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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록도서관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이상대
사진
김재윤
자료제공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background

현대사회의 도서관과 빛 

 

학록도서관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군사교육기관(육군부사관학교)에 건축물 기증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체육관, 도서관 등의 프로그램이 논의되다가 도서관 건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군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이들의 전투력 향상만이 아니라 지적 경쟁력 제고에도 힘써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진 결과다. 또한 기부자는 도서관 건립 기금을 제공하는 쉬운 방식을 택하기보다, 직접 좋은 환경의 도서관을 신축해 기증하기로 했다. 이후 나는 기부자로부터 설계 의뢰를 받게 되었다.

공공이 발주하는 도서관 프로젝트가 프로그램과 면적이 정해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데 비해, 이 프로젝트는 프로그램과 공간에 대해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부자는 시네라이브러리가 프로그램에 포함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교육기관에서는 외부 방문자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같이 계획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외에 별다른 조건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도서관 프로젝트에 비해 조금은 자유롭게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에 메디치 도서관을 설계하며 “무지와 어두움의 낮은 곳에서 지혜와 빛의 높은 곳으로 올라감”을 개념화했다고 한다. 실제로 1층의 빛이 통제된 진입 공간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장방형의 길고 밝은 도서 열람 공간이 펼쳐진다. 이처럼 메디치 도서관에는 도서관이 갖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공간구성 방식에서 르네상스적 발상이 드러나 있다.

학록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미켈란젤로의 시대와는 달리 복합적 문화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된 현대의 도서관에서 ‘빛’은 어떻게 내부 공간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프로젝트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시네라이브러리라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공간구조를 만드는 요소로 삼고 싶었다. 공간구조에 빛과 흐름이 담기길 바랐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와 다양한 수종이 자리 잡은 대지는 새로운 건축물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의 땅이었다. 앞뒤로 2.4m 정도 높이 차가 있었고, 전면과 후면에서의 접근성이 중요했다. 지형을 이용해 입체적 공간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수용한 결과, 빛으로 충만한 상징적 중심 공간을 스킵 플로어가 휘감으며 상승하는 연속적 공간구조가 고안되었다. 건물 중앙의 원형 천장에서 정적인 자연광이 떨어지고, 벽면에서는 수평 천창을 통해 동적인 자연광이 흘러내리도록 했다. 빛들은 어우러지면서 내부 공간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놓인 중앙홀은, 천창으로부터 내려오는 수직적 빛의 공간이자, 사선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선의 공간이고, 주변의 자연경관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영화의 필름이 선형의 시간 속에 연속적 이미지를 투영하듯이, 빛의 공간을 중심으로 그리고 외부에서 유입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공간의 이야기가 동선을 따라 전개되도록 했다.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1층 카페테리아에서 중앙홀을 거쳐 개방형 도서 열람 공간과 휴게 공간, 그리고 정적인 열람 공간과 계단식 열람 공간으로 이어지고, 반투명 유리로 구성된 하늘계단을 따라 시네라이브러리를 경험하고 옥상정원으로 나오면 광대한 자연경관과 마주하면서 공간의 이야기가 완결된다.

학록도서관의 내부가 빛, 동선, 시선 등 여러 흐름이 겹쳐지며 형성되는, 공간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외부는 형태적으로 건축 단면이 지형과 만나서 만들어지는, 흐름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 남측 면은 스킵 플로어 형태의 사선적 운동감이 입면이 되고, 북측 면은 1층 카페테리아와 스킵 플로어 형태의 열람 공간이 만나는 모습이 입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동측과 서측 면에서는 투명한 저층부와 부유하는 수평 볼륨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진입부에서 깊이감을 더해 내부 공간으로 시선이 집중되도록 한 것이다. 투명한 저층부, 부유하는 중층부 볼륨 위로 반투명 유리 볼륨을 얹었다. 그렇게 전체 형태 구성을 완성했다. 상층부의 반투명 유리 볼륨은 도서관의 ‘빛’을 상징하며, 저녁 시간대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서 지역사회를 밝히는 ‘문화등대’로서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학록도서관은 기부자의 선의에서 시작해, 교육기관 관계자들과의 즐거웠던 협의 과정, 시공의 많은 난관들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준공에 이르는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축 외적인 측면에서 학록도서관은 군대라는 국가기관(또는 사회)의 문화와 지역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임관을 받기 위해 입소하는 간부 후보생에서부터 전국의 부대에서 재교육을 받으려고 입소하는 군 간부들까지 이 도서관을 이용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확산된다면 군대 사회에서도 부대 내에 좋은 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개별 부대의 복지・문화시설들이 개선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런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현재 군인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방문 희망자들에게 도서관이 개방돼 있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한 인근 지역사회와 공유되는 시설로 영역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설계

이상대

설계담당

이병석, 여윤정, 허영강, 서세희, 주영찬, 연웅희

위치

전라북도 익산시 낭산면 석천리

용도

교정 및 군사시설(도서관)

대지면적

4,178m2

건축면적

1,114.87m2

연면적

2,073.12m2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

높이

14.83m

건폐율

26.68%

용적률

46.0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황등석, 에칭유리, 화산석

내부마감

스터코

구조설계

(주)전우구조

기계설계

(주)성신기계설비

전기설계

(주)천일이앤씨

시공

금성건설(주)

설계기간

2017. 4. ~ 2018. 4.

시공기간

2018. 4. ~ 2019. 3.

건축주

(주)풍산


이상대
이상대는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프랑스 파리벨빌건축대학교에서 건축 설계 및 이론을 공부했다. 한울건축과 건원건축을 거쳐, 현재 (주)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대표로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영주시 공공건축가를 거쳐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건축이 빛과 만나는 다양한 방식에 관심을 가지며,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건축대전 우수상, 농촌건축대전 본상,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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