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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새로움은 주어진 조건으로부터: 원투차차차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펠른, 최은화
자료제공
원투차차차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권의현은 스스로를 ‘제조업자’라 칭한다. ‘디자이너’나 ‘작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건 디자인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조형적 실험에 몰두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주안점으로 삼는 건 가구의 기능이다. 반듯한 형태의 작업을 보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구축하려는 시도, 환경에 대한 고민, 클라이언트를 향한 배려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투차차차로 활동 중인 권의현을 만났다. 

 

 

인터뷰 권의현 원투차차차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일의 범위를 ‘가구부터 집기까지’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공간, 인테리어 작업은 지양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권의현(권): 공간 단위의 작업은 아무리 작업을 열심히 해도 철거가 되면 모두 건축폐기물이 된다. 작업의 수명이 공간의 수명에 달린 셈이다. 나는 내 작업물이 사람들에게 오래 사용되길 바란다. 선반, 행거, 진열장 등의 집기류와 의자, 테이블 등의 가구를 주로 다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사를 가더라도 다 가져갈 수 있으니까. 초창기에는 환경 문제와 작업 수명에 대한 고민으로 공간과 인테리어 작업은 아예 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하긴 한다. 단 공간은 깨끗하게 정리만 하고 되도록 집기류와 가구로만 공간을 구성한다. 만약 공간 분할이 필요하면 가벽을 세우는 대신 파티션을 설치한다. 

 

최: 효율만 따지고 보면 미리 제품을 디자인해놓고 공간에 배치하는 방법도 가능할 텐데, 매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권: 클라이언트가 1순위다. 클라이언트가 해달라는 건 웬만하면 다 해준다. 나는 쉬운 제조업자다. (웃음) “알아서 만들어주세요” 하는 요청보다는 “이만큼의 제품들을 수납할 가구를 만들어주세요”를 선호한다. 요구 사항이 구체적이고 정확할수록 좋다. 억지로 형태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조건과 기능을 발판 삼아서 디자인한다. 

 

최: 프로젝트마다 주어진 조건은 다르겠지만 이 와중에 고수하거나 지속하는 점도 있을 것 같다. 

권: 우선 소재에서 일관성을 가진다. 하나의 제품 안에서 나무와 금속을 같이 사용하려고 한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금속만 사용했는데, 1인 스튜디오로서의 생존 전략으로 노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금속을 다루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라. 심지어 잘 다루더라. 살아남아야겠다 싶어서 이전에 다뤄본 나무를 끌어왔다. (웃음) 금속은 업체에 반가공으로 맡기고 나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다루고 있다. 형태 또한 나름의 시그니처를 구축하고자 하는데, 두껍고 묵직한 형태를 좋아한다. 의자의 좌판 높이, 테이블의 상판 높이 등과 같은 중요한 치수는 표준 규격을 지키되 나머지는 자유롭게 설정해 전체 비례를 조정한다. 얇고 위태위태한 균형이 멋있을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굵은 선을 좋아한다. ‘어떻게 가구가 흔들릴 수 있냐’는 주의다. 

 

최: 소재와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중 토대가 된 작업을 하나 꼽는다면? 

권: 한남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파이프 그라운드’가 떠오른다. 원투차차차라는 이름으로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윤한진(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다.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았을 때인데 건축가가 먼저 연락을 줘서 놀랐다. 기회다 싶어서 디자인에 힘을 많이 줬다. 이것이 나의 디자인이다! 하면서. (웃음) 레스토랑 이름이기도 한 파이프 그라운드는 스키, 스노보드를 타는 U자 지형을 말한다. 마침 내부 공간도 아치와 볼트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 형태를 모티프 삼아 테이블, 의자, 카운터를 둥글게 디자인했다. 전부 다 동그랗게 만들면 심심할 수도 있으니 일부는 변주를 줘서 네모와 동그라미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아예 네모반듯하게 디자인했다. 재료는 철재를 주로 사용했고, 의자 중 일부는 목재를 이용했다. 

