 체계를 세우며,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들을 보이게 하기 위해 크고 분명하게 외칠 수 있다. ‘전시’라는 것은 전시장에서 우리가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한 전시가 만들어내는 국내외적인 담론 플랫폼 전체를 말한다. 지금 이 인터뷰처럼 우리의 전시에 대한 기사나 인터뷰 등이 키루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린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미술관/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채정원
채정원은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이다. 한국에서는 아트센터 나비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재직하였고, 주로 예술과 사회간의 매개 즉,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주제로 예술과 다문화 및 비주류 커뮤니티 사이의 연대 활동에 대한 연구를 하고있다.
카를로스 밍구에즈 카라스코
카를로스 밍구에즈 카라스코는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큐레이터로 현재 ArkDes의 수석 큐레이터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의 미술과 건축 진열창 갤러리의 협력 큐레이터로 일했다. 애프터 미로잉 에이전시와 함께 오슬로 건축 트리엔날레(2016)를 기획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오피스US의 부 큐레이터를 맡았다.
이수지
이수지는 스톡홀름에서 활동하는 교육자 겸 큐레이터이며, ArkDes의 부 큐레이터다. 그녀는 빌드뮤세트에서 참여 디자이너와 부 큐레이터로, 스웨덴 논포멀 어덜트 에듀케이션 협회에서 콘셉트/프로그램 디벨로퍼로 일하는 등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우메오에서 다양한 커머닝 프랙티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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