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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의 미술관을 건너다: 지서우 아트 뮤지엄

사진
티안 팡팡
자료제공
아틀리에 에프시제이지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지서우 아트 뮤지엄은 중국 후난 성에 완공된 지역 미술관으로, 주민들이 강을 건널 수 있는 교량 형태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건물을 설계한 아틀리에 에프시제이지는 중국의 전통건축 유형인 풍우교를 대지 선정부터 실내 프로그램의 기획에 이르는 과정에 활용했다. 이 설계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장 융호와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예람(김): 지서우 아트 뮤지엄은 교외 개발지구에 건설될 예정이었으나, 당신이 운영하는 아틀리에 에프시제이지의 설득으로 도심에 지어지게 됐다. 건립 부지가 바뀌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장 융호(장): 지서우 시의 도시계획국장과 함께 프로젝트 초기에 지정된 미술관 부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답사를 하면서 문화시설로서 적합한 장소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미술관이 시민들이 생활하는 환경 속에 지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가까이에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장소가 있다면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지 않나. 다행히 국장이 내 의견에 공감했고 미술관 대지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다.

 

: 역사지구 내 평범한 대지가 아닌 강 위에 지어졌다.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미술관이 지어진 게 독특한데, 이러한 계획에 현실적인 문제는 없었나?

: 앞서 말한 국장과 함께 지서우 시 역사지구에 있는 완룽 강의 한 보행교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었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하고 건물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강변을 내려다보다가, 미술관이 다리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중국 예술계의 원로이자 화가인 황 용유에게 연락을 하여 이러한 건축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그는 미술관을 다리처럼 만드는 디자인 접근 방식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덕분에 미술관을 교외가 아닌 도심에 짓는 방안이 논의됐고, 당국이 공식적으로 부지 이전계획을 승인하면서 현재 자리에 미술관이 들어서게 됐다. 비교적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수면 위를 개발함으로써 얻는 부동산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취안저우 역사지구는 보행자 전용 구역이며, 완룽 강은 그 중심을 관통한다.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미술관이 예술 애호가들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설의 주 이용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리고 미술관이 통로 역할도 겸하게 되면 비를 피하러 온 사람들이 잠시 이 공간에 머물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를 잠깐 둘러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가 바라는 건 이런 일상적인 미술관이다. 

 

: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도 있지만 강을 건너는 게 목적인 보행자도 있다. 목적이 다른 두 이용자의 동선을 어떻게 계획했는가?

: 건물 동선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부에서는 이용자가 미술관을 통과하지 않고 강을 건너도록 만들었으며, 상부에서는 미술관을 관통하는 동선을 설정했다. 지서우 아트 뮤지엄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전시를 보지 않고 통과해도 상관없다.  

 

 

 

 

: 중국 전통건축 유형인 풍우교를 모티프로 삼았다. 지붕이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반 외부 교량에서 차용한 요소와 그것을 재해석한 방식에 대해 듣고 싶다.

: 외형적으로 풍우교를 닮았다 할 수 없지만, 공간과 프로그램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건축 유형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 지서우 아트 뮤지엄은 다리 위에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강을 건너는 보행자 동선을 사람들이 머물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심 속 가로 공간으로 해석했다. 우리 스스로는 현대적인 풍우교를 설계했다고 생각한다. 주변 맥락과 연속적 관계를 지니도록 지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통 재료를 골랐다. 가령, 기와를 상부 교량의 지붕에도 얹고 입면에도 붙여 건축 요소가 차양 기능을 하도록 설계했고, 부숴진 자갈들을 교량의 양 끝에 있는 건물을 덮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올렸다. 감사하게도 지역주민과 방문객으로부터 미술관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마치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건물이 전통양식을 문자 그대로 따르지 않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 건물이 놓여진 완룽 강은 여름철마다 범람한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어떤 구조를 적용했나?

: 홍수로부터 미술관을 보호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첫 번째로 지난 50년 동안 누적된 지서우 시의 하천 데이터를 활용하여 평균 침수선을 계산했고, 교각 건물의 바닥면이 그 선보다 위에 오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미술관 하부의 보행로를 철제 트러스 아치로 구축하여 일반적인 구조보다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고,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나뭇가지들이 구조에 달라붙어 물의 흐름이 정체될 수도 있기에 부유물을 잘라내는 철제 기구를 설치했다.

 

: 전시 공간이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와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시와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계획했나?

: 지서우 아트 뮤지엄은 미술관보다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문화센터에 더 가깝다. 상설전시를 기획하지 않고 지역 예술가들의 특별전 내지는 초청전을 꾸릴 예정이다. 2층 대전시실은 폭이 20m, 길이가 50m이며 대형 회화,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전시하는 게 주요한 목적이고, 비정기적으로 음악 공연을 열도록 기획됐다. 직사광선으로 인한 눈부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면 블라인드에 기왓장을 덧붙였는데,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에 알맞는 조도를 설정할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진 3층 회랑은 대전시실보다 어두운 공간으로 계획됐으며 작은 크기의 회화 혹은 영상이 전시된다. 개인적으로 화이트 큐브는 추상주의 미술이 주목받을 당시에 생긴 맹목적인 시대 흐름이었을 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필수적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장방형의 지서우 아트 뮤지엄에서는 강 어귀를 내다보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예술은 때로 건축, 주변 환경과 호흡할 필요가 있다. 

 

: 많은 중국 건축가들이 전통건축을 재해석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틀리에 에프시제이지만의 차별화된 설계 방법과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 중국의 전통 산수화 속에 등장하는 조경은 다양한 시간적 차원을 연결하는데, 요즘 그런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전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두루마리를 펼친 듯한 전경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지그재그식으로 동선이 아홉 번 꺾이는 구곡교를 지나 정원 속 연못에 이르게 하는 서사 같은 것들이다. 두 경우 모두, 동선과 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올해 말 저장성 우전시에 완공되는 우 다위 아트 뮤지엄에서 이것에 관한 실험을 했다. 투시도법을 왜곡하여 관람객이 시간과 공간에 관한 감각을 잃어버리는 공간을 설계했다.​​

 

 


 


 


 


장 융호
장 융호는 아틀리에 에프시제이지의 설립 파트너이자 공동 대표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을 비롯한 다수의 국제 미술전과 건축전에 참여했으며, 베이징 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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