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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과 공장 사이에서 스탠다드를 말하다

자료제공
스탠다드에이
진행
박세미 기자
background

인터뷰 김승일(스탠다드에이 디렉터) x 박세미 기자

 

 

스탠다드에이는 ‘가장 정직한 첫 번째 제안’이라는 디자인 철학 아래 의자, 테이블, 책장 등의 원목 가구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가구 스튜디오다. 전신인 인디하우스부터 셈하면 올해 10년을 맞는 스탠다드라는 브랜드의 고유함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그것이 사람에 있든 디자인에 있든 작업 방식에 있든 말이다. 

 

 

: 요즘은 가구 스튜디오들의 존재 형태가 다양하다. 작업 방식이나 규모, 혹은 지향하는 바나 어감에 따라 디자이너, 1인 공방, 디자인 스튜디오, 제작 업체 등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스탠다드에이의 정체성은 어디에 가깝나?

: 솔직히 말하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영어와 한글의 차이일 수도 있다. 마치 스튜디오라고 하면 디자인만 하고, 공방이라고 하면 제작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공방에서도 디자인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또 업체라고 하면 일을 받아서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굳이 말장난에 끼어들자면, ‘쇼룸 서교동’은 스튜디오이고, ‘팩토리 죽전’은 공방이다. 우리의 현재 포지션은 공방과 공장 중간 정도에 있다. 개인이 작업할 수 있는 (공방 같은) 환경은 유지하되, 공장 작업 체제가 어느 정도 도입되어 있다. 

 

: 디자인을 계속 하면서도 공장 생산 방식도 가져가는 셈인데, 이는 주문과 제작 방식과도 상관 있을 것이다. 스탠다드에이 홈페이지에 프로젝트와 생산품에 대한 정보가 있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전화, 이메일, 매장 방문을 통해 진행된다. 

: 전화로도 주문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웬만하면 매장 방문을 권유한다. 원목 가구의 특성을 고객들이 이해하고 구매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에 하나가 비싼 물건은 완벽할 거라는 생각이다. 원목 가구는 기존 상품을 보고 구매한다고 해서 다음 상품이 같지 않다. 나무의 결이나 상태가 다 다를 뿐 아니라, 자연 소재의 물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담 과정을 거친다. 알고 구매하느냐, 모르고 구매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주문과 제작, 설치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 고객들은 온라인상에서 본 제품들을 매장에 와서 실물로 확인하고, 우리는 제품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맞는지 아닌지 같이 의논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부터, 가구를 놓을 공간, 사용하는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나랑 맞지 않으면 사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 기준에는 가격과 지속성 같은 요소도 포함된다. 이렇게 충분한 의논을 한 후 계약을 하면, 제작 기간을 정하고 제작에 들어간다. 스케치 도면화, 목재 선택과 집성, 재단과 평잡기, CNC 가공, 조립, 샌딩, 마감의 과정을 거쳐 제작이 완료되면 직접 가서 설치한다. 설치할 때 다시 한번 향후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고,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다.

 

: 모든 과정이 그렇겠지만 특히 디자인 협의 단계에서 스탠다드에이의 고유한 특성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스탠다드에이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과 고객의 요구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는가? 

: 스탠다드에이 가구를 구입할 수 있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오리지널 제품은 매장에서 볼 수 있고, 사이즈 변경 정도 외에 디자인에 대해 협의할 사항은 없다. 오더메이드는 새로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가구 사용 이유와 배경을 듣는 데서 시작한다. 건축가가 건축주와 이야기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사소한 취향부터 집에서의 생활 패턴과 같은 것들을 듣고 그림을 그린다.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원칙 안에서 작업할 뿐이다. 스탠다드에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생각하면 된다. 만약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의 테이블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면 이유를 설명해주고, 그렇게는 작업하지 않는다. 가구로서 내구성을 가져야만 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 사항을 지키는 것이다. 다만, 오더메이드인 이상 우리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 손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스타일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 스탠다드에이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 ‘스탠다드’ 안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포함된다. 가령 테이블은 밥 먹을 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집어 던졌을 때 부서지면 안된다는 것은 모어 스탠다드이다. 거기까지 디자인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형태라고 생각한다. 형태는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디자인에는 예쁜가 안 예쁜가, 튼튼한가 안 튼튼한가, 비싼가 안 비싼가 하는 것들이 전부 포함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 즉 스탠다드는 형태가 아니라 기본기다. 스탠다드에이의 디자인 핵심은 ‘예쁘다’ 혹은 ‘좋아 보여’가 아니라 ‘딱히 이상한 부분이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가구를 만들다 보면 몇 가지 아이템은 기본 이상으로 디자인되는 부분이 있지만, 가급적 그 선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제품 도면 - 체어 03 