 

파이프 그라운드 (ⓒ텍스처 온 텍스처) 

파이프 그라운드 (ⓒ텍스처 온 텍스처) ​ 

 

최: 건축가와의 협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권: 가구 기획을 시작할 때는 이미 건축가와 클라이언트 간의 협의가 끝나고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간의 전체적인 톤이 나와있었고 그곳에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했는데 당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윤한진이 의자에 꼭 바퀴를 달아 달라고 말했지만 이미 공사 중이던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는 철로 제작할 가구가 너무 차갑고 무겁지는 않을지, 실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너무 딱딱해지지는 않을지를 고민했다. 윤한진은 이러한 상황을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퀴를 움직일 수 있는 별도의 레일을 제작해 의자 아래에 각각 설치했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고 나갔다. 

 

최: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와는 이태원에 있는 레스토랑 ‘내추럴 하이’를 작업했다. 앞선 파이프 그라운드의 협업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었나? 

권: 윤한진은 디자인이나 형태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이 없다. 자유롭게 디자인하도록 해주었다. 테이블 배치도 클라이언트와 이야기하기만 하면 됐다. 반면 한승재는 요구가 디테일했다. 공간에 본인이 생각하는 일종의 공식을 세웠다. 나에게는 가로선에 대한 요구 사항, 줄눈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지켜 달라고 했다. 조형적으로 강요한 부분은 없지만, 내가 제작하는 가구가 전체 공간과 통일감을 갖기를 바랐다. 그 외에도 그릇을 어떤 것을 구입할지, 문손잡이는 어떤 것을 고를지 등을 클라이언트와 한승재가 함께 고민했다고 들었다. 아트디렉터 그 자체였다. 

 

최: 내추럴 하이에서는 의자, 테이블뿐만 아니라 와인랙, 그릴, 주방 싱크대, 훈연기까지 디자인했다. 왜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해야 했나? 

권: 한승재가 “주방기기도 금속인데 그냥 다 해볼까요?”라고 넌지시 물어본 걸 “네, 해보겠습니다”한 거다. (웃음) 뭐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주방기기는 처음 작업해봤는데, 기본 원리를 많이 공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예를 들어 훈연기는 연기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그릴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한 다음 각 부재의 크기와 위치 등을 결정했다. 기계 작동에 대한 오류는 다 확인하고 제작을 했지만, 실제로 요리에 사용될 때에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수정하고 다시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웠다. 그래도 결과물이 잘 나와서 참 다행이다. 

 

최: 최근 작업한 카페 ‘펠른’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특히 여러 재료가 조화롭게 사용된 점이 눈에 띈다. 

권: 콘크리트 마감만 된 공간에 인테리어부터 했다. 로스팅실과 카페를 구분하는 가벽을 설치하고, 전기와 조명 배선 공사를 직접 했다. 한쪽 벽면을 따라 옷걸이 겸 수납장도 파티션 형식으로 제작하여, 설치와 분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가구와 집기류도 물론 다 디자인했다. 특히 바 의자는 내추럴 하이에서 제작한 의자와 연장선상에 있다. 시그니처가 될 만한 의자 시리즈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아연판을 절곡해서 볼트와 너트로 조립하면 되는, 만들기 간편한 의자다. 다만 금속이기 때문에 차가워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커피와 술을 마시는 공간에 맞게 아늑함을 주고자 피부에 닿는 부분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요즘 개인적으로 도장을 걷어내고자 하는데, 날것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선택한 재료다. 문손잡이는 깎아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수전 가리개는 물에 닿기 때문에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최: 펠른에 설치한 조명도 인기가 많다. 현재는 클라이언트 작업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도 있는가? 

권: 전산(「SPACE(공간)」 2020년 2월호 참고), 제로랩, 맙소사, 스튜디오 티엘, 스튜디오 씨오엠 등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다른 곳에 입점하거나 소속되지 않고, 디자이너들끼리 자체적으로 마켓 겸 전시를 주기적으로 열고자 한다. 저마다 개인 작업이든 클라이언트 작업이든 일을 할 때 제품을 한두 개씩 더 만들어서 선보일 예정이다. ​​ 

 

내추럴 하이 (ⓒ텍스처 온 텍스처) ​ 

내추럴 하이 (ⓒ텍스처 온 텍스처) ​ ​

펠른 (ⓒ펠른) ​ ​ 

펠른 (ⓒ최은화)​ 

 

 


권의현
권의현은 가구 디자이너이자 제작자다. 원투차차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철재와 목재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목적에 맞는 가구들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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