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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건조한 풍경에 보존된 기억: 케이유 랜드스케이프

사진
장 차오
자료제공
노드 아키텍쳐 앤드 어바니즘
진행
이성제 기자
background

인터뷰 리우 헝 노드 아키텍처 앤드 어바니즘 대표 × 이성제 기자​​



이성제(이): 케이유 랜드스케이프는 2019 선전 도시/건축 바이시티 비엔날레(이하 2019 UABB)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추진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리우 헝(리우): 2019 UABB의 부대 행사로, 바오안 구의 공공 공간에 개입하는 현장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우리는 2019년 5월 초에 초대를 받았는데, 그 당시에는 2019 UABB 주최 측과 큐레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를 디자인해야 하는지 지정하지 않았다. 이후 행사 장소들이 공개되고 대상지가 확정됐다. 대상지에는 박스형 지하수로가 건설된 상태였다. 2019 UABB는 실험성에 중점을 뒀고, 그래서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디자인이 가능했다.

 

이: 대상지는 선전 바오안 구의 치아오토우 마을에 있다. 선전은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된 1980년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역의 변화 과정이 궁금하다.

리우: 바오안 구의 치아오토우는 ‘물고기와 쌀의 땅’이라고 불리는, 주 강 삼각주의 전형적인 자연발생 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았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치아오토우는 기존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전자제품 공장들과 시가지가 건설됐으며 인근의 다른 지역들과 비슷해졌다.

 

이: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복개된 수로(운하)였다.

리우: 대상지는 릭신 저수지 댐의 하부에서부터 치아오토우 마을을 거쳐 주 강 하구로 흘러 들던 아오징 운하의 일부였다. 원래 자연 상태의 수로였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악취와 오염으로 인해 복개됐다. 설계 초기에 수로를 복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악취에 대한 주최 측의 우려로 인해 이 아이디어는 배제됐다.

 

이: 이 프로젝트에는 주변 도시 조직과 공간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케이유 랜드스케이프의 길이와 폭, 면적 등 기본 정보가 궁금하다. 그리고 프로젝트 이전에 대지 상태는 어떠했나?

리우: 우리에게 주어진 대상지는 전체 면적이 약 4,000m2 이지만, 케이유 랜드스케이프만 보면 길이가 210m, 폭이 16m이다. 마을 주택들과 문을 닫은 공장 및 커뮤니티 파크로 둘러싸인 치아오헤 거리의 보도 부분에 해당한다. 대상지가 주어졌을 당시에는 복개 공사가 마무리돼 대리석 포장만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 설계를 진행하기에 앞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 전략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리우: 먼저, 우리는 도시화 이전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기록보관소를 방문해 역사적 자료들을 찾았다. 또한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지역 관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한때 대지 위에 자리했던 수로(운하)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되살리고 원래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대상지에 대한 숙고와 설계 과정에서 랜드스케이프 건축과 사회학적 관점으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 

 

 

이: 디자인 콘셉트와 전략, 시공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케이유 랜드스케이프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구현됐나?

리우: 수로를 복원하는 제안이 거부당한 이후, 우리는 새로운 인공 수로를 그 위에 이식하는 것을 제안했다. 디자인 과정에서 ‘종이접기(paper folded model)’와 ‘3D 스캐닝’을 활용했다. 물론 종이접기 방식을 채택하기 전에 ‘건조한 풍경’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다른 방법들을 시도했다. 3주 정도 소요됐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종이접기를 통해 의도한 공간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게 됐다. 10여 개의 모델을 만들었고, 시각적 긴장감을 가지면서도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모델을 선택했다.

우리와 협업한 3D 스캐닝 업체는, 처음에는 2만여 개의 컨트롤 포인트로 구성된 라이노 파일을 우리에게 제공했다. 촉박한 일정과 시공상의 문제 때문에 포인트의 개수를 500개로 줄였다. 그리고 습지와 삼각형 표면을 만들기 위해서 평평한 판을 깎아서 모델을 제작했다. 우리는 시공업체와 협의하며 3D 스캐닝에서 설정한 높이와 같은 1.5m × 1m 유닛을 만들었다.

 

이: 시공 과정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리우: 처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어떤 시공업체도 이 프로젝트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수많은 노력 끝에 우리는 운 좋게도 테마파크 공사를 주로 진행해온 업체를 찾게 됐는데 그 업체는 라이노의 컨트롤 포인트를 다루는 몇 가지 유용한 방법을 제안했다. 현장 설치와 세부 조정, 그리고 철골 구조물과 마감재의 시공 계획에 대한 시공업체와의 토론을 통해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한 시공하는 동안, 현장에 건축가들을 배치해 시공자들과 매일 협력할 수 있게 했다.

 

이: 대지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흔적을 복원하는 유형의 프로젝트에선 건축 재료와 물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건축 재료와 시공 방법, 그리고 이러한 재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리우: 우리는 지형에서 한때 존재했던 흔적을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실험했다. 마감재료로 사용된 브러시 시멘트는 시공상의 기술이 반영된 것으로, 작업자들이 빗자루로 쓸어서 시멘트에 텍스처를 만든 것이다.

 

이: 조경도 중요한 디자인 요소였다.

리우: 흙이 덮인 표면에는 억새, 핑크 뮬리, 드워프 팜파스 그라스, 흰색과 분홍색 케일 등 ‘유사 작물’이 자라도록 했다. 이는 수십 년 전에 상실된 농경의 장면을 재현하고 번화한 도시 속에서 소박한 풍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촬영된 사진을 보면, 케이유 랜드스케이프가 도시 조직에 섞이기보다는 일종의 오브제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의도한 것인가?

리우: 우리가 보기에 이 프로젝트는 풍경 이상의 것이다. 물리적인 흔적이 없어진 곳에서 풍경을 만들어내는, 영감을 주는 실험이다. 또한 추상적인 ‘대지 풍경’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빠르게 사라져간 자연과 농경 문화에 대한 건축가의 비판적 성찰과 재창조를 보여준다.

 

이: 치아오토우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과거의 마을과 수로를 기억하는 원주민보다 외부에서 온 이주민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전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리우: 이 프로젝트는 원주민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도입은 사람들에게 대상지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 이 같은 보존 방식은 수로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도시 정책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동인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리우 헝
리우 헝은 광저우에서 태어난 중국 건축가로 1994년 UC 버클리에서 건축 석사 학위를, 2008년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전에 있는 류시안동 방크 그린 코리도어 북쪽 필지 A3 및 B4(2018)와 다메이샤 빌리지 리노베이션(2017), 푸톈 웨딩홀(2017), 셔코우 다청 제분소 리노베이션(2015), 광저우 타임스 박물관(2010)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건축 전문 잡지에 소개됐고, 베니스, 베를린, 로테르담, 비엔나 등의 여러 국제 건축 및 예술 전시회에서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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