 

 

: 요즘은 가구, 인테리어, 건축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축가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가구 스튜디오가 공간을 단위로 작업하기도 한다. 스탠다드에이의 경우에도 가구를 매개로 공간 고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이 있지 않은가. 가령 카페 피크닉이나 월하여인숙 같은 프로젝트 말이다. 

: 월화여인숙이 단순히 가구를 놓았다는 개념이라면, 카페 피크닉의 경우는 테이블이 빠지면 그 공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카페 피크닉의 경우 가구가 곧 인테리어인 셈이다. 실제로 기획∙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 피크닉의 설계자인 최종훈(니아 건축사사무소 대표)과 계속 소통하며 작업했다. 피크닉 쪽에서 샹들리에 12개를 놓겠다는 계획을 먼저 잡았고, 우리는 샹들리에를 받쳐주는 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했다. 샹들리에가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심플한 테이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테이블이지만 마치 화려한 런웨이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다. 테이블 다리에 대한 고민 또한 많았는데, 클라이언트가 선택한 제스퍼 모리슨의 트라토리아 체어 다리 형태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 앞서 스탠다드에이가 공방과 공장 사이에 있다고 했다. 수제와 대량생산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 같다. 

: 엄밀히 말하면 가구는 모두 수제일 수밖에 없다. 발로 만드는 가구는 없다. (웃음) 만약 나무를 집어넣으면 가구가 만들어지는 기계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웃음) 솔직히 수제를 칭송하고 싶지는 않다. 프로덕트 개념으로 봤을 때 1번부터 10번까지의 제품이 전부 다른 수제품은 모두 하자 아닌가. 결국 공방과 공장의 차이는 시스템의 차이다. 시스템은 분업을 말한다. 공장 업무의 파트를 구분하자면, 재단, 조립, 샌딩, 마감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는 재단과 조립, 샌딩을 한 사람이 담당한다. 최소한 조립까지는 한 사람이 책임지고 만든다. 마감은 다른 사람이 한다. 그런데 대량생산을 하는 공장의 경우 재단팀, 조립팀, 샌딩팀, 마감팀이 다 따로 있다. 재단팀은 본인들이 자르는 나무가 어떤 가구가 되는지 모르고 하루 종일 자르기만 하고, 조립팀은 잘려서 넘어온 나무와 부품을 가지고 조립만 하는 식이다. 개인 작업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처럼 공정 여러 개를 책임질 경우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간다. 똑같은 형태의 가구지만 나무의 결이 만나는 부분, 옹이의 위치들을 의도하기 때문에 가구마다 표정이 다르게 나온다. 공장은 효율이 좋고 공방은 재미가 있다. 물론 매출과 회사의 운영 측면에서는 우리의 시스템은 말도 안 된다. (웃음)

 

: 그 시스템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 아닌가?

: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의 양은 한계가 있고 직원의 월급은 올라가기 때문에 결국 가구 값을 인상해야 한다. 결국 공장 시스템으로 가야만 하는 시점이 온다. 그 길목에서 고민이 많다.

 

: 스탠다드에이가 앞으로 하려는 일들이나 이전 것과 다른 도전이 있나?

: 오리지널 제품과 오더메이드를 분리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공장으로 가되, 스튜디오 형태는 유지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공장이 되겠지만 영혼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웃음) 스튜디오를 외부로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해보고자 한다.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는 자체 제작하는 잡지 ‘로그’나 ‘취미생활 프로젝트’도 그러한 일들 중 하나다. 폼나는 스튜디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폼나게 일하고 싶다. 

 

카페 피크닉. 18m 길이의 테이블을 만들었다. 

 

삼박한집. 대형 침대 헤드와 다이닝 테이블, 의자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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