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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비유에스건축

박창현(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사진
노경
자료제공
비유에스건축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자연과 그림자 사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 그리고 도시의 인구집중으로 작은 마을에 새로운 집이 지어질 가능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어쩌다 생기는 집들마저도 값싼 재료를 가지고 무계획적으로 짓다 보니, 어떤 마을에 가도 별다른 바 없는 비슷한 모습이 펼쳐진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자연 풍광과 지형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축가는 주택을 설계하면서 주변 건물들과 너무 다른 결과물이 나올까봐, 지형이나 자연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기도 한다. 비유에스건축이 설계한 ‘우-물’은 근처 도시로 출퇴근하기에 그리 멀지 않은 마을로 거처를 옮긴 건축주를 위한 주택이다.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건축주는 마당은 넓지만 관리가 용이하기를 원했고, 건축가는 그 요구를 수용하면서 주택 천장의 높이와 형태를 자유롭게 만드는 접근법을 시도했다. 

 

사이 공간

우-물은 폭이 좁은 도로에서 진입하면서 살짝 올려다 보이는 경사지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가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멀리서도 주택이 잘 보인다는 대지 조건을 의식하여 주택을 단층으로 설계했다. 외장 재료 또한 탄화적삼목을 선택해 주택이 다른 건물보다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의도했다. 탄화적삼목은 낮에는 풍광 속에서 집이 보이지 않아 비어 있는 역할을 하고, 밤에는 어둠 속에 숨어버리는 그림자 효과를 만든다. 그렇게 우-물은 해가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에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주변에 스며들고 있다. 대지가 도로에서부터 길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도로 가까이에 설치된 대문에서부터 긴 거리를 이동해야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주택은 주차장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진입로의 조경, 전면에 위치한 담벼락 등에 의해 숨겨져 있고, 이런 시각장치는 처음부터 목적지인 집을 드러내지 않고 그곳으로 진입하는 시간과 거리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시간이 정원과 풍광을 감상하기에 길지 않지만, 건축주가 ‘내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의 전이 공간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런 공간은 아마도 아파트에는 없을 것이다. 주택을 숨기는 여러 장치는 현관으로 향하는 방문자의 시야를 순식간에 좁히면서 공간적 변이인 ‘사이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이 공간’은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우-물을 담고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본 주택은 창이 거의 없어 매시브한 추상적인 오브제처럼 보인다. 그리고 바닥에 설치된 석재를 따라 걷다 보면, 주방 및 식사 공간에 설치된 큰 창과 그 너머에 움푹 파여진 입면이 살짝 보인다. 이 공간은 ‘열린 중정’인데, 아직 등장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비유에스건축의 인상적인 표현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주차장 매스와 사이 공간 그리고 주택으로 이어지는 자유로운 배치는 우-물의 조형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그중 방문자를 맞이하는 사이 공간의 외부 벽체는 특별한 기능 없이 오브제 성격이 두드러지는데,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현관 앞에서 방문자의 시선이 흘러나가게 되어 구성력이 약해졌을 것이다. 구성력이 강한 이곳 덕분에 건축주는 항상 집을 드나들면서 여유로움을 만나고 있다.

 

열린 중정

우-물의 현관문은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다. 단순한 개구부 이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현관문은 내부에서의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문을 열면 전면에 세면대가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건축주가 텃밭을 일구거나 조경을 가꾸는 등의 외부활동을 마치고 실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능적 배치일 것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주거 공간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높이의 천장을 먼저 인지하게 된다. 거실-식사 공간-주방(LDK) 구성의 아파트와는 확연하게 다른 공간감이고, 주거 공간의 안정감보다는 상업 공간 같은 공간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건축주가 음악을 재생할 때, 거실이 하나의 울림통이 되어 공간 전체를 휘감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방, 식사 공간과 거실은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다. 식사 공간과 거실이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평면에서 곡선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둘은 시각적으로 분리된다. 두 기능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교차점에서는 거실 앞에 있는 ‘열린 중정’의 효과가 돋보인다. 중정은 스테인리스 미러로 마감된 곡면으로부터 내부까지 아미산의 풍광과 빛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곡면은 기울어진 천장과 만나 빛을 머금을 수 있는 넉넉한 내부 공간을 만든다.

주택 외부의 직선과 둥근 중정, 그리고 외부에 시공되어 빛을 흡수하는 탄화목과 빛을 반사하는 중정의 스테인리스 미러. 상반된 재료와 어휘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이 마을에서 우-물이 자리 잡는 방식과 흡사해 보였다. 외부에 건물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내부에서는 평면의 조율을 통해 다양한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방식이야말로, 건축가가 의도한 주변에 대한 배려이자 건물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완성된 건물에 건축주가 이사를 하면서 식물들이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는 텅 빈 집은 식물로 인해 생기가 돌면서 공간의 완성도가 더 올라갔다. 건축주가 우-물 옆에 별동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 증축될 주거 영역이 기존 건물과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다.

  

방문자를 맞이하는 사이 공간의 외부벽체는 특별한 기능 없이 오브제 성격이 두드러지는데,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현관 앞에서 방문자의 시선이 흘러나가게 되어 구성력이 약해졌을 것이다.

 

 


주방, 식사공간과 거실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교차점에서는 거실 앞에 있는 ‘열린 중정’의 효과가 돋보인다. 내부의 곡면은 기울어진 천장과 만나 빛을 머금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만든다.

 

Dangjin house- B.U.S architeture from rohspace on Vimeo.

설계

비유에스건축(박지현, 조성학)

설계담당

고단비

위치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945㎡

건축면적

270㎡

연면적

282㎡

규모

지상 1층

주차

2대

높이

6.25m

건폐율

14.54%

용적률

14.5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탄화적삼목 버닝처리, VM징크

내부마감

포세린타일,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광림구조엔지니어링

기계,전기설계

극동설비

시공

우리마을A&C(하광수, 장석신)

설계기간

2017. 11. ~ 2018. 6.

시공기간

2018. 7. ~ 2019. 3.

조경설계

MWD’lab(송민원)


박지현, 조성학
박지현과 조성학은 숭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함께 공부하였고, 2012년 비유에스건축을 설립하였다. 비유에스건축은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일어날 수 있는 유의미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도시, 문화, 사람 간의 다양한 관계 설정에 주목하고 건축의 ‘구축’보다 ‘과정’에 집중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유에스의 뜻은 철자 그대로 버스(bus)라는 소통의식에 대한 의지와 ‘규정되지 않은 시작점’이라는 비유에스가 추구하는 방법론을 가리킨다. 대표작으로는 우-물, 쌍문동 쓸모의 발견, 진주 빗방울집, 마포 엄지척빌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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